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가격 - 예술품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지적 미스터리 소설
가도이 요시노부 지음, 현정수 옮김 / 창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마치 셜록 홈즈와 와트슨을 연상하게 만드는 콤비, 가미나가 미유와 사사키 아키토모를 보면 정말 난해하고도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그림 감정의 세계를 아주 흥미롭게 탐험할 수 있다. 물론 어려워만 보이던 미술사의 용어와 일본의 년도를 가리키는 어려운 '쇼와'같은 용어가 마구 나와도 책장을 빠르게 넘길 순 있는 건 번역자의 크나큰 수고도 한 몫을 했겠지만 말이다. 가미나가 미유는 소위 말하는 천재이다. 그가 그림의 진품과 위작을 가려내는 데 사용하는 게 '미각'이라는 것도 참으로 범상치 않지만, 미술사를 전공한 사사키보다도 한 걸음 앞서나가는 그의 해박한 미술사적 지식만 보더라도 그는 정말 천재가 맞다. 그가 범상치 않은 천재라는 것은 사사키도 동의하는 바다. 천재와 범인의 차이가 어느 정도껏 나야 열등감이나 시기심을 품을 수 있지, 이미 첫 게임부터 KO패를 당한 터라 이제는 순수하게 가미나가의 멋진 활약을 보면서 감탄만 할 따름인 것이다.

 

이런 독특한 미술이라는 소재와 독특한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은 길게 얽히고 설키는 플롯이 긴 유형보다는 짧으나 굵게 제시해 강한 여운을 남기는 쪽이 더 낫다. 그래야 '미각'으로 진위를 감정한다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맹점을 피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말이다, 진짜 '미각'으로 진위를 감정하진 않아도 그런 행동이 가능한가는 궁금하다. 침을 묻혀 맛을 보면 그림을 손상시키지는 않을까? 근데, 정말 그런 사람은 없겠지??? 어쨌든 그런 의도를 가지고 했던 아니던 간에 이 책은 다섯 개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솔직히 처음엔 그걸 신기하게 여겼는데 - 왠지 복잡미묘하고, 아주 길 것 같은 스토리가 나올 것 같았기에 - 다시 생각해보니 딱 알맞은 구성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책을 보니 그 길이가 딱 알맞았다. 한 권의 소설에서 다른 다섯 가지의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읽어낼 수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미술사에 대한 내용이라니까 왠지 숨겨진 거장의 진품을 발굴하는 일이나 보물 지도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될 것도 같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비밀을, 그 속에 숨겨진 우리네 인생을, 서로를 인정하고 아껴주는 아버지와 아들의 유대감을, 한 가족으로서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정말 찾아보면 이런 이야기가 정말 많이도 나올 것 같아서 마지막 장에 '<끝>'하고 쓰여있는 페이지에서는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셜록 홈즈와 와트슨 콤비처럼 가미나가 미유와 사사키 아키토모 콤비도 시리즈로 나올 만큼 충분히 재료가 되는데 말이다. 아마도 또 나오겠지? ㅎㅎ

 

이쯤 되면 여기선 작가를 한 번 보고 넘어가야 한다. 도대체 이름도 들어보지도 못한 작가가 요로코롬 재미있는 작품을 낼 수가 있단 말인가~ 하고 내심 질투심을 감추지 못하면서 작가 이력을 살펴보니 역시나 신인이었다. 이 책이 2003년에 제42회 올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고 나서 낸 첫 단행본이라고 하는데, 정말 배가 아파도 너무 아프다. 그가 이후로도 그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라 나같은 범인이 배가 아프지 않을 만큼의 천재성을 발휘한다면 모를까, 아직은 계속 배가 아플 것 같다. 추리를 좋아하시는지 그의 다른 작품인 [인형의 방]도 이 책과 비슷한 느낌으로 아버지와 여중생 딸이 일상의 미스터리를 밝혀나가는 작품이라니까 큰 부담없이 일상을 경험하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싶다. 내가 추리는 좋아하나 너무 잔혹한 이야기는 부담백배인 걸 또 어떻게 아시궁~~~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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