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뒤늦게 읽고있다. 조바심 나서 다른 책은 거의 못 보고 (그렇다고 '다미여'를 집중적으로 빨리 읽고 있지도 못함) 시집을 간간이 들여다 본다. 「다.미.여」를 통해 19세기 여성 작가들이 경험한 이중의 속박, 굴종의 미덕, 불안과 무력감 등을 마주 해서인가 시집에서 비슷한 내용을 발견해 공유함.
재능있는 여성의 경우에는 자기 자신을 부인하면서 말 없는 자신의 분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치욕스럽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기주장, 상상력, 재치는 자기를 정의하는 유혹적인 요소다. 이런 요소는 각각의 여자 주인공들로 하여금 자신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거나 지배했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지배당하는 운명을 감수해야 하는 여성에게 이것은 매우 위험한 환상일이 증명되면, 여자 주인공은 겸손, 과묵, 인내의 이점들을 배워나간다.(...)여성들은 침묵과 고요와 종속의 유리 관에서 살 때만 남자에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 P.321
그날 나는 아무렇지 않았어요. 유리에 갇힌 것처럼 지나가는 사람들만 하염없이 바라보았고. 가지도 못하고 멈추지도 못한 채 뭘 해야 할지 찾아 두리번거렸지만, 이상했다. 유리 안에 있는 아이는 보호받는 중일까, 우리라는 밖으로부터 격리된 것일까. 우리를 따돌리려는 소망인 걸까. 나는 웃었고 여느 때처럼 일을 마치고 갑자기 18층으로 올라가 뛰어내렸어요. 나는 그런 누구의 이야기를 엿들었어요. 이제 아무도 그 당연함을 생각하지 않은 채로, 누구의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한 명씩 동정을 나누기 시작하겠군요. 매 순간 내가 벌인 장례식에서, 나는 허기진 입을 벌렸다. 먹고 싶은 게 아니라 단 한 번이라도 가지고 싶었던 여유라는 상징을 향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입을 찢었다. 입을 잊은 분노로 가득 찬 세계.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세계로 되돌아온다.
글러브를 끼면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소망은 약해짐으로써 강해지는 것.
사람들은 자기보다 약한 것들을 가두어 두고 보길 좋아한다고.
나는 한없이 약해져야 했고 그래서 강해져야 했다. - P.43
「다.미.여」는 19세기 여성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풀어나가지만 최근의 시집에도 여성의 갇힘, 억눌림, 무력감을 읽을 수 있는건 우연일까? 그보다는 여성의 부자유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의미겠지. 조혜은 시인도 「다.미.여」를 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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