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클리닉 - 비뚤어진 조선사 상식 바로 세우기
김종성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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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드라마가 열풍이다. 예전에 한때를 풍미했던 <여인천하>나 <대장금>, <허준>에서부터 얼마 전에 대망의 막을 내린 <주몽>, <이산>은 말할 것도 없고 독특하게 현대적인 관점을 섞은 퓨전 사극 <쾌도 홍길동>까지 역사물들의 향연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사극이 대세다. 내 꼬마 친구들이 말하길 이런 대세에 발맞추어 텔레비전을 보지 못하게 하는 집에서도 사극만큼은 꼭 보게 해주기도 한다더라. 그만큼 사극드라마는 역사에 흥미를 느끼게 하기에도 좋고 알기 쉽게 역사를 이해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나는 시간이 없어 많이는 못 봤지만 과거의 모습을 영상으로 재현해내고 전문성이나 연기력까지, 더군다나 스타성까지 더해지니만큼 나 또한 너무나 좋아한다. 그런데 이런 사극드라마에 폐해는 없는 걸까? 사극드라마에서 줄거리를 좀더 흥미롭게 엮어가기 위해서 가상의 인물을 내세우거나 아니면 한 인물의 성격이나 인품을 아예 뒤바꾸기도 하는데 어찌 그 폐해가 없을까 싶다.

 

그래서 딴지를 건 책이 나왔다. 바로 추수밭에서 나온 <조선사 클리닉>은 제목 그대로 역사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으로 사극 및 역사 비평이란 새로운 분야를 선보인 저자 김종성이 친절하게도 사극에서는 이렇게 나왔지만 사실은 이렇답니다~하고 설명해준다. 총 362페이지로 된 책이라 그리 얇지는 않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읽어나가다보면 중학생부터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1장 다시 보는 조선사 상식][2장 뜻밖의 조선사 상식][3장 바로 읽는 조선사 상식][4장 미처 몰랐던 조선사 상식]으로 구분지어 놨기에 보고 싶은 부분만 쏙 골라 볼 수도 있게 되어 있다.

 

여기서 내게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 것을 꼽으라면 다음과 같다.

 

'청백리 신화'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세종 시절까지 50년 관직 생활에 18년 동안 영의정으로 있었던 황희 정승을 보면 정말 놀라울 뿐이다. 구전되는 세종대왕이 황희 정승의 집에 갔다가 너무 가난해서 상을 내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그가 그렇게까지 청렴결백했을까 하고 의아한 적이 많았었는데 그 속사정을 명쾌하게 풀어주었다. 영의정으로서 황희는 과전을 지급받았기 때문에 세종이 황희의 집을 방문했 때 그의 행색이 초라했을 수는 있을지언정 절대 가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그렇게까지 초라한 행색으로 꾸며야 했던 속 사정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왕권과 신권이 대립하는 시대였다. 여기서 신권, 즉 기득권 양반 관료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리가 바로 재상 직이었는데 왕권이 강력했던 명나라에서 재상 직을 폐지해버리는 일이 일어나자 기득권 양반 관료측에선 재상 직을 사수하기 위해 청렴하고 비교적 자기 세력이 별로 없는 사람을 내세울 필요가 있었다. 그 인물이 바로 황희였다. 황희는 고려가 멸망하자 조선 건국을 반대함으로써, 그리고 충녕대군보다 양녕대군을 지지함으로써 두 번이나 잘못된 선택을 했기에 지지 기반이 취약한 상태였다. 그래서 남에게 흠 잡힐 만한 행동을 해선 안되었기에 황희 개인적으로도 청렴한 생활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고, 양반 관료측에서는 그런 청렴함을 내세워 왕권에 대항해 신권을 지켜낼 수 있어서 안성맞춤이었고, 왕 입장에서도 자기 세력이 없는 사람을 재상으로 앉혀놓을 수 있어서 좋았던 세 박자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바로 '청백리 신화'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와 소설 속 홍길동은 어떻게 다른가?

 

얼마 전에 끝난 <쾌도 홍길동>을 보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역성혁명을 이루려고 하는 반군세력으로 나온다. 그러나 허균이 쓴 <홍길동전>은 단순 의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어느 것이 진실일까? 실제로는 드라마의 내용이 더 사실에 근접하다고 한다. 나는 실제로 홍길동이란 인물이 있었다는 말만 어렴풋이 들었고, 별로 좋지 못한 행동을 했다길래 산적이나 강도쯤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아니였다니, 이 부분을 보고 내 지식이 짧음을 알 수 있었다.

 

<연산군일기>에 따르면, 홍길동은 연산군 6년에 잡혔다고 하는데 그를 잡았다는 소식에 삼정승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세력을 형성했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홍길동은 관복을 입고 첨지라고 자칭하면서 어떤 정치적인 목표를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고위직 관료와 향촌 세력까지 그에게 가세했단 사실을 놓고 볼 때 그가 가진 사회적 영향력은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선조, 광해군 때의 허균은 그의 영향력을 도술 부리는 것으로 묘사했을 것이다. 어쩌면 역성 혁명을 이룰 수도 있었을 사람을 단순한 의적으로 묘사해놓은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다.

 

 

사극을 보면서 의아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이 책으로 보완하거나 조선 사회의 모습을 자세하게 알고 싶으면 이 책을 보면 좋을 듯 싶다. 막연하게 왕이 있고 신하들이 그에게 굽신거리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조선 시대가 사실은 좀더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큰 소득이었다. 책을 덮으면서 왕이면 뭐든지 다 좋을 거라 생각했던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며 쓴웃음을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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