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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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완전히 우리 옛날 사진관처럼 허름하고 찌그덩 소리가 날 듯한 풍경이다. 바로 우리 네 마음 속에 있는 고향사진관...

이런 사진관이 표지와 제목으로 나왔으면 뭔가 사연이 있음직하겠지?

그것은 바로 주인공 용준이네 아버지가 하시는 사진관이 이 고향사진관이다. 그런데...

용준이네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그 가업을 갓 군대 제대한 용준이가 맡아하게 되는 걸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까지는 정말 부럽다, 직장 구하지 않아도 되니 속편하겠네~ 등등 다양한 사심들이 나올 수 있지만,

여기 있는 우리의 서. 용. 준. 을 이해하려면 여기서부터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왜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는 것이 용준이에게 짐이 되었는지....

왜 그런 답답함이 용준이를 힘들게 했는지....

고향사진관 외에 가지고 있던 예식장도 운영해야 했는데 일 끝나면 바로 친구들이랑 술만 쳐먹고 다니는,

정말 속 편한 놈이란 소리를 들든 말든 그의 속은 왜 문들어졌는지...

바로 그것을 알아야지, 이 이야기가 더 쉽게 와닿을 것이다.

 

달성 서 씨 집안에 장남, 서용준은,

위로는 누나 둘, 아래로는 여동생 하나, 남동생 하나를 둔 가장이 되었다. 스물 셋넷이 됐을까 말까하는 나이였다. 

그가 가장이 된 때는... 그리고 그의 집에선 아직 아무도 혼사를 치르지 않은 때였다. 생계를 꾸려갈 사람이 필요했다.

복학도 하지 못하고 바로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아 모든 것을 묵묵히 잘 이루어냈다.

예식장도, 아버지 수발 드는 것도, 누이들 혼사도, 모든 것을... 마치 아버지처럼...책임감있게...

대학에 큰 비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였다. 큰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허나.....

군대를 제대하고 이제 무언가 이루어보자!! 하며 꿈을 펼치려 마음을 먹었던 때였다.

고등학교 때 수재 소리를 들어가며 학교 다녔던 사람이었다.

가능성도 있고, 할 능력도 있다는 소릴 들으면서 컸던 사람이었다.

혹여 가능성도 없고, 능력도 없더라도, 사람으로 태어나서 자신의 꿈을 펼쳐보고 싶지 않은 이가 어디 있겠는가.

 

술자리에서 친구들이 직장 구하지 않아서 좋겠다고 농을 칠 때, 빚 대신 유산을 받은 넌 복이 많은 거라고 위로해줄 때....

용준인 월급 봉투 받아보길 소원했다. 그것은 단순히 월급 문제가 아니라, 아직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의 발로였을 거다.

아직은 아들로 있고 싶다는 마음...아직은 꿈을 꾸어보고 싶다는 마음...

가족이나 가업이 짐스러워서가 아니라 아직은 훨훨 날아 세상을 휘저어보고 싶은 그 작은 소망조차도,

용준이는 빼앗겼다. 스물 서넷 될 즈음에...

 

그렇게 청춘이 다 가고 누나들, 동생들 다 시집장가 보내고 났을 때조차도

아직도 아버지는 깨어나지 않으셨다. 그래서 그도 장가를 가야 했다. 가업을 잇고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서...

한번도 사랑을 해보지 못한 인생이었다. 이제 청춘도 다 가고 서른을 넘긴 즈음에 소개로 만난 여자였다.

미안했다. 그 여자에게... 자신이 뜨거운 사랑을 가지고 있지 못해서...자신이 사랑을 주지 못할 수도 있어서...미안했다.

자기에게 시집을 오면 그저 줄 수 있는 것은 답답할 정도의 의무, 그것 단 하나 밖에 없으니...

허나, 한 가지는 다짐했다. 절대로 한 눈은 팔지 않겠다고, 그것이 사랑이든, 정이든, 의무이든, 책임감이든...

오로지 그녀 한 사람만을 바라보겠다고 말이다.

 

그녀....희순.....

약속을 약속이란 말을 넣지 않고서도 하는 그를 보며, 어딘가 모르게 믿어도 되겠다 생각했다.

천성이 내성적이고 나가는 걸 싫어하는 그녀인지라 그가 제공할 수 없는 오락엔 관심이 없었다. 

두 번째 만남에 결혼하기로 하고 그냥 담담히 식장으로 들어가는 그는, 정말 자괴감 밖엔 없었다.

사랑이 없이 결혼하는 게 원통하고 한스러운 게 아니라,

오로지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이런 커플 보신 적이 있으신지....

<이별을 잃다>는 남자와 여자 간의 사랑이야기이지만, 이것처럼 잔잔하고 서로를 아끼는 것처럼 보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별을 잃다>가 얼마나 생각났는지 모른다. 정말, 멋진 커플이었다.

 

나이 들어 아이를 낳고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게 점차 늘어가면서

아버지가 그런 마음으로 자신들을 키우셨다는 것을 깨달아가면서....

지금껏 살아온 것도 아버지께서 키워주시고 있다는 것도 알아간다.

그러면서 나이 중년에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의식이 없는 아버지이지만 자신이 많이 의지했었음을 깨달아가는데...

바로 그것이 아버지란 존재가 아닐까. 사실은 살아만줘도 고마운 존재가 아버지란 거.

능력이 없어서 제대로 받쳐주지도 못하고, 다른 집 아버지랑 비교하며 우리 아버지를 탓하게도 되지만,

사실은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 아닐까 한다.

물론 나도 그런 아버지의 존재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의식이 없는 존재로 등장하는 아버지이지만,

소설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존재감을 가진 아. 버. 지.

그 이름을 가지기 위해서 아버지가 희생한 것은 과연....무얼지...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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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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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은 지금에도 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우와~ 우와~ 우와~ 계속 이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너무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내 머리가 뭔가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것 같다.

표지를 보면 여자랑 남자랑 키스하고 있는 거 맞지?

책을 보지 않고 표지를 봤을 때도 분명 키스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선택했는데도 왜 다 보고 난 뒤의 마음은 이렇게나 다를까.

처음에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너무 애절하고, 그래서 '내 남자'라 당당하게 말하는 여주인공이 안타깝게 생각되었다면,

지금은 여자와 남자 사이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보인다. 음울하고, 처절하고, 구역질나는...?

처음에 책 표지에 나있는 한줄 문구에서 '구역질'이란 단어를 봤을 때는 의아하게 느껴졌던 것이 지금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실제로 내가 구역질이 난다고 생각되진 않지만. 그러나 그 단어의 쓰임은 아주 적절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비린내가 났다고 한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바다에 유빙이 떠다니며 뿌연 하늘 밖에 없는 그 곳,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홋카이도의 풍경이 보인다면...

아름답거나 향수가 불러일으킬 만한 고향의 모습이 아니라 어딘가 아귀가 맞아떨어지지 않아서 무언가 어긋나 있는 것 같은...

회색빛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준고의 고향이......하나의 두 번째 고향.......그 곳이

내 가슴속에 시퍼렇게 살아 숨쉬고 있다면,

어쩌면 내 안의 있는 금기에 대해 맞서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다면....이말은 이해될런지...

이해가 안 되어도 어쩔 수 없다. 이것은 내 표현력의 한계이니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면서도 하게 되는 인간의 심리는 도대체 뭘까 생각해보고 있다.

'해보고 있다'고 말한 것은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

나도 어느 정도는 개방적이고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기에, 가령 인간은 어떤 상황에선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가능해버리기에,

-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내가 너무 인간을 포기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

또한 금기가 있으면 왠지 모르게 호기심이 동하기 때문에, 금지된 욕망 혹은 사랑으로 보이는 이 책을 선택했었는데...

나는 그런가. 그런 사람인가.

내가 받아들이지 못할 강도의 욕망에 맞닥뜨리면

고무줄이 늘어났다가 다시 제자리로 오는 거처럼 정상으로 돌아와버리는...

그런 융통성 없는 사람?! 깨어있지 못하는 사람?! 편협한....?!

 

글쎄다... 정말 이 소설을 읽고 자신이 없어졌다. 이 집착에 동조할 수도, 또는 안할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내 마음은 지금 무념무상이다. 아무 생각이 없어~~~~

그걸 게다. 항상 차갑게만 있다가 갑자기 따뜻한 곳으로 가면 순간적으로 감각이 없어져버리는 그거!!

순간적으로 내 머리가 작동을 멈춘 거겠지...

언제 다시 작동할지 몰라, 이렇게나마 쓴다만 참 독특한 소설이라는 건 인정한다.

 

<박하사탕>이란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역순행적인 구성방식을 취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탁월한 효과였다.

주인공 하나의 26살에서부터 11살까지의 이야기를 잠깐씩 보여주는 그런 구성방식에 눈을 뗄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랬을까. 나 읽고나니까 조금은 허탈했던 것도 같고...더 이상 말해줄 게 없다.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읽어봐야 할 듯~

그런데 조금 독특한 거 좋아하는 사람만 읽었으면 좋겠다. 평범함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냥 제 갈길을 가는 게 신상에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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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의 과학 - 20세기 과학기술의 사회사
김명진 지음 / 사계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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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내가 읽었던 과학 관련 책은 조금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대체로 내용이 쉬웠고, 에세이같은 성격이 강했던 거라 읽기에도 부담이 없었던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책은 조금은 다방면에 지식이 있으면 좋을 듯 싶다. 그렇다고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우리 인류의 역사에서 과학이 크게 담당했던 물리에서 생명공학, 화학, 지구과학, 컴퓨터분야까지 다양한 영역을 살펴보기 때문에 좀 버거웠기 때문이다. 특히 중학교 <컴퓨터>교과서를 보는 듯한 내용에서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괴로웠다. 그도 그럴 것이 컴퓨터에 대해서는 클릭 요거 하나 아는데 컴퓨터 분야를 두 장이나 할애해서 설명을 자세히 해준 터라 더욱 그랬다. 다행히 그 장을 지나고 나니 재미있어 술술 읽혀 아주 만족스러웠다.

 

저자가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는 '자연과학개론' 강의 때문이란다. 이제까지 과학사만 맡아왔던 교수님이 '자연과학개론'을 나름 '개론'으로 수업을 했는데 생산자도 지루했고 대부분 문과학생이었던 소비자들도 만족스럽지 못하자,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수업으로 새롭게 시도한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랬던 것을 칼럼으로 쓰고, 또 그것을 묶어서 책으로 나온 게 바로 이 책인데 예전에 읽었던 <홍성욱의 과학에세이 -과학, 인간과 사회를 말하다->도 칼럼이었다가 다시 책으로 나온 것이라고 하니, 역시 칼럼으로 나왔다가 다시 책으로 나온 것은 정말 좋은 책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이 책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2008 우수출판기획안 공모전' 당선작이라고 하니 더 이상 말해봐야 무엇하랴.

 

일단 목차를 보고 가면 무슨 내용이 나올지 빤히 보인다. 물론 <야누스의 과학>이라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지만.

 

1장 현대과학의 특징                                               9장 오존층 파괴 논쟁, 전지구적 환경문제의 시작

2장 핵과학의 발전과 원자폭탄의 개발                            10장 지구온난화의 길고 굴곡진 역사

3장 원자력발전의 기원과 성쇠                                     11장 환경호르몬이 제기하는 새로운 위협

4장 디지털 컴퓨터의 등장과 PC혁명 (1)                           12장 생명공학 혁명과 대중 논쟁

5장 디지털 컴퓨터의 등장과 PC혁명 (2)                          13장 망원경의 거대화와 천문학의 거대과학화

6장 인터넷의 등장과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                       14장 판구조론 혁명과 냉전 시기의 지구과학

7장 냉전이 잉태한 우주개발 경쟁                                 15장 세상의 반, 여성과학자의 좌절과 도전

8장 합성살충제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16장 21세기의 과학기술

 

정말 목차만 보니까 어떤 내용이 있을지 다 예측이 가능하지 않는가. 정말 현대과학에 대해서 빠짐없이 정리해놓은 것 같아서 너무 좋다.

이 책만 한 권 보면 일단 한 기술이 어떤 식으로 발전되어 왔고, 그 기술이 무엇을 야기했으며, 현재는 어떤 논쟁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가야할 길은 무엇인지 정리가 잘 될 것이다. 물론 과거의 잘못된 선택 - 히로시마의 원자폭탁 투하, DDT 살포 등 -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을 되돌리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지만, 일단 지나간 '과거'에 매달릴 게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미래'라는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모든 시민은 현대과학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그것에 맞춰 우리가 과학분야에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해야하니 말이다.

 

우선 현대과학의 특징을 알자면, 과학의 양적 팽창과 거대과학화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투고되는 논문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기에 과학자 개인이 그것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져서 과학의 세분화를 촉진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것과 1,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과학이 '실용'될 수 있다 - 특히 전쟁에 - 는 것을 안 정부가 과학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서 20세기에 들어와 과학의 거대화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핵과학도 전쟁 때문에 발전하게 되었고, 디지털 컴퓨터도 탄도의 계산을 위해 먼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며, 전쟁 중 창궐하는 전염병을 방지하기 위해 합성살충제가 많이 개발되었고,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한 방법을 필요했던 군대는 해저탐사하는 것에도 무한지원해 주었다. 그런데다가 냉전은 우주개발을 야기시켰다. 이렇듯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결과를 가져다 준 양차 대전은 인간의 과학 또한 비정상적으로 도약하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과학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20세기 초만 해도 과학만능주의가 팽배해서 단순히 과학기술만 발달하면 모든 우리의 문제가 해결될 것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했었지만, 이제 과학이란 이름으로 많은 사고가 일어났다. 그제야 인간은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는 데다가 모든 상황이 불확실하기까지 하니 섣불리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가 제시한 것은 바로 '과학의 민주화'이다. 과학자들의 의사결정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제에서 이제는 일반 사람들이 참여해서 결정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나라도 '합의회의'라는 이름으로 많이 하고 있다고 하니, 더욱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망가져가는 지구를 조금이라도 더 살려낼 수 있지 않겠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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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라도 괜찮아 - 인생의 각종 풍랑에 대처하는 서른 살 그녀들을 위한 처방전
이시하라 소이치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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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에 일본인이 쓴 여성자기계발서를 두 권을 봤다. 한 권은 [여자를 바꾸는 5분 혁명]과 바로 이것!!

그런데 [여자를 바꾸는 5분 혁명]은 상당히 간단하고 재미났었던 반면,

이 책은 솔직히 짜증이 나서 다 보고도 서평도 안 쓰고 이리 시간을 흘려 보내버렸다.

그도 그럴 게 이 책을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하고 봤기 때문이었다. 지금에 돌이켜보니...

읽기는 2008년에 읽었는데 쓰기는 2009년에 쓰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서른에 쓰는 것도 나쁘진 않다. 내 나이 이제 서른... 참 멋지지 않은가. 실상은 그렇다고 확언할 순 없지만...

그러니 이 책을 읽는 분들은 다양한 심리 세계를 가지고 있는 30대의 여성을 탐구한다는 목적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나처럼 짜증이 나서 돌아버릴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으려면 말이다.

 

목표를 다시 정하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꽤~ 유쾌한 책이었다.

내가 짜증이 나서 바로 덮어버렸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음 악평을 쓸 뻔했다.

그러니 책을 보고 나서 화가 나면 한 걸음 물러서서 나중에 다시 생각하는 게 좋다. 나처럼 실수를 할 수 있으니...

이 저자는 일본에서도 예리한 지적과 포착으로 항상 독자로부터 '격렬한' 반응을 이끌어내기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읽어보니, 과연 적나라한 30대 여성의 심보를 다 드러낸다.

어떤 것은 뻔한 것도 있고, 어떤 것은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릴 정도로 민망한 것도 있었다.

민망하다는 건 수위가 높다는 게 아니라 여성의 심리를 잘 파악했다는 이야기다.

 

내가 아는 오빠 중에 여자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하나 있다. 솔직히 나랑은 순수한 선후배 사이로 지냈지만,

알고 지내면서 저 오빠랑은 연인이 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위기의식(?) 같은 생각이 들었었다.

여자를 잘 아니 배려도 잘 하긴 하지만 환상을 깬다고 하나? 어쨌든 뭔가 불편했다.

덮어놓고 좋게만 봐줘도 좀 그렇지만, 이건 덮어놓고 까발리니 어째 너무 현실적이었다.

그 오빠도 내가 동생이니까 그랬겠지만 말이다.

 

이 저자가 바로 그런 식이다. 여성이니까 예쁘게 포장해주길 바라는 그런 부분에 있는 내용까지도 다 까발리는...

저자의 성별이 나와있지는 않지만 내 생각엔 남자일 것 같다. 그러니 그토록 더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이 아닐까 하는 게~

그래서 이런 유형의 여성을 대할 때는 본인이 남자일 때 이런 식으로 대해라~ 뭐, 이런 충고가 곁들여진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 것 같다.

난 이 책의 예상 독자가 여성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차에,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상황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니 이 책의 핑크빛 표지는 좀 잘못 나왔다 싶기도 하다. 출판사에서 예상 독자를 30대 여성으로 잡았다면 맞는 표지이지만,

저자는 30대 여성을 만날 수 있는 모든 사람 + 30대 여성을 예상 독자로 잡은 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

 

내용으로 들어가면 크게 나뉜 항목은 없고, 그저 되는대로 들어가면 된다.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들, 변명들을 보고 이 여자는 어떤 사람이라고 나름 평가해놓은 건데,

가끔 나도 이렇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들기도 하다. 예를 들어,

[동성을 바라보는 눈빛이 날카로워진다]편에서는 "같은 여자로서 용서할 수 없어" 말을 많이 하는 여성은 실은,

여자로서 자신감을 잃었다든지, 여성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라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내뱉는 거라고 한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요런 관점이 나쁘다기보다는 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물론 일본과 한국의 사정이 다르기야 하겠지만 정말로 이런 말을 저런 생각 때문에 할까.

나도 예전에 좀 했던 말이긴 하지만 내가 그런 말을 할 땐

남자들에게 붙어서 사는 여자들, 예를 들어 정부? 그런 사람들에 한해 했던 말이었는데, 그게 내 자신감이 잃어서 나오지 않지 않을까.

솔직히 남자든 여자든 자신의 힘으로 살지 않고 남에게 빈대붙어서 사는 사람을 보기에 좋진 않지 않을까.

그런데 그걸 다 저렇게 싸잡아서 조금 있어보이기 말하는 게 좀 거북했다. 한편으론 뜨끔도 하고...

 

이건 좀 동의를 하는 부분이긴 하지만...한 예를 더 들어보면,

['우울해'라는 말을 너무 자주 한다]편에서 나오는 말은 좀 나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었다.

'우울해'란 말을 좀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난 직접적으로 우울하단 말을 하는 건 아니었고, 예전에 내가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고는 말을 사람들에게 했었다.

심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줄도 몰랐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했었던 것은 아닌지 고민이 좀 된다.

아마도~ 그럴지도... 어떨 땐 사람이 싫다가, 어떨 땐 사람이 그리우니... 이것도 좀...

내가 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한 항목에 대해 짧게 나와있기에 부담없이 편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각 항목당 체크리스트도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해봐도 좋을 듯..

간단하게 하고 편하게 받아들이면 재미있을 것도 같다.

지금 생각난 건데 여러 캐릭터가 있으니 이걸 참고로 코믹 소설을 만들어봐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꼭 드라마에서 본 사람들을 모아놓은 듯 싶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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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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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시를 모른다. 사실 시를 보면 어렵다고 도망가는 편이다.

그런데 박경리 님의 유고시집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왜 그리 탐이 났는지 모르겠다.

못 오르는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옛말도 있다지만, 난 자주 쳐다보면 나중엔 그 나무가 되리라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어김없이 못 오르는 시를 들여다 보고 있다.

하나 더... 시를 들여다 보면서 느낀 건 어쩌면 나도 시를 쓸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다.

내 비록 감수성이 그리 예민하진 않더라도,

새벽녘이 가까워오는 밤 마음이 답답해서 내 말 들어주는 이 하나 없어서

잠을 못 이뤄던 기억이 있기에 그런 기나긴 밤을 글로 옮겨보면 그것이 바로 시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은 하염없이 쏟아지는 잠이 내 그런 사념들을 막아내고 있긴 하지만...

 

고민이 있을 때...

잠 못 드는 밤이 계속 될 때...

이야기하고 싶은데 들어주는 이 하나 없을 때...

외로울 때...

기가 막힐 때...

심난할 때...

사는 게 거지 같을 때...

뭐... 이럴 때 글을 끄적이다보면 발표만 안 한달 뿐이지, 시인이 뭐 별건가 싶기도...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 끄적이는 게 서평이라고 내놓는데, 시도 그렇게 시작하면 될 것 같기도 한다.

시를 전문적으로 쓰시는 분들이 보시면 뭐라고 하시겠지만

난 뭐, 문학적 감수성도, 세상을 품을 커다란 마음도, 신념도 없는

그저 시의 소비자일 뿐이니...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못할 게다.

 

박경리 님의 시는 그렇게 내게 편하게 다가왔다. 어느 누구도 그의 시를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는 않으니...

이렇게 편하게도 쓸 수 있구나 새삼 시가 새롭게도 보인다.

윤동주, 이육사, 한용운, 서정주, 김소월, 유치환, 신석정, 신석정, 조지훈, 박목월, 김영랑, 김춘수, 김수영, 신동엽, 김광섭, 신경림....  

뭐, 이런 분들의 시를 읽다보면 왠지 위대한 시대적 사명에 대해서만 노래해야 할 것만 같은 벽이 있었는데...

꽤 가까운 동시대를 겪은 凡人의 모습으로 내게 다가온 박경리 님의 시는 그렇게 편안했다.

그런 이유 중의 하나는 내가 그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는 창피한 이유도 작용했겠지만 말이다.

사실 하나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 배경지식을 가지고 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더 순수하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이 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뭐, 그의 작품을 읽지 않은 것에 대한 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

 

이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자면, 이 시집의 제목으로 따온 <옛날의 그 집>은 내게 그리 감동을 주진 못했다.

비록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란 한 어구는 너무 아련하고, 한스럽고, 감동스럽지만...

내게 울림을 준 시는 따로 있다. <우주 만상 속의 당신>(p. 42)... 난 요 부분이 너무 좋다.

 

그렇지요

진작에 내가 갔어야 했습니다

당신 곁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찔레덩쿨을 헤치고

피 흐르는 맨발로라도

 

백발이 되어

이제 겨우 겨우 당도하니

당신은 아니 먼 곳에 계십니다

절절히 당신을 바라보면서도

아직

한 발은 사파에 묻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시의 마지막 부분인데... 갔어야 했지만 아직은 발목을 붙잡고 있는 부분이 삶에 대한 애착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아직 놔주지 않는 인생을 탓할 수도 있겠다만... 뭐, 그건 읽는 사람의 자유니...나도 내 마음대로 읽고 있다. 아주 멋지지 않는지...

왜 좋냐고 물으면 사실 할 말이 없으니.. 묻지는 말기를...

 

덧붙여서, 좋은 시도 아주 많지만, 좋은 그림도 많아서 하나 소개해본다.

그림을 나무판에 그리는 걸로 유명한 화백 김덕용 님의 새 그림(p. 109)이다. 같이 있는 시는 <연민>(p. 108)...

무엇으로 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참새 두 마리는 <연민>이라는 시와 함께 잘 어우러지며

내게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시의 내용을 보면 참새가 아닌 듯도 싶지만 뭐, 난 참새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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