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가격 - 예술품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지적 미스터리 소설
가도이 요시노부 지음, 현정수 옮김 / 창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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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치 셜록 홈즈와 와트슨을 연상하게 만드는 콤비, 가미나가 미유와 사사키 아키토모를 보면 정말 난해하고도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그림 감정의 세계를 아주 흥미롭게 탐험할 수 있다. 물론 어려워만 보이던 미술사의 용어와 일본의 년도를 가리키는 어려운 '쇼와'같은 용어가 마구 나와도 책장을 빠르게 넘길 순 있는 건 번역자의 크나큰 수고도 한 몫을 했겠지만 말이다. 가미나가 미유는 소위 말하는 천재이다. 그가 그림의 진품과 위작을 가려내는 데 사용하는 게 '미각'이라는 것도 참으로 범상치 않지만, 미술사를 전공한 사사키보다도 한 걸음 앞서나가는 그의 해박한 미술사적 지식만 보더라도 그는 정말 천재가 맞다. 그가 범상치 않은 천재라는 것은 사사키도 동의하는 바다. 천재와 범인의 차이가 어느 정도껏 나야 열등감이나 시기심을 품을 수 있지, 이미 첫 게임부터 KO패를 당한 터라 이제는 순수하게 가미나가의 멋진 활약을 보면서 감탄만 할 따름인 것이다.

 

이런 독특한 미술이라는 소재와 독특한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은 길게 얽히고 설키는 플롯이 긴 유형보다는 짧으나 굵게 제시해 강한 여운을 남기는 쪽이 더 낫다. 그래야 '미각'으로 진위를 감정한다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맹점을 피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말이다, 진짜 '미각'으로 진위를 감정하진 않아도 그런 행동이 가능한가는 궁금하다. 침을 묻혀 맛을 보면 그림을 손상시키지는 않을까? 근데, 정말 그런 사람은 없겠지??? 어쨌든 그런 의도를 가지고 했던 아니던 간에 이 책은 다섯 개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솔직히 처음엔 그걸 신기하게 여겼는데 - 왠지 복잡미묘하고, 아주 길 것 같은 스토리가 나올 것 같았기에 - 다시 생각해보니 딱 알맞은 구성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책을 보니 그 길이가 딱 알맞았다. 한 권의 소설에서 다른 다섯 가지의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읽어낼 수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미술사에 대한 내용이라니까 왠지 숨겨진 거장의 진품을 발굴하는 일이나 보물 지도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될 것도 같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비밀을, 그 속에 숨겨진 우리네 인생을, 서로를 인정하고 아껴주는 아버지와 아들의 유대감을, 한 가족으로서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정말 찾아보면 이런 이야기가 정말 많이도 나올 것 같아서 마지막 장에 '<끝>'하고 쓰여있는 페이지에서는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셜록 홈즈와 와트슨 콤비처럼 가미나가 미유와 사사키 아키토모 콤비도 시리즈로 나올 만큼 충분히 재료가 되는데 말이다. 아마도 또 나오겠지? ㅎㅎ

 

이쯤 되면 여기선 작가를 한 번 보고 넘어가야 한다. 도대체 이름도 들어보지도 못한 작가가 요로코롬 재미있는 작품을 낼 수가 있단 말인가~ 하고 내심 질투심을 감추지 못하면서 작가 이력을 살펴보니 역시나 신인이었다. 이 책이 2003년에 제42회 올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고 나서 낸 첫 단행본이라고 하는데, 정말 배가 아파도 너무 아프다. 그가 이후로도 그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라 나같은 범인이 배가 아프지 않을 만큼의 천재성을 발휘한다면 모를까, 아직은 계속 배가 아플 것 같다. 추리를 좋아하시는지 그의 다른 작품인 [인형의 방]도 이 책과 비슷한 느낌으로 아버지와 여중생 딸이 일상의 미스터리를 밝혀나가는 작품이라니까 큰 부담없이 일상을 경험하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싶다. 내가 추리는 좋아하나 너무 잔혹한 이야기는 부담백배인 걸 또 어떻게 아시궁~~~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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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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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짧지만 참 강렬한 책이다. 작가가 서문에서도 소개했듯이, 이 책은 자신이 죽을 만큼 힘들게 고민한 것들을 자신 나름의 생각으로 엮어낸 에세이이다. 그렇기에 그가 쓴 다른 저작들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 존재조차도 몰랐던 그의 책을 내가 아는 건, 이 책으로 그의 다른 저작들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원근법]이 내가 구한 책인데, 상당히 딱딱할 것 같다는 동생의 말에도 불구하고 난 참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가 서문에서 이 책을 소개한 말을 인용하면, "[고민하는 힘]은 그런 '고민'이라는 키워드를 실마리로 삼아, '고민하는' 것이 '살아가는 힘'과 연계되는 회로를 '나는 누구인가',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돈이 전부일까' 등 우리가 지닌 근본적 문제와 결부시켜 내 나름의 생각을 피력한 '인생론' 같은 에세이입니다." 라고 한다. 재일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강상중이 살면서 치열하게 고민해왔던 것을 풀어놓는다니, 참 가슴 떨리지 않는가. 고민은 실컷 그가 해주고, 난 그가 얻은 진리(?)를 받아먹기만 할 수 있다니~~ㅋㅋ 과연 얌체족같은 내겐 딱인 책이다. 물론 나만의 고민도 쉬지 않고 해야겠지만 말이다.

 

예전에 다큐멘터리로, 일본에서 살아가는 재일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귀화를 하지 않으면 사회 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차별을 심각하게 받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끝내 한국 이름을 포기하고 일본 이름을 얻어 사업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보았고, 평생을 한국 이름을 가지고 일본에서 살면서 한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참여하길 소원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볼 수 있었다. 정말 재일 한국인으로서, 경계인으로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하나같이 멋있어 보였는데, 강상중 교수도 그 중 한 인물이었다니 이 책을 읽는 건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20살 때 부모님의 조국인 한국 땅을 밟아보고 나서 '나가노 데츠오'라는 일본 이름을 버리고 '강상중'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지고 된 그는, 치열하게도 정말 치열하게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물었던 사람이다. 일본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인이라고 말할 수도 없어 젊으나 젊은 자신의 20대를 자아정체성 찾는 데에 쏟아부었던 그런 고민의 시간이 있었기에 그가 일본 땅에서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내걸고 무언가를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냉정한 분석과 세련되고 지적인 분위기, 호소력 강한 목소리로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는 그는 진정한 고민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가 말하는 고민하는 힘이란, 피상적으로 겉만 핥지 말고 진지함을 가지고 자아의 고민을 파고드는 것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지하게 타자와 마주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이 무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가다보면 무언가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고민하는 과정인 것이다. 어떤 일에 얽매이지 않으려 하고, 누군가와 진지한 관계를 맺지 않으려 하는 관계로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그도 나쁠 것 없는 일이겠지만, 그런 생활이 공허함을 가져다준다면, 아니, 그런 생활은 결국 어느 순간에는 공허함밖에는 주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각자각자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인에게는 과거처럼 공동체를 묶어주는 관습이나 전통의 힘이 약해져 개인의 자유가 넘쳐나기에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알려주는 안내서가 없다. 그렇기에 스스로 고민하면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고민이 있다면 내 삶의 끝 자락에서는 잘 살았다~ 말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의 고민에 안내자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였다. 소설과 사회학 서적으로 100년 전에 쓰여진 그들의 저작들이 지금 이 세계에서도 큰 울림을 발휘한다니 정말 그 둘은 천재 중의 천재가 아니였을까 하는데, 그들은 거친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지만 그 흐름에 휘말리지 않고 시대를 꿰뚫어 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살았고, 그것을 저작으로 남겼단다. 으음~ 그 둘의 책을 아직까지 한 권도 읽지 못했는데, 꼭 한 번 봐야 할 둣 하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의 연보가 나와있어 그들의 책을 찾기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정말 신기한 것은 일본과 독일이라는 정말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같은 시기에 태어난 두 사람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한 사람은 소설로, 다른 사람은 사회학책으로 그것을 표현하다니 말이다. 그들은 세계가 막 발전하려는 시점에서, 청운의 꿈을 품기보다는 말류의식을 가지고 약간 우울한 어조로 그 시대를 꿰뚫어 보았다는데, 정말 호기심이 생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그 때 한 번씩 꺼내보면서 다시금 나 자신을 다져가면 참 좋은 약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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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어홀릭 Diary - 구두와 사랑에 빠지다
김지영 지음 / 청어람장서가(장서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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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패션에 그다지 패션에 관심을 두진 않지만, 스스로에 대해 나름 멋을 낼 줄 안다고 '자부'까지는 아니더라도, 내심 '생각'하는 편이다. 어디가서 옷을 잘 매치해 입는다는 소리를 들어봤기도 했고, 옷을 어떻게 입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활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마 나도 이 책의 저자 김지영 씨처럼 이런 패션계에 입문을 했다면 그런 패션에 대한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또 더욱 발전시켰을텐데 아쉽게도 지금의 내겐 그러한 끼도, 그러한 열정도 없어져 버렸다. 잃은 것 대신 얻은 것이 있기에 나름 만족하지만 어릴 때처럼은 열광하지 않는 게 내 스스로도 참 신기하단 생각도 가끔 한다. 그런데 한창 잘 나갈 때도 한 가지만큼은 자신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구두이다. 옷에 맞게 구두를 매치하기 때문에 이 옷을 입으면 이런 구두를 신어야 해~ 라는 생각은 나름 하지만, 경제적인 여건과 내가 처한 상황 속에서 한정된 구두로만 멋을 내야 하기에 더욱 더 구두에 자신없었던 것 같다. 꼭 옷을 입을 땐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구두만 머릿속에 떠오르니 나로서도 한계에 도달했다. 아마도 그런 한계 때문에 점점 패션에 목숨 걸지 않게 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내겐 패션을 마무리지어 주는 용도로 쓰는 구두가, 하나의 패션이고 더 나아가 평범한 옷도 근사한 옷으로 탈바꿈시켜주는 패션의 꽃이라고 부르는 김지영 씨에겐 아주 중요한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 나는 구두를 살 땐 떨리는 마음으로 제일 처음 봤던 구두에 필이 꽂혀서 그냥 구매해버리고 만다. 하지만 김지영 씨가 말하길, 좋은 - 일정하지 않은 내 발에 맞는 - 구두를 사기 위해서는 많이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터넷으로 구매해버리면 실제로 가죽을 만져보거나 신어보거나 할 수 없기에 꼭 모양을 인터넷으로 보고 살 때는 실제로 가는 것이 좋다고~ 가격이 문제라면 모든 가게의 세일 기간을 알아두고 꼭 첫날 방문해서 자기가 찜해놨던 구두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옷을 사러 들어갈 때와는 다르게, 난 구두 사러 들어갈 때가 아주 떨린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점원 앞에서 사지도 않을 것을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신어 보고 걸어 보는 것을 하는 게 어색하다. 그래서 아마도 내가 내 발에 맞는 구두 사는 것을 실패해버린 게 아닌가 한다. 만약 그랬다면 나도 아주 멋쟁이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2001년 겨울, 패션매거진 <Vogue Girl>의 에디터로 일하기 시작한 김지영 씨가 7년의 패션에디터로서의 생활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냈다. 세계의 패션이 만들어지는 컬렉션의 아찔하고 숨 가쁜 취재이야기나 에디터로서 자부심이 들었을 때와 실패했을 때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평생 나는 경험해보지 못할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아마도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다 나와 같은 생각일 거다. 컬렉션을 통해 6개월 먼저 세계의 경향을 미리 예측해서 다른 사람들도 응용할 수 있도록 쉽게 적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닌지~ 남들보다 먼저 앞서 간다는 것만큼 스릴 만점인 게 없지 않을까.

 

그 중 가장 신기했던 점은 여러 도시마다 구두에 대한 취향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다. 프랑스 파리는 킬힐과 조형적이고 아티스틱한 구두의 천국이란다. 크리스찬 루부탱과 피에르 하디, 로저 비비에 같은 천재적인 구두 디자이너를 낳은 도시답게 여자들은 하나같이 아찔하게 높은 하이힐과 구조적인 디자인의 플랫폼 슈즈를 즐겨 신는단다. 또한 런던에서는 좀 더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의 구두를 즐겨 신는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영국의 구두 디자이너 니콜라스 커크우드의 신발들이 바로 이런데, 레드, 블루, 핫핑크 같은 비비드한 컬러의 가죽을 대담하게 사용하고 보석, 레이스, 금속 버클 같이 눈에 띄는 디테일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구두를 즐긴다니, 난 상상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세련되고 모던한 뉴요커들은 실용성을 중요하게 따지기에 플랫슈즈, 납작한 스트랩 샌들, 편안한 굽의 부츠를 주로 신는단다. 나는 구두를 신을 때 특별히 유행을 타진 않는데, 나라별로 특이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니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그녀는 아름다운 구두 중에서 하이힐을 가장 사랑한다고 한다. 플랫슈즈도 편해서 일 할 때는 많이 신지만 여자를 가장 여자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하이힐이라고 생각한다는데, 그 생각에는 나도 동의한다. 요즘 생겨난 스틸레토같이 완전 기형적으로 생겼거나 15cm 이상이나 되는 힐은 전혀 내 취미가 아니지만 적당한 7~8cm 정도의 하이힐은 여성에게 긴장감을 주고, 몸가짐을 바르게 세우는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남자들도 낮은 플랫슈즈를 신은 여자보다는 적당한 높이의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더 섹시하고 아름다워 보인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지 않은가.

 

이 책에서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마지막 장에 있는 구두 용어 사전이다. 제일 처음부터 이 부분을 보았으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더 쉬웠을 건데 아쉽게도 사전은 맨 마지막에 있었다. 스틸레토, 발레리나 플랫, 펌프스, 플랫폼, 슬링백, 옥스퍼드, 웨지, 로퍼, 앵클 스트랩, 부츠까지 모든 구두의 용어가 다 정리되어 있다. 난 펌프스가 일반 구두라는 걸 몰라서 중간 중간에 나오는 그 말의 어감 때문에 투박하단 인상을 받았었는데, 정말 어이가 없다. ㅋㅋ 슬링백은 예전 어디선가 들었던 단어인데, 역시나 관심이 안 가는 분야라 그런지 금방 까먹었던 단어였다. 나도 기본적인 구두 정도는 하나씩 구비를 해서 적재적소에 잘 맞춰 신어보고 싶다. 이 책에 나온 대로 꼼꼼하게 고르지는 못해서 항상 아프게 신거나 예쁜 장식으로 사용으로 하는 경우가 적잖은데, 다신 실패를 하지 않을 수 있을 듯 싶다. 특히나 안감 가죽이 부드러운지, 복사뼈 근처에 닿지는 않은지, 장심(발바닥의 오목하게 패인 부분)에 닿는지를 파악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니까 한 번 시도를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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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관객 - 미디어 속의 기술문명과 우리의 시선
이충웅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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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내가 책을 받아들고 나서 제일 처음으로 보는 것이 보통 책날개 앞에 있는 저자의 소개 - 그 중에서 그가 낸 책 목록을 주의깊게 본다 - 와 그 다음이 서문이다. 그런데 서문만 보고선 그 책에 대해서 확 반해버린 게 몇 있었는데 최근에 그런 경험을 하게 해준 책이 이충웅 저자의 [문명의 관객]이었다. 서문에서부터 끌리는 책의 종류는 비문학 중에서 거의 사회/과학 분야가 많은데, -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분야인 철학은 서문부터 설레이긴 좀 어렵다. 그 분야는 아무래도 책의 서두에서부터 설레인다고나 할까. - 정말 이렇게 읽으면서 가슴이 뛰어보긴 정말 오랜만이다. 내가 오랫동안 설레였던 오빠 앞에서 서있던 경험을 다시 느끼게 하는 책이 바로 문학이 아니라는 점에서 특이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참으로 행복한 기분을 맛보았다. 이 책은 내가 좀 멀리 옮겨진 직장으로 가는 도중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읽었는데,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의 독서가 어느 정도 인이 박힌 나조차 두통이 생기는 버스 안에서의 독서가 절대 후회되지 않을 만큼이나 재미있었다. 물론 그 날 집에 와서 두통약을 먹어야 잠들 수 있었지만 말이다. 버스 안에서 키득키득 웃을 수 없었던 게 조금 아쉬웠지만, 정말 평소에 내가 생각해왔던 답답함을 뻥 뚫어주어서 아주 만족스런 독서가 될 수 있었다.

 

부제가 [미디어 속의 기술문명과 우리의 시선]이라 어찌보면 정말 딱딱하고 고루한 느낌이 나기도 한 제목이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제목이 딱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전작인 [과학은 열광이 아니라 성찰을 필요로 한다]에서는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대중매체의 '문자 텍스트'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시각적이고 영상적인 텍스트, 혹은 영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인단다. - 나중에 그의 전작도 한 번 봐야겠다. -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접하는 동영상이나 블로그, 영상 매체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담론이라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그런데 세 장에 달하는 서문만 보고도 설렘을 느꼈다는 나도, 처음엔 이 서문 때문에 당황했었다. 도대체 무신~ 야그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잡고 있는 감이 제대로 된 것인지~ 온갖 낯선 단어들이 내 눈을 가득 메웠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우리는 이 문명의 '관객'이 될 수 있는가?

현대 기술문명이라는 거대한 연극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 공연에서

배우가 되지 않고 관객으로 한 발짝 물러나서 볼 수 있을까?

문명의 서사극은 '낯설게 하기' 기법이라는 것을 도대체 가지고나 있는 것일까?

그것이 거기에 없다면, 우리는 이 극을 자발적으로 '낯설게' 바라볼 수 있을까?

이 물음이 가능하다면 곧이어 다음 물음도 가능하다. 주인공도 아닌, 하필 '관객'이 되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p. 6)

그런데 다음 순간 깨달음의 순간이 오면서 이 사람도 특별한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나랑 아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 - 이런 사회/인문 분야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한 가지 고민이다. 이 글을 쓴 저자는 정말 나랑은 다른 사고방식을 지닌 깨어있는 사람이라는 열등의식 - 이 들어서 아주 친근해졌다. 사실 저자가 나보다는 조금 더 예리한 시선을 가지고 미디어 속의 과학을, 사회를 분석해서 보는 것은 맞지만, 나도 그 정도는 한 번쯤 생각해봤던 일들을 활자화해서 생각을 분명히 할 수 있게 해준 거라 여기니 그나마 덜 거리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모든 장이 '낯설었고', 그래서 신선해서 좋았는데, 가장 충격이 컸던 분야는 <첫째 장 몸을 향한 욕망의 시선>의 <비만과 다이어트>였다. 종합 일간지에서 '다이어트'라는 어휘가 들어간 기사량이 1990년대 전반에 비해 1990년대 후반이 8배나 된다는 사실이나 체질량지수가 30이상(키 170에 몸무게 86.7킬로)이 비만인데 성인 비만 비율에서 (미국이 32.2%인데 비해) 우리는 2.4%(일본은 3.1%)밖에 안돼 다이어트 관련 장사가 되지 않으니까 체질량 지수 25~29.9(세계보건기구에선 과체중으로 분류함)까지 비만으로 판정하기로 한 것 등 정말 놀라운 사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중이 늘어가는 자연스러운 경향 탓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조사하면 40대 중반의 남자는 성인 비만 비율이 41.2%(체질량지수 25기준으로 해서)이나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희한한 건 최근에 들어 비만으로 취급되는 체질량지수 25~29.9 사이의 사람들이 가장 덜 죽는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체질량지수 25~29.9 사이의 사람들의 사망률을 1로 봤을 때, 저체중자의 사망률은 2.46, 정상 체중자는 1.73, 고도비만자는 1.39인 것으로 조사됐다니, 정말 희한하지 않은가. 그러면 오히려 그들에게 살을 빼라는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닐까.

 

다이어트 말고도 성형이나 한국 최초의 '우주인', 광우병 공포, 조류 독감, 블로그 등등의 주제를 가지고 미디어에서 우리가 어떤 것을 비판하며 봐야 하는지, 어떻게 '낯설게' 하여 관객의 입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하는지 찬찬히 말해 주었다. 미디어에서 제공한 것만으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는지 정말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많은 미디어 속에서 보여주는 모습만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만 한다면, 결국 우리는 '중우衆愚'가 될 수밖에는 없다. 그러니 단순히 보이는 현상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그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며 바라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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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의 힘 - 커피가 병을 예방한다
오카 기타로 지음, 이윤숙 옮김 / 시금치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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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병을 예방한다]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일본에서 한창 유행하고 있는 예방의학에 큰 길조로 여겨지고 있다. 맛과 향취가 그윽해서 많은 이들의 기호를 만족시켜주고 있는 커피는 예전부터 몸에 좋다느니, 나쁘다느니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현재까지 연구한 바에 의하면 볶은 원두의 성분에는 상당히 많은 예방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2장 커피 마시는 이로움에서는 커피의 많은 성분에 대해서 마치 한 편의 논문처럼 많이 나열되고 있다. 클로로겐산이나 트리고넬린, THBC, 개미산과 초산까지 정말 말할 수 없이 많은 성분이 있는데, 아직은 볶은 원두의 모든 성분을 다 파악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이제까지 밝혀낸 연구 결과만 가지고도 많은 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횡재인가~ 맛나는 커피도 마시고, 병도 예방하고 말이다.

 

예전엔 일본에서 커피나무가 약용식물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약용식물에서 빠졌다고 한다. 그 이유가 그 당시에 커피의 유효한 의약성분은 카페인 뿐이라, 이미 다른 약으로 카페인을 보급할 수 있기에 빠진 것이란다. 그런데 커피에는 카페인말고도 훨씬 많은 의약성분이 있기에 이 판단은 너무 시기상조였던 거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생두와 볶은 원두의 성분이 아주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유용한 의약성분도 볶은 원두에 많이 있는데, 처음 커피를 발견한 사람은 어떤 이유로 커피를 볶아 먹기 시작했는지 정말 의문스럽다. 어쨌거나 과거의 어떤 한 조상님의 혜안 덕분에 우리는 맛있고도 몸에 좋은 커피를 마음껏 먹을 수가 있게 된 것만은 너무 고맙다.

 

과거에 일본 말고도 다른 나라에서도 커피를 의약품으로 먹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페인의 효능 탓에 중세 유럽에서는 졸음을 쫓고, 신체에 활력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고, 중국에서는 위장약, 기침을 멈추게 하는 약으로도 사용하기도 했단다. 그리고 이뇨작용이나 소화불량에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현재 알려진 커피의 질병 예방에 대한 역학 조사 논문을 보면, 커피는 2형 당뇨병, 간암, 만성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증, 파킨슨병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별 다섯 개의 신빙성이 있고, 고혈압, 바이러스성 간염의 발암, 우울증, 드라이 마우스의 예방은 별 셋 정도의 신빙성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밑져야 본전 아닌가. 커피를 먹었다고 죽었다는 사람은 못 들어봤으니, 맛도 좋고 향도 좋은 커피를 마음껏 즐기고 건강도 챙기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듯 싶다.

 

좀 자세히 살펴보면, 커피에는 함유되어 있지 않지만 커피를 마셨을 때 신체 안에서 만들어지는 대사 산물이 니코틴아미드와 파라진아미드인데, 니코틴아미드는 비타민 B3로 결핍되면 병에 걸리고, 파라진아미드는 폐결핵을 치료하는 약으로 쓰이는 물질이란다. 또한 카페인은 암 치료의 보조약으로 쓰이는 데다가 신경세포가 망가지면 걸리는 병인 파킨슨 병을 예방한다는 보고도 있다. 그리고 카페인에는 항염증 작용도 있는데, 세포 상해성 병의 예방과 깊은 관계가 있다. 카페산은 커피 생두에 가장 많은 클로로겐산의 대사 물질이자 로즈마리산의 대사 물질이기도 하는데 클로로겐산은 고혈압과 식후 고혈당 예방을 위한 약으로 연구 중에 있다. 개미산은 커피의 신맛을 내는 물질로 항균작용이 끝내 준다. 이렇게 끝내주는 게 끝이 아니다. 아직까지 커피의 성분 중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은 성분이 더 많이 있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예상하기로는 항바이러스 작용 등이라고 하는데, 정말 놀라운 일일 뿐이다. 이렇게 맛과 건강을 지켜주는 커피나무야말로 우리의 효자나무가 아닐까. 앞으로 칼로리 때문에 못 먹었던 커피를 어떤 죄책감 없이 마구 들이켤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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