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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은 쥐뿔도 모르면서 사막을 사랑하는 나는, 제목이 '사하라'라는 이 책을 껍데기만 보고서 냉큼 잡아채가지고 왔다. 사막하면 강인하면서도 아름답고 혹독하면서도 평온하단 막연한 이미지에 사로잡혀 꼭 한번으로 가고 말테야 하며 벼르던 터이라 당연한 반응일테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가 상상해왔던 여행기의 낭만이나 동경이란 감정은 싸그리 짓밟혀졌다. 유쾌하다가도 짜증도 나고 심지어는 두렵기까지 한 여행일기를 보는데 어찌 그런 생각이 안 들겠냔 말이다.
그런데다 싼마오란 저자는 중국에서 아주 유명한 작가라고 하던데 나로선 처음이니 그 첫 만남이 얼마나 어색했겠나(난 나만 따 시키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책 표지에 있는 그녀의 사진을 보고선 진짜 미인이란 생각밖에는 안들었다. (사실 내가 미인들을 질투하긴 한다...). 게다가 79년에 -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 보내고 다시 91년에 자살까지 했다니 그녀의 작품 전반에 깔려있는 우울한 성향은 나랑은 극도로 상극이다. 물론 나도 우울증을 겪었고, 요즘에도 잠을 못 자는 터라 일상 생활에까지 지장을 받기까지 하지만 그녀의 우울처럼 깊은 심연에까지 도달하지는 않으니. 기본적으로 단순하고 하나만 충족되면 다른 건 바라지도 않는 요런 복 받은 성격이 어디 있을꼬. 그런데 싼마오는 약한 체질에 유복하게 태어나 이해심 많은 부모 밑에서 자랐고 획일적인 교육제도 때문에 힘든 소녀시절을 보내다가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가정 교육을 받았다니 강인한 사람은 아니다 싶다. 그러고 보니 내가 듣기론 유복한 사람들이 우울증에 많이 걸린다던데 유복한 것과 우울증이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싼마오가 우울증에 걸렸단 보장은 없지만.
어쨌거나 그녀의 일기는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편히 살 수 있는 집 놔두고 왜 그리 사서 고생을 할까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어떤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 봉사라든가 나눔, 의료적인 혜택 등등 같은 - 그저 사하라가 '좋아서' 그런 개고생을 해야 했다니 참 여러 의미로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나를 짜증나게 했던 이야기는 <사막의 이웃들>이었는데 수저 하나, 전구 하나, 양파 하나, 솜, 휘발유 한 통, 헤어드라이어, 다리미, 못, 전깃줄 등등 없는 것 빼놓곤 있는 건 다 빌려가는 사막의 이웃들의 모습이 정말 짜증났었다. 진짜 없이 살아서 그렇게 빌린 것이라면 말도 안 하지. 자기들도 살 여력이 충분히 되는데도 싼마오와 호세가 쉽게 빌려주니까, 그리고 이방인이니까 마음껏 이용해 먹으려고 하는 그들의 심보가 고약했다. 싼마오가 내 친구도 아닌데 왜 이러지? 하면서도 읽는 내내 치밀어 오른 짜증을 감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러니 읽기가 얼마나 힘겹겠어? 사실 서평 쓰려고 마음을 다잡는데 일주일이 걸렸으니 말 다 했다.
그래도 이런 여행일기에도 재미있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제일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꼽으라면 제일 처음에 나오는 <사막의 중국반점>과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였다. 먼저 <사막의 중국반점>은 중국에서 보내는 여러 식재료를 이용해 맛난 중국음식을 선보이니까 남편인 호세와 그의 동료, 심지어는 사장 부부까지 정신을 못차린다는 내용이여서 단순한 서양의 요리보다는 동양의 맛깔스런 당면이나 오이, 김 등이 너무 자랑스러웠다고나 할까. 그리고 스페인 사람인 호세의 생각을 알 수 있어 즐거웠다. 오이를 죽순으로 둔갑시켜 맛난 음식을 만들어낸 싼마오의 대범함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또한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는 운전은 할 줄 알지만 면허증은 없는 싼마오가 운전면허증을 따는 내용인데 정말 유쾌했다. 그녀가 무사히 운전 면허를 따는 것도 재미가 있었지만 중간에 끼여있는 내용이 더 유쾌했다. 싼마오가 운전 면허 시험을 등록하려는데 경찰관 두 명이 와서 운전한 것을 봤다고 시비를 걸 때마다 멋지게 해결해내는 그녀의 대담성은 정말 나처럼 소심한 사람이 꼭 배울만은 하다.
평일엔 사라위족의 풍습을 탐구하면서 보내거나 아픈 사람이 있으면 약을 나눠주면서 지내다가 주말이면 호세랑 같이 사막을 탐사하러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세상을 경험하는 싼마오, 호세 부부의 이야기는 정말 부럽기도 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런데 알콩달콩 여러 우여곡절을 무사히 이겨낸 싼마오 부부에 대한 이야기에는 그들의 기행을 마음껏 응원해주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만약 그들이 백년해로 하다가 대대손손 자손을 남겼더라면 그들의 기행이 한낱 젊은 날의 객기로 치부될 수 있었을 텐데 아주 뒤에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호세는 사고로 죽고 싼마오는 자살해서 죽었다는 사실을 두고 볼 때 정말 위험천만한 일들이 일어나면 내가 먼저 겁에 질려 버렸다. 특히 <황야의 밤>이나 <죽음의 부적>을 볼 땐 정말 이건 아니다 싶었다. 물론 살다보면 강도나 못된 사람을 만날 수도 있을 거고, 기상천외한 믿기 어려운 일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쯤이야 나도 알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오싹했다고나 할까. 결국 그 주인공들이 죽었으니. 별로 아름다운 내용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정말 슬프고도 감당 안되는 여행기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