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 노점상에 들렀다. 지하철역에 인접한 노점 떡볶이집 가운데 이곳이 제일 인기도 있고 맛도 좋다. 겨울이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오뎅이며 떡볶이를 그 자리에 서서 맛있게 먹고 있는 사람들이 빽빽했다. 새로 떡볶이를 만드는 중인지 붉어지려는 떡에 붙은 고춧가루가 점점이 눈에 띄었다. 반듯한 가름마가 야무져 보이는 주인 언니가 포장이냐 묻고는 앞서온 한 사람과 나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이야기한다. 말을 하면서도 양손은 쉴틈이 없다. 보통은 남편과 같이 일했는데 오늘은 혼자라 더 바빠보였다. 잠시 숨을 가다듬듯 대기자들 순서를 눈으로 가늠한 뒤 제대로 주문을 받기 시작한다. "튀김은 튀겨 드려요? 순대 내장은요?" 먼저 온 사람에게 주문 받아 손으로 바로 처리하면서 다음 대기자에게 또 미리 요구사항을 확인한다. 중간중간 계산도 하고 그 다음 주문을 받고 각자가 원하는 세부사항을 물어보고... 듣기만 하는데도 나는 헷갈리고 어지럽다.
나폴리 4부작 중에 3권이었나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싸우다가 큰 사고를 쳤는지 파스콸레가 나디아와 함께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어느 날 레누의 집에 갑작스럽게 들이닥친다. 그 둘은 자기집처럼 음식을 찾아 먹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셨다. 레누의 남편에게 악수를 청하고는 당신과 달리 자신의 거친 손은 노동자의 증표라고, 노동자가 의자와 책상 연필 같은 것들을 만들지 않았다면 당신같은 지식인 부르주아도 존재할 수 없었을거라고 말한다. 지금도 육체 노동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때로 목숨이 위태로울만큼 주의가 필요한 작업도 그런 시각과 안이한 관리속에 희생자를 만들어낸다. 납득하기 힘든 일들이 번번히 발생하지만 책임자는 어디에도 없고 '그저 운 없고 불행한 사람'만 늘어간다.
오늘 화물연대 파업이 종료되었다. 조합원 투표 결과를 수용한 것이다. 하루 16시간 일해 월 300정도 번다는 화물노동자를 줄곧 '귀족'이라 부르던 정부는 16일간의 파업기간 내내 사측의 입장만 대변했다. 이 정부에게 노동자는 국민이 아니었다. 국가경제를 위기로 내몰고 정당한 이유없이 (이유가 뭔지는 절대 언급하지 않는다) 나라를 파탄에 이르게 하려는 악의 세력이었다. 대다수의 뉴스에서도 줄곧 사측의 피해규모, 노조의 불법성에만 주목했다. 왜 이들이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내는지 그 이유에 주목하지 않았다. 이들의 입장을 알고 싶은 사람은 관련 기사를 세심히 찾아봐야만 알 수 있었다. 며칠전 경제관련 기사에서 대한민국 상위20프로와 하위20프로의 소득격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리나라에서 보수는 자기들 보고 싶은것만 본다. 국가 지도자의 서슬퍼런 위협에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무슨 수를 썼기에 인구의 1퍼센트를 차지하는 소수의 부자가 인구의 99퍼센트를 차지하는 다수에게 명백히 불리한 쪽으로 돌아가는 체제를 받아들이도록 다수를 설득했단 말인가? 상대적 빈곤을 키우는 정당을 지지하도록 다수 유권자를 설득하기 위해 공화당이 내놓은 해법은 중하류층과 극빈층을 이간질해서 내 지갑을 얇게 만드는 주범이 상류층(과 상류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초점을 흐리는 것이었다. 겨우 입에 풀칠을 하는 사람들이 입에 풀칠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과 티격태격하는 한, 이 두 집단은 부자들을 상대로,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구를 소수의 최상류층과 절대 다수의 어려운 사람들로 양분하는 사회.경제 체제를 상대로 싸움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p.99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제임스 길리건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거나 망각되는 것이 현대 세계를 규정하는 조건들 중 하나이다. 오웰은 북부에 가서 일터 밖의 노동계급 사람들을 만나고 직접 탄광에 내려가 석탄이라는 필수적인 원자재 및 그 채취에 대해 증언함으로써 그런 망각을 시정하고자 했다. 땅속으로 내려가는 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며 , 채굴하는 것은 과거를 현재로 끌고 오는 것이다. 광업이 너무나 거대한 규모로 해온 그 과정이 지구 환경을 최상층 대기까지 바꿔놓았다. 이런 이야기는 노동 이야기로 할 수도 있지만, 생태학적 이야기로도 할 수 있다. 그 두가지는 결국 황폐화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p.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