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 브러더스 사계절 1318 문고 45
우오즈미 나오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사계절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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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명체가 태어나면 사회에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하고 가장 먼저 접하는 사회화 기관은 바로 ‘가정’이다. 여기서 '가정'의 소중함을 더 말한다면 입만 아플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가정’이 있다. 이 화목해 보이는 한 가정,  그 가정의 주인공은 히비키이다. 나는 이 소설을 보면서 하비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언지, 원하는 것이 무언지 보려고 노력했다. 그에게는 다른 아주머니에게 명문중학교에 갔다고 자랑이나 하는 엄마나 과묵해서 오히려 엄마에게 지는 듯이 보이는 아빠는 필요없었다. 그럼 그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얼까.

 

그러던 어느날, 열 두살 차이나는 형이 돌아왔다. 가출한 지 칠 년만에 일이었다. 집이 싫어 제 발로 나간 그는 과연 왜 돌아왔을까. 칠 년전,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를 찾기 위해 경찰서를 제 집 드나들듯이 한 부모님에게 게이가 되었다고 전화 한 통만 달랑 하고나서 이제 칠 년이나 지난 후에 3주간의 휴가를 보내겠다고 돌아온 형.

 

형이 온 후로 집안에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기 자식이 부모님 집에 휴가를 보내겠다고 하니까 받아들인다면서도 저녁식사때마다 자기 얘기만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엄마, 꼭 같이 식사해야하는 불문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이 온 이후부터 매일 늦게 퇴근하시는 아빠, 남자이면서도 여성인 척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 이 세 사람은 하비키에게 진정한 가족이 아니었다. 그러나 명문중학교에 입학한 이후에 따라가기가 버거우면서도 가슴에 뭔가가 꽉 막혀있어서 공부가 안되는 히비키도 진정한 가족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다.

 

아슬아슬하게 겨우 유지되던 균열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 시발점은 히비키의 중간고사 성적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하비키의 성적표를 보던 아버지의 한 말씀 ; "초등학교 땐 그렇게 잘하더니, 뭐야, 이제야 네 실력이 드러난 거냐?"(p.114)

 

이 한 마디에 우르르 무너져 버린 히비키의 가느다란 희망이 끊어져버렸다. 희망을 잃은 히비키가 마지막 발악을 하기 시작한다.

"방해하지마! 형도 숨막힌다고 했잖아. 나도 그렇단 말이야.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다고! 형은 이해할 수 있잖아!"(p.116)

 

히비키는 무엇을 원했을까. 아직도 그가 무엇을 바랐는지 모르겠다. 아버지로부터 따스한 격려를 바랐을까. 아니면 어머니로부터 그만 공부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바랐을까. 무엇을 바랐는지는 몰라도 어쩜 저리 삭막할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차가움이 묻어나오는 그런 집에서 행복할 수는 없었겠지. 아마 히비키는 자신이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히비키 넌 인정받고 싶어서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거야. 하지만 지금 이렇게 해도, 설령 나처럼 집을 나가도, 결국은 다시 인정받고 싶게 돼."(p.117)

형의 그 한 마디에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아아! 히비키가 필요했던 것은 인정, 그것이었나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의, 식, 주 외에 많은 것이 필요하는데 그것 중의 하나. 인정. 받아들임. 수용.

히비키는 공부를 못하더라도 자신을 인정받고 싶어했고 그의 형은 자신이 남과 다르게 여장을 하더라도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도 자기가 제일 사랑하는 부모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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