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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in 맨해튼 1
에밀리 기핀 지음, 안은주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예전에도 칙릿소설을 한 번 만나보았다. 그때도 후회가 없었지만 지금 역시 그렇다. 사랑이야기에는 가슴 절절한 이야기도 있고 매력적이고 숨막히거나 유쾌한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은 가슴 절절하진 않지만 유쾌하고 어떤 때는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했다.
이 책의 주인공 클로디아는 매력있고 능력있는 편집장인데 그런 그녀가 사랑스런 벤이란 남자주인공을 만나 행복하게 알콩달콩 살았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이야기 끝~하고 말아버리면 소설이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이 가벼운 이야기에도 갈등이 존재한다. 그 갈등은 바로 ‘아기’다. 보통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기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혼일 때는 아기에 대해 관심이 없다가도 결혼을 하고 나면 대부분은 자신을 쏙 빼닮은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클로디아와 벤은 그 같은 대부분의 범주에 속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둘은 깊은 공감대를 가지고 사랑을 나누고 결혼까지 했던 것이다. 그런데 결혼한 지 2년쯤 되었을 때 벤이 갑자기 아기를 가지고 싶다고 하지 않는가. 여기서 보통 남편을 사랑한다면 그의 지키지 못할 약속(한 번도 손에 물 닿지 않게 해줄게 등)에 못이기는 척 동의해줄 텐데 역시 그녀는 주인공이다!!!!
클로디아가 아기에 대해서 반대를 하는 숨겨진 이유는 그녀가 사춘기일 때 엄마가 다른 매력적인 남자와 눈이 맞아 아이들과 아빠를 버리고 딴 살림을 차렸던 것에 있다. 그래서 첫째 모라 언니와 둘째 대프니 언니들은 결혼해서 아기를 갖거나 아니면 갖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유독 클로디아만은 아이를 가지고 나서 나쁜 엄마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정상적으로 보이는 모라와 대프니도 사실 숨겨진 문제가 있다. 모라에게는 남편이 적어도 두 번이상은 바람을 피웠다는 문제가 있어 그녀는 항상 어떤 남자의 아기를 낳느냐가 여성의 인생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혼을 해도 친부의 존재를 깨끗이 지울 수는 없는 것이니까. 특히 모라의 남편처럼 아이들에게 끔찍하게 잘할 때는 더욱더. 그리고 대프니에게는 아기가 생기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사랑하는 대상을 끔찍이도 원하는 그녀에게 그것만큼 치명적인 문제는 없었다. 임신에 대해서만 가치를 두기 때문에 부부의 대화도 그렇고 부부관계도 배란일을 기준으로 하게 되기에 부부 사이의 거리감이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는 것.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결코 결혼은 사랑만으로는 유지할 수가 없다. 다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거나 임신에 대한 강박증으로 부부관계를 망치고, 더 나아가 아기를 갖는 문제로 이혼까지 불사하는 것만을 보더라도 말이다.
벤과 클로디아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 둘은 서로의 피상적인 이야기만 나누고 서로의 의견이 좁혀지지가 않자, 갑작스럽게 이혼을 한다. 클로디아가 그냥 집을 나옴으로써 별거에 들어가고 그 후 이혼이 이루어진 것. 읽고 있는 나조차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진행되었기에 이혼이 이렇게나 깔끔하고 쌈박한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이 사람들이 미국인이기에 이런 반응을 하는 것인지, 원래 이 주인공들이 자기절제가 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같으면 이런 사유로 이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남자 쪽에서 해야 한다고 우기면 일단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리면서 내 마음을 - 얼마나 사랑하는지 - 다 까보이고 나서도 안되면 그 때서야 승복할지 말지이다. 적어도 1년은 끌어야 하지 않을까. 별거한 지 6주만 지나고 나서 무엇을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 둘 중 하나가 바람을 피운 것도,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기에 시급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혼문제에서 제일 끔찍한 것은 이혼은 덤덤하게 했는데 그 이후에, 아주 나중에 그를 너무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되는 것이지 않을까. 아직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이라면 다시 잘 해보자는 말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혼을 하고 난 후에 찾아가서 한 번만 기회를 더 달라고 할 수는 없지는 않은가. 나는 자존심이 좀 센 편이다. 특히 쓸데없는 자존심이. 친구와 싸웠을 때도 내가 먼저 미안해~란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그렇기에 이혼하고 나서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는 말은 절대 내가 먼저 꺼내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그런 이혼까지 갈 지경에까지 이르면 자존심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매달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때가 아니면 언제 자존심을 버릴 수 있겠는가. 그나마 자존심을 걸고서라도 사랑을 되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래도 남편이 내 마음을 짓밟고 가면 그건 내 인연이 아닌 거지. 흠흠.
클로디아와 벤이 아기 문제에 대해 타협할 수 없다는 것을 서로 알고(사실 내가 보기에는 그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을 것 같다^^;) 나서 벤이 술을 먹고 새벽 2시에 들어왔을 때도 클로디아는 술 처먹은(?) 그를 보자마자 화가 나지는 않고 끌어안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 그에게 빠져있었다. 그럼에도 서로 욕을 하고(부부싸움에서 한 번도 서로에게 욕을 해본 적은 없다니까 상당히 큰 일이다!!) 시위한다고 클로디아가 짐을 싸서 나가려고 하는데 벤이 잡아주기를 기다린다. 상당히 슬로모션으로 움직이면서 그가 미안하단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리지만 그는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당연하지. 이 때까지 욕을 한 적도 없다는데 욕까지 한 상황에 어느 누가 화가 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둘 다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집중하기 보다는 자존심을 너무 내세웠다. 그래도 자존심을 내세울 때 내더라도 절대 부부싸움을 할 때 짐 싸들고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을 클로디아는 몰랐을까. 이런 소재는 드라마에게 너무 나왔기 때문에 이제 나에겐 일반 상식이다. 이혼을 하고 싶지 않다면 때때로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넘으면 안 될 선까지 넘어서면 다시 화해를 한다고 해도 그 상처는 평생을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싸움을 할 때 아예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나는 사실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풀기 때문에 실제 부부싸움을 하게 될 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항상 이론으로는 빠삭하게 알고 있는데 실제 적용이 안 된다고나 할까.
어쨌든 이혼은 했지만 아직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계속되는 오해와 질투와 자존심 대결이 계속 된다. 벤에게 터커가 나타나고 그것을 보고 오해한 클로디아는 리처드를 만난다. 물론 이혼을 했으니까 상대방에 대한 예의나 의리를 지킬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사랑했던, 천생연분이라고 믿었던 상대에게 그렇게 쉽게 의를 저버릴 수 있을까. 마지막에는 클로디아도, 벤도 진정 사랑한다면 상대가 내 기분을 맞추어주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만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만,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해피앤딩으로 끝나지만 이 의문만은 진지하게 묻고 싶다. 설령 이혼을 했더라도, 쉽게 애인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소설에서는 상당히 자유로운 성(性)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그래서 그들이 행복할까. 문란하다든지 도덕적이지 않다고 하는 문제를 떠나서 나는 개인의 행복에 대해 묻고 싶다. 한 개인이 성적으로 타락한 것에 대해 내가 판단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과연 자신을 만족시켜주고 지속되는 충만한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 행위가 자신을 지속적으로 만족시켜주지 않고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도 의문이 남는다. 값싼 행복만을 추구하는 이유가 진정한 행복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 인간의 영적인 능력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요즘 내가 느끼는 것은 인간은 영적인 동물이라는 거다. 그냥 물질적인 조건만이 충족된다고 해서 행복할 수 없는, 정신적인 부분이 충족되어야 인간다운 삶을 살 수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의심스럽다면 모라의 인생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 난 ... 난 내 아기를 가져야 할 것 같아, 결국.
난 벤을 원해.
그래야 한다면, 벤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어. - 2권의 p. 150
우리가 맺었던 맹세는 깨졌고,
우리 둘을 이어주던 다리는 불타버렸지.
하지만 이 말만은 당신에게 하고 싶어, 클로디아....
나는 온 마음을 다해서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나 아기 없어도 돼. 당신과 함께하는 게 아니라면 아기는 원하지 않아.
당신 말고는 아무도 어느 것도 난 필요없어. - 2권의 p. 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