접시에 뉴욕을 담다 - 요리사 김은희의 뉴욕레스토랑 여행기
김은희 지음 / 그루비주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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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웹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돌연 뉴욕에 요리공부를 하러 떠난 특이한 이력을 지닌 작가가 펴낸 책이다. 정말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군침을 돌지 않을 수가 없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게 다양한 뉴욕의 레스토랑을 가보고 그 평을 짤막하게 해놓은 책인데 보기만 해도 맛있어보이는 그 사진들이 너무 반가웠다. 사실 정말 많은 메뉴가 나왔는데 거기 있는 메뉴의 사진이 다 나온 것은 아니여서 좀 아쉽긴 했지만. 뉴욕이라고 하면 뭔가 세련되고 바쁘고 향략적인 이미지인데 여기 나오는 사진 속의 뉴욕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또 하나의 서울이라고 해야 할까. 뉴욕시의 이모저모를 조명해준 게 아니다보니까 전체적인 이미지가 머릿 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냥 맛난 것이 많이 있군...하는 정도 밖에.

 

작가가 여러 군데를 다니면서 느꼈던 바로는 좋은 레스토랑을 결정하는 기준은 셰프들의 실력이나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도 많이 작용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고 했다. 그날 자신의 컨디션이 좋은지, 그날 셰프들의 컨디션은 좋은지, 웨이터들이 친절한지 등이 다 맞아야 좋은 레스토랑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작가가 자자한 명성을 듣고 갔던 곳에서 실망하고 돌아온 경우도 종종 있었기에 비싼 돈을 들여가며 찾아갔던 것이 얼마나 아깝던지. 뉴욕은 손님이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되지 않는지 솔직히 궁금했다. 나 같으면 영어가 안되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라도 항의를 했을 것이다. 불친절은 참을 수 없을테니까.

 

여기까지 읽으니까 깨닫는 바가 있었다. 오늘 원장님께서 전제 선생님들을 모아놓고 2시간이나 설교를 하다가 갔는데 그 얘기의 논점도 바로 거기에 있었던 것 같다. 친절과 불친절. 아이들에게 얼마나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지느냐 지지 않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행동과 생각과 표정이 바뀐다고 설교를 하고 가셨는데, 다른 일때문에 원장님께 불만이 있긴 하지만 나도 그 말에는 동감한다. 내가 작년 12월달과 올해 1월에 들어서는 많이 표현을 안했던 것은 사실이니깐. 뭐 특별한 일은 없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요즘들어 몸이 예전같지 않던 차에 그만큼 표현이 덜 했겠지. 바꿔야 하는 것도 알고 바꿀 수 밖에 없지만 왜 난 바꾸기가 싫을까. 원장님과의 풀리지 않는 뭔가가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내 입장에서 생각하니까 작가에게 좋지 않은 서비스를 했다는 웨이터가 이해가 된다. 그도 뭔가 나처럼 풀리지 않는 게 있었던 것일 수도, 아님 그날 몸이 아주 많이 안 좋을 수도 있었겠지. 사람은 그 처지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다고 했나. 정말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구나, 혜영아.

 

이런 알록달록한 색채를 가지고 우울한 내 마음을 즐겁다 못해 짜증나게(맛볼 수가 없으니까!!) 만든 책이 있어, 오늘 조그이나마 위안이 된다. 그 사람은 어떤 식으로 살든지 말든지 나는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런 김에 각 계절별로 꼭 가보고 싶은 레스토랑을 한 군데씩 뽑아보았다. 아! 이거 뽑는 데 너무 어려웠다!!!

 

SPRING - Bouley 옥수수 폼을 끼얹은 할리봇 구이. 포테이토 퓌레를 곁들인 베니슨 안심 구이와 초콜릿 소스. 레드룸과 화이트룸이 있어 고르는 재미가 있고 서비스와 음식이 환상적이었던 곳.

SUMMER - Blue Ribbon 샤프론 라이스 필라프와 대하 구이. 따뜻하고 포근해 보이는 밝은 노란색 벽에 붉은 벽돌과 원목이 소박하게 어울려있고 음식도 편안해서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찾는 곳.

FALL - Daniel 사과 소스가 일품인 가리비 구이. 연한 송아지고기 구이. 세심한 배려와 철저한 서빙으로 만족을 얻을 있는 곳.

WINTER - Craff 토끼고기 테린. 시타키 버섯볶음. 프레스드한 베이컨. 일일히 먹고 싶은 재료와 만드는 방법까지 꼭 집어줘야 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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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줄의 승리학 - 세계를 움직이는 0.1%의 성공 비결
김형섭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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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에는 이런 금언집 종류의 자기계발서는 참 많은 것 같다. 내가 자기계발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도 두어권이 집에 있는 것을 보니 많긴 많나보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만난 책은 일반적인 책과는 다르게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서 편집해놓은 것이라 흥미가 일었다. 하버드의 가난한 한국 학생이 세계 유명한 부호들, 기업가, 정치가, 예술가 등에게 한 줄의 가르침을 보내달라고 보낸 편지의 답장이었다. 처음에는 보내줄까 하는 의심이 들어 망설이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내친 김에 보낸 그 편지 중 제일 첫 답장이 한달 후에나 왔다. 아마 그 때의 감격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거라 생각된다. 생면부지의, 아무런 관계도 없는 한 학생에게 편지를 보내주다니. 우와~ 이벤트에 당첨되었을 때보다 더 기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짤막한 편지를 여러 개를 계속 읽어내려가니 연결점도 없고 다 고만고만한 이야기라 식상했던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서문이었다. 작가가 어떻게 미국으로 오게 되었으며, 어떻게 하버드대에 들어가게 되었는지가 아무래도 같은 한국인으로서 더 궁금했다. 읽어보니 역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께서 주시는 대학등록금에, 용돈을 받으며 편하게 공부했던 나는 별볼일없이 지지리 궁상떨며 살지만 그는 미국에 가기 전에 했던 기대와는 너무나 다른 참담한 현실에 엄마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죽어라 공부했던 것이다. 헝그리 정신~ 다시 한번 그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만약 나도 그런 상황이 되면 그렇게 힘내써 악착같이 공부할 수 있었을까. 진짜 궁금하다. 열심히 공부하는 내 모습은 상상할 수 없기에.

 

그러다 이제 다시 읽어보았다. 내 미래가 불투명하고, 어떤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되다 보니까 처음 읽을 때와는 다르게 내 눈으로 속속 들어오는 글귀들이 더러 보인다.

"당신만의 원칙을 정하고, 스스로 완벽하게 만족스러울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 - 존 체인 토마스그룹 회장

"기대 이상의 일을 하라" - 로저 에이스티 세이프코 회장

"다른 사람들이 당신보다 더 노력하도록 내버려두지 마라" - 존 조던 조던 컴퍼니 회장

 

여기에 나와있는 사람들이 누군지 나에게 묻지 마라. 사실 책에는 나와있지만 그것이 눈에 들어오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정말 유명한 사람들을 선별해서 편지를 보냈다는데 거의 80%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다. 얼마나 세상을 모르고 있는지 반증해주는 증거 중 하나이다. 어쨌든 이 세 구절은 나에게 자극이 되었다. 내가 열심히 일할 때는 아무런 보상도 안했으면서 학원이 주춤하는 요즘들어 잘하는 학원에 파격적인 성과금을 지급하는 원장님이 내 고민의 원인이었다. 사실 잘한 학원은 정말 그런 보상을 받을 권리가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정말 존경하고 배우고 싶을 정도이다. 그런데 내가 분개하는 것은 원장님의 태도이다. 다른 학원 강사는 다 싸잡아 죄인으로 몰아놓고서 그 학원 강사들만 대우해주는 그런 편애는 어디서 배운건지. 원장님의 입장을 이해못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요즘 들어 예전같지 않다는 것도 내가 더 잘 알고 있어, 반성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학원이 잘될 수 있을까 고민도 하고 방안도 작성해서 하기로 이미 다 회의를 마친 상태다. 그런데 마음이 움직여주지 않는 게 문제다.

 

원장님이 1~2년 전에 내가 있는 학원이 잘 되니까 이것저것 해주겠다고 온갖 약속은 다 해놓고 지키지않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다른 학원은 하지 않는 온갖 잡무를 시키는 것은 물론 깨기는 얼마나 깨는지. 내가 깨지면 모르겠는데 상담원장님만 불려가서 깨지는 게 더 화난다. 뭐, 이러저러한 이유와 내가 겨울이 되자 몸이 갑자기 안좋아진 것이 겹쳐져서 내가 아이들에게 소홀히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뭐, 막 했던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내가 애정을 100만큼 가지고 있어도 200만큼 표현해야 겨우 50만큼 갈까 말까 하는데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수업을 하자니 20도 채 안갔겠지. 음, 못한 자의 변명이다.

 

오너의 입장에서 돈을 많이 벌게 해주는 사람이 더 이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내가 있는 학원은 원생 탈락률도 높은 데다가 항상 바른 말만 하고 다니는 나는 더욱 밉겠지. 오늘 설교에서도 꾹꾹 눌러 참다가 겨우 한 마디 바른 말했다가 더 잔소리들었다. 참을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하긴 나로서는 그 자리에서 대뜸 사표를 쓰지 않았던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어쨌든 위의 세 구절. 정말 내 마음에 쏙 들어오는 말이다. 그만큼 내 양심을 사정없이 찌르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마지막 것!

"다른 사람들이 당신보다 더 노력하도록 내버려두지 마라" 이 말은 내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 이번에 성과금을 받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은 내가 조금은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나보다도 몇 년이나 어리고 늦게 들어온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일처리도 느리고 아이들도 제대로 파악못하고 카리스마도 없어서 수업을 박진감있게 못하는 그 사람이 나보다도 인정을 받는다니!!! 조금은 자존심이 상한다. 그가 얼마나 노력을 많이 했는지는 몰라도, 나보다도 더 노력하게 내버려두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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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 브러더스 사계절 1318 문고 45
우오즈미 나오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사계절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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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명체가 태어나면 사회에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하고 가장 먼저 접하는 사회화 기관은 바로 ‘가정’이다. 여기서 '가정'의 소중함을 더 말한다면 입만 아플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가정’이 있다. 이 화목해 보이는 한 가정,  그 가정의 주인공은 히비키이다. 나는 이 소설을 보면서 하비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언지, 원하는 것이 무언지 보려고 노력했다. 그에게는 다른 아주머니에게 명문중학교에 갔다고 자랑이나 하는 엄마나 과묵해서 오히려 엄마에게 지는 듯이 보이는 아빠는 필요없었다. 그럼 그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얼까.

 

그러던 어느날, 열 두살 차이나는 형이 돌아왔다. 가출한 지 칠 년만에 일이었다. 집이 싫어 제 발로 나간 그는 과연 왜 돌아왔을까. 칠 년전,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를 찾기 위해 경찰서를 제 집 드나들듯이 한 부모님에게 게이가 되었다고 전화 한 통만 달랑 하고나서 이제 칠 년이나 지난 후에 3주간의 휴가를 보내겠다고 돌아온 형.

 

형이 온 후로 집안에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기 자식이 부모님 집에 휴가를 보내겠다고 하니까 받아들인다면서도 저녁식사때마다 자기 얘기만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엄마, 꼭 같이 식사해야하는 불문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이 온 이후부터 매일 늦게 퇴근하시는 아빠, 남자이면서도 여성인 척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 이 세 사람은 하비키에게 진정한 가족이 아니었다. 그러나 명문중학교에 입학한 이후에 따라가기가 버거우면서도 가슴에 뭔가가 꽉 막혀있어서 공부가 안되는 히비키도 진정한 가족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다.

 

아슬아슬하게 겨우 유지되던 균열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 시발점은 히비키의 중간고사 성적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하비키의 성적표를 보던 아버지의 한 말씀 ; "초등학교 땐 그렇게 잘하더니, 뭐야, 이제야 네 실력이 드러난 거냐?"(p.114)

 

이 한 마디에 우르르 무너져 버린 히비키의 가느다란 희망이 끊어져버렸다. 희망을 잃은 히비키가 마지막 발악을 하기 시작한다.

"방해하지마! 형도 숨막힌다고 했잖아. 나도 그렇단 말이야.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다고! 형은 이해할 수 있잖아!"(p.116)

 

히비키는 무엇을 원했을까. 아직도 그가 무엇을 바랐는지 모르겠다. 아버지로부터 따스한 격려를 바랐을까. 아니면 어머니로부터 그만 공부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바랐을까. 무엇을 바랐는지는 몰라도 어쩜 저리 삭막할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차가움이 묻어나오는 그런 집에서 행복할 수는 없었겠지. 아마 히비키는 자신이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히비키 넌 인정받고 싶어서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거야. 하지만 지금 이렇게 해도, 설령 나처럼 집을 나가도, 결국은 다시 인정받고 싶게 돼."(p.117)

형의 그 한 마디에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아아! 히비키가 필요했던 것은 인정, 그것이었나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의, 식, 주 외에 많은 것이 필요하는데 그것 중의 하나. 인정. 받아들임. 수용.

히비키는 공부를 못하더라도 자신을 인정받고 싶어했고 그의 형은 자신이 남과 다르게 여장을 하더라도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도 자기가 제일 사랑하는 부모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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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람 알레이쿰, 아프간 - '저주'와 '희망'의 땅에서 평화를 준비하다
채수문 지음 / 바이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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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동맹군 연락단장으로, 유엔 군사고문단장으로 곳곳을 누빈 채수문 중령이 전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나는 탈레반의 한국인 피랍 사건만 아니였다면 '아프간'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나라에 탈레반이 물러가고 대통령제를 실시할거라는 것과 아직도 군벌세력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것, 여자들도 이제 조금씩 부르카(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베일)을 벗게 되고 있다는 것, 수도 카불은 번화하지만 오지는 구호물자도 도착하지 않고 있다는 것 등 여러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 들어 알고 있는 것이 조금 생겼다.

 

저번 피랍사건 때 워낙 척박한 땅이라 외국인을 인질로 잡지 않고서는 살기 어렵다고 이해해주는 척 하면서 깍아내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기독교도인 나도 피랍사건이 참 큰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그들을 욕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이 저지른 일은 악행이었고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용서받지 못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곧 아프간 사람들은 아니지 않는가. 탈레반이라는 무장 이슬람 정치단체가 아프간을 지배했던 것이 잘못이었지. 하지만 순박하고 선한 아프간 사사람들은 괜히 지배세력 하나 잘못 만나서 나라 망가지고, 불교유적지 부숴지고, 나쁜 일만 당하는데 그들에게 뭐라고 하겠느냔 말이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진 나도 아프간이 나쁘지..했었는데 실상을 보면 그들은 그저 자기 마을을 지키려하는 순박한 이웃일 뿐이었다.

 

이 책의 저자 채수문 중령은 여러 곳에서 군사지휘했던 경험이 있어 아프간이라고 하는 골치아픈 곳에 가게 되었다. 아무도 오려하지 않는 그 땅에 딱히 내세울 명분 하나없이 밟게 된 그가, 겨우 찾은 명분이라면 군인은 전쟁을 경험해봐야 한다는 것이였다. 실제로 죽을지도 모르는 전쟁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내세운 명분이 참 보잘 것 없어 보였지만 아프간에서의 생활은 참 멋졌다. 아프간에는 소속 군단이나 정당에 속한 군벌들끼리 세력을 키우기위해 전쟁을 일으키는데 그런 군벌 간의 분쟁을 잘 마무리했던 일과 아랫마을과 윗마을 사이에 난 군벌 간의 분쟁을 해결하고 그 양쪽 마을에서 무기를 수거했던 일, 마이마나에서 27년째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60대 캐롤라인이 운영하는 병원을 주지사로부터 지켜냈던 일, DDR(Disarmament, Demobilization and Reintegration ; 군벌의 민병대를 무장 해제시키고 이들에게 직업을 알선해 새로운 삶을 찾아주는 사업) 사업의 국제감시단장을 맡았던 일, 유엔보안담당관으로부터 한국대사관이 테러당할 것이라는 정보를 듣고 발빠르게 움직여 대사관직원들을 구했던 일, 카불의 껌팔이 소녀 카리니에게 가판대를 만들어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하게 해주었던 일, 유엔 군사고문단장으로 승진했던 일 등 여러 이야기에서 채 중령의 민첩하고 정확한 판단력과 따뜻한 인간애를 볼 수 있었다. 채 중령이 여러 외국인들과 어깨를 겨뤄도 절대 지지않는 것을 보니, 마치 내가 그런 능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어깨가 으쓱거리고 당당해졌다. 그를 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참 멋있게 일하는구나! 이런 사람들이 국제사회에 많이 나가서 우리 나라를 드높여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채 중령 외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목숨을 내걸고 무료 봉사를 한다. 한국 불교 국제구호단체 JTS은 도움의 손질이 드문 힌두쿠시 산속 오지마을이나 유목인 마을에만 찾아가서 자립할 수 있으독 도와주고 있고, 한국 기독교 구호단체 하베스트 코리아에서는 처녀 둘이서 고아들을 모아다가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모래파리가 얼굴에 알을 까면 성충이 되면서 피부가 썩어들어가는데 그런 치료를 해주기 위해 매일같이 오토바이로 병원까지 아아를 데리고 갔다왔다 하는 이름 모를 사람도 있다. 이 얼마나 자랑스런 한국인인지...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채 중령이 변변한 학교건물이 없어 천막을 치고 공부하는 어느 천막학교에서 한 연설장면이었다.

 

 

 "저는 여러분을 도와주겠다고 여기 온 것은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먼저 경험했던 것들을 여러분에게 나누어주고자 왔을 뿐이고

우리가 과거에 다른 나라로부터 받았던 도움을 갚을 수 있을까 하고 알아보러 왔을 뿐입니다.

40여 년 전에 저도 여러분과 똑같이 부서진 학교에서 교실도 없이 뜨거운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에서 공부했습니다. 여러분처럼 이렇게 훌륭한 텐트도 없었습니다."

 

 (중략)

 

"여러분도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여러분 중에서 여기 계신 선생님처럼 훌륭한 선생님이나,

저 같은 나라를 지키는 씩씩한 군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서 언젠가는

여러분이 존경하는 위대한 마수드(아프가니스탄의 북부동맹을 이끌던 무자히딘 지도자)장군

같은 사람도 나올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여러분도 어려운 나라를 도와줄 날이 올 것이고,

또 반드시 그래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희망을 버려선 안됩니다.

희망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여러분 가슴에 희망을 꼭 간직하고 있어야 합니다."

 

 

 

희망, 참 울림이 좋은 말이다. 앞으로 멋있는 미래가 펼쳐질 것이 기대가 되는 말. 나는 이 글을 읽고나니 아직 대통령제도 보완해야 하고 여성의 인권도 신장해야 하고 아직까지 잔존한 탈레반 세력도 몰아내야 하는 등 여러 문제거리가 산재해있는 아프간이지만 마침내는 세계에 우뚝 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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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객 책속을 거닐다 - 장석주의 느린 책읽기
장석주 지음 / 예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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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은 무엇일까. 그것이 무엇이기에 내 마음을 이렇게까지 끄는 것인지, 다른 사람의 서평을 열렬히 보고 주워 섬길 정도로 빠져들게 하는 것인지 자문해보게 한다. 장.석.주. 그가 어떤 인물이고 무엇을 하는 인물인지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다. 원래 책을 읽기 전에는 작가와 서문을 꼼꼼히 훑어보지만 이 경우에는 다르다. 그는 나와 같이 평범한 독자일 뿐이라 생각하는 것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기에. 하지만 그의 책읽기를 들여다보고 나에게 접목시키거나 내가 몰랐던 부분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임은 의심치 않는다.

 

처음에 서평을 썼을 때는 다른 사람들의 수준높은 서평과 비교를 하면서 이렇게 써도 되는 것인지, 이렇게 읽어도 되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심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독서 여정이 있을 것이고 나에게는 나만의 독서 여정이 있을 것이기에 하나의 잣대로 판가름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하게 되면서, 나는 나로서 당당할 수 있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반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이해한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그것대로 내 모습일테니.

 

그나저나 끊임없이 생기는 책에 대한 욕심은 나를 자유롭게 놔두지 않는다. 이런 부자유가 나를 더 인간답게 하는 것인지, 오히려 인간다움을 해치는 것인지 아직은 판단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것도 성장의 일부분이라 여기며 갈무림해두었다. 그래서 장석주의 <만보객 책속을 거닐다>라는 책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 책에 대한 욕심이 없었더라면 이 책은 그저 세상에 차고 넘치는 하나의 책이었을 뿐 나에게 의미가 되는 책은 되지 못했을텐데 나보다 먼저 그리고 많이 책을 접한 선배들의 생각의 편린들을 얻고자 보게 된 지금은 나에게 큰 의미가 되는 책이 되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주제를 정해놓고 해놓은 비교, 분석과 나름의 고찰이 잘 드러나는 서평 속에서 내가 갈 길을 잃고 방황했다면 그건 말이 되는 것일까. 워낙 책에 대한 지식이 짧다보니까 작가의 이름만 어렴풋이 알거나 아예 작가와 작품까지도 생소한 경우가 많이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된 100여 권 중에서 고전을 제외하고 거의 읽은 작품이 없다는 사실은 제쳐두고라도 아는 작품조차 없다는 것은 내가 도전할 과제가 더 늘어났음을 말해줄 뿐 부끄러울 것도 민망해할 것도 없다. 허나 이 많은 것을 욕심만 앞서 제대로 음미해보지도 못하고 훑어본다면 그것은 오히려 책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그래서 열두달을 정해 틈틈히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음미해보기로 했다.

 

제일 흥미가 있었던 부분은 [독설(p.42)]편에 나오는 에밀 시오랑의 <독설의 팡세>와 마크 트웨인의 <정말 인간은 개미보다 못할까>부분이었다. 에밀 시오랑이라는 작가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마크 트웨인이 독설과 역설로 가득한 철학책을 썼다는 것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어쨌든 그 두 사람은 사람의 선량함을 부정하고, 신을 통한 구원의 가능성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닮았는데 시오랑은 삶이란 "저질 취미"에 속하며, 우리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거들먹거리지만 그 본질에서 "재난을 분비"하는 하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고 마크 트웨인은 "배의 침몰을 막기 위해 무거운 화물들을 배 밖으로 던지듯, 나쁜 습관이란 젊었을 때부터 몸에 들여 놓아야 나이가 들고 병들었을 때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거나 행동의 동기는 도덕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얻으려는 맹목의 본능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 등 사람의 심성이 원래 착하다는 통념을 뒤집어 놓는다.

 

원래 나는 이렇게 까칠하고 이제까지의 통념에서 벗어난,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글에 대해 열렬히 환영한다. 그래서 인간의 오만함을 비웃는 마크 트웨인의 글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인간은 선악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다른 동물보다는 지적인 점에서 우위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악행을 저지른다는 이런 사실, 이것은 반대로 그런 짓을 못하는 동물들보다는 도덕적으로는 하위라는 증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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