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읽은 바에 따르면, 이른바 ‘포식자‘라고 불리는, 성령처럼 나른하게 하늘을 맴돌던 매가 개똥지빠귀 떼를 공격하면 이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방어한다고 한다. 이 새 떼는 도저히 믿기 힘든,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싸울 줄도 알고, 상대에게 복수를 하기도 한다. 그들의 방법은 이렇다.
공격을 당하면재빨리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 포식자를 향해 일제히 똥을 싼다. 수십 마리 새의 흰 배설물이 매의 화려한 날갯죽지로 떨어지면서더럽혀진 깃털이 서로 엉겨 붙고, 부식산(腐植)으로 범벅이 된다.
결국 매는 정신을 차리고 새 떼를 향한 추격을 멈춘다. 그러고는 구역질을 하며 풀밭에 내려앉는다. 깃털이 어찌나 심하게 더럽혀졌는지 최악의 역겨움을 체험하게 된다. 매는 온종일 깃털을 닦고, 그다음 날도 깃털을 닦으며 시간을 보낸다. 잠도 자지 않는다. 날개가 그토록 더러워진 상태로는 도저히 잠을 잘수 없기 때문이다.
사방에서 지독한 악취가 풍기고, 게속해서 구역질이 난다. 생쥐 같기도 하고 개구리 같기도 하고 썩은 고기 같기도 한 냄새. 단단히 굳어 버린 배설물은 부리로도 제거되지 않는다. 매는 추위에떤다. 몸에 들러붙은 깃털을 통해 빗물이 피부로 스며든다.
이제다른 매들도 그를 피한다. 마치 악성 질병에 감염되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매는 존엄성을 상실하고, 이 모든 상황을 견딜 수 없게 된다. 그러다 마침내 죽음에 이른다. - P144
내가 어릴 때 사람들은 까치 한 마리는 불운을, 두 마리는 행운을 의미한다고 말하곤했다. 하지만 그때는 까치의 수가 적었다. 지난가을, 잠복기가 끝나고 가을이 왔을 때 나는 수백 마리의 까치가 그들의 저녁 보금자리로 날아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렇다면 행운도 수백 배로 커졌을까. - P145
나는 눈 녹은 웅덩이에서 까치들이 목욕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새들은 곁눈질로 나를 살폈지만 별로 두려워하지 않고, 대담하게 날개로 물을 튀기며 웅덩이에 머리를 담근 채 목욕을 즐겼다. 펄럭이는 날갯짓을 보니 이런 식의 목욕이 얼마나 상쾌한지가생생하게 느껴졌다. - P145
까치는 목욕을 자주 하지 않고는 살지 못하는 듯했다. 더구나그들은 총명하면서도 오만하다. 모두가 알듯이, 그들은 다른 새들로부터 재료를 훔쳐서 자신의 둥지를 짓고, 그곳으로 반짝이는 물건들을 실어 나른다.
이따금 실수로 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를 둥지로 가져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게 그들은 방화범이 되어 스스로 지은 둥지를 불태운다. ‘까치‘라고 알려진 이새는 라틴어로 피카피카라는 사랑스러운 이름을 갖고 있다. - P145
동물 살해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죠. 처벌이 없으니 아무도사건에 대해 알지 못해요. 그 누구도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하니까그것은 아예 없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도살당한 짐승의 붉은 고깃덩이가 걸려 있는 가게 진열장을 지나갈 때, 그게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한 번이라도 궁금하게 여긴 적 있나요??
식당에서 꼬치구이나 커틀릿을 주문했을 때, 우리 앞에 놓인 건무엇일까요? 아무도 충격을 받거나 끔찍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무자비한 범죄가 지극히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행위로 여겨지고있으니까요. 지금은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게 범죄를 저지릅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표준이 된다면 세상은 아마 바로 그런 모습일 거예요. 아무도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지 못하는 그런세상 말입니다." - P155
하지만 내 이야기에 싫증을 느낀 청소부마저 자신의 업무에몰두하고 있었으므로 나는 푸들을 향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세상이 이 모양이죠? 누군가의 몸으로 신발을짓고, 미트볼과 소시지, 침실 깔개를 만듭니다. 또한 누군가의 뼈를 고아서 국물을 우려내죠……. 누군가의 뱃가죽으로 완성한 신발과 소파, 숄더백, 누군가의 털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누군가의 몸을 먹고, 그것을 토막 내어 기름에 튀기고 있습니다....
이런 잔혹한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요? - P157
나쁜 꿈을 처리하는 오래된 방법은 화장실 변기에 대고 그 꿈을 큰 소리로 말한 다음, 변기의 물을 내리는 것이다. - P161
고통받는 사람은 신의 뒷모습을 본다ㅡ마틴 루터 - P164
하인리히 힘러가 고용한 천문학자 빌헬름 볼프가 1944년 7월 20일에 히틀러에게 큰 위험이 닥칠 것을 예언했는데, 우리가 알듯이 그날은 바로 볼프스산체*에서 히틀러에 대한암살 시도가 있었던 날이다. 그리고 나중에 그 암울한 천문학자는1945년 5월 7일 이전에 히틀러가 비밀스러운 최후를 맞으리라고담담하게 예언했다. - P172
"이것도 좀 봐." 나는 그에게 행성의 배열을 보여 주었다. "1953년에는 토성이 전갈자리에 있었어. 그 당시 스탈린의 사망과 함께 동유럽에서는 정치적 해빙기가 찾아왔지. 1952년부터1956년까지는 세계사에서 강력한 전제 정치가 성행했고, 한국 전쟁이 일어났는가 하면 수소 폭탄도 발명됐어. 1953년은 폴란드가경제적으로 가장 힘든 해였지. 이것 봐, 바로 그때 전갈자리에서토성이 나타났어. 놀랍지 않아?" - P173
우리는 고원을 가로질러 초원과 멋진 황야를 지나 마을을 향해 달렸다. 사방이 조금씩, 소심하게 녹색으로 변하는 중이었다. - P177
쳐다보기만 해도 목이 메고 저절로 눈물이 차오르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어쩐지 예전에 우리가 순수했던 시절의 기억을 훨씬더 많이 간직하고 있을 것만 같고, 마치 타락하지 않은 자연의 변종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사람들, 어쩌면 그들은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잊어버린 왕자에게 그가 고국에서 입었던 두루마기를 보여주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법을 일깨워 주는 충직한 하인을 연상시키는 전령과도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 P183
종달새 한 마리가 날개를 다치면 하늘의 천사들이 노래를 멈춘다.
ㅡ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순수의 전조> - P193
"만약 제가 회고록을 쓰고 싶다면 뭘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일단 탁자에 앉아 억지로라도 글을 써야 합니다. 그러면 저절로 이야기가 나올 거예요. 그리고 자신을 검열해서는 안 됩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모두 적는 게 좋아요."
이상한 충고다. 나는 ‘모든 것‘을 적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좋다고 여기는 것과 긍정적인 것들만 적고 싶었다.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인가를 더 해 줄 줄 알았지만 그녀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나는 실망감을 느꼈다.
"실망했나요?" 그녀가 내 생각을 읽은 듯 물었다. "네."
"말로 할 수 없을 때, 그때 글을 써야 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 P211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지금, 여기밖에는 없다. 모든 앞날이 미지수이고, 도래하지 않은 모든 미래는 공기의 미세한 떨림만으로도 쉽사리 파괴될 수 있는 신기루처럼 불투명하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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