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클리닉 - 비뚤어진 조선사 상식 바로 세우기
김종성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극 드라마가 열풍이다. 예전에 한때를 풍미했던 <여인천하>나 <대장금>, <허준>에서부터 얼마 전에 대망의 막을 내린 <주몽>, <이산>은 말할 것도 없고 독특하게 현대적인 관점을 섞은 퓨전 사극 <쾌도 홍길동>까지 역사물들의 향연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사극이 대세다. 내 꼬마 친구들이 말하길 이런 대세에 발맞추어 텔레비전을 보지 못하게 하는 집에서도 사극만큼은 꼭 보게 해주기도 한다더라. 그만큼 사극드라마는 역사에 흥미를 느끼게 하기에도 좋고 알기 쉽게 역사를 이해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나는 시간이 없어 많이는 못 봤지만 과거의 모습을 영상으로 재현해내고 전문성이나 연기력까지, 더군다나 스타성까지 더해지니만큼 나 또한 너무나 좋아한다. 그런데 이런 사극드라마에 폐해는 없는 걸까? 사극드라마에서 줄거리를 좀더 흥미롭게 엮어가기 위해서 가상의 인물을 내세우거나 아니면 한 인물의 성격이나 인품을 아예 뒤바꾸기도 하는데 어찌 그 폐해가 없을까 싶다.

 

그래서 딴지를 건 책이 나왔다. 바로 추수밭에서 나온 <조선사 클리닉>은 제목 그대로 역사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으로 사극 및 역사 비평이란 새로운 분야를 선보인 저자 김종성이 친절하게도 사극에서는 이렇게 나왔지만 사실은 이렇답니다~하고 설명해준다. 총 362페이지로 된 책이라 그리 얇지는 않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읽어나가다보면 중학생부터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1장 다시 보는 조선사 상식][2장 뜻밖의 조선사 상식][3장 바로 읽는 조선사 상식][4장 미처 몰랐던 조선사 상식]으로 구분지어 놨기에 보고 싶은 부분만 쏙 골라 볼 수도 있게 되어 있다.

 

여기서 내게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 것을 꼽으라면 다음과 같다.

 

'청백리 신화'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세종 시절까지 50년 관직 생활에 18년 동안 영의정으로 있었던 황희 정승을 보면 정말 놀라울 뿐이다. 구전되는 세종대왕이 황희 정승의 집에 갔다가 너무 가난해서 상을 내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그가 그렇게까지 청렴결백했을까 하고 의아한 적이 많았었는데 그 속사정을 명쾌하게 풀어주었다. 영의정으로서 황희는 과전을 지급받았기 때문에 세종이 황희의 집을 방문했 때 그의 행색이 초라했을 수는 있을지언정 절대 가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그렇게까지 초라한 행색으로 꾸며야 했던 속 사정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왕권과 신권이 대립하는 시대였다. 여기서 신권, 즉 기득권 양반 관료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리가 바로 재상 직이었는데 왕권이 강력했던 명나라에서 재상 직을 폐지해버리는 일이 일어나자 기득권 양반 관료측에선 재상 직을 사수하기 위해 청렴하고 비교적 자기 세력이 별로 없는 사람을 내세울 필요가 있었다. 그 인물이 바로 황희였다. 황희는 고려가 멸망하자 조선 건국을 반대함으로써, 그리고 충녕대군보다 양녕대군을 지지함으로써 두 번이나 잘못된 선택을 했기에 지지 기반이 취약한 상태였다. 그래서 남에게 흠 잡힐 만한 행동을 해선 안되었기에 황희 개인적으로도 청렴한 생활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고, 양반 관료측에서는 그런 청렴함을 내세워 왕권에 대항해 신권을 지켜낼 수 있어서 안성맞춤이었고, 왕 입장에서도 자기 세력이 없는 사람을 재상으로 앉혀놓을 수 있어서 좋았던 세 박자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바로 '청백리 신화'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와 소설 속 홍길동은 어떻게 다른가?

 

얼마 전에 끝난 <쾌도 홍길동>을 보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역성혁명을 이루려고 하는 반군세력으로 나온다. 그러나 허균이 쓴 <홍길동전>은 단순 의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어느 것이 진실일까? 실제로는 드라마의 내용이 더 사실에 근접하다고 한다. 나는 실제로 홍길동이란 인물이 있었다는 말만 어렴풋이 들었고, 별로 좋지 못한 행동을 했다길래 산적이나 강도쯤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아니였다니, 이 부분을 보고 내 지식이 짧음을 알 수 있었다.

 

<연산군일기>에 따르면, 홍길동은 연산군 6년에 잡혔다고 하는데 그를 잡았다는 소식에 삼정승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세력을 형성했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홍길동은 관복을 입고 첨지라고 자칭하면서 어떤 정치적인 목표를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고위직 관료와 향촌 세력까지 그에게 가세했단 사실을 놓고 볼 때 그가 가진 사회적 영향력은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선조, 광해군 때의 허균은 그의 영향력을 도술 부리는 것으로 묘사했을 것이다. 어쩌면 역성 혁명을 이룰 수도 있었을 사람을 단순한 의적으로 묘사해놓은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다.

 

 

사극을 보면서 의아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이 책으로 보완하거나 조선 사회의 모습을 자세하게 알고 싶으면 이 책을 보면 좋을 듯 싶다. 막연하게 왕이 있고 신하들이 그에게 굽신거리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조선 시대가 사실은 좀더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큰 소득이었다. 책을 덮으면서 왕이면 뭐든지 다 좋을 거라 생각했던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며 쓴웃음을 지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은 쥐뿔도 모르면서 사막을 사랑하는 나는, 제목이 '사하라'라는 이 책을 껍데기만 보고서 냉큼 잡아채가지고 왔다. 사막하면 강인하면서도 아름답고 혹독하면서도 평온하단 막연한 이미지에 사로잡혀 꼭 한번으로 가고 말테야 하며 벼르던 터이라 당연한 반응일테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가 상상해왔던 여행기의 낭만이나 동경이란 감정은 싸그리 짓밟혀졌다. 유쾌하다가도 짜증도 나고 심지어는 두렵기까지 한 여행일기를 보는데 어찌 그런 생각이 안 들겠냔 말이다. 

 

그런데다 싼마오란 저자는 중국에서 아주 유명한 작가라고 하던데 나로선 처음이니 그 첫 만남이 얼마나 어색했겠나(난 나만 따 시키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책 표지에 있는 그녀의 사진을 보고선 진짜 미인이란 생각밖에는 안들었다. (사실 내가 미인들을 질투하긴 한다...). 게다가 79년에 -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 보내고 다시 91년에 자살까지 했다니 그녀의 작품 전반에 깔려있는 우울한 성향은 나랑은 극도로 상극이다. 물론 나도 우울증을 겪었고, 요즘에도 잠을 못 자는 터라 일상 생활에까지 지장을 받기까지 하지만 그녀의 우울처럼 깊은 심연에까지 도달하지는 않으니. 기본적으로 단순하고 하나만 충족되면 다른 건 바라지도 않는 요런 복 받은 성격이 어디 있을꼬. 그런데 싼마오는 약한 체질에 유복하게 태어나 이해심 많은 부모 밑에서 자랐고 획일적인 교육제도 때문에 힘든 소녀시절을 보내다가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가정 교육을 받았다니 강인한 사람은 아니다 싶다. 그러고 보니 내가 듣기론 유복한 사람들이 우울증에 많이 걸린다던데 유복한 것과 우울증이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싼마오가 우울증에 걸렸단 보장은 없지만.

 

어쨌거나 그녀의 일기는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편히 살 수 있는 집 놔두고 왜 그리 사서 고생을 할까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어떤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 봉사라든가 나눔, 의료적인 혜택 등등 같은 - 그저 사하라가 '좋아서' 그런 개고생을 해야 했다니 참 여러 의미로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나를 짜증나게 했던 이야기는 <사막의 이웃들>이었는데 수저 하나, 전구 하나, 양파 하나, 솜, 휘발유 한 통, 헤어드라이어, 다리미, 못, 전깃줄 등등 없는 것 빼놓곤 있는 건 다 빌려가는 사막의 이웃들의 모습이 정말 짜증났었다. 진짜 없이 살아서 그렇게 빌린 것이라면 말도 안 하지. 자기들도 살 여력이 충분히 되는데도 싼마오와 호세가 쉽게 빌려주니까, 그리고 이방인이니까 마음껏 이용해 먹으려고 하는 그들의 심보가 고약했다. 싼마오가 내 친구도 아닌데 왜 이러지? 하면서도 읽는 내내 치밀어 오른 짜증을 감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러니 읽기가 얼마나 힘겹겠어? 사실 서평 쓰려고 마음을 다잡는데 일주일이 걸렸으니 말 다 했다.  

 

그래도 이런 여행일기에도 재미있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제일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꼽으라면 제일 처음에 나오는 <사막의 중국반점>과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였다. 먼저 <사막의 중국반점>은 중국에서 보내는 여러 식재료를 이용해 맛난 중국음식을 선보이니까 남편인 호세와 그의 동료, 심지어는 사장 부부까지 정신을 못차린다는 내용이여서 단순한 서양의 요리보다는 동양의 맛깔스런 당면이나 오이, 김 등이 너무 자랑스러웠다고나 할까. 그리고 스페인 사람인 호세의 생각을 알 수 있어 즐거웠다. 오이를 죽순으로 둔갑시켜 맛난 음식을 만들어낸 싼마오의 대범함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또한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는 운전은 할 줄 알지만 면허증은 없는 싼마오가 운전면허증을 따는 내용인데 정말 유쾌했다. 그녀가 무사히 운전 면허를 따는 것도 재미가 있었지만 중간에 끼여있는 내용이 더 유쾌했다. 싼마오가 운전 면허 시험을 등록하려는데 경찰관 두 명이 와서 운전한 것을 봤다고 시비를 걸 때마다 멋지게 해결해내는 그녀의 대담성은 정말 나처럼 소심한 사람이 꼭 배울만은 하다.

 

평일엔 사라위족의 풍습을 탐구하면서 보내거나 아픈 사람이 있으면 약을 나눠주면서 지내다가 주말이면 호세랑 같이 사막을 탐사하러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세상을 경험하는 싼마오, 호세 부부의 이야기는 정말 부럽기도 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런데 알콩달콩 여러 우여곡절을 무사히 이겨낸 싼마오 부부에 대한 이야기에는 그들의 기행을 마음껏 응원해주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만약 그들이 백년해로 하다가 대대손손 자손을 남겼더라면 그들의 기행이 한낱 젊은 날의 객기로 치부될 수 있었을 텐데 아주 뒤에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호세는 사고로 죽고 싼마오는 자살해서 죽었다는 사실을 두고 볼 때 정말 위험천만한 일들이 일어나면 내가 먼저 겁에 질려 버렸다. 특히 <황야의 밤>이나 <죽음의 부적>을 볼 땐 정말 이건 아니다 싶었다. 물론 살다보면 강도나 못된 사람을 만날 수도 있을 거고, 기상천외한 믿기 어려운 일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쯤이야 나도 알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오싹했다고나 할까. 결국 그 주인공들이 죽었으니. 별로 아름다운 내용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정말 슬프고도 감당 안되는 여행기가 아닌가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대로 된 혁명 - 로렌스 시선집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류점석 옮김 / 아우라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D.H. 로렌스의 외설 시비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채털리 부인의 사랑』과 그외의『아들과 연인』『무지개』『연애하는 여인들』등을 아쉽게도 아직 난 보지 못했다. 그런데 그의 시선집을 보고 나니 왜 외설 시비가 있었을지 상상이 간다. 시에서도 농익은 듯한 에로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으니 소설이랴 더 말해봐야 무엇하겠나. 사실은 이 시선집을 보기 전에 책 뒷장에 있는 해설집을 보고선 그의 일생이나 그의 작품에 더욱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로렌스가 과거 자신의 프랑스어 선생의 부인이던 여섯 살 연상 프리다 폰 리히트호펜 위클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 배경을 이해하고 나니까 그의 시 전반에 흐르는 이상기운을 손쉽게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위의 눈총을 못 이겨 그들은 대륙으로 도망치고, 프리다의 이혼이 마무리된 즉시 결혼을 했지만 세 아이를 버리고 선택한 사랑이기에 그 사랑이 얼마나 파장을 일으켰을지 눈에 선하다. 그런 결함을 안고 시작한 사랑이기에 내가 상상했던 편안하고 아득하고 보호받는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위험하고 날카롭고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는 사랑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겠지. 로렌스의 시를 보면 사랑을 하면서도 아쉽고 불안하고 심지어는 원망에 섞인 탄식까지 들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녀가 뒤돌아본다>를 보면 사랑하는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생각하는 모성애는 저주해야 마땅할 감정이 되었고,

 

롯의 아내! ----- 아내가 아닌 어머니. / 난 당신의 모성에 악담 퍼붓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소. / 저주받아 소금기둥이 된 당신. / 난 당산으로 인하여 모성을 저주하게 되었지 / 욕먹어 마땅한 이기적인 모성이여! /

 

<어둠속에서>를 보면 상대에게 느낀 사랑이 마력으로 작용하여 자신을 홀렸다고 비난하고,

 

"당신 뭣하러 창가로 갔소? 왜 잠들지 못하오? / 어떻게 날 깨웠소? ----- 아니 왜, 왜 울고 있소?" / "나는 당신이 두려워요, 정말, 정말로 두려워요! / 당신에겐 날 허물어뜨리는 뭔가가 있어요--------!" / "당신은 꿈을 꾸었고 아직 잠에서 덜 깼소, 이리 내게로 와요." / "아뇨, 난 개어 있어요. 당신, 당신은 잔인해요." /

 

<메달의 양면>을 보면 사랑 때문에 증오한다고 당당하게 선언하기도 하고,

 

당신은 날 사랑하기에 / 날 증오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요? / 하하! 당신은 날 지극히 / 사랑하기에 / 날 극도로 증오할 수도 있는 법. / ...(중략)... / 의심할 여지 없이 나 이승을 하직하면 나를 따라 / 당신도 죽음의 세계를 찾는 건 필연 / 하지만 당신의 사랑보다 증오가 더 거세게 분출되지 않을까요? / 격정에 싸여 끝 모를 당신의 증오가? /

 

<그녀도 내게 그렇게 말했다>에서는 사랑하는 그녀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버럭대기도 한다.

 

"날 감촉하려고도 감상하려고도 하지 말아요. / 그건 일종의 추행일 수 있으니까. / 울타리에 있는 족제비를 쓰다듬기 전 당신은 두 번 생각해야 했어요. / ...(중략)... / 내겐 당신을 주저케 하는 게 아무것도 없나요? / 진실로 그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어요. / 그런데 왜 당신은 내 안에 도사린 그것들을 무시하나요?----" /

 

하지만 이 모든 감정은 사랑이 너무 강해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 가정을 깰 정도의 사랑을 서로 느꼈다면 그것은 바로 운명이 아닐까. 그렇다고 내가 가정을 깨는 사랑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운명적인 사랑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운명적인 사랑이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인간은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사랑을 끊임없이 원망하고, 끊임없이 증오하고, 끊임없이 불안에 떨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이 사랑에도 분명 아름답고 황홀하기 때문에 그런 어두운 감정이 배가 되어 다가올 테지.

 

<동자꽃>에선 사랑의 환희가 있고,

 

사랑의 빛은 불타오른다. / 수줍게 웃으며 동자꽃 꽃술 장밋빛 그늘에서 사랑의 전쟁 무르익고 있기에. /

 

<봉인 일곱 개>에선 사랑을 보호하려고 하고,

 

무쇠 키스로 만든 강철 키스 갑옷을 그대에게 입혀 / 어떤 유혹에도 그대 쓰러지지 않게 할 거에요.  / ...(중략)... / 각각에 강력한 봉인 붙여진 채. 그리하여 내 불굴의 의지로 / 엮은 사슬 그댈 철저히 휘감는다오, 결코 포기하지 않는 내 안에서. /

 

<디종의 영광>에선 사랑하는 그댈 노란 장미에 빗대어 묘사하기도 하고,

 

아침 햇살이 머물러 / 어깨 위에서 하얗게 반짝이고 / 그녀의 몸 선을 타고 흐르는 농염한 황금빛 그림자는 / 그녀가 스펀지를 집으려 허리를 굽힐 때 / 불타오르고, 출렁이는 젖가슴은 요동친다. / 활짝 핀 노란 장미 / '디종의 영광'처럼. /

 

<아침 식탁에 놓인 장미꽃>에선 사랑의 기쁨을 나누는 것처럼 말이다.

 

테이블 맞은편에서 그녀 날 보고 웃으며 말한다. / 내가 아름답다고. 나 그 흩어진 장미꽃잎을 보며 / 불현듯 깨닫는다, 내 안에 있듯 그들 안에 있는 / 새날이 캐낸 자아 얼마나 멋진가를. /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기에 그런 운명적인 사랑을 했을런지는 끝내 알 수가 없지만 그런 격동의 삶을 살아낸 아주 아름다운 시을 읽었다. 모호하고 잡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시가 이렇게 선연하게 다가오기는 또 처음인 것 같다. 아마도 사랑이 그런 영향을 끼치는 것이겠지. 상상하기도 조차 어려운 사랑을 이렇게 알기 쉽게 표현해준 그의 표현에 새삼 감탄한다. 그러나 그의 시엔 사랑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힘들고 우울했던 그의 삶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그 시를 태우다가 친구의 만류에 반만 남은 그 시를 보면 없어진 그 부분이 더욱 큰 울림을 주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상처>

 

섬망에 빠진 여인이 분노를 토하는 호리한 회초리 소리, 휘감아 생채기를 내는 / 가죽 허리띠의 험악한 소리. 드디어 그 소리, 선혈이 낭자한 / 침묵에 다른 소리 잠재운다. 물푸레나무의 비명 거센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의 프로젝트 - 당신은 왜 바쁜가? 세상에서 가장 알기 쉬운 꿈 실현법
야마자키 다쿠미 지음, 이수경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상당히 특이한 책이다. 자기계발서이라지만 오히려 사진첩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너무도 앙증맞고 감각적인 책!!

 

하지만 자기 할 일은 제대로 해내는 아주 기특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뭔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목표><순서><실행><검증>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놨다. 알아보기 쉽게 쏙쏙 들어오기까지 하니 아무래도 영상 세대인 요즘 사람들을 위한 맞춤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다 좋은 글귀를 뽑다보니까 책 한 권이 다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주옥같은 경구가 많다. 명언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짧고도 강한 영향을 발휘한다. 아마도 저자는 이런 글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생각에 생각을 더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람은 상황이 '지금보다 나빠질 것'에 공포를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보다 좋아질 것'에도 두려움을 느낀다.

우선 자신이 아주 조금만 변하는 것을 허락해 주기 바란다.

근거도 자신감도 필요없다.

멋진 일은 언제나 간단히 일어나니까.

 

<목표> 편 :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

 

목표를 찾기 위해선 가장 먼저 인생의 주인공되어야 한다. 내가 무엇에 설레이는지,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묻고 쓰고 대화하고 다른 사람의 꿈을 참고하면서 찾아다녀야 한다. 많이 표현하면 할수록 내 꿈과 비전이 드러나기 마련이기에 꼭 나와의 대화시간을 가져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어떤 것은 재빨리 소멸할 수도 있지만 어떤 것은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어 점점 커지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결승선을 확실하게 정할 것을 요구했다. 단순히 '이미지'를 정하지 말고 하나의 '사실'로 정하는 것이 보다 구체적이고 실행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회사의 분위기를 밝게 한다'는 이미지보다 '모든 사원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한다'는 사실이 훨씬 더 구체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나만의 규칙이 있어야 한다. 쉬는 것은 자유지만 납기만큼은 지켜야 하고, 속도는 추구하지만 일은 대충하지 않는 그런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기준이 있을 때 보다 확실한 일처리가 되고 남들에게 인정을 받을 것임은 분명하다.

 

<순서>편 :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선 먼저 운이나 우연에 의존하지 말고 할 일을 조사해야 한다. 그것은 실패하는 원인의 대부분이 '결승선까지의 준비'도 없이 착수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사를 시작하면 1) 해야할 일을 빠뜨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2) 프로젝트 전체를 꿰뚫어볼 수 있기에 하나의 작업의 영향력을 알 수 있고 3) 작업을 분담할 수 있고 4) 예산과 작업량, 소요시간을 예측할 수 쉽고 5) 일손이나 예산을 원할 때 남을 설득하기 쉽기에 꼭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해야 할 일부터 누락과 중복을 없애고 로직트리를 이용해 할 일을 나누고 마감일을 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대책을 세우면 대략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설계가 나온다. 이 과정은 일의 순서이기 때문에 실제 일을 착수했을 때를 상상하면서 조율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계속 생각하다보면 항상 덧불일 무언가가 나오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하면 일의 형태가 잡히게 된다. 그러고 나면 이젠 움직일 수 있다...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다. 성공은 반드시 실패의 연장선 위에 존재한다.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시작도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

 

<실행>편 : 어떻게 움직일까?

 

일을 시작할 땐 산적해있는 '해야 할 일'에 깔려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우선 그것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 후엔 동료들과 자주 만나서 마음을 터놔야 한다. 내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무엇을 전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였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일을 함에 있어서 한 몸처럼 움직일 수가 있다.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을 땐 우선 그것이 '이미지'인지 '사실'인지를 분명히 해서 사실을 해결하면 된다.

 

<검증>편 : 결과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사람은 평가받으면서 성장하는 동물이다. 우연이었더라도 결과를 낸 사람은 꼭 칭찬하고, 결과를 내지 못했어도 실력이 있는 사람도 꼭 칭찬하고, 결과나 실력이 따르지 않아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사람도 꼭 칭찬해야 한다. 그런 다음 결과에서 배워야 한다. 목표한 결과가 나왔는지, 목표를 중간에 바꾸지 않았는지, 예산이 초과하지 않았는지, 예산 분배가 잘 되었는지, 예산을 더 줄일 순 없었는지, 날짜를 지켰는지 등 모든 것을 평가해본다. 마지막으로 그 다음엔 어떤 프로젝트를 할 것인지를 정한다. 여기에서 위험한 것은 한 번 경험했기에 더 규모가 큰 것을 하게끔 되는데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흐름을 바꿀 카드는 찾아오지 않는다. 이미 내 손 안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도처에서 즐거운 일이 넘쳐난다.

눈을 한 곳에 집중시키면 반드시 찾을 수 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척하라.

살다 보면 멋진 일이 언제나 간단히 일어난다.

의식의 손을 미래로 뻗어 되고 싶은 자신을 만져보기를 바란다.

당신이 받은 인생 최고의 선물은 '인생을 즐겨도 좋다'는 권리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참견쟁이 신들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7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촌철살인'이란 성어는 바로 호시 신이치를 두고 하는 말일 게다. 정말 짧은 이야기 하나로 사람을 웃기게도, 곰곰히 생각해보게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무엇을 말하려고 하든 그의 의도를 벗어남이 없이 분명히 전달하는 그의 능력은 의사소통이 너무나 중요해진 이 때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그 안에서 감동과 교훈을 찾아내는 것도 독서의 즐거움 중에 하나이겠만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빨리 보면서 그 의미를 되씹을 수 있는, 읽는 시간은 짧지만 오래가는 감동의 여운을 갖는 것도 독서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또 하나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 그의 작품을 다시 들었다.

 

이젠 표제는 따로 붙이는지 소설 속에서 '참견쟁이 신들'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역시나 내 마음을 유쾌하게 해주는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 보는 내내 즐거웠다. 특히나 예상했던 결말이 나오지 않고 반전드라마를 보여주는 그의 재치에 또 한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신의 도움으로 좋은 일만 일어나서 좋을 줄만 알았더니 사실은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는 <웃는 얼굴의 신>이나 아내의 부정 덕분에 목숨을 건지게 되는 <현대의 미담>, 과도한 서비스로 물건을 파는 경쟁사의 이야기에서 생각을 역전시킴으로써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서비스>, 술김에 일어난 충동으로 사장의 돈을 훔쳤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을 하게 된 <우발적 충동>, 장수할 수 있는 고대의 비법으로 현대인들의 습관을 날카롭게 꼬집은 <고대의 비법>, 결혼 문제 때문에 자살하려던 여성의 이야기를 담긴 <죽음의 무대>, 행운을 가져다주는 부적이 나름 행운을 주려고 노력하지만 인간들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마스코트>, 세금이 싫어서 돈을 적게 받지만 상당히 호화롭게 살아가는 샐러리맨의 이야기로 정부와 시민의 역할을 다시 되새기게 하는 <세금 싫어!>, 눈에 튀지 않으려고 했던 행동들이 오히려 눈에 더 튀게 되는 <보호색>, 한 부자가 돈을 벌기 위해선 조그만 기회조차 그냥 놓쳐버리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기회>, 단조로운 생활이 싫어서 새로운 별을 찾아나서는 우주선의 안쓰런 이야기를 담은 <미지의 별을 향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영화배우 이야기 <어느 날 밤에 일어난 사건>, 드라마 내용을 외워 알리바이를 만들려던 한 도둑의 어이없는 체포이야기 <중요한 장면>, 조그만 암시에 걸려 인생을 망친 어떤 남자 이야기를 담은 <4일 동안 일어난 일>, 젊은 아내를 사랑해 먹기 싫은 약을 꾸준히 먹는 부자 남편 이야기 <효과>까지 반전도 예술이지만 내 마음에 속 든 이야기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짧고 등장인물 묘사가 없는 것이 너무 어색해서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도 정말 힘들었는데 요즘엔 계속 머릿속에 이 이야기가 맴돈다.  멍하니 있다가도 하나의 이야기가 떠오르면 키득키득은 아니여도 입가에 피식~ 미소가 떠오르는 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이런 호시 신이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그 안에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 나열한 것도 아이러니가 있는 것 중에 내 마음에 드는 건만 추스린 것인데 정말 너무 많다. 뻔한 이야기가 뻔한 상황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하는데 호시 신이치는 아이러니를 구사하는 대표적인 작가다. 작가는 독자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법한 내용을 가장 신선하고 새롭게 전달해주어야 하는 게 분명한데 그러한 점에서 호신 신이치는 만점을 받을 만하지 않을까. 특히나 요번 이야기에는 작가 나카지마 아즈사의 해설이 정말 남다르다. 호시 신이치의 소설을 독이라고 표현한 그의 말처럼 나도 그 독에 중독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원래 SF라는 것은 '무서운 것'입니다. 그것은 당신이 보고 있는 지금의 눈앞의 현실을 갑자기 불확실한 의혹이나 공포의 한 가운데로 밀어 넣습니다...(중략)...한번 SF라는 색안경을 끼고 세상의 삼라만상을 보는 맛을 들이면...(중략)...그것을 보지 못했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됩니다...(중략)...호시 신이치 씨가 백팔 만화경으로 보여주는 우주, 그것은 잘 생각해 보면 하늘도 땅도 허락하지 않는 악마의 웃음, 단순한 풍자라던가 유머로 치부하기에는 그 본래의 독기가 너무나 강한 독, 바로 그것이 아닐까요?...(중략)...쇼트 쇼트라는 형식은 그의 내부에 있는 SF를 목으로 넘어가게 하기 위한 캡슐에 불과한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 나카지마 아즈사(작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