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나라, 그 어떤 구경거리,
그 어떤 장관이
햇살 가득한 아침이나 빗속의
블랙워터 숲만큼 나에게 완전한 만족을 줄 수 있을까? - 메리 올리버, 서쪽 바람
지하철. 가끔 꿈속에 지하철역이 나오는데 이번에 나온 곳도 나의 꿈 세계관에 있는 두세 곳 중 하나다.
아치형의 기둥 장식이 큼직하고 전체적으로 규모가 큰 데다 아래로 층이 몇 번이나 더 내려가는 것으로 봐서 과연 이렇게 깊은 지하철역이 어딘가에 실제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다. 역시 꿈이니까. 충무로 역처럼 환승역이 아래쪽으로 이어져 있는데 대신 직각이 아니고 크고 둥글게 아래층을 껴안는 방식이다. 가운데가 개방형이라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인 것. 나는 현실에서 예전에 종종 그랬던 것처럼 꿈에서도 길을 헷갈려 한다. 늘 지하철역이 등장하면 꿈에서도 그런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당황해 그러는 건가 싶다. 아무튼 지하철역에서 늘 그랬듯이 의무처럼 그렇게 헤매고 나면 장면이 바뀐다.
나는 남자사람 친구랑 여유롭게 카페 야외 좌석에 앉아있다. 현실에서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ㅡ나는 꿈 속에서 유부녀 이거나 싱글인데 싱글인 상태로 누군가 만나 사랑을 하게 되면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면서 '나는 남편이 있는데 이를 어쩌나'하는 생각에 괴로워진다. 꿈 속에서도 양심적인 것 같다. 아님 평소 무의식의 꿍꿍이가 드러난 걸까? ㅡ 아무튼 날씨도 포근하고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다. 내 왼쪽으로 야외 바가 마련되어 있고 햇살이 그윽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나는 거리쪽을 향해 앉아 있었는데 내 우측에 앉은 커플이 대화를 나눈다. 우린 너무 가깝게 테이블이 붙어 있어서 대화가 다 들린다. 잠시 말없이 서로를 보고 있던 두 사람. ㅡ나는 꿈에서 전지적 작가시점이기에 꼭 보지 않아도 옆의 상황이 보이는 것 같다.ㅡ 이때 남자쪽이 갑자기 여자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여자는 사실 나도 당신에게 끌렸었다고 말하고 둘은 순간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는 기쁨 때문인지 더 가깝게 밀착하더니 진한 키스를 나누기 시작한다. (이거 19금은 아니죠? 아니라고 해...)
둘은 남들 눈 신경 안 쓰고 딥 키스를 이어간다. 소리가 너무 노골적이라서 옆에 있던 나는 민망해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당돌하게 그들을 쳐다보지도 못해 난감해하는 나(이건 현실에서도 마찬가지) 뻘쭘해 다른 곳만 하릴없이 둘러보며 '언제 끝나나 빨리 끝내라 고마해라 이제. 저리 좀 가서 하던지...'뭐 그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자주 있는 일인지 이쪽을 주목하지 않는다. 이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유럽이 배경이었던 것 같다. (꿈에 유럽이 자주 나온다. 인셉션과 유사한 꿈도 꿨었음. 건물이 다 기하학적으로 움직이고 바뀌는 뭔가 힘들지만 재밌는 꿈) 암튼 곧이어 중남미 출신인듯한 한 남자가 가까이 오더니 이들 커플을 바라보며 세레나데를 부른다. 내 옆에서 여자와 키스를 나누던 남성이 케이스를 여는 소리가 들리고 프러포즈를 한다. 여성은 뻔하지만 기뻐한다.
남은 이야기는 투비컨티뉴드에....ㅋ
미미의 투비컨티뉴드
https://tobe.aladin.co.kr/t/75925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