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어원과 유래'에 대한 책인 줄 알고 너무너무 기대했더랬다. 근래에 책을 펴내고 편집하는 일에 대한 책을 읽고 나니 '국어'에 대한 관심도 평소보다 더 높아진 상태여서 더 그랬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국어에 대한 책은 아니고... 더더군다나 우리말의 어원에 대한 책도 아니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교사를 두루 거쳐 교감/교장을 지나 장학사/장학관으로 오랜 교직생활을 하신 분이었다. 본문 속에 나오는 70년대 교직생활 에피소드를 읽으려니 나이가 얼추 짐작이 가긴 하는데, 여하튼 오랜 교직생활을 하신 경험때문인지 책은 전반적으로 교장선생님 훈화말씀 모음집 같았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는 우리말을 모아 그 어원과 유래를 찾으므로써 우리 학생들이 우리말에 관심을 갖고 흥미를 느끼며 나아가 책을 가까이 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p. 6 - 머리말 中-)'인 이 책은 자칭 민속연구가인 본인의 개인적 추론을 담고 있어서 '~되지 않았나 유추해 본 것'이라는 표현이 많았다. 간단히 말하자면 학문적 근거는 미약하다는 말이다. 물론 일선 학교현장에서 국어교육을 오래 하신 분이니 아주 얼토당토한 추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원학적으로 민속학적으로 학문적 결과를 모은 책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그래서 이런저런 옛날이야기 하듯이 혹은 자신의 추억담에 대한 소회를 풀어놓듯이 그냥 그렇게 친근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차례에서는 '언어' '민속' '역사' '식물과 지명' '교훈' 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연대기적 역사도 아니고 학문적 갈래도 아닌 저자가 그동안 관심가지고 찾아보았던 이런저런 '유래'들을 '~이지 않을까' 라고 풀어내는 내용들이다. 그 다양한 이야기들을 묶어주는 것이 한가지 있다면 '머리말'에서 나왔듯이 청소년들은 바른 언어를 써야한다는 '교훈'이다.
이 책을 읽고서 국어를 즐겁게 느낄 만한 단 한가지 이야깃거리라도 찾게 된다면 이 책의 의도는 성공한 것이다. 잡다한 이야기 속에서 역사도 맥락도 뿌리도 찾지 못하여 느끼는 아쉬움은 내 개인적 성향 탓일 것이다. 우리말에 대한 민속적 유래를 가볍게 읽어보고 싶은 이라면, 우리 민속에 관심이 많은 퇴직한 국어쌤의 에세이다 라고 여기며 읽을만한 책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