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in 맨해튼 1
에밀리 기핀 지음, 안은주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예전에도 칙릿소설을 한 번 만나보았다. 그때도 후회가 없었지만 지금 역시 그렇다. 사랑이야기에는 가슴 절절한 이야기도 있고 매력적이고 숨막히거나 유쾌한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은 가슴 절절하진 않지만 유쾌하고 어떤 때는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했다.


이 책의 주인공 클로디아는 매력있고 능력있는 편집장인데 그런 그녀가 사랑스런 벤이란 남자주인공을 만나 행복하게 알콩달콩 살았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이야기 끝~하고 말아버리면 소설이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이 가벼운 이야기에도 갈등이 존재한다. 그 갈등은 바로 ‘아기’다. 보통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기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혼일 때는 아기에 대해 관심이 없다가도 결혼을 하고 나면 대부분은 자신을 쏙 빼닮은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클로디아와 벤은 그 같은 대부분의 범주에 속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둘은 깊은 공감대를 가지고 사랑을 나누고 결혼까지 했던 것이다. 그런데 결혼한 지 2년쯤 되었을 때 벤이 갑자기 아기를 가지고 싶다고 하지 않는가. 여기서 보통 남편을 사랑한다면 그의 지키지 못할 약속(한 번도 손에 물 닿지 않게 해줄게 등)에 못이기는 척 동의해줄 텐데 역시 그녀는 주인공이다!!!!


클로디아가 아기에 대해서 반대를 하는 숨겨진 이유는 그녀가 사춘기일 때 엄마가 다른 매력적인 남자와 눈이 맞아 아이들과 아빠를 버리고 딴 살림을 차렸던 것에 있다. 그래서 첫째 모라 언니와 둘째 대프니 언니들은 결혼해서 아기를 갖거나 아니면 갖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유독 클로디아만은 아이를 가지고 나서 나쁜 엄마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정상적으로 보이는 모라와 대프니도 사실 숨겨진 문제가 있다. 모라에게는 남편이 적어도 두 번이상은 바람을 피웠다는 문제가 있어 그녀는 항상 어떤 남자의 아기를 낳느냐가 여성의 인생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혼을 해도 친부의 존재를 깨끗이 지울 수는 없는 것이니까. 특히 모라의 남편처럼 아이들에게 끔찍하게 잘할 때는 더욱더. 그리고 대프니에게는 아기가 생기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사랑하는 대상을 끔찍이도 원하는 그녀에게 그것만큼 치명적인 문제는 없었다. 임신에 대해서만 가치를 두기 때문에 부부의 대화도 그렇고 부부관계도 배란일을 기준으로 하게 되기에 부부 사이의 거리감이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는 것.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결코 결혼은 사랑만으로는 유지할 수가 없다. 다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거나 임신에 대한 강박증으로 부부관계를 망치고, 더 나아가 아기를 갖는 문제로 이혼까지 불사하는 것만을 보더라도 말이다.


벤과 클로디아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 둘은 서로의 피상적인 이야기만 나누고 서로의 의견이 좁혀지지가 않자, 갑작스럽게 이혼을 한다. 클로디아가 그냥 집을 나옴으로써 별거에 들어가고 그 후 이혼이 이루어진 것. 읽고 있는 나조차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진행되었기에 이혼이 이렇게나 깔끔하고 쌈박한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이 사람들이 미국인이기에 이런 반응을 하는 것인지, 원래 이 주인공들이 자기절제가 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같으면 이런 사유로 이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남자 쪽에서 해야 한다고 우기면 일단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리면서 내 마음을 - 얼마나 사랑하는지 - 다 까보이고 나서도 안되면 그 때서야 승복할지 말지이다. 적어도 1년은 끌어야 하지 않을까. 별거한 지 6주만 지나고 나서 무엇을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 둘 중 하나가 바람을 피운 것도,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기에 시급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혼문제에서 제일 끔찍한 것은 이혼은 덤덤하게 했는데 그 이후에, 아주 나중에 그를 너무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되는 것이지 않을까. 아직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이라면 다시 잘 해보자는 말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혼을 하고 난 후에 찾아가서 한 번만 기회를 더 달라고 할 수는 없지는 않은가. 나는 자존심이 좀 센 편이다. 특히 쓸데없는 자존심이. 친구와 싸웠을 때도 내가 먼저 미안해~란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그렇기에 이혼하고 나서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는 말은 절대 내가 먼저 꺼내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그런 이혼까지 갈 지경에까지 이르면 자존심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매달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때가 아니면 언제 자존심을 버릴 수 있겠는가. 그나마 자존심을 걸고서라도 사랑을 되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래도 남편이 내 마음을 짓밟고 가면 그건 내 인연이 아닌 거지. 흠흠.


클로디아와 벤이 아기 문제에 대해 타협할 수 없다는 것을 서로 알고(사실 내가 보기에는 그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을 것 같다^^;) 나서 벤이 술을 먹고 새벽 2시에 들어왔을 때도 클로디아는 술 처먹은(?) 그를 보자마자 화가 나지는 않고 끌어안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 그에게 빠져있었다. 그럼에도 서로 욕을 하고(부부싸움에서 한 번도 서로에게 욕을 해본 적은 없다니까 상당히 큰 일이다!!) 시위한다고 클로디아가 짐을 싸서 나가려고 하는데 벤이 잡아주기를 기다린다. 상당히 슬로모션으로 움직이면서 그가 미안하단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리지만 그는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당연하지. 이 때까지 욕을 한 적도 없다는데 욕까지 한 상황에 어느 누가 화가 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둘 다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집중하기 보다는 자존심을 너무 내세웠다. 그래도 자존심을 내세울 때 내더라도 절대 부부싸움을 할 때 짐 싸들고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을 클로디아는 몰랐을까. 이런 소재는 드라마에게 너무 나왔기 때문에 이제 나에겐 일반 상식이다. 이혼을 하고 싶지 않다면 때때로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넘으면 안 될 선까지 넘어서면 다시 화해를 한다고 해도 그 상처는 평생을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싸움을 할 때 아예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나는 사실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풀기 때문에 실제 부부싸움을 하게 될 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항상 이론으로는 빠삭하게 알고 있는데 실제 적용이 안 된다고나 할까.


어쨌든 이혼은 했지만 아직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계속되는 오해와 질투와 자존심 대결이 계속 된다. 벤에게 터커가 나타나고 그것을 보고 오해한 클로디아는 리처드를 만난다. 물론 이혼을 했으니까 상대방에 대한 예의나 의리를 지킬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사랑했던, 천생연분이라고 믿었던 상대에게 그렇게 쉽게 의를 저버릴 수 있을까. 마지막에는 클로디아도, 벤도 진정 사랑한다면 상대가 내 기분을 맞추어주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만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만,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해피앤딩으로 끝나지만 이 의문만은 진지하게 묻고 싶다. 설령 이혼을 했더라도, 쉽게 애인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소설에서는 상당히 자유로운 성(性)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그래서 그들이 행복할까. 문란하다든지 도덕적이지 않다고 하는 문제를 떠나서 나는 개인의 행복에 대해 묻고 싶다. 한 개인이 성적으로 타락한 것에 대해 내가 판단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과연 자신을 만족시켜주고 지속되는 충만한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 행위가 자신을 지속적으로 만족시켜주지 않고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도 의문이 남는다. 값싼 행복만을 추구하는 이유가 진정한 행복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 인간의 영적인 능력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요즘 내가 느끼는 것은 인간은 영적인 동물이라는 거다. 그냥 물질적인 조건만이 충족된다고 해서 행복할 수 없는, 정신적인 부분이 충족되어야 인간다운 삶을 살 수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의심스럽다면 모라의 인생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 난 ... 난 내 아기를 가져야 할 것 같아, 결국.

난 벤을 원해.

그래야 한다면, 벤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어. - 2권의 p. 150


우리가 맺었던 맹세는 깨졌고,

우리 둘을 이어주던 다리는 불타버렸지.

하지만 이 말만은 당신에게 하고 싶어, 클로디아....

나는 온 마음을 다해서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나 아기 없어도 돼. 당신과 함께하는 게 아니라면 아기는 원하지 않아.

당신 말고는 아무도 어느 것도 난 필요없어. - 2권의 p.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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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전
쓰카 고헤이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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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비룡전>은 한 달여 전에 읽었던 소설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진행되었던 줄거리가 내 마음 속에 정리가 되지 않았던 탓인지, 아니면 여주인공에 대한 이유모를 배신감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쉬이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러나 글을 쓰지는 않는다고 해도 그 이해되지는 않지만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랑이야기가 가슴 한 켠에 자리잡고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제야 나를 놔주지 않던 가슴 먹먹한 사랑이야기를 글로 옮겨보는 용기를 내본다.


시코쿠 섬의 한 재벌가의 사생아인 간바야시 미치코가 그 주인공이다. 다카마쓰의 기생이었던 어머니와 시코쿠의 산림왕이라고 불리던 간바야시 재벌의 장남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머니가 일찍 죽는 바람에 네 살이란 어린 나이에 아버지 집에서 살게 되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재력가일지는 몰라도 너무나 인색한 사람이었기에 고등학교까지만 보내주겠다고 하고 식모들이 묵는 두 평도 안되는 다다미 방에 그녀를 지내게 했다. 배다른 오빠들도 차가운 눈초리로 쳐다보고 아버지는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14년 동안 그야말로 그림자처럼 살았다. 그 때 한 명의 오빠라도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어린 그녀의 아픔을 다독여주었다면 그녀가 그렇게 비극적으로 죽지는 않았을 것을.


문학을 좋아하는 그녀가 의대로 전공을 바꾸게 된 계기는 엄마가 이름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었다는 아버지의 말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의대로 목표를 정하자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쳤지만 이복형제가 고졸이면 부끄럽다는 오빠들의 말에 겨우 생활비와 등록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펼쳐진다.


그림자처럼 살던 그녀의 삶이 극적으로 바뀐 것은 그 당시 대학가 불어닥친 ‘학생운동’때문이었다. 그 운동 때문에 동경하던 ‘가쓰라기 준이치로’도 볼 수 있었고 지방에서 상경한 어리버리한 그녀를 자상하게 챙겨주고 웃게 만들어준 ‘기노시타 히로유키’도 만날 수 있었고 그녀가 죽어서까지 같이 있고 싶은 ‘야마자키 잇페이’도 만나게 해주었다. 아니, 이 세 명의 남자가 그녀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항상 남는다. 만약 간바야시가 좀더 자기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면,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지 않아도 남을 사랑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만 있었다면, 확실하게 자기 이권을 챙기고 그것을 남에게 주장할 수 있었다면 그녀는 그렇게 맥없이 죽지 않았을거라고.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내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건 그녀의 주위에 일어나는 사건을 읽을 수 있는데 그녀의 내면에 있는 목소리를 읽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정말 뜻이 있고 의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면서 학생운동의 리더가 되어 버리지를 않나, 가쓰라기를 위해 몸을 팔지를 않나, 가쓰라기에게 반해있으면서도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준 기노시타에게 순결을 바친 것으로도 모자라 그를 위해 돈까지 버는 것 등 남자에게 이용당하는 여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더 대단한 것은 경시청 제4기동대 대장 야마자키를 이용하기 위해 여성의 모습으로 잠입을 해서 정보를 빼돌리는 일이었다. 그것이 정녕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조직이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란 말인가. 정말 그럴 수 있단 말이야? 자신의 신념이 한 조각조차 들어가 있지도 않은데...여기에서 간바야시는 허수아비로밖에 보여지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을 한 쪽도 엿볼 수가 없었으니.


그러던 간바야시가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은 정말 의외의 인물이다. 그녀는 기동대장 야마자키의 집에 잠입해있을 때 첫사랑 ‘가쓰라기’에게도, 자신에게 다정하게 챙겨준 ‘기노시타’에게도 느낄 수 없었던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야마자키는 도쿄대 수석으로 합격한 간바야시와 지적 수준이 한참이나 차이가 날 뿐 아니라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 그녀와는 다르게 사랑이 가득한 집에서 살아왔기에 그 둘은 안 맞아도 정말 이렇게나 안 맞을 수가 없다.


그러나 지하철에서는 상습적으로 여자의 몸을 더듬고 중학교를 덜 나온 그이지만 이 소설 속에 나온 남성들 중에서는 가장 멋있다. 혁명을 외치면서도 자신의 이권을 보장받기 위해 권력자를과 틈틈이 거래를 해온 ‘가쓰라기’나 친절로 위장을 해서 나중에는 여성을 등쳐먹고 사는 ‘기노시타’나 혁명을 위해 아내를 거리의 여자로 만든 ‘기타지마’ 등은 이상과 현실을 잘 조화시키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큰 이상을 무리하게 실현시키려고 하지 않고 현실에서 착실하게 살아가려는 ‘야마자키’가 차라리 내 눈에는 멋있게 보였다.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희생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희생 대상이 왜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기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말이다.


야마자키에게 접근한 그녀는 조직에서 연락도 없고, 사랑하는 가쓰라기도 연락이 없어 점점 초조해지자, 따뜻한 야마자키의 청혼에 승낙해버린다. 사실 그에게서 나온 유쾌함과 친절함이 한 번도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만들지 못했던 간바야시에게는 많은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첫사랑 가쓰라기와 만들지 못했던 공감대, 그가 형성해주지 못했던 안락함을 야마자키가 제공해주었기에 평생을 사랑받지 못했던 그녀에게는 바로 야마자키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인정한다. 그 때 그녀가 야마자키의 청혼에 승낙하면서 했던 말이 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저,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때려도 좋고 발로 차도 좋으니까 절대 나가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나는 갈 곳이 없어요. 그리고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도 상관없으니까 당신과 같은 무덤에 묻히게 해주세요


이제 우리는 부부가 된 거네요. 이제 나는 외톨이가 아니에요. 죽어서도 당신하고 같은 무덤에 묻힐 수 있겠지요. 만약 내가 싫어지고 다른 사람이 생기더라도...... 내가 죽으면 한 귀퉁이라도 좋으니까 당신하고 같은 무덤에 묻히게만 해주세요. 나는 갈 곳이 없어요. 부족한 몸이지만 끝까지 잘 부탁합니다. - p. 369 - 370


그녀의 이 말은 정말 내 가슴을 울렸다. 네 살 때 아버지 집으로 와서 온갖 천대를 다 받고 자라 이 땅에서 홀홀단신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어떨까. 이제야 야마자키를 만나 부부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그제서야 그녀가 꾸준히 사랑을 갈구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행복은 금방 끝이 나버렸다. 그녀가 야마자키에게 일부러 잠입했단 사실을 알게 된 야마자키의 침묵이 시작되었다. 아기가 태어나고도 한 번도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온갖 욕설과 폭력... 하지만 그가 끝내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나가라고 했던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그녀의 이복오빠들이 그를 찾아가서 경멸을 했던 것!!! 여기서 더 마음이 아픈 것은 그가 그녀를 사랑했다는 사실이었다. 아기도 때리고 그녀도 때리던 그가 자신의 마음을 울면서 드러냈을 때 그의 사랑이, 철없고 생각없어 보였던 그의 사랑이, 그렇게나 숭고했고 따뜻했고 절절했다는 것을 소리쳐 보여주었다. 학생운동의 리더였기에 아기를 낳고도 시위현장에 가야하는 그녀를 보는 야마자키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그녀가 다쳤을까 죽지는 않았을까 항상 노심초사하고 가지 말라는 말을 꾹 참았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소리치는 그의 모습에서 볼 수 있었다.


시위현장에서 널 만나지 않기를 간절하게 빌었어. 오로지 그것만 빌었지. 만나면 나는 납이 든 이 경찰봉으로 네 아름다운 얼굴을 후려쳐야 해. 하지만 내가 한 번이라도 너한테 혁명을 그만두라고 말한 적 있어? 얼마나 말하고 싶었는지 알아? 사랑한다고, 옆에 있어달라고, 너를 떼어놓고 싶지 않다고, 너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이라고. 너를 잃으면 나도 죽을 거라고. 얼마나 말하고 싶었는지 알아? 나가! 그게 계속 나를 배신해온 네가 나한테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성의야. - p. 479


같은 무덤에 묻힐 수 있게 해달라고 했던 그녀의 요청도 무시하고 나가라고 소리치는 그의 마음이 사랑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처지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에게 들려준다. 동정이 싫어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만을 사랑받고 싶었던 그녀의 오기가 그녀의 사랑을 파괴해버린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야마자키와 가쓰토시는 자신에게 간절한 존재임을 알려주었다.


정말 당신한테 폐만 끼쳤어요.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주세요. 가쓰토시는 내가 당신을 사랑해서 낳은 아이예요. 나는 당신과 지낸 날들이 행복했어요. 그리고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의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자는 이 세상에 없어요. - p. 481


그로써 오해로 빚어졌던 부부싸움은 막을 내리고 2 ․ 11 대투쟁의 하루 전날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서로를 그렇게나 간절하게 필요로하고 있었지만 각자 모른 채 오해 속에서 지내다가 기동대장과 학생운동의 리더로서 만나야 할 결전의 날이 다가온 것이다. 딱 하루...딱 하룻동안 사랑하는 부부로서 평온한 마음으로 밥을 지어먹고 나갈 준비를 했다. 간바야시의 꼭 가야한다는 말을 눈물을 흘리면서 듣는 야마자키...이 둘의 삶이 왜 이리 기구한지. 정말 소중한 것은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안다고 하던가. 왜 사랑을 확인하자마자 서로가 적이 되어버려야 하는지.


그 시대의 상황이 이런 비극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지만 우선 무엇보다도 간바야시의 살아온 환경이 어려웠기에 이런 비극이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 인생은 한 순간의 의지를 상실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게 되기 마련이니. 처음부터 줏대도 없다고 생각해서 읽는 내내 불만만 쏟아놓게 만들었던 간바야시가 사실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아다녔다는 것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했다고 해서 그녀의 모든 행동을 다 용납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녀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잘 살아가는 인물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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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지 않아도 괜찮아 - 나를 움직인 한마디 두 번째 이야기
박원순.장영희.신희섭.김주하 외 지음 / 샘터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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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에다가 독특한 소재의 종이 재질로 된 책이라 처음 본 순간부터 내 눈을 사로잡아버렸다. 책을 고를 땐 내용도 좋아야 하지만 디자인도 꼼꼼히 따지는 나인지라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 특히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드러나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너무나 예뻐서 혹시 다이어리 아닌가~! 하고 다시금 처음부터 펴고 읽곤 했을 정도이다. 김성신 씨가 일러스트를 맡았고, 이경진 씨가 디자인을 했다는 것까지 확인했을 정도니 더 말을 해봐야 무얼 하랴.


이 책은 유명인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던 한 마디씩을 소개해준 것을 엮은 책인데 모든 이야기가 다 좋았지만 특별히 내 마음을 울렸던 사연이 몇 개 있었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내 생애 단 한번>을 펴냈고 번역가이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계시는 서강대 영문과 장영희 교수님의 이야기가 그 중 하나이다. 그녀는 어릴 시절 목발 때문에 대문 앞에 앉아 골목길에서 노는 아이들을 바라만 봐야 했었다고 한다. 그때 아이들은 항상 자신을 배려해서 어떻게 해서든 놀이에 끼워주려고 했기에 자신은 소외감이나 박탈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고 하셨다. 그런데 어느 날 지나가는 깨엿장수가 지나가다가 미소지으며 교수님에게 깨엿을 두 개 건네주시더라는 것이다. 순간 그 아저씨와 눈이 맞추치자 한 마다를 하셨단다. 괜찮아. 그 말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도 교수님은 그때부터 이 세상은 그런대로 살 만한 곳이라고 마음을 정했다는 것이다. 타인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바뀌다니. 그 한 순간 모든 것이 결정난 것이다.


‘그만하면 참 잘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 ‘너라면 뭐든지 다 눈감아 주겠다’는 용서의 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니 넌 절대 외롭지 않다’는 격려의 말, ‘지금은 아파도 슬퍼하지 말라’는 나눔의 말 그리고 마음으로 일으켜 주는 부축의 말, 괜찮아. - p. 17


나도 역시 학원에서 아이를 가르칠 때마다 새삼 느끼는 것은 말의 힘이다. 한 마디의 말이 아이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 중 최고의 말은 바로 칭찬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나 느린 아이나 까부는 아이이더라도 칭찬 한 마디에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 칭찬 안하고는 못 배긴다. 인정해주는 말, 이해해주는 말, 받아들여주는 말....말은 바르게만 쓰면 다른 어떤 것보다도 훌륭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


또 하나의 사연은 내 눈시울을 붉어지게 했다. <우리 시대 스테디셀러의 계보>, <베스트셀러 이렇게 만들어졌다 01>를 펴낸 출판 칼럼니스트, 한미화 씨의 사연인데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평소 아버지와 많이 닮은 그녀는 철없던 시절 아버지의 사소한 말 한 마디에 상처받고 아파하며 죽고 싶었을 정도로 아버지와의 관계가 안 좋았다. 그런 그녀에게 다독여주지는 못할망정 “네 아버지가 돈 버느라 얼마나 고생하는 줄 아느냐. 아버지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면서 설교하시는 엄마까지 원망스러웠단다. 그러다가 삼십 대 중후반에 한 집안을 책임져야하는 어른이 되면서부터 앞으로 10년은 뼈빠지게 고생해야할 것을 생각하니 아버지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단다. 말단 경찰 공무원으로 한평생을 일한 아버지가 무슨 생각으로 사셨는지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버지의 모진 잔소리가 사실은 ‘아버지처럼 살지 말라’는 아버지 식 표현이었으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고.


나에게도 항상 우리를 노심초사 바라보시는 아버지가 계시는데 어떤 때는 극성맞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잔소리가 심하시다. 대학생 때는 그런 아버지가 궁상맞아 보이고 짜증났었는데 이제 6년차 직장인이 되었고 사람을 상대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는 것과 직장의 선배들이 무능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낸 것은 아니라는 진리를 어렴풋이 깨달았을 무렵, 아버지가 생각났다. 한평생을 한 직장에서 한결같이 일하시고 이제는 퇴직하신 우리 아버지가 무능력하고 궁상맞았던 것이 아니라 사실은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때려치고 싶었을 때 혼신의 힘을 다해 참아오신 존경스런 분이라는 것을, 우리 형제들 때문에 그 모든 것을 감수하셨다는 것을,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상사와 부딪칠 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분이 바로 아버지였다. 평소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있던 엄마와는 항상 사이가 좋았지만 아버지와는 서로 만나면 장난만 치고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지 못했었다. 그런데 직장생활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셨던 아버지에게 학원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할 때는 멀게만 느껴졌던 아버지가 참 가깝게 느껴졌다. 인생의 선배로서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잘 아시고 다독여주셨기에 힘든 시기를 덜 힘들게 견뎌낼 수 있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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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벗겨줘 - 빨간 미니스커트와 뱀피 부츠 그리고 노팬티 속에 숨은 당신의 욕망
까뜨린느 쥬베르 외 지음, 이승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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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가족 중에서는 내가 옷이 제일 많을 정도로 난 참 옷을 좋아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옷을 사는 것이 ‘일’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다. 또 요즘 얼마나 예쁜 옷들이 많이 나오는지. 사고 또 사도 끝이 없지 않은가. 옷은 단순하게 몸을 보호하는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옷이라도 어떤 사람이 입느냐에 따라 멋져 보일 수가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처럼 그 사람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이 바로 옷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나의 가장 최고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만큼 엄청 옷에 대해 신경을 쓴다. 어떤 장소에 어떤 옷을 입고 가는지를 일일이 생각하고 고민해서 맞춘 옷들로 입고 나갔다. 항상 내 최대의 관심사와 딜레마는 있는 옷들과 새 옷들을 어떻게 잘 매치할 것인가 였다.


그런데 어떤 날은 이렇게 외면만 중요시하는 가식 덩어리같은 내가 너무 싫어서 그냥 아무거나 손에 걸리는 대로 입고 나가기도 했다. 그런 날은 내 머릿속에 있던 하드가 빠져나가버린 것처럼 색깔 매치까지도 쉽게 되지 않기 때문에 매치, 조화, 어울림이라는 단어는 나랑 아무런 상관없어진다. 어쨌든 이렇게 극단적으로 갔다왔다하는 내 신경이 어디 끊어지기라도 했는지 몰라도 요즘은 옷에 대한 관심이 너무나 줄어버렸다.


여기 <나를 벗겨줘>의 셀린도 어쩌면 나와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거품이 빠진 듯한 나의 모습이 아니라 그 전에 옷이라고 하면 사족을 못 썼던 그 때의 내 모습과. 셀린은 물건을 고를 때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처럼 느끼듯 아주 신중하게 고르지만 결국 사는 것은 검정 스웨터같은 기본 아이템류다. 물건을 들고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자마자 후회를 하지만 다시 다른 상점에 가서 다른 아이템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자동인형처럼 손에 잡히는 대로 사게 되니까 점점 더 큰돈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거리를 사냥하는 것처럼 이 상점 저 상점을 섭렵해도 자신에게 만족을 주기 않기 때문에 셀린은 점점 쇼핑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서 저녁이 되어 모든 상점이 문을 닫을 때까지 그렇게 허무함과 후회로 동동대기만 했다.


나는 이제는 충동구매에서 많이 벗어났지만 (현금이나 카드를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충동적으로 물건을 살 수가 없다 - 내가 찾은 원시적인 충동구매 제어방법^^;) 셀린의 극에 달한 충동구매는 종종 나와 너무나 흡사해보여서 가슴을 덜컥 내려앉았다.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거의 골라서 골치아프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더럭 계산해버리는 것. 카드가 있다면 더욱 속전속결!! 점점 씀씀이가 커져도 나중에는 결제금액이 높아져도 아무런 경각심이 없는 것!!! 아무리 물건을 사도 만족을 못 느끼는 것!!!! 내 생활의 곳곳에서 셀린의 모습이 드러나서 조금은 아찔했다. 내가 그런 충동구매의 늪에 빠졌던 것은 스트레스 를 풀어보려고 했던 것이었지만 셀린의 경우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


이 책은 여러 군상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심리학자들이 그것의 원인에 대해서 분석해놓았다. 셀린의 경우는 정확한 정보가 없기에 잘은 모르지만 아직 독립적인 개체라는 인식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엄마와 가진 첫 관계의 경험이 잘못되었을 거라 이야기한다. 엄마와의 좋았던 기억이 있다면 안정감을 가지고 홀로 설 수 있겠지만 안정감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엄마와의 친근감을 옷을 통해서 갈구하고 있는 것이란다. 엄마와의 소중한 감정 교환을 기억 속에 보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녀는 끊임없이 강박관념을 가지고 계속해서 쇼핑을 해댈 것이라는데 사실 잘은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많은 중독증이 엄마와의 깨어진 관계에서 오는 것이란 말인가.


여기에는 쇼핑중독인 셀린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항상 검은 옷만 입는 피에르, 속옷에 탐닉하게 되는 여성, 서로 취향이 다르다고 친구 관계도 싹둑 잘라버리는 사춘기 소녀 클로에, 언니의 옷이 부러워 빌려입는 여동생, 새로운 옷차림을 통해 활력을 얻는 세실, 전통적인 옷차림을 이어가는 빅토르, 빨간색 뱀피 부츠를 신음으로 팜므 파탈이 되는 여성 등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런 인물들은 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들이지만 그것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놓은 내용은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떤 느낌이냐면 괜히 어려운 말로 나같은 범인을 현혹하여 뭔가를 얻어내려는 속셈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머리 쥐어뜯느라 힘들었지만 어찌되었던 새로운 분야를 휑~하니 둘러볼 수 있어서 그나마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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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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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봐도 나는 뭔가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면이 많은 것 같다. 음~ 같이 일하는 동료교사들도 나한테는 뭔가 이상해~란 말을 많이 하니까. 허나 나는 내가 이상하다는 게 거북스럽지 않다. 남들과 다르게 보고 느낀다는 것이 어찌보면 외롭고 쓸쓸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렇게 해서 남들과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괴짜 심리학>을 쓴 작가, 리처드 와이드먼은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마술에 매료되어서 최연소 마술사가 된 것도 모자라 마술의 속임수를 간파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신기해보여 심리학자가 되었다. 정말 다채로운 이력을 가졌다. ㅋㅋㅋ 그런 그가 정말 주류 심리학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독특한 주제 - 이를테면, 거짓말과 속임수, 미신과 초자연적인 현상, 암시가 선택에 미치는 영향 등 - 를 가지고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그래서 나온 책이 이 책이다.

 


이 책은 시간과 날짜의 심리학, 거짓말과 속임수의 심리학, 미신과 초자연의 심리학, 암시와 선택의 심리학, 유머와 웃음의 심리학, 이타성과 인간관계의 심리학,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실험과 결론이 마구 뒤엉켜있어 보여서 사실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각 장마다 주제가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미신에 대한 것이다. 나는 기독교인이라서 그런지 미신이라면 질색을 한다. 아니, 미신에 대해 질색을 하는 것은 딱히 기독교인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때부터였으니까 종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점을 치러 다니는 것을 워낙 싫어하다보니까 그게 종교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그게 점이든 그게 사주팔자든 아니면 미역국 먹으면 시험에 미끄러진다는 등의 미신이든 다~아 싫어한다. 누가 내 인생을 좌지우지 한다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 될뿐더러 그런 허섭쓰레기같은 몇 마디 말에 내가 벌벌 떨어야하는 것도 우습다. 그래서 시험날에 오히려 아침으로 미역국을 먹고 가고 바나나들 들고 다니며 먹고 13일의 금요일에는 더욱 크게 웃고 즐거워하고 초등 5학년때로 기억되는 화성연쇄살인사건 때 빨간 옷을 입은 여자 잡아간다고 했을 때 빨간 티셔츠에 빨간 바지와 빨간 구두(엄마가 입혀주신 대로 ^^;)로 맞춰입고 다니는 등 미신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더욱 애썼다.

 


내가 이렇게 한 것은 아마 나만의 성격 탓도 있을 것이다. 내가 원래는 소심해서 어른이 된 지금까지 본 공포영화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무서운 귀신 나오는 영화는 잘 못본다. 그런데도 학원에 불이 다 꺼져있으면 무섭다고들 하시는 동료선생님에게 나는 무섭지 않다고 큰소리친다. 사실 하나도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내가 단순해서 자기 암시가 잘 되는 편이기 때문에 안 무섭다고 미리 말을 해놔야 진짜 무섭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미신을 믿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약해질 것을 스스로 알기에 안 믿는다고 처음부터 못을 박아 놓았던 것이다. 진짜로 안 믿기도 하지만 왠지 불안해서 그것을 지키기 시작하면 한도 없을 테니까.

 


그런데 <괴짜심리학>에서 미신에 대해서 연구를 한다니까 내가 눈이 번쩍 뜨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ㅎㅎ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서구사람들이 정말 이성적으로 보이지만 정말 많은 미신을 믿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내가 알지도 못했던 미신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나무를 만지고, 검지와 중지를 꼬며, 사다리 아래로 지나가지 않는 것 등 신기한 게 많았다. 그런데 이런 미신들은 별로 해로운 것이 없지만 어떤 미신들은 훨씬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예를 들어, 13번지에 사는 사람들은 500중에 10%가 억세게 운이 나빠졌다고 보고했고, 매달 4일에 중국계와 일본계 미국인의 심장병 사망률이 백인 사망률보다 7%나 더 높게 나타났으며, ‘13일의 금요일’에는 교통흐름이 줄어들었으나 교통사고에 의한 부상이 평소보다 52%나 증가했다고 한다. 즉, 분명한 결론은 미신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19세기 말 윌리엄 파울러 대위는 뉴욕에서 ‘13클럽’을 만들어 운명을 시험해보기로 했단다. 매달 13일에 12명의 손님을 초대한 뒤 탁자 위에 소금을 쏟거나, 포크를 서로 교차시켜 놓거나, 실내에 우산을 펴놓는 등(나는 이것이 안 좋은 미신인 줄도 몰랐다 ㅡ,.ㅡ) 불운을 가져온다고 여겨지는 다양한 행동을 했다고 하는데, 이 클럽은 즉각 성공을 거두어 회원수가 수천명이나 불어났고 명예회원 중에는 다섯 명의 대통령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13클럽’ 회원들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역시 미신은 근거없는 믿음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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