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경영 사상가 50인
키애런 파커 지음, 신우철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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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나왔던 책이 표지가 바뀌었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상당히 아름답게 나왔다. 이 표지만 보고 있어도 생동감이 넘쳐보이는 것이경영 사상가라고 해서 딱딱할 줄만 알았던 책의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첫인상이 중요한 것처럼 책도 처음 만날 때는 이렇게 표지가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분명하다. 책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던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작용할 수도 있으니까~ 특히나 내 경우는 책 자체는 아주 훌륭할지라도 내가 예상했던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경우에 상당한 실망감이 들기 때문이다.

 

경영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지라 경영이라는 말에 상당히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을 보니, 경영분야는 정말 별천지란 생각이 든다. '경영 사상가'라는 특별한 직업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저 한 분야에서 한 우물을 열심히 판 사람들 중에 책을 냈으면 낸 대로, 강의를 했으면 한 대로, 기업을 세웠으면 세운 대로 그의 사상이 독보적이거나 효율적이여서 실제 가시적인 이득을 본 경우에 '경영 사상가'란 이름을 붙여주는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실제로 아직 책을 내지 않은 사람도 경영 사상가에 속해있는 것을 보니 정말 이렇다할 규칙이란 게 없어 보인다. 특히나 그들이 속해 있는 분야가 상당히 많다. 저널리스트, 교육가, 컨설턴트, 공상가(바로 빌 게이츠가 여기에 속한다), 등산가, 설립자, 경제학자, 교육자, 경영인, 경영 상담 고문, 수평 사고자, 작가, 만화가, 사회철학자까지 정말 경영 사상가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도 다양하다. 이런 다양한 직업군에서 나온 사람들이 경영 사상에 대해 말을 했다는 것은 바로 경영이라는 분야가 그 만큼 넓은 분야를 아우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전혀 생뚱맞아 보이는 만화나 공상, 작가들이 경영에 대해 한 마디 할 수 있는 것일 테니~~

 

여기서 가장 솔깃했던 인물은 바로 1987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회장을 역임한 앨런 그린스펀이다. 도대체 몇 년이래~ 정말 오랜 기간동안 한 자리를 꿰고 있었는 걸? 그가 그만큼 오래, 그것도 대단한 자리에 있었던 것은 그가 그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일 테지만 간단명료하게 나온 이 책으론 그를 완벽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실 그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텐데(정말 관심없는 나도 들었으니~) 그의 영향력이라는 게 정말 대단해서 주식시장에 '과잉의 조짐'이 있다고 말하자마자 주가가 5%나 내려가기도 했다니, 정말 대단한 권력을 가졌다 싶었다. 우와~ 어떻게 하면 그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가 있는 건지 정말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욱 경이로웠던 것은 아직까지 그의 손으로 쓴 책은 없다는 거다. 내가 그이더라도 그렇게까지 영향이 크면 책을 쓰기 어려울 것도 같지만, 나는 그래서 더욱 그의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의 책이 나오기 전에 경제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그에 대해서 더 살펴봐야겠다. 아마 그러고 나면 이 별천지 같은 경영계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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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레슨 - 우리 아이 악기 선택부터 신나는 연주까지
스테파니 슈타인 크리스 지음, 정유진 옮김 / 함께읽는책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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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음악적 재능이 전무한 것 같다. 내가 악기를 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음악 점수가 낮아서였다. 60점까지 받은 나를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는지 엄마가 부랴부랴 피아노학원에 넣으셨다. 그곳은 가정집에서 하는 곳이었는데, 지나치게 수줍음이 많았던 나는 선생님이 제대로 보지도 않고서 나를 지적하는 말에 상처를 받아 그만두겠다고 엄마에게 졸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이유로 전문 학원에 다니지 않았던 것과 집에 피아노가 없었던 것이 내가 음악적 재능을 키우지 못하게 된 원인이라고 할 수도 있을 법하다. 그랬던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다시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졌다. 어떤 연유에서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에게 졸라서 중학교 1학년 때 다시 배웠었다. 그렇지만 역시나 집에서 연습을 할 수가 없었기에 얼마 못가 그만 두었다.

 

난 그래서 음악적 재능은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그런 문화에서 자라서 그런 교육을 배운 사람들이 훨씬 더 잘하는 거라고~ 그런데 이 책에서는 아니란다. 원래 모든 아이들은 음악을 좋아하는데, 몇몇 아이들만 음악적인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재능이 생기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클래식을 듣고, 노래를 따라부르며, 음악회나 독주회에 자주 간다면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는 훨씬 더 음악적 재능을 보이게 된단다. 아~~ 생각해보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러니까 나도 음악 CD를 자주 틀어놓으면서 귀에 자극을 준다면 남만큼은 아니더라도 음악에 대한 감각이 생길 수도 있는 거구나. 음악은 좋아하는 것 같은데 자주 들으려고 하지 않는 내 습관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이런 음악을 배우려하는 아이와 시키고 싶어하는 부모에게 지침을 일러준다. 어떻게 악기를 가르쳐야 하는지, 언제 알려줘야 하는지, 어떤 프로그램이 좋은지 등등...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 나라에도 이 책에 나온 스즈키, 달크로즈, 오르프, 그리고 코다이 교수법대로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나 학원, 또는 선생님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여자 아이라면 으레 시키게 되는 피아노, 바이올렛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원해서 진정 즐기기 위해서 하는 그런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장소가 과연 있을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에게 가르치기로 했다면 개인 레슨이 좋을지, 학원에서 아이들이랑 같이 어울려 활동하는 것이 좋을지도 결정해야 한다던데, 학원에서 활동 중심으로 가르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 나라에서는 학원에서 가르쳐도 같이 하는 활동이 아니라 한 명씩 봐주고 연습하게 하는 게 아닌가. 이러면 누가 계속 할까. 보통 피아노는 바이엘과 체르니 교본밖에 없지 않나. 중간에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재즈나 컨트리를 가르쳐줄 선생님은 아마 한국에선 찾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내가 몰라서 그런 기우가 드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시작을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지원과 격려다. 천재적인 흥미를 지니고 있는 아이라도 연습은 무척 괴로운 일이기에 항상 보상과 관심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단다. 나는 내가 게을러서, 혹은 내가 끈기가 부족해서 그만 두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면 엄마가 너무 악착같지가 않아서라거나) 그게 아니라니 조금은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조그만한 것이라도 연습을 다 하면 꼭 칭찬해주라고 했던 저자의 충고가 마음에 와닿는다. 간절히~~ 특히나 바이올린은 활을 켜는 방향이 처음엔 쉽지 않기에 연습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한 것을 보면 정말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싶다. 음악 수업은 아무나 시키는 게 아니다. 돈만이 아니라 노력이 많이 드니까~~~

 

무엇이든 첫인상이 중요하니까 시작할 때가 중요한데, 보통 다섯 살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를 대단한 음악가로 만들고픈 욕심에 시작하는 것이라면 정말 위험할 테고, 아이에게 어렸을 때부터 음악적인 환경을 조성해주어 자연스레 접하게 하면서 아기들을 위한 연주회나 어린이 콘서트,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에서 여는 가족연주회에 자주 가보는 게 좋단다. 아이들이 음악을 접하면 접할수록 음악적 재능이 나아질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악기를 결정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본 바이올린 연주를 접하고 계속 배우겠다고 조른다면 그것은 그의 운명이라니 그런 경험을 시켜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싶다. 그냥 듣기만 해도 마음에 평화를 얻을 수 있겠지만 악기를 연주하면 기억력이나 공간 지각능력, 관찰력이 더 발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전에 봤던 책에서도 뇌가 더 늙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악기 연주를 추천하니(그냥 듣기만 해서는 별로 효과가 없단다. 그러니까 '모차르트 이펙트'는 엉터리라구~) 전문 연주자가 되지 않더라도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방법의 한 일환으로 알아두면 좋을 듯 싶다.

 

이 책을 보니까 어린 시절 악기를 배우다가 포기했던 내가 너무 안쓰럽게 느껴진다.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배우려다가 포기했던 게 아련한데, 지금은 배우기보단 그저 음악이라도 많이 들으며 내 음악적 인식 능력을 더 키워가는데 주력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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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뱅이의 역습 - 무일푼 하류인생의 통쾌한 반란!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김경원 옮김, 최규석 삽화 / 이루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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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안 쓰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길래 보기 시작한 [가난뱅이의 역습]은 단순히 가난뱅이의 생활서가 아니였다. 여기에도 노숙하는 방법, 차 얻어타는 방법, 옷을 구할 수 있는 방법, 먹을 걸 구하는 방법 등도 물론 나와있지만, 그것 때문에 키득키득 많이도 웃었다, 단순히 그만그만한 이야기를 하려고 적은 책은 아니였던 거다. 이것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잘 살 수가 없는 불합리한 경제 체제에 대해서 들고 일어나게 만드는 책이다. 아주 근본적이고도 중요한 생각을 바꾸게 하는,,,, 모든 부자들은 물렀거라~~~! 그래서 저자도 이 책을 단순히 읽고 우스개 소리로 넘겨버리지 말고 친구들에게 빌려줘서 착취당하는 사회에 길들어가지 말고,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벌이고, 만들고, 일으켜 살아가라고 충고한다.

 

세상은 돈을 쓰지 않고 살아가기란 어렵다. 물론 나는 이제껏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기에 집세나 물세, 밥값을 내보진 않았지만, 그걸 가지고 돈을 쓰지 않고 살았다고는 할 수가 없지 않은가. 정말 홀홀단신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방 한 칸에, 옷가지에, 먹을거리를 구해놓지 않고서는 하루라도 걱정하지 않고 살 순 없을 거다. 그렇다. 살아가는 데는 돈이 꼭 든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행위에 돈을 꼭 들여야 할까. 저 부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비싼 옷을 입고, 비싼 집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열심히 일을 해도 집을 한 칸 마련해 장기할부로 구입을 한다면 평생 자기 인생을 저당잡힌 채로 재미없게 살 수밖에 없을 거다. 많이 가져야 한다고 부자들이 하는 말을 잘 듣고 착한 행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는 점점 더 가난뱅이가 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러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자들이 사라고 하는 것에 반기를 드는 건 어떨까? 그러니까 부자들은 물러가라구~~~~

 

그래서 1장에서는 간략한 가난뱅이 생활의 기술이 나왔지만, 본격적인 것은 2장부터다. 2장에서는 우리 가난뱅이들이 돈이 들지 않는 기술을 너무 잘 습득해서 한 달에 5만 엔(1459원/100엔)만 줘도 돈이 남는다고 해도, 낮은 월급과 비싼 방세로 가난뱅이한테 돈을 뜯어내는 사회 시스템이 변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그러니까 인맥과 지연 등을 활용하여 광범위하게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는데, 요게 또 그렇게나 좋아보였다. 실제로 마쓰모토가 '아마추어의 반란'이라는 가게 7점포와 인터넷 라디오, 대안학교 '아마추어 대학'을 세웠는데, 정말 간단하고 쉽게 만들어진 게 정말 신기할 정도였다. 재활용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경험을 살려 처음엔 무점포로 했던 재활용 가게를 빈 점포가 많아져 활기를 잃어간 고엔지 기타나카 거리의 상점가로 확장이전을 하고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인공 잔디가 깔리고 구석에는 라디오 스튜디오가 있는 가게라니, 신기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 가게 임대료는 얼말까? 월 5만 엔~~완전 거저네~~~ 그러다가 아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와서 생긴 게 7점포까지 늘었다고 하니까, 인맥이 정말 중요하다. 사실 가난뱅이로 살려면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을 하나 둘씩 만들어가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두자.

 

사실 가장 재미있었고 통쾌했던 부분은 제3장이었다. 마쓰모토가 호세 대학 시절에, 가난뱅이 대반란 집단에서, 데모 했을 때, 선거에 출마했을 때를 나열해둔 <반란을 일으키자>부분이었는데, 완전 대박이다. 어찌나 통쾌하던지~~ 그 중 가장 압권은 마쓰모토가 선거에 출마했던 이야기다. 이런 저런 데모를 했던 마쓰모토가 선거 때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아무리 시끄러워도 규제하지 않은 것을 보고 자신도 마음껏 거리에서 시끄럽게 놀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선거에 나갔단다. 1주일 간 선거운동을 제일 목 좋은 역 앞에서 흥청망청해도 공식적인 선거 운동(?)이기 때문에 경찰의 협조가 데모할 때와 비할 바가 못 되었단다. 특히나 미국인 DJ 필래스틴과 게스토로 온 래퍼 ECD도 합세하여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첫째 날과 하드코어 펑크로 물든 화요일, 무도회, 토크 이벤트까지 해서 선거운동을 마무리했단다. 그의 선거 운동은 지루한 정치가들에게 한 방 먹이고, 가난뱅이의 권리를 되찾는 행동인 것 같아 너무 시원하고 통쾌했다. 그리고 경찰들까지 응원해주는 데모(그 이전에는 경찰의 속을 엄청 썩였다..)를 열어 재활용 가게를 죽이는 PSE법을 막기까지 했던 그는 정말 대중들의 인식을 일깨워주는 창구라고 할 수 있다.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그저 넋 놓고 있지 않고 마쓰모토처럼 들고 일어나야 자신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는 데, 정말 내겐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추천사를 써준 우석훈 교수의 말처럼 이 이야기가 단순히 선진국인 일본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야~ 로 치부해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물론 일본에 비해 터무니없이 집회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고, 경찰에겐 도통 유머라곤 찾아볼 수도 조차 없고, 싸늘한 눈초리로 보는 어른들 때문에 지금 당장은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내년이라도, 내후년이라도 그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고 본다. 정말 일본처럼, 마쓰모토가 반했다던 독일처럼 우리도 가난뱅이들이 역습을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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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갤러리 한 장으로 보는 지식 계보도 2
김영범 지음 / 풀로엮은집(숨비소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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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풀로 엮은 집>에서 '한 장으로 보는 지식계보도' 시리즈로 [신화 드라마]를 내고 난 뒤에 나온 게 바로 요것, [철학 갤러리]다. 그 외에도 3권으로 [혁명 시나리오], 4권인 [전쟁 박물관], 5권인 [제국 파노라마]도 속속들이 출간되고 있는데, 정말 작명 센스 작렬이닷~! 표지부터가 아름다워서 누구나 소장하고픈 욕구를 느끼게 하는 책일 듯 싶은데, 정말 내용도 알차다. 철학을 좋아해서 그저 보고만 있는 게 취미인데도,  철학가들을 다 꿰고 있을 수도 없을 뿐더러 누가 누구의 영향을 받았는지, 아니면 누가 누구의 주장을 반박하는지 그것을 파악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봤다. 사실 그렇게까지 자세히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요로코롬 자세히 계보도를 밝혀주시니 완전 감사하시당~ 정말 요번에 <풀로 엮은 집>에서 한 건 터트렸다고 밖에~~ 요 책 말고도 다른 시리즈도 하나같이 탐스러우니~~~ 특히나 내가 제일 맘에 들었던 것은 좀 잘 만들었다 싶은 책은 모두 물 건너온 책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 책은 우리의 손으로 만든 책이라는 점이다. 외국 학자가 쓴 책이 뭐, 특별히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스스로 철학이라는 학문 분야에서 자립하지 못하는 것도 속상했고, 저자가 같은 나라 사람이 아니라서 느껴지는 위화감을 항상 느꼈던 나로서는 이 책이 너무나 반가웠다. 자랑스런 한국인이 만든 이 책으로 철학에 관심 없던 사람들이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원래 철학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철학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가진 철학책 중에서, 다들 같은 종류의 철학책은 아니지만, 이 책은 단연 체계적이다. 역시 '한 장으로 보는 지식계보도'라는 시리즈답게 복잡다단한 철학의 체계를 정말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이 책에서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해서, 한 눈에 이해가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책에 같이 딸려있는 거대한 철학계보도를 보면 빨간선(대립관계)과 파란선(영향받은 관계)으로 많은 철학자들이 연결되어 있는데 그 옆에 각주를 달고 조그맣게 설명이 되어 있어 철학자들에 대해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역시 "한 눈"에 들어온다니까~~~ 그리고 정말 잘 구성되어 있는 건 책 자체다. 고대 철학, 중세 철학, 근대 철학, 현대 철학의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의 철학자 한 사람씩 설명이 되어 있는 곳에다가 그가 누구의 영향을 받았는지, 또 누구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누구와 대립하는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표시가 되어 있던 것이다. 정말 이런 표기는 처음이다. 아하~ 정말, 사상은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인데, 이렇게 설명해놓으면 이해가 잘 되겠구나~ 이제 이 책을 보고서야 뒷북을 치는 나이다.

 

내가 보긴 했으나 잘 알지 못했던 현대 철학자 소쉬르나 푸코, 레비스트로스가 나와서 반가웠다. 사실 내가 그들을 알게 된 것은 철학자로서가 아니라 구조주의, [감시와 처벌]에서의 '팬옵티콘' 감옥 같은 내가 철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개념에서부터였다. 뭐, 학문의 경계가 딱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여서 그냥 보고도 철학으로도 보는구나~ 했지만, 정말 의외였다. 다양한 곳에서 들어왔던 지식들이 이렇게 한 곳에서 딱 만나게 될 때 정말 재미있다. 개별적인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통합적인 깨달음을 얻는 것 같아서 말이다. 아마도 이런 재미에 내가 철학책을 읽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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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거짓말
기무라 유이치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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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거짓말~~~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거짓말이라니, 도대체 어떤 거짓말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마치 한 번쯤 꿈꿔봤을 이야기, 순정 만화에 나올 만한 이야기가 이 책에서 펼쳐진다.

바로 나카무라 나오키가 그 행복한 거짓말을 만들어가는 주인공이다.

그는 첫 번째 시나리오로 만든 드라마 <Q>로 대대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천재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던 그가 쓴 시나리오로 또다른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대대적인 선전이 나간 후, 돌연 도쿄에서 사라진다.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한 그에게 붙여진 '천재 시나리오 작가'라는 꼬리표가 너무 무거운 나머지 그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내뺀 것~

자신은 뭔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오만과 겉멋으로 가득찬 머릿속에선 도대체가 글이 나오지 않았으니...

모든 것을 버려두고 도쿄를 떠난 것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도망치듯 모든 것을 버리고 온 곳은 그렇고 그런 항구 도시.

방을 구해 한동안 멀뚱멀뚱하게 시간을 죽이다 소일거리 삼아 하게 된 일이 Dogwood(산딸나무)의 바텐더 일이였다.

아무런 경험이 없어도 들어갈 수 있는 거라 무턱대고 시작했지만, 그 고장 사람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 것만큼은 정말 싫었던 그는 옆의 라멘 가게에서 항상 배달을 오는 고토미를 제일 싫어했다. 고토미의 밝은 태도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겉치레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이미 꼬일대로 꼬여버린 나오키에게 뭔들 제대로 보이겠냐만.

허나 고토미의 일로 손님들에게 기분을 좋게 해줄 수 있다는 말에 멍해져버린 그는 그만 비꼬고 만다.

 

음~ 가끔씩 재미없을 때도 있지만 손님들이 웃는 얼굴로 '맛있다'는 말을 할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아요.

그냥 라멘 한 그릇일 뿐이지만 허기만 채우는 게 아니라 생활에 활력을 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다 악몽을 꾸고 비 오는 날 밖에서 그저 멍~ 하게 비를 맞고 있던 그를 고토미가 그냥 놔둘 수 없어서, 아니 접근하려면 지금이 기회라 생각해서 우산을 씌여주고, 따스한 라멘 한 그릇을 대접하는데~~~

처음부터 벽을 세워놓고 바텐더로만 사람들을 상대해왔던 나오키는 그 사건으로 사람들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어갔다.

매일같이 Dogwood에 와서 하는 말이라곤 허풍과 푸념과 불평과 자랑인 줄 알았던 그들의 이야기가 사실은 그네들의 인생이 진지하게 아로새겨 있다는 걸 안 순간, 평범한 그네들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자부했던 그의 오만이 우르르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작가로서의 본능을 꿈틀거리는 걸 느꼈다. 몸의 저 안쪽 깊은 곳에서 갑자기 일어난 폭발~~!

그 감동을 기록하기 위해서 7개월 동안이나 외면하고 있었던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들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이야기가 <눈물을 닦아준 미소>의 시나리오다.

 

2시간짜리 스페셜 드라마로 나간 게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아 연속 드라마로 나가기로 했는데,

그만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본업인 바텐더 일을 하고 나서 글을 기일에 맞춰 쓰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던 것~

게다가 그 시나리오 속에 데이트를 한 고토미의 말과 행동이 고스라니 들어가 있기에 아직 정체를 밝히지 않은 그로서는 몹시 부담스러울 수밖에~ 다행히 그 드라마가 방송하는 시간대에 라멘집이 너무 바쁜 터라 고토미가 이제껏 보지 못했긴 했지만 언제 터질지 몰라 몹시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우려한 대로 일은 터지는 법!!

 

거짓말로 행복은커녕 오히려 불안감을 갖게 된, 주인공 고토미와 독자인 나...

어찌보면 정말 동화적인 이야기일 뿐인데, 마지막엔 몹시 불안해하며 책장을 넘겼던 것을 생각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동적인 이벤트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어찌 모르겠냐만, 이렇게 불안하게 하면 안되지~~~

마지막에 어떻게 끝을 맺을까 궁금했는데, 정말 마무리가 굿이당~~

아마 이래서 연애소설을 읽는 거겠지?

행복한 거짓말, 그건 이래서 계속되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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