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남자의 고르지 못한 턱선이나 또 다른 '결점'에 이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의 결점을 없애려는 그의 노력은 그래서 실수가 되기도 합니다. 연인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 여러분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여러분의 결점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중략) 다른 사람들에게 거슬릴 것 같은 자신의 독특한 '단점'에 대해서 좀 너그러울 필요도 있다는 얘기죠. 나 자신은 싫을지 모르지만 괜찮은 남자를 매료시키는 데 내 단점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마리 루티
매일 매일 글감이 쏟아진다. 사랑이라는 글감이. 나는 행복감에 젖어서 우산을 쓰는 것도 잊은 채 비를 흠뻑 맞고 서 있다. 여기서 우산을 쓰는 건 글을 쓰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순간순간을 기억할 수 있도록, 우산을 들고 내가 처한 상황을 지켜볼 수 있으니까. 그러나 몸으로 만끽하고 싶다. 그저 만끽하고 싶다. 내 몸을 타고 흘러가는 이 도취를, 몽환을 흡수하고 싶다.
며칠 허리 때문에 고생을 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그제야 내려놓았다. 의무감 없이 할 수 있어서 나를 행복하게 하는 행위였는데 어느새 승모근에 짐이 되어 있더라. 거의 읽지도 못하면서 출 퇴근 길에 왜 두 세권씩 나르고 다녔던 걸까....하루 이틀이면 나을 줄 알고 휴가 기간에도 무리를 했다. 그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더위에 타오르는 혜화동을 구부정해진 허리로 그 사람 껌딱지가 되어 붙어서 돌아다니고 해방촌을 쏘다니며 친구와 (친구에게는 더우니 저리 떨어지라고 밀어내며) 깔깔대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한의원에 가 침을 맞았다. 이제 낫겠지. 그렇게 3일을 어르신들과 얼굴을 익히고 몇 달째 허리가 낮지 않는다는 할머님과 친해졌다. 이것도 아니구나 싶어 디스크로 입원했던 병원을 갔다. CT를 찍었다. 오전에는 테니스를 무리하고 오후에는 책장을 옮기다 근육이 놀라 허리 뼈 라인이 온데간데 없었다. 뻣뻣해진 허리가 2주는 잘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예전의 디스크는 상당히 좋아졌다고 칭찬받았다. "운동 진짜 열심히 했어요." 이번에 나으면 미 해병대 처럼 허리 근육 키우기에 돌입해야지. 다 죽었어....(응?)
그런 모습도 사랑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다. 데오드란트를 겨드랑이에 바르니 얼굴에서 땀이나는 여자가 되어버렸는데도 예쁘다는 사람이 곁에서 토닥여 주었다. 그러니 돌아가신 외할머니처럼 구부정해도 밖으로 나갈수밖에. 안 그럼 후회할 것 같았다. 더 이상 내 인생에 후회를 들이고 싶지 않았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보고 싶어졌으니까. 자신 없어서 집에서만 입던 원피스도 과감히 입고 나가고. 누가 쳐다보면 '어차피 안 볼 사람'하고 쿨 하게 무시한다. 이런 내가 좋다. 과감해진 나의 인격을 그는 '루시'라고 불러준다. 올해 안에 '빌레뜨'를 꼭 읽어보고 싶다는 그에게 뽈의 결말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대목을 읽으며 고통 받았지만 그건 내가 그 소설에서 받은 인상의 전부는 아니니까.
이제 이 사람은 나의 치부를 가장 많이 아는 존재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고해를 한다. 어릴때 사제의 과정을 걸었던 그에게 하는 나의 고해는 특별해진다. 마치 나가사키의 칠흑같은 밤에 폭포처럼 쏟아지던 반딧불이처럼. 더 이상 창피하고 숨겨야 하는 비밀이 아니게 된다. 이게 이렇게 홀가분할지 몰랐다.
-중증 고위험 콩깍지에 씌인 청아
콜레트의 책이 안 온다. 그렇다 나는 아직도 책을 계속 사고 있다. 올리지 못할 뿐...그러니 저를 잊지 마세요. 여러분..이제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서재에 글을 쓸 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