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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어홀릭 Diary - 구두와 사랑에 빠지다
김지영 지음 / 청어람장서가(장서가) / 2009년 4월
평점 :
지금은 패션에 그다지 패션에 관심을 두진 않지만, 스스로에 대해 나름 멋을 낼 줄 안다고 '자부'까지는 아니더라도, 내심 '생각'하는 편이다. 어디가서 옷을 잘 매치해 입는다는 소리를 들어봤기도 했고, 옷을 어떻게 입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활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마 나도 이 책의 저자 김지영 씨처럼 이런 패션계에 입문을 했다면 그런 패션에 대한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또 더욱 발전시켰을텐데 아쉽게도 지금의 내겐 그러한 끼도, 그러한 열정도 없어져 버렸다. 잃은 것 대신 얻은 것이 있기에 나름 만족하지만 어릴 때처럼은 열광하지 않는 게 내 스스로도 참 신기하단 생각도 가끔 한다. 그런데 한창 잘 나갈 때도 한 가지만큼은 자신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구두이다. 옷에 맞게 구두를 매치하기 때문에 이 옷을 입으면 이런 구두를 신어야 해~ 라는 생각은 나름 하지만, 경제적인 여건과 내가 처한 상황 속에서 한정된 구두로만 멋을 내야 하기에 더욱 더 구두에 자신없었던 것 같다. 꼭 옷을 입을 땐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구두만 머릿속에 떠오르니 나로서도 한계에 도달했다. 아마도 그런 한계 때문에 점점 패션에 목숨 걸지 않게 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내겐 패션을 마무리지어 주는 용도로 쓰는 구두가, 하나의 패션이고 더 나아가 평범한 옷도 근사한 옷으로 탈바꿈시켜주는 패션의 꽃이라고 부르는 김지영 씨에겐 아주 중요한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 나는 구두를 살 땐 떨리는 마음으로 제일 처음 봤던 구두에 필이 꽂혀서 그냥 구매해버리고 만다. 하지만 김지영 씨가 말하길, 좋은 - 일정하지 않은 내 발에 맞는 - 구두를 사기 위해서는 많이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터넷으로 구매해버리면 실제로 가죽을 만져보거나 신어보거나 할 수 없기에 꼭 모양을 인터넷으로 보고 살 때는 실제로 가는 것이 좋다고~ 가격이 문제라면 모든 가게의 세일 기간을 알아두고 꼭 첫날 방문해서 자기가 찜해놨던 구두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옷을 사러 들어갈 때와는 다르게, 난 구두 사러 들어갈 때가 아주 떨린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점원 앞에서 사지도 않을 것을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신어 보고 걸어 보는 것을 하는 게 어색하다. 그래서 아마도 내가 내 발에 맞는 구두 사는 것을 실패해버린 게 아닌가 한다. 만약 그랬다면 나도 아주 멋쟁이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2001년 겨울, 패션매거진 <Vogue Girl>의 에디터로 일하기 시작한 김지영 씨가 7년의 패션에디터로서의 생활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냈다. 세계의 패션이 만들어지는 컬렉션의 아찔하고 숨 가쁜 취재이야기나 에디터로서 자부심이 들었을 때와 실패했을 때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평생 나는 경험해보지 못할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아마도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다 나와 같은 생각일 거다. 컬렉션을 통해 6개월 먼저 세계의 경향을 미리 예측해서 다른 사람들도 응용할 수 있도록 쉽게 적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닌지~ 남들보다 먼저 앞서 간다는 것만큼 스릴 만점인 게 없지 않을까.
그 중 가장 신기했던 점은 여러 도시마다 구두에 대한 취향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다. 프랑스 파리는 킬힐과 조형적이고 아티스틱한 구두의 천국이란다. 크리스찬 루부탱과 피에르 하디, 로저 비비에 같은 천재적인 구두 디자이너를 낳은 도시답게 여자들은 하나같이 아찔하게 높은 하이힐과 구조적인 디자인의 플랫폼 슈즈를 즐겨 신는단다. 또한 런던에서는 좀 더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의 구두를 즐겨 신는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영국의 구두 디자이너 니콜라스 커크우드의 신발들이 바로 이런데, 레드, 블루, 핫핑크 같은 비비드한 컬러의 가죽을 대담하게 사용하고 보석, 레이스, 금속 버클 같이 눈에 띄는 디테일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구두를 즐긴다니, 난 상상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세련되고 모던한 뉴요커들은 실용성을 중요하게 따지기에 플랫슈즈, 납작한 스트랩 샌들, 편안한 굽의 부츠를 주로 신는단다. 나는 구두를 신을 때 특별히 유행을 타진 않는데, 나라별로 특이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니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그녀는 아름다운 구두 중에서 하이힐을 가장 사랑한다고 한다. 플랫슈즈도 편해서 일 할 때는 많이 신지만 여자를 가장 여자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하이힐이라고 생각한다는데, 그 생각에는 나도 동의한다. 요즘 생겨난 스틸레토같이 완전 기형적으로 생겼거나 15cm 이상이나 되는 힐은 전혀 내 취미가 아니지만 적당한 7~8cm 정도의 하이힐은 여성에게 긴장감을 주고, 몸가짐을 바르게 세우는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남자들도 낮은 플랫슈즈를 신은 여자보다는 적당한 높이의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더 섹시하고 아름다워 보인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지 않은가.
이 책에서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마지막 장에 있는 구두 용어 사전이다. 제일 처음부터 이 부분을 보았으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더 쉬웠을 건데 아쉽게도 사전은 맨 마지막에 있었다. 스틸레토, 발레리나 플랫, 펌프스, 플랫폼, 슬링백, 옥스퍼드, 웨지, 로퍼, 앵클 스트랩, 부츠까지 모든 구두의 용어가 다 정리되어 있다. 난 펌프스가 일반 구두라는 걸 몰라서 중간 중간에 나오는 그 말의 어감 때문에 투박하단 인상을 받았었는데, 정말 어이가 없다. ㅋㅋ 슬링백은 예전 어디선가 들었던 단어인데, 역시나 관심이 안 가는 분야라 그런지 금방 까먹었던 단어였다. 나도 기본적인 구두 정도는 하나씩 구비를 해서 적재적소에 잘 맞춰 신어보고 싶다. 이 책에 나온 대로 꼼꼼하게 고르지는 못해서 항상 아프게 신거나 예쁜 장식으로 사용으로 하는 경우가 적잖은데, 다신 실패를 하지 않을 수 있을 듯 싶다. 특히나 안감 가죽이 부드러운지, 복사뼈 근처에 닿지는 않은지, 장심(발바닥의 오목하게 패인 부분)에 닿는지를 파악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니까 한 번 시도를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