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문화사 - 하늘의 신비에 도전한 사람들의 네버엔딩스토리
슈테판 카르티어 지음, 서유정 옮김 / 풀빛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표지가 완전 예술이닷~! 지구에 모든 공장과 자동차를 없애버리면 저렇게 될까...? 상당히 아름다운 지구를 보면서, 내가 기대했던 것은 '철학자의 하늘이 과학자의 우주가 되는 순간(뒷표지)'이 아니라, 아마 철학자의 하늘이였나보다. 그저 철학이라는 말에 끌려서 주저없이 골랐으니~~ 저기 표지에 있는 파란 부분엔 문학가, 철학자, 천문학자, 물리학자, 혁명가, 경제학자까지 분야에 상관없이 모인 유명한 열여섯 명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괴테, 칸트, 헤겔, 뉴턴, 볼테르, 플라톤, 케플러, 토인비, 탈레스, 갈릴레이, 나폴레옹,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아리스토텔레스, 코페르니쿠스, 프톨레마이오스.... 정말 정확히는 알지 못해도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법한 인물들이 납시셨다. 정말 이 이름들을 보구선 안 끌릴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구 그래~~~ 그래서 골랐다. 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다지 별자리에 대해 관심도 없으며, 고등학교 때 저녁 일곱 시경 서쪽 하늘에 떠있는 별을 묻는 문제를 풀 땐 대충 감으로 찍어 맞췄던 내가 말이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하늘을 보고 살기 때문에 직립보행을 하게 되었다는 우스개도 있듯이 인간에겐 하늘이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고, 하늘을 우러러 보고, 하늘을 소원하고, 하늘을 원했던 인간에겐 하늘이 신적인 존재에서 연구할 대상까지 된 것은 아마도 필연적인 과정이 아닐까.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는 산악인의 말처럼 인간은 하늘이 있어 하늘을 연구하는 것이다. 처음엔 그저 경외의 대상으로 우러러 봤지만, 이제는 하나의 현상으로 이해하려고 무던히도 애쓰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많은 사람들이 애쓴 결과를 한 눈에 일목요연하게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표지의 파란 부분에 나열되어 있던 열여섯 명의 유명인들이 모조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나 예를 들자면, 하늘과 또는 우주와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만 같았던 나폴레옹이 등장한 것은 그가 하늘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권력자로 등장할 뿐인 것이다. 사실은 내 이해력이 그에 미치지 않아서 나폴레옹과 라플라스의 만남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가늠하지 못했던 뿐인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인간이 단순하게 성경의 직접적인 해석으로만 하늘과 우주를 파악하다가 점차적으로 태양중심설로, 타원형 궤도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보노라면 이제까지 인간이 밝혀낸 우주의 신비를 하나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파악할 수가 있으니 정말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우주과학에 열광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필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데 그것이 단순히 과학 공식이 난무하는 과학책이 아니라 인간이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인간의 세계관이 바뀌어가고 있는 일대의 변혁을 이야기한다니 그것이야말로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과 갈릴레이의 성능 좋은 망원경의 개발과 케플러의 행성의 타원형 궤도론,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 등이 단순한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그 시대에 널리 퍼져있던 인식을 깨뜨리는 사고의 전환을 가졌왔기에...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번역자가 과학자가 아니라 인문학자인지도 모르겠다.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의 인식을 깨워주니~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일말의 아쉬움이 남아있다.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고도 내 갈증이 가시지 않는 것은 아마도 서양적인 문화사만 접해서가 아닐까. 아마 우리에게도 저런 하늘의 문화사가 있을 텐데~ 아마도 저들보다 더 나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기술은 좀 부족하더라도 하늘을 좀 다르게 생각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기니 말이다. 요즘 이런 저런 책을 마구잡이로 읽다보니 서양에서 들여온 책을 번안한 것과 우리네 정서를 가진 우리네 사람이 쓴 책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자연스레 터득한 나로서는 우리만의 하늘의 문화사가 나오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항상 어떤 책을 만나든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던 풀빛 출판사가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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