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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파산 - 2014년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청춘파산, 책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청춘이라는 단어와 파산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익숙하지 않았다. 아무리 젊은 20대 개인 파산과 회생이 많은 시대라고 하지만 청춘, 젊음, 열정만 있다면 파산, 회생은 아무 문제가 될 리 없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다들 자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일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순간, 청춘이라는 열정만 가지고는 작정하고 옭아매라고 하는 덫에서 벗어나는 일이 쉬운 것이 아니라고 이해가 됐다. 한 장씩 책장을 넘기며 주인공 인주라는 인물이 살아가는 생활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김의경 작가의 자전적 장편소설인 <청춘파산>은 자기의 뜻이 아닌 어머니의 사업실패로 인해 20대에 신용 불량자가 되고, 결국 30대에 개인 파산자가 된 인주라는 여자의 이야기다. 책 내용상 인주는 나와 동갑이거나 또래라고 생각된다. 주인공 인주는 학창시절부터 사채업자들에게 끌려다니다 자신도 모르는 서류에 서명하게 되면서 어머니의 빚을 대신 갚아야 하는 채무자가 된다. 평범한 20대는 대학을 다니며 미팅, 소개팅 그리고 배낭여행 등 청춘을 즐기고 졸업 후에는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단계를 밟아간다. 분명 요즘은 취직이 힘든 시대이긴 하지만 평범한 20대들의 삶은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인주는 어머니의 빚이 자신의 빚이 되어버린 탓에, 그리고 사채업자 덕분에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도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도 늘 도피하는 생활을 한다. 평범한 20대의 생활은 그녀의 생활과 거리가 멀었다. 직장을 구할 수 없던 그녀는 가발 가게, 만둣가게, 식당, 인간 CCTV, 상가 수첩 돌리기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간다. 첫 직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는 아르바이트라곤 과외와 백화점에서 판매 밖에 해보지 않았던 터라 그녀가 해온 어마어마한 아르바이트 종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아르바이트의 90%를 작가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했다고 한다. 경험에서 나온 탄탄한 이야기라 사실감과 현장감 있게 다가왔다. 개인 파산 신청을 하고도 집요하게 파고드는 사채업자를 상대로 인주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책의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다.
주변에는 인주처럼 빚에 허덕이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걸 극복해 내는 사람과 극복해 내지 못하는 사람들로 나뉜다. 이 책에서 인주는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살아가면서도 지혜롭고 당당하게 극복해낸다. 실패와 성공의 차이는 백지장 1장의 차이다. 인주처럼 부딪히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달려가면 지금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젊은 청춘들이 꼭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뼈가 되고 살이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