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학 갤러리 ㅣ 한 장으로 보는 지식 계보도 2
김영범 지음 / 풀로엮은집(숨비소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출판사 <풀로 엮은 집>에서 '한 장으로 보는 지식계보도' 시리즈로 [신화 드라마]를 내고 난 뒤에 나온 게 바로 요것, [철학 갤러리]다. 그 외에도 3권으로 [혁명 시나리오], 4권인 [전쟁 박물관], 5권인 [제국 파노라마]도 속속들이 출간되고 있는데, 정말 작명 센스 작렬이닷~! 표지부터가 아름다워서 누구나 소장하고픈 욕구를 느끼게 하는 책일 듯 싶은데, 정말 내용도 알차다. 철학을 좋아해서 그저 보고만 있는 게 취미인데도, 철학가들을 다 꿰고 있을 수도 없을 뿐더러 누가 누구의 영향을 받았는지, 아니면 누가 누구의 주장을 반박하는지 그것을 파악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봤다. 사실 그렇게까지 자세히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요로코롬 자세히 계보도를 밝혀주시니 완전 감사하시당~ 정말 요번에 <풀로 엮은 집>에서 한 건 터트렸다고 밖에~~ 요 책 말고도 다른 시리즈도 하나같이 탐스러우니~~~ 특히나 내가 제일 맘에 들었던 것은 좀 잘 만들었다 싶은 책은 모두 물 건너온 책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 책은 우리의 손으로 만든 책이라는 점이다. 외국 학자가 쓴 책이 뭐, 특별히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스스로 철학이라는 학문 분야에서 자립하지 못하는 것도 속상했고, 저자가 같은 나라 사람이 아니라서 느껴지는 위화감을 항상 느꼈던 나로서는 이 책이 너무나 반가웠다. 자랑스런 한국인이 만든 이 책으로 철학에 관심 없던 사람들이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원래 철학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철학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가진 철학책 중에서, 다들 같은 종류의 철학책은 아니지만, 이 책은 단연 체계적이다. 역시 '한 장으로 보는 지식계보도'라는 시리즈답게 복잡다단한 철학의 체계를 정말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이 책에서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해서, 한 눈에 이해가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책에 같이 딸려있는 거대한 철학계보도를 보면 빨간선(대립관계)과 파란선(영향받은 관계)으로 많은 철학자들이 연결되어 있는데 그 옆에 각주를 달고 조그맣게 설명이 되어 있어 철학자들에 대해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역시 "한 눈"에 들어온다니까~~~ 그리고 정말 잘 구성되어 있는 건 책 자체다. 고대 철학, 중세 철학, 근대 철학, 현대 철학의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의 철학자 한 사람씩 설명이 되어 있는 곳에다가 그가 누구의 영향을 받았는지, 또 누구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누구와 대립하는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표시가 되어 있던 것이다. 정말 이런 표기는 처음이다. 아하~ 정말, 사상은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인데, 이렇게 설명해놓으면 이해가 잘 되겠구나~ 이제 이 책을 보고서야 뒷북을 치는 나이다.
내가 보긴 했으나 잘 알지 못했던 현대 철학자 소쉬르나 푸코, 레비스트로스가 나와서 반가웠다. 사실 내가 그들을 알게 된 것은 철학자로서가 아니라 구조주의, [감시와 처벌]에서의 '팬옵티콘' 감옥 같은 내가 철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개념에서부터였다. 뭐, 학문의 경계가 딱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여서 그냥 보고도 철학으로도 보는구나~ 했지만, 정말 의외였다. 다양한 곳에서 들어왔던 지식들이 이렇게 한 곳에서 딱 만나게 될 때 정말 재미있다. 개별적인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통합적인 깨달음을 얻는 것 같아서 말이다. 아마도 이런 재미에 내가 철학책을 읽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