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객 책속을 거닐다 - 장석주의 느린 책읽기
장석주 지음 / 예담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은 무엇일까. 그것이 무엇이기에 내 마음을 이렇게까지 끄는 것인지, 다른 사람의 서평을 열렬히 보고 주워 섬길 정도로 빠져들게 하는 것인지 자문해보게 한다. 장.석.주. 그가 어떤 인물이고 무엇을 하는 인물인지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다. 원래 책을 읽기 전에는 작가와 서문을 꼼꼼히 훑어보지만 이 경우에는 다르다. 그는 나와 같이 평범한 독자일 뿐이라 생각하는 것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기에. 하지만 그의 책읽기를 들여다보고 나에게 접목시키거나 내가 몰랐던 부분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임은 의심치 않는다.

 

처음에 서평을 썼을 때는 다른 사람들의 수준높은 서평과 비교를 하면서 이렇게 써도 되는 것인지, 이렇게 읽어도 되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심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독서 여정이 있을 것이고 나에게는 나만의 독서 여정이 있을 것이기에 하나의 잣대로 판가름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하게 되면서, 나는 나로서 당당할 수 있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반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이해한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그것대로 내 모습일테니.

 

그나저나 끊임없이 생기는 책에 대한 욕심은 나를 자유롭게 놔두지 않는다. 이런 부자유가 나를 더 인간답게 하는 것인지, 오히려 인간다움을 해치는 것인지 아직은 판단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것도 성장의 일부분이라 여기며 갈무림해두었다. 그래서 장석주의 <만보객 책속을 거닐다>라는 책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 책에 대한 욕심이 없었더라면 이 책은 그저 세상에 차고 넘치는 하나의 책이었을 뿐 나에게 의미가 되는 책은 되지 못했을텐데 나보다 먼저 그리고 많이 책을 접한 선배들의 생각의 편린들을 얻고자 보게 된 지금은 나에게 큰 의미가 되는 책이 되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주제를 정해놓고 해놓은 비교, 분석과 나름의 고찰이 잘 드러나는 서평 속에서 내가 갈 길을 잃고 방황했다면 그건 말이 되는 것일까. 워낙 책에 대한 지식이 짧다보니까 작가의 이름만 어렴풋이 알거나 아예 작가와 작품까지도 생소한 경우가 많이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된 100여 권 중에서 고전을 제외하고 거의 읽은 작품이 없다는 사실은 제쳐두고라도 아는 작품조차 없다는 것은 내가 도전할 과제가 더 늘어났음을 말해줄 뿐 부끄러울 것도 민망해할 것도 없다. 허나 이 많은 것을 욕심만 앞서 제대로 음미해보지도 못하고 훑어본다면 그것은 오히려 책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그래서 열두달을 정해 틈틈히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음미해보기로 했다.

 

제일 흥미가 있었던 부분은 [독설(p.42)]편에 나오는 에밀 시오랑의 <독설의 팡세>와 마크 트웨인의 <정말 인간은 개미보다 못할까>부분이었다. 에밀 시오랑이라는 작가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마크 트웨인이 독설과 역설로 가득한 철학책을 썼다는 것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어쨌든 그 두 사람은 사람의 선량함을 부정하고, 신을 통한 구원의 가능성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닮았는데 시오랑은 삶이란 "저질 취미"에 속하며, 우리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거들먹거리지만 그 본질에서 "재난을 분비"하는 하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고 마크 트웨인은 "배의 침몰을 막기 위해 무거운 화물들을 배 밖으로 던지듯, 나쁜 습관이란 젊었을 때부터 몸에 들여 놓아야 나이가 들고 병들었을 때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거나 행동의 동기는 도덕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얻으려는 맹목의 본능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 등 사람의 심성이 원래 착하다는 통념을 뒤집어 놓는다.

 

원래 나는 이렇게 까칠하고 이제까지의 통념에서 벗어난,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글에 대해 열렬히 환영한다. 그래서 인간의 오만함을 비웃는 마크 트웨인의 글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인간은 선악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다른 동물보다는 지적인 점에서 우위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악행을 저지른다는 이런 사실, 이것은 반대로 그런 짓을 못하는 동물들보다는 도덕적으로는 하위라는 증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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