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1920년 "미국 시민의 투표권은 성별을 이유로 미합중국 또는 어떠한 주州에 의해서도 부정되거나 제한되지 않는다"고 명시한 수정헌법 제19조가 비준됨에 따라 여성 투표권이 보장됐다.
- P8

짐 크로법 식당 · 화장실 극장 버스 등 공공장소에서의 인종차별을 골자로 한 법이다. 이 법에 따라 흑인은 백인과 같은 공간을 점유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공교육이나 일자리에서 배제되는 등 체계적이고도 철저한 차별을 겪었다.
1965년에 폐지됐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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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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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솔직히 <태고의 시간들>은 지루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일부러 찾아 읽은 적은 거의 없는데 이 책은 그런 타이틀에 어느정도 기대를 하고 읽었다. 하지만 읽는 동안 느낌은 내게 비슷한 소설 하나를 떠올렸고 대체로 관념적인 묘사들의 압박이 그야말로 '태고의 시간들'처럼 길고 지루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동일한 작가의 이 소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는 훨씬 담백했다. 대체로 군더더기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대체로'라고 표현한 것은 별자리와 점성술, 자연과 우주의 기운에 관한 그녀의 찬양이 막판 결말을 기대하는 입장에서 '복면가왕'김성주 아나운서의 최종승자 발표처럼 숨막히는 뜸들이기로 읽혔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그런 이야기들도 블레이크의 시와 반복되는 살인사건이 조화를 이루며 주의를 끌었다. 별자리나 점성술에 흥미를 가져본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추가로 동물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하인리히 힘러가 고용한 천문학자 빌헬름 볼프가 1944년 7월 20일에 히틀러에게 큰 위험이 닥칠 것을 예언했는데, 우리가 알듯이 그날은 바로 볼프스산체에서 히틀러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던 날이다. 그리고 나중에 그 암울한 천문학자는 1945년 5월 7일 이전에 히틀러가 비밀스러운 최후를 맞으리라고 담담하게 예언했다. p.172


까치는 목욕을 자주 하지 않고는 살지 못하는 듯했다. 더구나 그들은 총명하면서도 오만하다. 모두가 알듯이, 그들은 다른 새들로부터 재료를 훔쳐서 자신의 둥지를 짓고,그곳으로 반짝이는 물건들을 실어 나른다.p.145


<쓰리 빌보드>와<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망치를 들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고 두 작품 모두 여성주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영화<쓰리 빌보드>에서 주인공은 중년의 여성이다. 그녀에게는 성폭행을 당한 후 처참하게 죽은 딸에 대한 아픔이 있다. 게다가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하고 덧없이 시간만 흘려보내던 중이었다. 그녀는 무능한 경찰을 비난하고 독려하기 위해 3개의 도로 빌보드(광고판)를 계약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오히려 점점 궁지로 내몰린다. 




<죽은 이들의 뼈>의 화자도 역시 나이든 여성이다. 

게다가 그녀의 경우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통스러운 질병과 그로인해 발전된 점성술,동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주변으로부터 미친여자 취급을 당하게 만든다. 탐욕으로 훼손되는 자연과 동물들. 누구보다 그런 것들에 공감 할 수 밖에 없는 그녀는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지만 상황은 오히려 가끔 꾸는 꿈처럼 외부와 단절되고 고립을 초래한다.


나는 잠을 설쳤다. 내 몸 어딘가에는 아직도 불안과 초조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열기가 들끓는 용광로와 붉은 빛의 뜨거운 벽에 둘러싸인 보일러실에 대한 똑같은 꿈들이 줄곧 나를 괴롭혔다. 꿈속에서 용광로에 갇힌 화염이 굉음을 내며 빠져나오려 했고, 엄청난 폭발과 함께 세상 밖으로 터져 나와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것 같았다. 나는 이러한 꿈들이 내 질환과 관련된 증세인, 밤의 열병 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p.51


특히 이 소설에서 블레이크를 인용한건 적절했다. 블레이크도 생전 미친사람 취급을 받은 적이 있고 여기 이 두 주인공도 몹시 그런 아우라를 뿜는다. <쓰리 빌보드>와 <죽은 이들의 뼈>의 공통점은 쉽게 외면당하고 무시당할 뿐 아니라 미친 사람취급을 당하는 약자들의 발버둥, 외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독자는-당연하지만ㅡ텍스트를 통해 그녀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있고 어떤 면에서 몹시도 용감하고 세상과 달리 정상인 그녀를 응원하게 될지도 모른다. 문학적 경험의 숭고함과 가치. 적어도 나는 그랬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녀들의 행동은 결국 나름의 공감과 연대,변화를 끌어낸다. 


필멸의 운명으로 태어난 모든 존재는 대지에 의해 삼켜 지리라 ㅡ윌리엄 블레이크


이따금 우리가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머무는, 거대하고 넓은 무덤 속에 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차갑고 불쾌한 잿빛 어스름에 물든 세상을 보았다. 어쩌면 감옥은 바깥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게 아닐까.어느 틈엔가 우리는 감옥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p.52


권위와 기성은 늘 약자들에게 조용히,가만히 있으라고 한다.그녀들의 정의는 세상의 정의와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상한 사람으로 평온을 해치는 사람으로 취급당한다. 악한 관습도 오랜 시간이 지나 전통이라는 탈을 쓰면 무력한 집단은 조용히 받아들이고 계승해야만 한다.

문학속의 일탈은 그렇게 억눌리고 잠재된 인간의 욕망과 현실의 한계를 뚜렷하게 반영한다. 작품 속에서 갖가지 캐릭터는 우리를 대신해 경계를 넘어서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 때로 잔인한 불법도 스스럼 없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런 간접경험을 통해 현실에 발 딛고 사는 독자는 잔인한 것은 오히려 현실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도 있다.



찾아보니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를 원작으로 한 영화도 있다. 영화 제목은 <스푸어>이고 서울 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이었던 것으로 나온다.

내 망치가 적합한 못을 만났던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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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07 16: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망치는 적합했습니다. 죽은이들의 뼈 작품에서 쓰리 빌보드를 떠올리시다니!이영화 다시 봐야겠어요 봐도 봐도 명작 ^ㅎ^

청아 2021-03-07 16:34   좋아요 3 | URL
역시~♡ 스콧님 보셨군요!! 은은한 감동이 일었던 영화였어요. 불나는 장면에서 저 너무 웃기도 하고요.ㅋㅋㅋ🙄

그레이스 2021-03-07 16: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 아주 좋은 도구인듯 합니다!

청아 2021-03-07 16:59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ㅋㅋㅋㅋ계속 잘 갈고 닦아 볼께요~♡

페넬로페 2021-03-07 17: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눈이 아파 ㅎㅎ
지금 자세히 읽었어요.~~
이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았고 영화도 보지 않아서 더 기대가 되네요.
쟁기와 망치의 연관관계를 밝혀봐야겠어요^^

청아 2021-03-07 17:30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도요?!! 온열마사지와 눈 주위 근육 잘 눌러주면 좋아요~♡ 에휴 우린 이러고도 어찌됬든 책과 글을 읽으려는데 그분들 참..🥲(자꾸 생각중ㅋㅋ)
아 ‘망치를 들면 뭐든 못으로 보인다‘는 경구가 있어요. 여성학 책을 자꾸 읽다보니 뭐든지 그런쪽으로 보인다는 뜻으로 썼어요ㅋㅋㅋ

바람돌이 2021-03-07 1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이 너무 시적이예요. 세상에 보고싶은 책이 너무 많아 정말 곤란하다구요

청아 2021-03-07 19:59   좋아요 2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많아서 행복한데 시간자원은 한정적이어서 괴로워요ㅋㅋ제목이 블레이크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했던것 같아요~♡ 전체 느낌도 저한테는 시 적이었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03-08 11: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들은 책들에 의해 삼켜지리라!!! 미미님 이 글은 요 문장으로 요약하겠슴다요. ㅋㅋ 한 손엔 망치를. 다른 손엔 못을 들고서 말이지용~~~^^

청아 2021-03-08 12:31   좋아요 0 | URL
오~♡ 책읽기님 센스!! 어쩐지 무서우면서도 좋은데요?ㅋㅋㅋㅋ😆
 

남성적 민법이, 남성이 남성의 이익을 위하여 만들어 온 사회가,
오늘날에는 남녀 모두의 고통의 원천이 되는 형태로 여자의 신분을 빚어 놓은것이다.
- P632

남녀 모두의 이익을 위해, 결혼을 여자의 직업으로 보는 시선을 거두고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 P632

요직에종사하는 여자들이라도 남자와 동일한 사회적 이득을 얻지 못한다. 예를 들면
변호사의 아내는 남편이 죽으면 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여자 변호사가 사망해도 남편은 연금을 받을 수 없다. 즉 일하는 여자는 남자와 동등하게배우자를 부양하고 있다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 P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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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07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감!
남성적 민법 바꿔야 함!!

맞아요 저희 부모님 지인분들도 배우자 사후 연금 수령 세금떼버리고 30만 받고 계쉼

나라를 위해 일한 남편 그 남편을 내조하고 가정을 꾸려나간 아내에게 법으로 보장된 삶이 없어요 ㅠ.ㅠ

미미님 일요일 멋지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
ฅ(• - •)ฅ
❀‿🌸 ‿❀

청아 2021-03-07 10:43   좋아요 1 | URL
맞아요!! 보부아르 때와 비교해도 여전한 현실이죠! 그래도 하나하나 알아가는 데 가치를 두려구요.
토끼 농장에 또 한마리 추가네용!히힛♡
🌸 (∗❛⌄❛∗)🌸
 

얼마나많은 여자들이 결혼생활에 매몰되어, 스탕달의 말처럼 ‘인류의 손실을 불러왔던가. 사람들은 결혼이 남자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한다. 그것은 사실일 때가많다. 그러나 결혼은 거의 언제나 여자를 허무하게 만든다. 
- P626

성실한 여류작가는 누구나 ‘30세 여자의 마음에 깃드는 이 우울한 감정을지적한다. 이는 캐서린 맨스필드, 도로시 파커, 버지니아 울프의 여주인공들어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색이다. 결혼 초기에는 그토록 쾌활하게 결혼과 5성을 노래했던 세실 소바즈도, 나중에는 섬세한 서러움을 풀어낸다.  - P627

결혼은 여자를 반복과 매너리즘에 떨어뜨려버린다. 여자 일생의 첫 20년은 놀랄만큼 풍요롭다. 여자는 월경·성감(性感) 결혼·모성이라는 경험을 통과한다. 세계와 자기의 운명을 발견한다. 

그러나 20세에 가정주부가 되어, 일생 동안 한 남사에게 매이고 아이들을 품에 안으면, 이것으로써 그녀의 삶은 영원히 끝난 것이다. 진정한 행위, 진정한 일은 남자의특권이다. 여자에게는 그날그날의 살림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종종몸을 녹초로 만들지언정, 결코 마음을 충족시켜 주지는 못한다.  - P628

즉 결혼은 자주적인 두 사람의 결합이 되어야 하며, 은둔이나 예속이나 도피나 일시적 구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내나 어머니가 되기 앞서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한 노라 50는 그러한 사실을 이해한 것이다. 부부를 마치문이 닫힌 감옥과도 같이 폐쇄적인 공동체 단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대신에 개인이 저마다 하나의 주체로서 사회에 통합되고, 그 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커 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역시 사회에 연결된 다른 개인과 더불어 손익을 떠나서 순수한 유대 관계를 형성해 갈 수 있다. 이는 두 자유인의 서로에대한 올바른 인식 위에 이루어진다.
- P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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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06 2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무지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미미님 올린 문장들을 보면 충분히 도전할만하다는 용기를 갖게 됩니다. ^^

청아 2021-03-06 23:25   좋아요 2 | URL
웃다가 무릎치는 내용이 의외로 많아서 읽으심 후회 안하실거예요. 왜 이제야 읽나 그런 아쉬움만 가득합니당ㅋㅋ👍
 

어디선가 읽은 바에 따르면, 이른바 ‘포식자‘라고 불리는, 성령처럼 나른하게 하늘을 맴돌던 매가 개똥지빠귀 떼를 공격하면 이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방어한다고 한다. 이 새 떼는 도저히 믿기 힘든,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싸울 줄도 알고, 상대에게 복수를 하기도 한다. 그들의 방법은 이렇다.

공격을 당하면재빨리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 포식자를 향해 일제히 똥을 싼다.
수십 마리 새의 흰 배설물이 매의 화려한 날갯죽지로 떨어지면서더럽혀진 깃털이 서로 엉겨 붙고, 부식산(腐植)으로 범벅이 된다. 

결국 매는 정신을 차리고 새 떼를 향한 추격을 멈춘다. 그러고는 구역질을 하며 풀밭에 내려앉는다. 깃털이 어찌나 심하게 더럽혀졌는지 최악의 역겨움을 체험하게 된다. 매는 온종일 깃털을 닦고, 그다음 날도 깃털을 닦으며 시간을 보낸다. 잠도 자지 않는다.
날개가 그토록 더러워진 상태로는 도저히 잠을 잘수 없기 때문이다. 

사방에서 지독한 악취가 풍기고, 게속해서 구역질이 난다. 생쥐 같기도 하고 개구리 같기도 하고 썩은 고기 같기도 한 냄새. 단단히 굳어 버린 배설물은 부리로도 제거되지 않는다. 매는 추위에떤다. 몸에 들러붙은 깃털을 통해 빗물이 피부로 스며든다. 

이제다른 매들도 그를 피한다. 마치 악성 질병에 감염되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매는 존엄성을 상실하고, 이 모든 상황을 견딜 수 없게 된다. 그러다 마침내 죽음에 이른다.
- P144

내가 어릴 때 사람들은 까치 한 마리는 불운을, 두 마리는 행운을 의미한다고 말하곤했다. 하지만 그때는 까치의 수가 적었다. 지난가을, 잠복기가 끝나고 가을이 왔을 때 나는 수백 마리의 까치가 그들의 저녁 보금자리로 날아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렇다면 행운도 수백 배로 커졌을까.
- P145

나는 눈 녹은 웅덩이에서 까치들이 목욕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새들은 곁눈질로 나를 살폈지만 별로 두려워하지 않고, 대담하게 날개로 물을 튀기며 웅덩이에 머리를 담근 채 목욕을 즐겼다. 펄럭이는 날갯짓을 보니 이런 식의 목욕이 얼마나 상쾌한지가생생하게 느껴졌다.
- P145

까치는 목욕을 자주 하지 않고는 살지 못하는 듯했다. 더구나그들은 총명하면서도 오만하다. 모두가 알듯이, 그들은 다른 새들로부터 재료를 훔쳐서 자신의 둥지를 짓고, 그곳으로 반짝이는 물건들을 실어 나른다. 

이따금 실수로 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를 둥지로 가져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게 그들은 방화범이 되어 스스로 지은 둥지를 불태운다. ‘까치‘라고 알려진 이새는 라틴어로 피카피카라는 사랑스러운 이름을 갖고 있다.
- P145

동물 살해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죠. 처벌이 없으니 아무도사건에 대해 알지 못해요. 그 누구도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하니까그것은 아예 없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도살당한 짐승의 붉은 고깃덩이가 걸려 있는 가게 진열장을 지나갈 때, 그게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한 번이라도 궁금하게 여긴 적 있나요??

식당에서 꼬치구이나 커틀릿을 주문했을 때, 우리 앞에 놓인 건무엇일까요? 아무도 충격을 받거나 끔찍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무자비한 범죄가 지극히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행위로 여겨지고있으니까요. 지금은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게 범죄를 저지릅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표준이 된다면 세상은 아마 바로 그런 모습일 거예요. 아무도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지 못하는 그런세상 말입니다."
- P155

하지만 내 이야기에 싫증을 느낀 청소부마저 자신의 업무에몰두하고 있었으므로 나는 푸들을 향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세상이 이 모양이죠? 누군가의 몸으로 신발을짓고, 미트볼과 소시지, 침실 깔개를 만듭니다. 또한 누군가의 뼈를 고아서 국물을 우려내죠……. 누군가의 뱃가죽으로 완성한 신발과 소파, 숄더백, 누군가의 털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누군가의 몸을 먹고, 그것을 토막 내어 기름에 튀기고 있습니다....

이런 잔혹한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요?  - P157

나쁜 꿈을 처리하는 오래된 방법은 화장실 변기에 대고 그 꿈을 큰 소리로 말한 다음, 변기의 물을 내리는 것이다.
- P161

고통받는 사람은 신의 뒷모습을 본다ㅡ마틴 루터 - P164

하인리히 힘러가 고용한 천문학자 빌헬름 볼프가 1944년 7월 20일에 히틀러에게 큰 위험이 닥칠 것을 예언했는데, 우리가 알듯이 그날은 바로 볼프스산체*에서 히틀러에 대한암살 시도가 있었던 날이다. 그리고 나중에 그 암울한 천문학자는1945년 5월 7일 이전에 히틀러가 비밀스러운 최후를 맞으리라고담담하게 예언했다.
- P172

"이것도 좀 봐." 나는 그에게 행성의 배열을 보여 주었다.
"1953년에는 토성이 전갈자리에 있었어. 그 당시 스탈린의 사망과 함께 동유럽에서는 정치적 해빙기가 찾아왔지. 1952년부터1956년까지는 세계사에서 강력한 전제 정치가 성행했고, 한국 전쟁이 일어났는가 하면 수소 폭탄도 발명됐어. 1953년은 폴란드가경제적으로 가장 힘든 해였지. 이것 봐, 바로 그때 전갈자리에서토성이 나타났어. 놀랍지 않아?"
- P173

우리는 고원을 가로질러 초원과 멋진 황야를 지나 마을을 향해 달렸다. 사방이 조금씩, 소심하게 녹색으로 변하는 중이었다.
- P177

쳐다보기만 해도 목이 메고 저절로 눈물이 차오르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어쩐지 예전에 우리가 순수했던 시절의 기억을 훨씬더 많이 간직하고 있을 것만 같고, 마치 타락하지 않은 자연의 변종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사람들, 어쩌면 그들은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잊어버린 왕자에게 그가 고국에서 입었던 두루마기를 보여주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법을 일깨워 주는 충직한 하인을 연상시키는 전령과도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 P183

종달새 한 마리가 날개를 다치면
하늘의 천사들이 노래를 멈춘다.

ㅡ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순수의 전조> - P193

"만약 제가 회고록을 쓰고 싶다면 뭘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일단 탁자에 앉아 억지로라도 글을 써야 합니다. 그러면 저절로 이야기가 나올 거예요. 그리고 자신을 검열해서는 안 됩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모두 적는 게 좋아요."

이상한 충고다. 나는 ‘모든 것‘을 적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좋다고 여기는 것과 긍정적인 것들만 적고 싶었다.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인가를 더 해 줄 줄 알았지만 그녀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나는 실망감을 느꼈다.

"실망했나요?"
그녀가 내 생각을 읽은 듯 물었다.
"네."

"말로 할 수 없을 때, 그때 글을 써야 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 P211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지금, 여기밖에는 없다. 모든 앞날이 미지수이고, 도래하지 않은 모든 미래는 공기의 미세한 떨림만으로도 쉽사리 파괴될 수 있는 신기루처럼 불투명하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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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06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모든 앞날이 미지수이고, 도래하지 않은 모든 미래는 공기의 미세한 떨림만으로도 쉽사리 파괴될 수 있는 신기루처럼 불투명하다.]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하는 말 같네요
미미님 주말 멋지게 !
(ღˇ◡ˇ)♥HAPPY♥

청아 2021-03-06 10:52   좋아요 1 | URL
오~스콧님이 적어주시니 더 느낌 좋은데요!❤(ノ^∇^)/❤
빛나는 주말 되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