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바이오 사이언스 : 유전과 생명공학 -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쇼, 유전의 비밀 ㅣ 하리하라 사이언스 시리즈 2
이은희 지음 / 살림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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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 자료를 찾다가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란 책에서 몇 군데 발췌했었는데 글이 상당히 쉽고도 간단하게 내용을 정리해주는 게 과학을 이해하기에 정말 좋았다. 그 후에 알게 된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보다는 덜 딱딱하고 편집도 깔끔한 게 호감도를 높였달까. 정재승 교수의 책은 내용도 사회와 관련지어 딱딱했지만 조금 바랜 듯한 책의 디자인이 제일 별로였다. 나처럼 디자인을 따지는 사람은 정말 아니올씨다~ 할 정도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하리하라의 책을 두말 않고 고를 수 있었던 거다. 하리하라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 한 마디 하자면, 그녀는 PC통신이 한창 활기를 누렸던 대학 시절부터 '하리하라'라는 아이디로 많은 과학 관련 글들을 써왔다. 특히 교양으로서 꼭 알아야 할 연대 과학의 성과들을 쉽게 풀이해서 설명하는 한편, 그 이변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낱낱이 파헤침으로써 대중 독자들로 하여금 '과학을 보는 눈'을 키워주려고 노력해왔다. 그만큼 그녀의 글은 과학에 문외한에게도 쉽게 전달되는 강점을 지닌다. 그리고 '하리하라'라는 아이디는 인도 신화에서 따온 것으로, 창조의 신 비슈누와 파괴의 신 시바, 그 둘이 등을 맞대고 결합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 - 생물학 전공이니까 생명공학과도 관련이 있지? - 또 하나의 책을 냈다. 바로 [하리하라의 바이오 사이언스]!!! 정말 선명한 연두빛 표지에 중간 중간 들어가는 맛깔스런 디자인이 소장 가치를 높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전작인 [과학 읽어주는 여자],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1, 2],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보다 훨~씬 표지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정말 다들 내용은 좋은데 표지가 영 아니올씨다 이란 말야~

 

고등학교 때 생물을 아주 좋아했고, 그래서 쉽게 공부했던 가락을 살려 이 책을 냉큼 집어들었는데, 사실 내용이 매끄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어렵지는 전혀 않지만, 내가 워낙에 생명공학에는 문외한이라서 힘들기도 했다. 다양한 용어가 한꺼번에 나와버리면 무슨 소리인지 파악을 못하게 되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외에는 나도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만큼 차분하고 유려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저자가 일반인들이 무엇을 가장 어려워 할지를 미리 예상해서 정리해놓았기에 아주 편했다. 맨 앞장에다가 일반인들이 가장 헷갈려하는 용어를 먼저 설명해 놓아 뒤에서 헷갈리면 다시 앞으로 와서 정리를 할 수 있게 했다. 나도 그 용어를 한꺼번에 보니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DNA가 뭔지, 유전자는 또 뭔지, 그럼 염색체는? 게놈은? 도대체가 다 비슷하게 느껴져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잖아~~~~! 할 때, 미리 정리해둔 14페이지로 갔다가 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DNA는 거의 모든 생물체의 유전물질인데 수많은(정확히 말하면, 30억 쌍의) 디옥시뉴클레오티드가 이중으로 꼬인 것이 바로 이 DNA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 특정한 단백질을 합성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디옥시뉴클레오티드의 묶음을 유전자라고 한다. 그리고 평소에는 핵 속에 실처럼 퍼져있다가 세포분열을 할 동안 막대기모양으로 뭉쳐진 DNA를 염색체라고 한다는 거다. 내친 김에 게놈까지 설명하자면, 유전자와 염색체의 합성어로 유전정보의 총합이 게놈이다. 

 

이 기본 용어만 알면 그 다음부터는 아주 어렵지 않다. 그저 간혹 이런 말만 내뱉으면 된다. "콩을 이용해서 얻어낸 멘델의 유전법칙, 또 보네~""아, 이건 고등학교 때 했었지~" "맞아, 우열의 법칙에 혀말이가 나왔었어~" 등등 이렇게 고등학교 때 했던 내용들이 아주 자세히 설명되면서 추억에 젖어 바라보기만 하면 되기에 너무 재밌다. 그 다음엔 DNA의 이중 나선모양을 발견해낸 왓슨과 크릭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후쿠오카 신이치 교수가 쓴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서 봤기 때문에 아주 쉬웠다. 그 다음엔 생명공학에는 빠질 수 없는 이야기, 복제와 품종 개량이 등장한다. 만들어지기 전에는 상당히 화제가 되었던 포마토가 실용화되지 않는 이유가 나오는데, 정말 신기했다. 뿌리에는 감자가 열리고 줄기에는 토마토가 열리는 작물을 실제로 재배할 순 있는데 그리 썩 좋지는 않단다. 토마토는 알이 너무 작고 감자도 감자같지 않은 모습이기에 굳이 그런 조작을 해서 심을 정도로 좋은 상품이 아니라고~ 여기서 우리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인간의 생각대로 시도를 한다해도 실상 그것이 기대대로 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오히려 우리가 전혀 예기치 않았던 위험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전자는 어디든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치명적인 유전자가 딸려올 수도 있다. 그리고 벌써 복제 양까지 생산해냈으니 인간을 복제하지 말란 법은 또 없을 것도 우려해야 한다. 누가 그리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인간 복제를 시도할까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만약 실용화가 될 정도로 안정된다면? 그럼 인권이라는 단어가 이젠 없어지지 않을까? 너무나 쉽게 사람을 죽였다가 다시 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할 테니~ 왠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기분을 가실 수가 없다. 단순히 복제가 아니라 유전자 치료를 위해 하게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절대 조급하게 굴어선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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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샌드위치 주식회사를 차리다 - 스무 살 새내기들의 좌충우돌 주식회사 경영
가메카와 마사토 지음, 김정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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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형식을 빌어 경영학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스무 살, 샌드위치 주식회사를 차리다]는 솔직히 아쉬운 점이 많았다. 물론 스무 살의 대학생들이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파는 것이니까 그다지 비중이 없기도 하겠지만... 어쩐지 내용이 톡톡 튀며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전에 봤던 마케팅에 대한 소설책 [마케팅 카사노바]는 '연애'라는 흥미로운 비유를 내세워 마케팅을 아주 놀랍게 설명해주었는데 이 경영학 책에서 '인생 설계'라는 비유를 사용한 것은 솔직히 용두사미격이라 할 수 있다. 인생 설계 자체가 경영 전략이라는 슬로건은 얼핏 들어봐도 이해가 충분히 가는 내용이지만, 책 내용이 인생 설계라는 큰 테두리와는 별개의 이야기가 나와 통일성이 부족하단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인생 설계라고 하면 처음에 등장하는 주인공 주연이의 독백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자신이 SB대학을 선택한 이유를 분석하는 과정이 인생 설계의 첫 발이라는 점에서는 동의를 하지만, 안그래도 경영학이라는 개념이 딱딱하게 느껴지는 독자로선 다짜고짜 처음부터 경영자니, 창업자니, 의사 결정이니 하는 말이나 늘어놓는 것은 책의 흡입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아닌가 한다. 처음에는 흥미 위주로 친구들과 대학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을 대화하는 장면부터 나왔다면 주연이가 독백하는 것보다는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일단 재미가 있어야 책을 보지 않겠나. 안 그럼 경영학 이론책을 보지 뭐하러 소설 형식으로 된 이 책을 보겠느냔 말이다.
 
게다가 처음엔 인생 설계라고 하는 큰 포부를 먼저 이야기하면서 큰 뭔가를 이야기할 것처럼 그러다가 나중에 갈수록 골프 동아리에서 축제 기간에 할 샌드위치 파는 일에 대한 것으로 빠져버리니,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인생 설계인지 갸웃거리게 된다. 특히나 축제 준비를 하다가 만들 재료의 균형이 맞지 않았던 것을 두고 경영학과 연결시켜 말한 것은 좋은데, 그 정도는 다들 생각하면서 살 텐데 너무 어이없는 경우를 설정해놔서 보는 내내 좀 의아했었다. 그래도 재미있었던 것은 샌드위치를 팔면서 경영 이론을 하나씩 답습해가는 주연이의 성장을 보는 게 아주 흥미로웠다. 그런데 사장이라는 주연인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던데 그래도 사장이라고 해도 되는 건지~ 내가 주연이와 동기였다면 사장이 무능력하다고 한 마디 했을 거다. 그런데 그런 말은 없더군~
 
앞부분에 지루한 것과 인생 설계라는 거창한 모토와 전혀 맞지 않는 샌드위치 가게의 불균형만 제외하곤, 아니 사장으로서 하나도 한 게 없는 주연이도 포함해서, 다른 것은 나름 재미있었다. 경영학부인 형준이와 희원이, 주연이를 제외하곤 나머지는 법학부, 문학부, 관광학부, 이학부, 경제학부에서 다양하게 모인 골프 동아리이다 보니까 경영 이론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도 나름 쉽게 전달되었던 것도 마음에 들었다. 먼저 사업을 구상할 때는 도메인을 정해서 이벤트인지, 음식 중에 무엇을 주력할 것인지를 정하고 그 다음에 쉽게 만들어 팔 수 있고 불을 사용하지 않는 음식인 샌드위치를 정한 다음 역할 분담을 했다. 그 때 사장인 주연이와 인사 담당인 형준이, 회계 담당인 희원이로 정해지고 재료 조달부분, 생산 부분, 서빙 부분, 광고 부분까지 정해졌는데 주연이, 형준이, 희원인 스태프 조직이라고 하고 실제로 샌드위치를 파는데 동원되는 다른 부분은 라인 조직이라고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호~ 총무나 회계, 인사는 그러니까 중요한 라인이 아니고 스태프가 되는 거구나~ 그래서 스태프 쪽에 있으면 승진이 빠르지 않다고 하는 건가보다.
 
가장 중요한 샌드위치의 메뉴는 세 가지로 골랐는데, 세 가지로 만들면 사람들이 오히려 가장 싼 것을 먹지 않는 효과가 있어 세 개의 메뉴를 많이 개발한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매점에서 파는 것과 같은 식상한 샌드위치는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첫째 날 가장 많이 만들어놓은 것은 가장 싸고 평범한 햄 에그 샌드위치였으니 큰 문제가 생겼다. 그 때 형준이가 남은 재고를 반값에 빨리 팔고 나서 그 돈으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로 한 결단 때문에 다행히 큰 손해를 막을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재고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사업이 성공 여부가 갈린다고 하니, 형준이의 이 결단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재료비는 적게 들고 맛은 더 좋은 타코스 샌드위치 메뉴를 개발했던 것도 훌륭했고. 둘째 날에는 음료가 없어 불평하는 손님의 의견에 귀기울여서 음료만 파는 팀과 협력을 해서 싸게 공급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비가 와서 찬 음료수 대신 따뜻한 스프와 차를 냈는데 아주 탁월했던 판단이었음은 물론이다.
 
아주 간단하게 사업에 대한 모든 것을 전수받긴 했는데, 경영학은 아주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기에 한 번에 다 아는 건 무리다. 그저 여기서 조금 맛보고 나니까 경영학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어릴 적 막연히 사업가를 꿈꾸었던 내 꿈에 다시 불을 지르지는 못했지만 - 주연이처럼 무능력한 사장이 되면 어쩌려고~ - 그래도 어렵다고 피하거나 도망만 다니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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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북스 2009-03-2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좋은 책으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
이채윤 지음 / 러브레터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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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한없이 좋은 한 남자가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으로 일하다가 동생의 회사에 전무로 옮겨가면서 실패를 거듭하곤 가출한 것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우리 아버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것 같진 않다. 김정현 작가의 아주 유명한 [아버지]란 소설을 아직 보진 않았지만 그의 다른 소설 [고향사진관]을 봤을 때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아버지상 같지 않은 게 이 소설의 주인공에겐 40대 후반의 남자에게 기대할 수 없는 감수성과 문화 세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아버지상은 당신은 누리지 못하더라도 자녀들을 위해 희생하고, 부모를 위해 참아가는 그런 '도리'에 바른 모습이다. 그러나 이 소설 속의 아버지는 자신이 그런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는 자각이 들자, 그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보통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 그런 도망치고 회피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중년의 나이에 들어서면 자식들 뒷바라지하려고 자신의 꿈과 희망을 포기한 채 그저 목숨만 연명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은 끔찍하다. 그건 자식들의 눈에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인 이기심을 채우지 않아야만 자식들을 제대로 부양할 수 있었던 과거의 우리 아버지들의 삶과는 이젠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그런 아버지에게 한없는 희생을 감수하게 만들고 영위해온 자식들이 이제는 아버지가 되어 그 또한 자식들에게 한없는 희생을 내어준다는 게 가능하겠느냐 말이다. 아버지의 희생 덕분에 자신이 커왔으면서도, 눈물겨운 희생을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그것의 의미를 제대로나 알 수 있었을까. 그네들의 마음 속엔 이미 희생이라는 덕목은 사라진지 오래라 자식에게조차 희생을 베풀어주지 못하지는 않을까 싶다. 그런 남자들에게 무턱대고 대단한 아버지, 능력있는 남편, 강한 남자의 역할을 기대한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소설 속의 아버지는 뛰어난 감수성으로 아내를 감동시켜 결혼까지 이어왔지만 그런 감수성은 회사를 운영하고 부도를 막는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딸과 아들에게 음악회나 미술관 등을 구경시켜주면서 예술을 즐기는 법을 알려준 사려깊은 예술적 통찰력은 생수통을 나를 때도, 생수 사업을 하는데 속아서 돈 삼천만원을 날릴 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던 능력이다. 변화한 이 세상에 맞게 감수성과 예술적 감각으로 무장한 남자이지만 돈이라는 권력에 눌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되고 말았다. 국어 선생님이었을 때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사람이었지만 사업의 세계에서는 그런 것만 갖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아도 중년이 된 지금에서도 아내를 열렬히 사랑하고 생각하는 그의 감수성은 원체부터 사업과는 상극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그렇게도 모르고서 일을 시작하다니~ 화려하진 않아도 묵묵히 선생님으로 남아있었다면 그에겐 더 나았을 것을~~

 

많은 사업의 실패로 대화까지 단절된 아내에게 평소와 같이 일기장에 연애편지를 쓰면서 돌연 아내가 자기에게 아무런 감정조차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집을 나가기로 결심한다. 이 얼마나 소심하고 겁쟁이인 모습인지~ 자신의 무능력한 모습에 분노하고 부끄러워할지언정 가출까지 결심하고 실행하다니, 이것 참 질풍노도의 시기와 다를 바가 없구만. 그래도 이런 인간적인 아버지의 모습에 정이 가는 건, 감정을 느낄 줄 모르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아서일 게다. 거대한 산 같은 아버지라는 존재도 우리와 같이 슬픔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되고 나면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겠는가. 버럭버럭 엄마에게 호통을 치는 모습 속에서 부끄러움과 당황을 읽어낼 수도 있고, 잔소리 한 마디 더 하는 게 사실은 우리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 내 주위에도 아버지와의 관계가 닫혀있어서 불만이 쌓인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아버지가 너무 권위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권위가 당신들도 만들고 싶어서 만든 권위는 아닐 터. 그저 갑자기 커버린 자식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것일 수 있으니, 이젠 그 벽을 허물 때가 되었다.

 

아버지의 연애편지를 발견한 승희와 엄마는 아빠를 찾으러 간다. 그렇지, 한 가족이라는 건 누가 힘들 때 보듬어주고 살펴주는 것일 테니까. 냉담을 가장한 채 그의 본모습을 묵인해준 것이 상대방에게는 경멸로도 느껴질 수 있는 건, 그건 바로 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내조차도 서로에게 속마음을 말하지 않으면 그 절절한 사랑을 어떻게 알겠는가 말이다. 중년인 나이에도 아내에게 뜨거운 사랑으로 편지를 써왔던 것을 아내가 알지 못했다면 아내는 그의 마음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 사랑은, 그러니까, 대화인 듯 하다. 말하지 않으면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 사랑한다면 당연히 대화도 동반되어야 하지 않을까. 반항적인 십대를 둔 부모도, 연세가 지긋한 부모를 둔 자녀도 사랑하는 가족과 대화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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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한국사 - 역사 속의 진실 혹은 거짓
이정범 지음 / 풀빛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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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놀랄만한 한국사의 사건 면면을 담은 책이 바로 이 [서프라이즈 한국사]이다. 한민족이라는 허구를 여지없이 깨뜨리기도 하고, <환단고기>의 미스터리를 제시하면서 한국사라면 지루하다고 생각해버리는 사람(바로 나다, 나!!)에게도 흥미를 불러일으켜주는 아주 훌륭한 책이다. 이런 책이 고등학교 때 나왔다면 국사가 가슴 아프고 지루한 학문이라고 책을 던져버리는 일은 없었을 텐데~ 쩝~ 정말 아쉬운 일이다.

 

보통 역사를 배우는 이유를 들라고 하면 과거의 잘못된 일을 배워서 다시는 그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들 한다. 그런데 나는 역사서를 줄창 읽어대면서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한다기보단 감추는데 급급할 때가 많았고, 또한 우리 민족에게서 조금이라도 훌륭한 점이 나오면 우리나라야~ 하며 으쓱거리기에 바빴었다. 정말 바르게 역사서를 읽는 방법을 몰라도 한참 몰랐던 거다. 그럼에도 이렇게 부여잡게 되는 건 그만큼 역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마력 때문은 아닌가 한다. 특히나 고조선이나 단군 신화, 가야국, 쓰러지지 않는 고구려의 산성만 봐도 아주 신비스럽고 뭔가 그럴 듯한 미스터리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전에 잡지 <황토>에서 나온 칼럼을 보니까 고조선이라는 나라의 위치가 한반도이기엔 지리상으로 맞지 않다고 하던데, 중국의 거대한 땅덩어리여야지만 지리상으로 맞는다고들 하던데 그것만 봐도 왠지 우리 민족이 자랑스럽고 내 혈통이 왠지 특별한 것처럼 느껴져서 흥분된다. 아마 나는 그래서 고대이야기를 좋아하나보다. 사대주의로 똘똘 뭉친 조선시대나 고려시대보단 훨씬 좋아보인다.

 

사대주의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한 시대에서 어떤 정책으로 정치를 이끌고 어떤 방식으로 외교를 해야하는지를 그 누가 완벽히 알 수 있을까. 다만 시간이 흐르면 후대의 사람들이 그것의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것일 테지. 사대주의가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 당시에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없었을 터. 자주정신과 사대주의로 딱 양분할 수도 없는 게 정치일 텐데 그것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그렇기에 사대주의자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사는 김부식에 대한 평가도 우리는 다시 내려야 할 것이다.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정사인 <삼국사기>를 편찬했음에도 불구하고 <삼국유사>를 편찬한 일연 스님보다도 못한 평가를 받게 된 김부식은 얼마나 원통할까. 정사인 <삼국사기>는 보물 제 525호로, <삼국유사>는 국보 제306호로 지정되었으니, 신화나 야사를 편찬한 일연 스님에게 공을 더 돌리는 게 아니고 무언가 말이다. 그런데 김부식도 자주성을 가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편찬한 이유가 중국의 역사를 줄줄 꿰면서 우리나라의 역사는 모르는 현실을 개탄하기 때문이라니, 이 어찌 자주성이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다가 <삼국사기>가 기전체의 편찬 형식을 따르면서도 삼국의 왕조를 각각 신라본기, 고구려본기, 백제본기로 명명하고 있다. 왕의 역사인 세가로 명명하지 않고, 황제의 역사인 본기라고 명명한 것부터도 그의 자주성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김부식에게 무턱대고 사대주의자라고 부르는 건 좀 과한 처사이다 싶다. 특히나 묘청이 서경운동을 주도했을 때 반대했던 것은 수도만 옮기면 36개국이 조공을 바친다느니, 그 당시의 대세를 이루던 금나라를 쳐부술 수 있다느니 하며 허무맹랑한 얘기만 늘어놓았던 묘청의 말이 너무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금나라의 위세를 똑똑히 보았던 김부식으로서는 그런 묘청 일파의 주장이 완전 허구이라는 걸 알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김부식을 사대주의자로 몰아세우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유득공이 <발해고>의 저술로 발해의 역사를 되찾아 우리의 역사로 발해를 편입시켰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아쉽게도 그게 너무 늦어서 과거 발해의 땅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하마터면 잊혀질 뻔 했거나 중국의 역사로 편입될 뻔한 것을 되살린 점에서는 그 의의가 크다. 역사에 도통 일자무식인 나로서는 '발해사'가 아니라 '발해고'라고 쓴 게 무슨 의미인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유득공이 본격적인 역사가가 아니여서 겸손함의 표현으로 붙였다는 것쯤은 이해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국사시간에 단순히 유득공의 '발해고'라고 외우기만 했던 것보다는 훨씬 생동감이 있고 재미가 있어 읽는 내내 행복한 역사 여행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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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 챔피언
제임스 캐플린 지음, 윤재원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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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프레젠테이션을 그다지 많이 할 필요가 없는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프레젠테이션이 단순히 현란한 슬라이드 쇼로 도배된 시간인 줄 알았다. 그러니까 슬라이드가 없이는 진행할 수 없는 일인 줄만 알았던 나로서는 이 책이 크나큰 깨달음을 주었다. 프레젠테이션이 단순한 슬라이드 쇼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정말 괄목할 만한 진전이다. 말빨(?)이 좀 있는 나로서는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았었는데 그래서 대학 때부터 자연히 팀별 발표는 내가 도맡아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프레젠테이션에도 목적이 있고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까 대학 때 했던 내 발표의 방향이 좀 잘못된 것을 알았다. 아이구~ 부끄러워라~

 

먼저 발표자는 연설자와 동일시하면 안된다고 한다. 그것은 연설이 그 내용을 모르는 청중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발표는 어느 정도 그 분야에 대해서 좀 아시는 분들이 청중으로 오기 때문에 훈계하려는 어조로 발표하거나 청중을 하대하거나 한다면 당연히 지루하고도 기분 나쁜 프레젠테이션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연설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것보다 조금 더 알고 있는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의의를 두어야 한다.

그리고 청중의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발표하라고 하니까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 발표를 보고 구매를 결정하기 위함인지, 나를 적임자로 뽑기 위함인지, 좋은 투자대상을 고르기 위함인지를 잘 분별해서 그에 맞는 맞춤 발표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중의 목적을 파악할 때 중요한 것은 직접 물어보라는 것이다. 내 발표를 들을 사람에게 직접 묻지는 못할 상황이라면 그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의견을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단순히 청중의 목적을 내 입장에서 생각하는 오만은 저지르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고 나면 자신의 목적도 파악해야 한다. 이 일로 승진을 하기 위함인지, 많은 투자자들을 확보하기 위함인지, 물건을 팔 생각인지가 분명히 정해져야 내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은연중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 정말 이런 숨은 의도가 있었는 줄은 정말 몰랐다. 정말 난 이 때까지 어떻게 발표를 해온 걸까.

 

이것이 저자가 개발한 GOER기법인데, 총 네 단계로 구성된다.

Goal(목표 설정하기), Outline(개요 만들기), Elaborate(구체화하기), Pne(정리하기)!! 여기 보면 쓰기라든가 검토하기란 말이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독특한데, 보통 사람들이 프레젠테이션을 구상할 때 글쓰기 방식에 따르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란다. 글쓰기 방식에서 해 왔던 1. 제목 구상 2. 사전 조사 3. 기록 4. 전달순으로 하며 내용도 무지 많지만 청중이 이미 아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들어가 있어서 지루하고 재미없는 프레젠테이션이 되기 때문에 아예 용어도 바꾸었다. 정말 쉽고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아까 목표를 설정했다면 이젠 개요를 만드는데 일단 A4용지 하나를 가져와서 주제를 적어놓고 그것을 자유롭게 발상해서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옆에다 채워보면 충분하다. 그것에다가 하나 이상의 아이디어를 연결해야 하는 경우에는 점선으로 연결해서 한 눈에 보기 편하게 하고 나서 그 아이디어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방안도 괜찮다. 그런 식으로 생각을 계속하면 어떤 주제가 청중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여부가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이 끝나면 배열을 하는데 여러가지 배열을 만들어놓고 청중의 목적을 물어봤던 사람에게 다시 연락해서 어떤 배열이 마음에 드는지, 왜 그런지에 대해 듣고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좋단다. 일단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기에 이렇게 제삼자의 의견이 중요하다. 정말 새로운 생각이다.

 

이젠 구체화하는데 이 과정은 자유연상이 아주 중요하다. 내게 가장 생산성이 나는 시간대를 정해놓고 그 시간이 오기 전에 머릿속으로 점차 생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다른 작업을 하는 중간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구체화시켜놓으면 바로 그 시간대가 되었을 때 머릿속엔 내용이 다 정리가 될 수 있다나. 여긴 좀 이해가 잘 안되지만 그래도 시도해보면 그런 울림이 들 법도 하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는데 가장 애착이 드는 부분을 과감히 삭제해서 더 산뜻하고 깔끔한 프레젠테이션이 되도록 한다. 그러면서 유인물도 만들고 파워포인트도 만들고(필요하다면) 나머지는 연상기법으로 발표할 내용을 외우는 거다. 발표자가 스크립트를 들지 않고 청중과 만난다면 청중의 반응을 바로 볼 수 있고 더욱 자신감이 있어보이기도 하기에 암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면서 연상하는 것을 알려주는데 상당히 쉽다. 퇴근시 옷걸이에서 옷을 꺼내입을 때부터 시작하면서 어디 어디를 지나쳐갈 때마다 하나씩 연상할 것을 심어두면 금방 할 수 있다. 한 번 외워두면 계속 반복해서 머리에서 꺼내 쓸 수 있으니 반복할 수 있어 얼마나 쉬운지. 이렇게만 한다면 프레젠테이션 챔피언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듯 싶다. 

 

사실 어떤 기술적인 것보다는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목적으로 프레젠테이션에 임한다면 새롭고도 강력한 발표가 될 수 있을 듯 싶다. 한번도 의사소통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아~ 프레젠테이션 자체가 의사소통의 한 과정이라는 개념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나니까 이 모든 내용이 아주 쉽게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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