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자이자 도이치어권 번역자라는 저자는 서양의 다양한 인문학 책들과 문학작품을 읽고 번역하고 강의도 해오며 자신의 성향에 맞는 중세책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문화사'적으로 중세를 살펴보는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그동안의 공부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긴 하지만 '야코프 부르크하르트'라는 학자의 책을 만나 큰 깨달음을 얻었기에 정신적 스승으로 여기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저런 역사책을 읽으며 느꼈던 점이지만, 역사서들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향은 꽤 다양하다. 사건중심, 사람중심, 정치중심, 경제중심 등등 어느 방향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서 풀이되는 이야기들은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통사로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런 책들은 대개 벽돌책이라 사실 시작하기가 쉽진 않다. 읽는 재미로 따지자면 아마도 '문화사'적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을 것이기에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책의 구성은 크게 3부로 나뉘어져 있다.
476~1000 의 중세 초기, 1000~13000 의 중세 전성기, 1300~1492 의 중세 말기, 이렇게 3부 다.
간단히 말하자면 중세는 서로마의 멸망부터 동로마의 멸망까지 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서양사책들에서 서로마의 멸망을 로마제국의 멸망으로 간주하고 동로마만 존속했던 시대를 '중세 암흑기'라 지칭하며 무시하곤 하는데, 저자는 '암흑기'라는 표현에 반대입장을 취한다. 최근 읽었던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읽으면서 느꼈던 점도 있어서 나또한 저자의 기본 입장에 공감하며 책을 시작했다. 이 책의 핵심은 책뒤표지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