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코난 도일-보헤미아 스캔들
셜록 홈스에게 그녀는 항상 그 여자였다. 그녀를 다른식으로 부르는 법이 거의 없었다. 홈스의 눈에 그녀는 어떤 여자보다 우월하고 빛이 났다-p.9
긴 말이 필요없는, 아서 코난 도일의 차갑고 날카로운 지성의 캐릭터. 명탐정 셜록! 이 단편집에는 보헤미아 스캔들,빨강 머리 연맹,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3가지 단편이 실려있다. 오랜만에 다시 읽었음에도 생생히 살아 숨쉬는 셜록의 추리는 마치 처음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홈스처럼 냉정하고 정확하면서도 감탄을 자아낼 만큼 균형 잡힌 정신의 소유자에게 감정이란, 특히나 연애 감정이란 혐오스러운 것이었다. 내 생각에 홈스는 기계처럼 완벽하게 추리하고 관찰하는 데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간이지만, 연인으로서는 서투르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비웃거나 조롱하지 않고 무언가 부드러운 정서를 드러낸적은 한 번도 없었다. p.9
이런 완벽한 탐정 홈스에게 어울리지 않는게 있다면 그건 바로 로멘스! '보헤미아 스캔들'은 내가 알기로 셜록 홈즈 시리즈 속 유일한 그의 로멘스를 다룬다. 어느 날 사건을 의뢰하러 한 남자가 홈스에게 찾아온다. 상황을 다 듣기도 전에 의뢰인이 보헤미아의 대공이자 세습왕이라는 것을 간파한 홈스는 대공이 결혼을 앞두고 전 연인에게 사진으로 협박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전 연인 아이린 애들러는 대공과 함께 찍은 사진을 빌미로 대공의 혼인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그는 침실에 들어가더니 몇 분 후 다정하고 소박한 비국교도 목사의 모습을 하고 나왔다. 챙 넓은 검정 모자와 헐렁한 바지, 흰색 타이, 자애로운 미소, 인자한 호기심으로사람을 응시하는 듯한 태도는 배우 존 헤어 정도는 되어야 흉내 낼 수 있을 터였다. 홈스는 단지 옷가지만 바꿔 입은 게 아니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따라 표정, 행동거지는 물론이고 영혼까지 달라지는 것 같았다. 그가 범죄 전문가가 되기로 했을 때, 과학계는 예리한 연구자를, 연극계는 좋은 배우를 잃어버린 셈이다. p.35
변장에도 능숙한 홈스는 그녀에게 접근해 사진의 행방을 알아내려 하지만 그녀는 켤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반격으로 홈스에게 애들러는 '그 여자'로 불리우며 각인된다. 특히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는 이 이야기가 더욱더 강렬하고 로멘틱하게 다뤄진다. 원작에는 없는 이야기가 덧붙여져 짙은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과연 그는 '그 여자'를 사랑했던 것일까?
선생들은 아이린을 모르겠지만, 심성이 강철 같은 여자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하고서 가장 단호한 남자의 정신을 지니고 있지. P.24
백지영-그 여자
한 여자가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 여자는 열심히 사랑합니다
매일 그림자처럼 그대를 따라다니며 그 여자는 웃으며 울고 있어요
얼마나 얼마나 더 너를 이렇게 바라만 보며 혼자
이 바람 같은 사랑 이 거지같은 사랑 계속해야 니가 나를 사랑 하겠니
조금만 가까이 와 조금만 한발 다가가면 두 발 도망가는
널 사랑하는 난 지금도 옆에 있어 그 여잔 웁니다
그 여자는 성격이 소심합니다 그래서 웃는 법을 배웠답니다
친한 친구에게도 못하는 얘기가 많은 그 여자의 마음은 눈물투성이
그래서 그 여자는 그댈 널 사랑 했데요 똑같아서
또 하나같은 바보 또 하나같은 바보 한번 나를 안아주고 가면 안돼요
난 사랑 받고 싶어 그대여 매일 속으로만 가슴 속으로만 소리를 지르며
그 여자는 오늘도 그 옆에 있데요
그 여자가 나라는 걸 아나요 알면서도 이러는 건 아니죠
모를거야 그댄 바보니까
얼마나 얼마나 더 너를 이렇게 바라만 보며 혼자
이 바보 같은 사랑 이 거지같은 사랑 계속해야 니가 나를 사랑 하겠니
조금만 가까이 와 조금만 한발 다가가면 두 발 도망가는
널 사랑하는 난 지금도 옆에 있어 그 여잔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