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의 과학 - 20세기 과학기술의 사회사
김명진 지음 / 사계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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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내가 읽었던 과학 관련 책은 조금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대체로 내용이 쉬웠고, 에세이같은 성격이 강했던 거라 읽기에도 부담이 없었던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책은 조금은 다방면에 지식이 있으면 좋을 듯 싶다. 그렇다고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우리 인류의 역사에서 과학이 크게 담당했던 물리에서 생명공학, 화학, 지구과학, 컴퓨터분야까지 다양한 영역을 살펴보기 때문에 좀 버거웠기 때문이다. 특히 중학교 <컴퓨터>교과서를 보는 듯한 내용에서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괴로웠다. 그도 그럴 것이 컴퓨터에 대해서는 클릭 요거 하나 아는데 컴퓨터 분야를 두 장이나 할애해서 설명을 자세히 해준 터라 더욱 그랬다. 다행히 그 장을 지나고 나니 재미있어 술술 읽혀 아주 만족스러웠다.

 

저자가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는 '자연과학개론' 강의 때문이란다. 이제까지 과학사만 맡아왔던 교수님이 '자연과학개론'을 나름 '개론'으로 수업을 했는데 생산자도 지루했고 대부분 문과학생이었던 소비자들도 만족스럽지 못하자,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수업으로 새롭게 시도한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랬던 것을 칼럼으로 쓰고, 또 그것을 묶어서 책으로 나온 게 바로 이 책인데 예전에 읽었던 <홍성욱의 과학에세이 -과학, 인간과 사회를 말하다->도 칼럼이었다가 다시 책으로 나온 것이라고 하니, 역시 칼럼으로 나왔다가 다시 책으로 나온 것은 정말 좋은 책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이 책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2008 우수출판기획안 공모전' 당선작이라고 하니 더 이상 말해봐야 무엇하랴.

 

일단 목차를 보고 가면 무슨 내용이 나올지 빤히 보인다. 물론 <야누스의 과학>이라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지만.

 

1장 현대과학의 특징                                               9장 오존층 파괴 논쟁, 전지구적 환경문제의 시작

2장 핵과학의 발전과 원자폭탄의 개발                            10장 지구온난화의 길고 굴곡진 역사

3장 원자력발전의 기원과 성쇠                                     11장 환경호르몬이 제기하는 새로운 위협

4장 디지털 컴퓨터의 등장과 PC혁명 (1)                           12장 생명공학 혁명과 대중 논쟁

5장 디지털 컴퓨터의 등장과 PC혁명 (2)                          13장 망원경의 거대화와 천문학의 거대과학화

6장 인터넷의 등장과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                       14장 판구조론 혁명과 냉전 시기의 지구과학

7장 냉전이 잉태한 우주개발 경쟁                                 15장 세상의 반, 여성과학자의 좌절과 도전

8장 합성살충제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16장 21세기의 과학기술

 

정말 목차만 보니까 어떤 내용이 있을지 다 예측이 가능하지 않는가. 정말 현대과학에 대해서 빠짐없이 정리해놓은 것 같아서 너무 좋다.

이 책만 한 권 보면 일단 한 기술이 어떤 식으로 발전되어 왔고, 그 기술이 무엇을 야기했으며, 현재는 어떤 논쟁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가야할 길은 무엇인지 정리가 잘 될 것이다. 물론 과거의 잘못된 선택 - 히로시마의 원자폭탁 투하, DDT 살포 등 -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을 되돌리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지만, 일단 지나간 '과거'에 매달릴 게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미래'라는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모든 시민은 현대과학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그것에 맞춰 우리가 과학분야에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해야하니 말이다.

 

우선 현대과학의 특징을 알자면, 과학의 양적 팽창과 거대과학화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투고되는 논문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기에 과학자 개인이 그것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져서 과학의 세분화를 촉진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것과 1,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과학이 '실용'될 수 있다 - 특히 전쟁에 - 는 것을 안 정부가 과학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서 20세기에 들어와 과학의 거대화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핵과학도 전쟁 때문에 발전하게 되었고, 디지털 컴퓨터도 탄도의 계산을 위해 먼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며, 전쟁 중 창궐하는 전염병을 방지하기 위해 합성살충제가 많이 개발되었고,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한 방법을 필요했던 군대는 해저탐사하는 것에도 무한지원해 주었다. 그런데다가 냉전은 우주개발을 야기시켰다. 이렇듯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결과를 가져다 준 양차 대전은 인간의 과학 또한 비정상적으로 도약하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과학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20세기 초만 해도 과학만능주의가 팽배해서 단순히 과학기술만 발달하면 모든 우리의 문제가 해결될 것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했었지만, 이제 과학이란 이름으로 많은 사고가 일어났다. 그제야 인간은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는 데다가 모든 상황이 불확실하기까지 하니 섣불리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가 제시한 것은 바로 '과학의 민주화'이다. 과학자들의 의사결정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제에서 이제는 일반 사람들이 참여해서 결정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나라도 '합의회의'라는 이름으로 많이 하고 있다고 하니, 더욱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망가져가는 지구를 조금이라도 더 살려낼 수 있지 않겠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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