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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샌드위치 주식회사를 차리다 - 스무 살 새내기들의 좌충우돌 주식회사 경영
가메카와 마사토 지음, 김정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소설형식을 빌어 경영학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스무 살, 샌드위치 주식회사를 차리다]는 솔직히 아쉬운 점이 많았다. 물론 스무 살의 대학생들이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파는 것이니까 그다지 비중이 없기도 하겠지만... 어쩐지 내용이 톡톡 튀며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전에 봤던 마케팅에 대한 소설책 [마케팅 카사노바]는 '연애'라는 흥미로운 비유를 내세워 마케팅을 아주 놀랍게 설명해주었는데 이 경영학 책에서 '인생 설계'라는 비유를 사용한 것은 솔직히 용두사미격이라 할 수 있다. 인생 설계 자체가 경영 전략이라는 슬로건은 얼핏 들어봐도 이해가 충분히 가는 내용이지만, 책 내용이 인생 설계라는 큰 테두리와는 별개의 이야기가 나와 통일성이 부족하단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인생 설계라고 하면 처음에 등장하는 주인공 주연이의 독백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자신이 SB대학을 선택한 이유를 분석하는 과정이 인생 설계의 첫 발이라는 점에서는 동의를 하지만, 안그래도 경영학이라는 개념이 딱딱하게 느껴지는 독자로선 다짜고짜 처음부터 경영자니, 창업자니, 의사 결정이니 하는 말이나 늘어놓는 것은 책의 흡입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아닌가 한다. 처음에는 흥미 위주로 친구들과 대학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을 대화하는 장면부터 나왔다면 주연이가 독백하는 것보다는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일단 재미가 있어야 책을 보지 않겠나. 안 그럼 경영학 이론책을 보지 뭐하러 소설 형식으로 된 이 책을 보겠느냔 말이다.
게다가 처음엔 인생 설계라고 하는 큰 포부를 먼저 이야기하면서 큰 뭔가를 이야기할 것처럼 그러다가 나중에 갈수록 골프 동아리에서 축제 기간에 할 샌드위치 파는 일에 대한 것으로 빠져버리니,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인생 설계인지 갸웃거리게 된다. 특히나 축제 준비를 하다가 만들 재료의 균형이 맞지 않았던 것을 두고 경영학과 연결시켜 말한 것은 좋은데, 그 정도는 다들 생각하면서 살 텐데 너무 어이없는 경우를 설정해놔서 보는 내내 좀 의아했었다. 그래도 재미있었던 것은 샌드위치를 팔면서 경영 이론을 하나씩 답습해가는 주연이의 성장을 보는 게 아주 흥미로웠다. 그런데 사장이라는 주연인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던데 그래도 사장이라고 해도 되는 건지~ 내가 주연이와 동기였다면 사장이 무능력하다고 한 마디 했을 거다. 그런데 그런 말은 없더군~
앞부분에 지루한 것과 인생 설계라는 거창한 모토와 전혀 맞지 않는 샌드위치 가게의 불균형만 제외하곤, 아니 사장으로서 하나도 한 게 없는 주연이도 포함해서, 다른 것은 나름 재미있었다. 경영학부인 형준이와 희원이, 주연이를 제외하곤 나머지는 법학부, 문학부, 관광학부, 이학부, 경제학부에서 다양하게 모인 골프 동아리이다 보니까 경영 이론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도 나름 쉽게 전달되었던 것도 마음에 들었다. 먼저 사업을 구상할 때는 도메인을 정해서 이벤트인지, 음식 중에 무엇을 주력할 것인지를 정하고 그 다음에 쉽게 만들어 팔 수 있고 불을 사용하지 않는 음식인 샌드위치를 정한 다음 역할 분담을 했다. 그 때 사장인 주연이와 인사 담당인 형준이, 회계 담당인 희원이로 정해지고 재료 조달부분, 생산 부분, 서빙 부분, 광고 부분까지 정해졌는데 주연이, 형준이, 희원인 스태프 조직이라고 하고 실제로 샌드위치를 파는데 동원되는 다른 부분은 라인 조직이라고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호~ 총무나 회계, 인사는 그러니까 중요한 라인이 아니고 스태프가 되는 거구나~ 그래서 스태프 쪽에 있으면 승진이 빠르지 않다고 하는 건가보다.
가장 중요한 샌드위치의 메뉴는 세 가지로 골랐는데, 세 가지로 만들면 사람들이 오히려 가장 싼 것을 먹지 않는 효과가 있어 세 개의 메뉴를 많이 개발한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매점에서 파는 것과 같은 식상한 샌드위치는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첫째 날 가장 많이 만들어놓은 것은 가장 싸고 평범한 햄 에그 샌드위치였으니 큰 문제가 생겼다. 그 때 형준이가 남은 재고를 반값에 빨리 팔고 나서 그 돈으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로 한 결단 때문에 다행히 큰 손해를 막을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재고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사업이 성공 여부가 갈린다고 하니, 형준이의 이 결단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재료비는 적게 들고 맛은 더 좋은 타코스 샌드위치 메뉴를 개발했던 것도 훌륭했고. 둘째 날에는 음료가 없어 불평하는 손님의 의견에 귀기울여서 음료만 파는 팀과 협력을 해서 싸게 공급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비가 와서 찬 음료수 대신 따뜻한 스프와 차를 냈는데 아주 탁월했던 판단이었음은 물론이다.
아주 간단하게 사업에 대한 모든 것을 전수받긴 했는데, 경영학은 아주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기에 한 번에 다 아는 건 무리다. 그저 여기서 조금 맛보고 나니까 경영학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어릴 적 막연히 사업가를 꿈꾸었던 내 꿈에 다시 불을 지르지는 못했지만 - 주연이처럼 무능력한 사장이 되면 어쩌려고~ - 그래도 어렵다고 피하거나 도망만 다니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