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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람 알레이쿰, 아프간 - '저주'와 '희망'의 땅에서 평화를 준비하다
채수문 지음 / 바이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동맹군 연락단장으로, 유엔 군사고문단장으로 곳곳을 누빈 채수문 중령이 전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나는 탈레반의 한국인 피랍 사건만 아니였다면 '아프간'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나라에 탈레반이 물러가고 대통령제를 실시할거라는 것과 아직도 군벌세력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것, 여자들도 이제 조금씩 부르카(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베일)을 벗게 되고 있다는 것, 수도 카불은 번화하지만 오지는 구호물자도 도착하지 않고 있다는 것 등 여러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 들어 알고 있는 것이 조금 생겼다.
저번 피랍사건 때 워낙 척박한 땅이라 외국인을 인질로 잡지 않고서는 살기 어렵다고 이해해주는 척 하면서 깍아내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기독교도인 나도 피랍사건이 참 큰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그들을 욕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이 저지른 일은 악행이었고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용서받지 못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곧 아프간 사람들은 아니지 않는가. 탈레반이라는 무장 이슬람 정치단체가 아프간을 지배했던 것이 잘못이었지. 하지만 순박하고 선한 아프간 사사람들은 괜히 지배세력 하나 잘못 만나서 나라 망가지고, 불교유적지 부숴지고, 나쁜 일만 당하는데 그들에게 뭐라고 하겠느냔 말이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진 나도 아프간이 나쁘지..했었는데 실상을 보면 그들은 그저 자기 마을을 지키려하는 순박한 이웃일 뿐이었다.
이 책의 저자 채수문 중령은 여러 곳에서 군사지휘했던 경험이 있어 아프간이라고 하는 골치아픈 곳에 가게 되었다. 아무도 오려하지 않는 그 땅에 딱히 내세울 명분 하나없이 밟게 된 그가, 겨우 찾은 명분이라면 군인은 전쟁을 경험해봐야 한다는 것이였다. 실제로 죽을지도 모르는 전쟁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내세운 명분이 참 보잘 것 없어 보였지만 아프간에서의 생활은 참 멋졌다. 아프간에는 소속 군단이나 정당에 속한 군벌들끼리 세력을 키우기위해 전쟁을 일으키는데 그런 군벌 간의 분쟁을 잘 마무리했던 일과 아랫마을과 윗마을 사이에 난 군벌 간의 분쟁을 해결하고 그 양쪽 마을에서 무기를 수거했던 일, 마이마나에서 27년째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60대 캐롤라인이 운영하는 병원을 주지사로부터 지켜냈던 일, DDR(Disarmament, Demobilization and Reintegration ; 군벌의 민병대를 무장 해제시키고 이들에게 직업을 알선해 새로운 삶을 찾아주는 사업) 사업의 국제감시단장을 맡았던 일, 유엔보안담당관으로부터 한국대사관이 테러당할 것이라는 정보를 듣고 발빠르게 움직여 대사관직원들을 구했던 일, 카불의 껌팔이 소녀 카리니에게 가판대를 만들어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하게 해주었던 일, 유엔 군사고문단장으로 승진했던 일 등 여러 이야기에서 채 중령의 민첩하고 정확한 판단력과 따뜻한 인간애를 볼 수 있었다. 채 중령이 여러 외국인들과 어깨를 겨뤄도 절대 지지않는 것을 보니, 마치 내가 그런 능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어깨가 으쓱거리고 당당해졌다. 그를 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참 멋있게 일하는구나! 이런 사람들이 국제사회에 많이 나가서 우리 나라를 드높여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채 중령 외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목숨을 내걸고 무료 봉사를 한다. 한국 불교 국제구호단체 JTS은 도움의 손질이 드문 힌두쿠시 산속 오지마을이나 유목인 마을에만 찾아가서 자립할 수 있으독 도와주고 있고, 한국 기독교 구호단체 하베스트 코리아에서는 처녀 둘이서 고아들을 모아다가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모래파리가 얼굴에 알을 까면 성충이 되면서 피부가 썩어들어가는데 그런 치료를 해주기 위해 매일같이 오토바이로 병원까지 아아를 데리고 갔다왔다 하는 이름 모를 사람도 있다. 이 얼마나 자랑스런 한국인인지...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채 중령이 변변한 학교건물이 없어 천막을 치고 공부하는 어느 천막학교에서 한 연설장면이었다.
"저는 여러분을 도와주겠다고 여기 온 것은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먼저 경험했던 것들을 여러분에게 나누어주고자 왔을 뿐이고
우리가 과거에 다른 나라로부터 받았던 도움을 갚을 수 있을까 하고 알아보러 왔을 뿐입니다.
40여 년 전에 저도 여러분과 똑같이 부서진 학교에서 교실도 없이 뜨거운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에서 공부했습니다. 여러분처럼 이렇게 훌륭한 텐트도 없었습니다."
(중략)
"여러분도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여러분 중에서 여기 계신 선생님처럼 훌륭한 선생님이나,
저 같은 나라를 지키는 씩씩한 군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서 언젠가는
여러분이 존경하는 위대한 마수드(아프가니스탄의 북부동맹을 이끌던 무자히딘 지도자)장군
같은 사람도 나올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여러분도 어려운 나라를 도와줄 날이 올 것이고,
또 반드시 그래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희망을 버려선 안됩니다.
희망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여러분 가슴에 희망을 꼭 간직하고 있어야 합니다."
희망, 참 울림이 좋은 말이다. 앞으로 멋있는 미래가 펼쳐질 것이 기대가 되는 말. 나는 이 글을 읽고나니 아직 대통령제도 보완해야 하고 여성의 인권도 신장해야 하고 아직까지 잔존한 탈레반 세력도 몰아내야 하는 등 여러 문제거리가 산재해있는 아프간이지만 마침내는 세계에 우뚝 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