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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 선생님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외톨이가 아니니까 아이들을 모으지 않아도 돼, 초조해 하지 않아도 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처음부터 다들 외톨이가 아니니까." (p. 218)
말로 가르치는 선생님이 말더듬이라는 것은 정말 어떤 의미일까. 내 주위에서는 말더듬이 선생님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기에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어려서부터 말더듬이였다면 그것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어리지만 짖궂기도 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무런 상처를 안 받을 수가 있을까. 누구나 말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도 내 자신이 못하는 것을 용납하기가 어려워 요즘 좌절 모드인데, 그런 내게 무라우치 선생님은 정말 신적인 존재인 것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이 언제 상처를 받는지, 어디서 헤매고 있는지 다 알고 자석처럼 아이들에게 다가와 특별한 말 한 마디를 건네지 않고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아이들은 위로를 받으니~ 정말 대단한 선생님이다. 내게도 저런 선생님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렸을 때는 지금과는 다르게 선생님을 좋아하지만 말 한 마디도 못하고 항상 그 언저리만 맴돌았었는데, 지금의 내가 생각해봐도 그런 아이를 어떻게 접근해주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한 아이였는데, 그런 내게도 저런 선생님이 있었다면 더욱 자신이 생겼을 수 있지 않았을까.
"선생님이 반드시 대답해주어야 하는 질문은 학생이 '나는 외톨이입니까'라고 물었을 때뿐입니다. 대답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부모님 이외의 어른 중에서 여러분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겁니다.선생님이 옆에 있는 것이 대답입니다." (p. 218)
각각 다른 이야기 속에서 여덟 명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은근히 내부생과 외부생을 경계지우는 선생님과 아이들 속에서 떨어져나간 한 아이를 생각하며 공립고등학교를 지망하는 아이, 아이들의 은근한 장난으로 말을 잃어버린 아이, 교통사고의 가해자인 입장에서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를 보며 사람들의 속마음을 헤아려주는 아이, 한 아이를 반 아이들 모두가 괴롭혀 자살미수까지 가게 만든 후 왕따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던 아이, 외톨이인 것 같아서 아이들을 모아 선생님을 몰아내는 취미를 가진 아이, 아버지의 자살로 '모두'가 '하나'되어야 하는지 회의를 품는 아이, 고독한 것이 너무 지나쳐서 - 아니 모두 고독한 것을 몰라서 선생님을 공격한 아이, 부모에게 학대를 당해온 후 학교에서 적응을 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지킬 것이 생긴 후에 선생님을 다시 찾아온 아이까지 모두 여덟 명이다.
"남을 짓밟고 괴롭히려고 생각하거나 괴롭힌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괴로워서 내지르는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왕따다." (p. 165)
나도 어른이고,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여기에 나온 아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할 것 같다. 아마 그런 아이가 있다면 난 능력이 안 되어서 못한다고 뒤로 뺐을 것이다. 어쩌면 관심을 가져준다고 한 노력이 되려 아이들에게 상처나 입힐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무라우치 선생님은 정말 다르다. 아이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어루어 만져준다거나 하진 않지만 아이들을 주의깊게 보고, 아이들이 진심으로 말하면 들어주고, 꼭 대답해야 하는 질문을 하면 대답해준다. 아주 단순한 일을 하는 것 같은데 정말 그에겐 아이를 꿰뚫어보는 통찰력 같은 게 느껴진다. 적재적소에 맞게 아이에게 해줄 말이 있다니... 말을 더듬기에 중요한 말만 한다는 무라우치 선생님의 말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말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으니까 나는 중요하지도 않은 말을 내뱉는 건지도 모른다. 말은.. 진정 무라우치 선생님처럼 중요한 것만 해야 하는데 말이다.
"다행이다, 이번에도 늦지 않아서." 무라우치 선생님이 아이를 만날 때마다 하시는 말씀이다. 아이랑 개인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되기만 하면 이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그 때는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닌 때였다. 하지만 아이들 곁에 있어주는 것과 아이가 외톨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기 위해서라면 아마도 늦지 않은 것이 맞을 거다. 아이들은 회복력이 빨라서 옆에 누군가가 있어주고 자신이 외톨이가 아니라는 것만 알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내니까. 아아, 어른인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 있었나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주어야 할 것은 아이들의 인생에서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나서는 게 아니라 그들 옆에 가만히 있어주는 것이었다니~~ 어려운 일을 닥친 아이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었지만 해결해주지 못했던 때마다 좌절했던 내게도 이 책은 희망이다. 옆에 아무도 없다고 좌절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가만히 다가가서 이 책을 건네줘라. 그러면 그는 더 이상 자신이 외톨이라는 생각을 하진 않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