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다섯시의 외계인 ㅣ Nobless Club 10
김이환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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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짜투리 시간을 이용한다며 책을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많이 보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참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제껏 모든 책을 버스 안에서 보았지만, 이 책을 읽을 때만큼 내게 신기한 경험을 안겨주진 못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외계인이 등장하는 책이라 그리 현학적이고 깊이가 있는 책이라곤 할 수 없지만, 시종일관 내게 키득키득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버스 안에서 킥킥 하고 웃다가 주위를 둘러보기도 수차례 했고, 책을 읽다가 내려야할 곳을 놓쳐서 몇 정거장 더 가서 내리기도 했던 일도 부지기수다. 특히나, 신기했던 건 책 속의 주인공인 성우가 휴학한 날 경험한 이상한 일을 지켜보면서 내가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일 자체가 신기한 일로 느껴졌던 거다. 보통 때 같으면 책을 상하게 하는 어떠한 일이라도 진저리치도록 싫어하는 내가, 이 책을 읽다가 버스 안에서 책을 떨어뜨리고 키득거리다가 책장을 구기는 등 여러 짓거리(?)했는데도 그리 마음이 상하지 않았다니(그게 아마 내가 한 짓이어서 그랬기도 했겠지만) 정말 독특한 하루였다. 아마 하루종일 활기차게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소설이 가진 힘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렇게 이 소설은 내 마음을 앗아가고, 현실의 걱정 근심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 아주 기특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소설의 내용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며 우울해하는 한 남자가 휴학하던 날, 외계인과 그를 잡으려는 FBI 사이에서 생활하면서 여럿 이상한 일을 겪기도 하고, 우정을 되찾기도 하고, 새로운 우정을 만들어가기도 하는 등 아주 다채로운 감동의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이유가 있어서 소심해진 주인공은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가지 못해서 대학에 와서도 외로운 삶을 살아가던 중에 24시간 만에 난데없이 부자가 되고, 미국 정보기관에 취직하고, 외계인 친구가 생겨버렸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바로 이렇다.

 



  이 이야기는 북극에서 살아가는 이천여 마리의 북극곰 중 어느 유별난 북극곰에게서 시작한다.

  그 북극곰은 여느 북극곰과 다른 일을 하는 중이었다.

  북극곰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북극곰이 하는 일이란, 바다사자를 사냥하거나 잠을 자거나 얼음 바다를 헤엄치는 일뿐이다. 그들은 생각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북극곰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눈송이가 얼음 평원에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들릴 것같이 조용한 밤이었다. 북극곰은 밤하늘에 펼쳐진 오로라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코 끝에 떨어진 눈이 콧김에 녹아 사라졌다.

  북극곰은 생각했다.

  '도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지?'                                                                                                  (P. 9)


 

 

엉뚱한가? 갑자기 북극곰이 등장하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람,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북극곰 이야기도 아주 중요한 이야기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나를 웃겼던 것은 이런 뜸금없는 북극곰 이야기를 등장시켜놓고선 작가가 설명하는 투였다. 그 외에도 소설 중간 중간에 상식적이면서도 상식저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나름 열심히 정리해서 설명해주면서 나중에는 완전 상식적인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듯한 전개를 보노라면 완전히 상식적인 나조차도 웃음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게 마련이다. 주인공 성우가 휴학하고 나서 집 근처의 카페에 취직하면서 카페 사장이자 FBI요원에게서 한 달에 4백만 원이나 받게 되었던 것부터 손님으로 고용된 카페 주인의 여동생과의 어이없는 대화, 그녀의 집사와의 대화를 보고 있으면 오히려 이들이 외계인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던 것도 이 책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가 자기 별로 돌아가지 못한 외계인인 '전용관'은 지극히 인간 같은 면모가 있고, 외계인을 잡기 위해 카페를 열었다면서 카페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카페 사장이자 FBI요원, 그의 여동생, 그 여동생의 집사, 심지어 그 외계인을 보살피는 주인공인 성우까지도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것이(그것이 상식인지, 포옹력인지, 어울림인지는 모르겠지만) 외계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부터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모르는 성우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이제 행복해지는 법을 모르는 카페 사장의 여동생, 그런 동생이 안타까워서, 안타깝기에 더욱 위로해주는 법을 모르는 카페 사장까지 정말 뭔가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아마도 그랬기에 주인공 성우에겐 이제까지 살았던 20년 평생보다 외계인을 만나고 카페에 취직을 했던 요 한,두 달 동안이 더욱 사람사는 것처럼 살았던 것은 아닌지...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은 없으면서도 항상 노력하려고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한 달에 4백만 원이나 덥썩 안겨주지 못해 안달인 사장을 두면서도 놀고 먹으면서 농땡이를 피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성우이기에 외롭지 말라고 이렇게 외계인 친구들과 그로부터 연결된 많은 친구들로 가득찬 인생을 선물 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성우는 힘들지 않을 거다. 외계인 뿐만 아니라 그의 진가를 제대로 평가해주는 친구들이 곁에서 떠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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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 선생님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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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가 아니니까 아이들을 모으지 않아도 돼, 초조해 하지 않아도 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처음부터 다들 외톨이가 아니니까." (p. 218)

 

말로 가르치는 선생님이 말더듬이라는 것은 정말 어떤 의미일까. 내 주위에서는 말더듬이 선생님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기에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어려서부터 말더듬이였다면 그것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어리지만 짖궂기도 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무런 상처를 안 받을 수가 있을까. 누구나 말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도 내 자신이 못하는 것을 용납하기가 어려워 요즘 좌절 모드인데, 그런 내게 무라우치 선생님은 정말 신적인 존재인 것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이 언제 상처를 받는지, 어디서 헤매고 있는지 다 알고 자석처럼 아이들에게 다가와 특별한 말 한 마디를 건네지 않고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아이들은 위로를 받으니~ 정말 대단한 선생님이다. 내게도 저런 선생님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렸을 때는 지금과는 다르게 선생님을 좋아하지만 말 한 마디도 못하고 항상 그 언저리만 맴돌았었는데, 지금의 내가 생각해봐도 그런 아이를 어떻게 접근해주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한 아이였는데, 그런 내게도 저런 선생님이 있었다면 더욱 자신이 생겼을 수 있지 않았을까.

 

"선생님이 반드시 대답해주어야 하는 질문은 학생이 '나는 외톨이입니까'라고 물었을 때뿐입니다. 대답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부모님 이외의 어른 중에서 여러분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겁니다.선생님이 옆에 있는 것이 대답입니다." (p. 218)

 

각각 다른 이야기 속에서 여덟 명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은근히 내부생과 외부생을 경계지우는 선생님과 아이들 속에서 떨어져나간 한 아이를 생각하며 공립고등학교를 지망하는 아이, 아이들의 은근한 장난으로 말을 잃어버린 아이, 교통사고의 가해자인 입장에서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를 보며 사람들의 속마음을 헤아려주는 아이, 한 아이를 반 아이들 모두가 괴롭혀 자살미수까지 가게 만든 후 왕따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던 아이, 외톨이인 것 같아서 아이들을 모아 선생님을 몰아내는 취미를 가진 아이, 아버지의 자살로 '모두'가 '하나'되어야 하는지 회의를 품는 아이, 고독한 것이 너무 지나쳐서 - 아니 모두 고독한 것을 몰라서 선생님을 공격한 아이, 부모에게 학대를 당해온 후 학교에서 적응을 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지킬 것이 생긴 후에 선생님을 다시 찾아온 아이까지 모두 여덟 명이다.

 

"남을 짓밟고 괴롭히려고 생각하거나 괴롭힌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괴로워서 내지르는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왕따다." (p. 165)

 

나도 어른이고,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여기에 나온 아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할 것 같다. 아마 그런 아이가 있다면 난 능력이 안 되어서 못한다고 뒤로 뺐을 것이다. 어쩌면 관심을 가져준다고 한 노력이 되려 아이들에게 상처나 입힐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무라우치 선생님은 정말 다르다. 아이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어루어 만져준다거나 하진 않지만 아이들을 주의깊게 보고, 아이들이 진심으로 말하면 들어주고, 꼭 대답해야 하는 질문을 하면 대답해준다. 아주 단순한 일을 하는 것 같은데 정말 그에겐 아이를 꿰뚫어보는 통찰력 같은 게 느껴진다. 적재적소에 맞게 아이에게 해줄 말이 있다니... 말을 더듬기에 중요한 말만 한다는 무라우치 선생님의 말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말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으니까 나는 중요하지도 않은 말을 내뱉는 건지도 모른다. 말은.. 진정 무라우치 선생님처럼 중요한 것만 해야 하는데 말이다.

 

"다행이다, 이번에도 늦지 않아서." 무라우치 선생님이 아이를 만날 때마다 하시는 말씀이다. 아이랑 개인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되기만 하면 이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그 때는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닌 때였다. 하지만 아이들 곁에 있어주는 것과 아이가 외톨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기 위해서라면 아마도 늦지 않은 것이 맞을 거다. 아이들은 회복력이 빨라서 옆에 누군가가 있어주고 자신이 외톨이가 아니라는 것만 알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내니까. 아아, 어른인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 있었나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주어야 할 것은 아이들의 인생에서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나서는 게 아니라 그들 옆에 가만히 있어주는 것이었다니~~ 어려운 일을 닥친 아이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었지만 해결해주지 못했던 때마다 좌절했던 내게도 이 책은 희망이다. 옆에 아무도 없다고 좌절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가만히 다가가서 이 책을 건네줘라. 그러면 그는 더 이상 자신이 외톨이라는 생각을 하진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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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사 스도쿠 프리미어 - IQ148을 위한 논리 게임 ㅣ 멘사 스도쿠 시리즈
피터 고든.프랭크 롱고 지음, 멘사 엮음 / 보누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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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도쿠가 뭔지 아는가? 뭔지 모른다면 퍼즐류를 싫어하는 사람일 테고, 뭔지 아는 사람이라면 스도쿠에 열광하는 사람일 것이다. 스도쿠의 이름 때문에 난 일본에서 처음 만든 것으로 오해했었는데 그건 아니였다고 한다. 가로, 세로가 세 칸씩 들어있는 사각형 안에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하나씩만 넣으면 되는 이 단순한 퍼즐은 1989년에 사망한 건축가 하워드 간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델 펜슬 퍼즐 & 워드게임> 1979년 5월호에 '숫자 넣기'라는 이름으로 처음 소개되었다는데, 이것이 일본의 퍼즐 잡지를 통해 인기를 얻게 되었단다. 그러다 니코리 출판사에 의해 '숫자는 하나로 제한한다'라는 뜻의 '스지와도쿠신니카기루'로 명명되었다가 너무 숫자와 연관성이 없어서 '한 개의 숫자'라는 뜻의 '스도쿠'로 축약되었다고~~ 그러니 원래는 미국의 퍼즐인데 이름만 일본의 것으로 붙은 것이다. 아무래도 일본은 여기저기에 잘 끼는 것 같다.

 

난 스도쿠를 신문에서 처음 봤다. 어떤 신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름 있는 신문에서 여러 퍼즐이 함께 실려있는 걸 보곤 복사를 해대면서까지 열광하며 풀어댔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스도쿠를 잘 푼다거나 잘난 머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신문에 나온 스도쿠 중에 내가 푼 문제는 겨우 하나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 정말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가 않더군. 이런 퍼즐류를 좋아해서 멘사 시리즈를 알기 전부터 퍼즐책을 무턱대고 검색해서 사는 것을 즐겨했던 나인지라 이것도 부담없이 잘 풀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정말 오판이었다. 신문에 나온 스도쿠는 시간도 없었고 거기에 실려있는 다른 낱말 퀴즈가 더 재미있어서 안 푸는 거라고 하는 나름의 변명이 통했었는데, 이제 멘사에서 나온 책을 본 순간 그런 변명이 쏙 하고 들어가버렸다. 실은 내가 정말 못 푸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것은 내 수준보다 조금 높게 잡은 이 책의 수준에 그 원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멘사 스도쿠 프리미어]라니~ '프리미어'~~ 최고 수준의 퍼즐 500개가 모여있는 책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내가 좀 못해도 다들 이해를 해주시길~~~ 난 사실 이 책이 스도쿠에 대한 규칙을 설명해주고 좀 더 빨리 퍼즐을 해결할 수 있는 힌트를 제시해주길 원했었는데, 그건 [멘사 스도쿠 챌린지] 편에 나와있다고 한다. 아, 이 속지만 들쳐봤어도 이런 실수는 안 하는 건데~~~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이 책에 나온 퍼즐을 기를 쓰고 풀어가지고 나름의 해법을 터득하는 수밖에. 그래도 내심 다행인 것은 동생이랑 같이 시합을 하면서 풀어봤는데 동생이 먼저 풀어본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먼저 다 풀어냈다는 것이다. ㅋㅋ 넌 아직 나를 따라오려면 멀었어~~! 동생이 아주 꼼꼼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런 문제를 주면 정말 다각도에서 풀어내어 내게 그 비법을 전수해준다. 그래서 동생이랑 퍼즐을 같이 풀면 생각지도 않는 이익을 얻게 되기도 하는데, 이걸 풀었을 때도 하나 알려줬다. 각각 작은 사각형과 가로와 세로에 각각 숫자 하나씩을 넣어야 하는데, 멀리서 보면 숫자 두세 개 정도만 빠진 건 끼어넣을 수가 있었다. 항상 멀리서 빠짐없이 잘 봐야 하는 게 관건이다. 그도 그럴 것이 꼭 다 풀어넣고선 옆에 있던 숫자 하나를 미처 못 봐서 문제를 아예 망가뜨리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퍼즐은 단순히 머리만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력도 상당히 키워주는 놀이이다. 관찰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면 스도쿠 한 판 때려보심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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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세계 사상사
허윈중 엮음, 전왕록.전혜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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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무식해서(그렇다고 남들도 내게 무식하다 그럼 기분 나뽀요~^^) '세계 사상'이라고 하면 단지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들과 춘추전국 시대의 제자 백가 밖에는 떠올리지 못했었다. 그것도 아주 나중에서야, 서양 사상과 동양 사상을 나누지 않고 떠올린 것은 정말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나마 그렇게 생각해봤으니까 그 정도라도 떠올렸던 것이지, 그저 '사상'이라고만 했다면 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시작되는 서양 철학가들만 줄창 생각했을 것이다. 동양 사상가들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말이다. 내가 동양인이여서 우리 동양의 것을 더 잘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정말 할 말은 없지만,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배웠던 철학들만 가지고 비교해봐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외우기가 너무나 쉬웠던 서양 사상과는 달리 그 체계에서부터 오묘하고 복잡다단했던 동양 사상은 정말 진저리치도록 어려웠었다. 그래서 내겐 '사상'이나 '철학'이란 단어를 들이대면 무조건 서양의 것이 떠오른다. 그래서 그럴 거다. 내가 '철학'이라는 단어가 붙은 책만 보면 무조건 손이 나가는 버릇은~~~ '철학'이라고 쓰여있는 책은 그냥 무~조~건 사랑한다. 아주~ 많이~ 절대적으로~~~ 난 지혜를 사랑하는 인간이가벼~~~

 

그런데 이런 반쪽짜리 인간인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처럼 '서양'의 사상만 떠올릴 듯 하다. 그가 대한민국 땅에서 입시라는 명분 아래 고등학교 교육을 받았다면 말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획기적인 책이 나왔으니, 이름하여 [지도로 보는 세계 사상사]이닷~~~! 세계 사상을 한꺼번에 보여주기만 해도 좋은데 거기에다가 지도까지 곁들여 주다니~~~ 지도하면 또 내가 사족을 못쓰잖아~ 첫 장을 열었더니, 오오~ 예술이다. 파란색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발생지를 빨간색점으로 표시까지 해주고 말이다. 그리고 시작된 것이 <01 종교와 문화의 기원>편이다. 그런데...무지 어려운 내용이 나온다. 바로 첫 장부터!! 은허에서 발견되어 상상 속의 나라라고만 여겨졌던 상(은)나라을 증명해낸 갑골문자가 말썽을 일으켰다. 갑골문자는 점괘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을 거다. 그런데 그 점괘의 체계를 아주 자세히 설명해준다. 누가 보면 한의학이라도 공부하는 줄 알겠어~~ 복희팔괘도니 건괘덕행도니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자~세히 설명하는 걸 보니, 이 책의 저자는 절대 서양인이 아니겠소!! 옳다구나~ 그럼, 그렇지~! 현재 대기업의 고문을 맡고 있다는 허윈중이란 중국인이었다. 그러니 이렇게나 자세히 설명해 놓으셨군. 예전에 서양인이 쓴 동양 역사를 보고 어처구니가 없던 것을 기억하는 나로선 저자가 동양인이라는 건 정말 대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니 동서양의 사상을 가감없이 잘 정리해주겠단 믿음이 간다.

 

<01 종교와 문화의 기원> <02 공자, 부처 그리고 그리스 학자> <03 중국, 한나라에서 위진에 이르기까지> <04 일본에서 유럽까지> <05 문명의 발전과 족쇄> <06 제국의 황혼> <07 유럽의 도약> <08 중국, 천 년 만에 찾아온 일대 혼란> <09 변혁기의 인도와 일본> <10 유럽의 신사조> 이런 목차대로 이루어진 책이라 460페이지나 되지만 책도 그리 크지 않고 올컬러판인 책치고는 많이 무겁지 않아서 보기에 어렵지 않다. 각 목차는 시대별로 묶어 같은 시기에 일어난 동서양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 것 같은데, 사실은 책을 다 보고 난 후에도 잘은 모르겠다. 아마도 보통 이런 책에는 꼭 빠지지 않는 연표가 들어있지 않아서가 아닐까 하는데~ 으음~ 또 나만 못 찾은지도~~ 그런데, 한 가지는 정말 제대로 불만이다. '지도로 보는' 세계 사상사인데, 지도가 많이 없다는 것이다. 각 항목당 세계 지도가 나오면 뭐 하나, 첫 장에 있었던 빨간 점도 없는 게 태반인데 말이다. 이탈리아에서 사조가 생겨났으면 이탈리아에 점을 찍어놓던지 어쩌든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여튼 그거만 빼고 내용은 참 알차서 각 가정에 하나씩 비치해두면 참 쓸모가 많을 듯 하다. 그런데 왜 목차가 그리 허전한가 몰라~ 내가 케플러를 찾고 싶으면 바로 찾을 수 있게 목차에 나와있어야 하는데, 앞서 인용한 대로 아주 단순한 목차밖에 없음을 일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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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문화사 - 하늘의 신비에 도전한 사람들의 네버엔딩스토리
슈테판 카르티어 지음, 서유정 옮김 / 풀빛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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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완전 예술이닷~! 지구에 모든 공장과 자동차를 없애버리면 저렇게 될까...? 상당히 아름다운 지구를 보면서, 내가 기대했던 것은 '철학자의 하늘이 과학자의 우주가 되는 순간(뒷표지)'이 아니라, 아마 철학자의 하늘이였나보다. 그저 철학이라는 말에 끌려서 주저없이 골랐으니~~ 저기 표지에 있는 파란 부분엔 문학가, 철학자, 천문학자, 물리학자, 혁명가, 경제학자까지 분야에 상관없이 모인 유명한 열여섯 명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괴테, 칸트, 헤겔, 뉴턴, 볼테르, 플라톤, 케플러, 토인비, 탈레스, 갈릴레이, 나폴레옹,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아리스토텔레스, 코페르니쿠스, 프톨레마이오스.... 정말 정확히는 알지 못해도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법한 인물들이 납시셨다. 정말 이 이름들을 보구선 안 끌릴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구 그래~~~ 그래서 골랐다. 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다지 별자리에 대해 관심도 없으며, 고등학교 때 저녁 일곱 시경 서쪽 하늘에 떠있는 별을 묻는 문제를 풀 땐 대충 감으로 찍어 맞췄던 내가 말이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하늘을 보고 살기 때문에 직립보행을 하게 되었다는 우스개도 있듯이 인간에겐 하늘이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고, 하늘을 우러러 보고, 하늘을 소원하고, 하늘을 원했던 인간에겐 하늘이 신적인 존재에서 연구할 대상까지 된 것은 아마도 필연적인 과정이 아닐까.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는 산악인의 말처럼 인간은 하늘이 있어 하늘을 연구하는 것이다. 처음엔 그저 경외의 대상으로 우러러 봤지만, 이제는 하나의 현상으로 이해하려고 무던히도 애쓰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많은 사람들이 애쓴 결과를 한 눈에 일목요연하게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표지의 파란 부분에 나열되어 있던 열여섯 명의 유명인들이 모조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나 예를 들자면, 하늘과 또는 우주와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만 같았던 나폴레옹이 등장한 것은 그가 하늘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권력자로 등장할 뿐인 것이다. 사실은 내 이해력이 그에 미치지 않아서 나폴레옹과 라플라스의 만남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가늠하지 못했던 뿐인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인간이 단순하게 성경의 직접적인 해석으로만 하늘과 우주를 파악하다가 점차적으로 태양중심설로, 타원형 궤도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보노라면 이제까지 인간이 밝혀낸 우주의 신비를 하나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파악할 수가 있으니 정말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우주과학에 열광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필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데 그것이 단순히 과학 공식이 난무하는 과학책이 아니라 인간이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인간의 세계관이 바뀌어가고 있는 일대의 변혁을 이야기한다니 그것이야말로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과 갈릴레이의 성능 좋은 망원경의 개발과 케플러의 행성의 타원형 궤도론,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 등이 단순한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그 시대에 널리 퍼져있던 인식을 깨뜨리는 사고의 전환을 가졌왔기에...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번역자가 과학자가 아니라 인문학자인지도 모르겠다.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의 인식을 깨워주니~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일말의 아쉬움이 남아있다.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고도 내 갈증이 가시지 않는 것은 아마도 서양적인 문화사만 접해서가 아닐까. 아마 우리에게도 저런 하늘의 문화사가 있을 텐데~ 아마도 저들보다 더 나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기술은 좀 부족하더라도 하늘을 좀 다르게 생각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기니 말이다. 요즘 이런 저런 책을 마구잡이로 읽다보니 서양에서 들여온 책을 번안한 것과 우리네 정서를 가진 우리네 사람이 쓴 책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자연스레 터득한 나로서는 우리만의 하늘의 문화사가 나오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항상 어떤 책을 만나든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던 풀빛 출판사가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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