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 마음이 단단한 사람 - 융처럼 살아보기 : 아홉 가지 인생 문제를 분석하다 매일 읽는 철학 4
류쑤핑 지음, 원녕경 옮김 / 오렌지연필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융처럼 살아보기:아홉가지 인생 문제를 분석하다

얼마전 프로이트의 책을 읽고 나서 융에 대한 관심이 커졌었다. 하지만 융의 저서를 바로 읽기엔 어려울 것 같아서 간접적으로 융에 대해 알수 있는 책을 찾고 싶었다. '매일 읽는 철학 04'라고 표기되어 있어서 철학시리즈 중 한권인가 싶었고 '융처럼 살아보기' 라고 해서 융에 대한 간접체험용으로 괜찮으려나 싶어 고른 책이었다. 책날개에 쓰여진 저자의 이력을 보니 중국인 '작가'였다. 작가의 글이니만큼 학문적으로 어렵진 않겠구나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융은 자신이 이중인격을 지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중략) 융의 일생은 제1인격과 제2인격의 작용과 반작용으로 점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p. 79) 하지만 이는 의학에서 정신질환이라고 말하는 '인격분열'이나 '정신분열증'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어쨌든 융의 인생을 통틀어 제2의 인격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p. 80)

융은 <파우스트>를 읽으며 이러한 두가지 인격에 대한 생각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한다. 하루에는 낮과 밤이 있고 하늘에는 해와 달이 있으며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천당과 지옥 또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생각하는 방식은 오랜 세월 인간에게 익숙한 생각법이었으니 융이 자신의 인격에 대해 이중적으로 생각했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발견이 그러하듯이 너무나 당연한 것을 미처 알아차라지 못하는 사람과 통찰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융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서술되는 이 책은 융의 학문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내용이 소개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쉽게 읽히는 것은 좋은데 읽고나면 딱히 남는게 없다. 그래서 어쩌다 나오는 융의 이론 관련 내용은 무척 반가웠다.

크라프트에빙의 책 서문에 눈길을 사로잡혔다. <정신의학>의 서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정신의학 분야의 교과서가 어느 정도 주관적인 성격을 띠는 것은 아마도 이 과목의 특수성과 학문으로서의 불완전성 때문일 것이다' 이 문장에 마음을 빼앗긴 융은 서둘러 책을 읽었고 그 속에서 '인격의 병'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저자는 정신병을 '인격의 병'이라 일컬었다. '아, 인격의 병!' 순간 융의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p. 114)

크라프트에빙의 책은 융을 당시 전도유망한 외과나 내과가 아닌 생소하고도 무시당하는 정신분석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했다. '인격의 병' 융에게 정신분석은 이 한단어로 축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위인전처럼 융의 인생을 읽고있노라니 융은 어렸을때부터 스스로에게 '인격의 병'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던 것 같다. 융이 정신의학적 환자라기 보다는 뭐랄까.. 여하튼 평범한 정신세계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그랬기에 정신분석학에 끌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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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프로이트를 융과 적대적으로 표현하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둘이 함께 연구하다가 갈라섰다고 해서 꼭 그렇게 볼 건 없지 않나 싶다. 프로이트를 전적으로 지지할 순 없었지만 융은 프로이트를 통해 많은 깨우침을 얻었다. 이 두 사람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왠지 비슷하게 느껴졌다. 플라톤이 하나의 이론을 세우고 현실에서 떠나 이상적인 것을 추구했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에 초점을 맞추고 백과전서적으로 광범위하게 연구했다. 프로이트도 자신의 이론을 하나의 체계로 정립하고자 하면서 현실에서 멀어져갔다면 융은 하나의 방법이 아닌 사람마다 다 다른 개별적인 방법을 추구하면서 현실속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했다. 플라톤과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나 프로이트와 그의 후배격인 융의 관계는 결국 모든 발전사와 맥을 같이 한다. 앞선 것을 뛰어넘고자 하고 앞서 밝혀낸 것 이외의 것을 밝히고자 하느 것은 뒤따르는 사람들의 운명이자 목표가되곤 한다. 늘.

'맙소사! 설마 어제 꿈에서 봤던 그 아가씨가 이 아가씨인가?' (p. 194)

책을 읽을수록 참 신기했던 것이 융은 꿈을 참 자주 많이 정확하게 꾼다는 것이다. 때로는 '영매'인가 싶을 정도로 영적인 예시를 꿈으로 전달받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연구방향이 뒤로 갈수록 '영'적인 심령적인 무언가로 향했던 것일까... 융의 영적 스승도 그의 꿈에 나타난다. 융은 자신의 꿈을 해석함으로써 자신의 이론을 정립해 나갔다. 그의 꿈은 거의 예언자가 받을 법한 계시에 가까웠다. 다만 예언자가 세상에 대한 계시를 받는다면 융은 정신분석학적 계시를 받는 달까... 하지만 관심분야가 집단무의식과 원시적 종교로 나아간 것을 보면 종교적 계시와 뭐가 다를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프로이트를 교조주의라 비판했던 것과 융의 종교성이 무엇이 다를까 싶기도 하고...

융은 환자에게 분석치료를 할 때 그 어떤 시스템도 따르지 않았다. 모든 환자에게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는 아들러의 언어를, 다음에는 프로이트의 언어를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단 한 가지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심리요법의 본질이 아니라면 정신의학적인 분석만으로는부족하다. 정신과의사는 환자를 이해해야 할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p. 276)

모든 환자에게 다 다른 방법을 적용한다는 것은 맞는 것도 같지만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어떤 환자에게 어떤 방법을 적용할지 의사가 어떻게 알아낼 수 있단 말인가? 시스템이나 매뉴얼의 필요성은 결국 기초가 있어야 한다는 건데, 융의 진단방식은 아무나 할 수 없어 보인다. 그리고 결국 융의 학설도 어떤 시스템이 되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져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융의 학설이 더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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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의 일대기처럼 쓰여졌으나 전체 일생을 다룬 것도 아니고 융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교훈을 주는 것처렴 쓰여졌으나 그 교훈이 와 닿지는 않고 융의 학문을 설명하는 것도 같았지만 결국 에세이로 마무리된 이 책을 왜 '매일 마음이 단단해지는 법'을 알려주는 책으로 홍보문구를 선택했는지 이유는 알수 없다. 하지만 융을 개인적으로 접근하면서 융이론의 화두를 엿볼 수 있도록 쉽게 서술한 점은 이 책의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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