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에 바이올리니스트 이자 대중강연자인 저자의 첫 책 <Fun한 클래식 이야기>를 읽었었다. 세계 유명 작곡가들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어렵게 느껴졌던 클래식에 쉽게 다가가고 음악적 상식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첫 책의 반응이 꽤 좋았었나 보다. 일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두번째 책이 나왔다. 어쩌다보니 그 두번째 책을 내가 또 연이어 읽게 됐다. ^^
저자는 오랜 세월 클래식에 몸담아 온 바이올리니스트이지만 방송이나 강연장등 다양한 매체에서 클래식을 전하는 일에도 열심이었던 듯 하다. 그래서인지 교수님 처럼 어렵지 않고 전문가 처럼 티내지 않고 그저 편안하게 언젠가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클래식을 이야기를 짧은 에세이글과 함께 소박하게 전달한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언급하듯이 '살다 보면 음악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어떤 순간 들었던 음악이기에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하고 어떤 순간을 문득 떠올리게 하는 것이 음악이기도 하다. 때로는 그저 기분에 따라 알맞은 음악을 찾기도 하고 거리나 카페에서 우연찮게 들린 음악에 위로받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하루종일 음악을 단 한번도 듣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있을까? 이어폰을 꽂지 않아도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공간에서 음악은 매일매일 일상과 함께 해왔다. 하지만 좀더 내게 맞는 음악, 내가 찾고 싶은 음악, 그런 음악이 필요할 때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랫말이 있는 음악을 들으면 다른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부턴가 연주곡을 틀어놓고 이런저런 일을 하곤 한다. 기왕이면 클랙식 음악이 왠지 더 고급스러운 듯 느껴지지만 딱히 아는 것도 없고 유명한 작곡가들의 연주곡을 들어봐도 그닥 감흥이 없어서 그냥그냥 유투브에서 이런저런 검색어로 얻어걸린 음악들을 틀어놓을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에는 유투브로 연결되는 QR코드가 있다. 매 곡 마다 제목 옆에 위치한 QR코드를 스캔하면 저자가 직접 고른 유투브 연주영상으로 연결된다. 같은 곡이라도 누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다르기 마련인데 전문가가 골라준 영상이니 그야말로 믿고 들을 수 있는 영상인 셈이다. 그렇게 저자의 곡 소개를 읽고 연주 영상을 틀어보기도 하고 곡에 관련된 비하인드 이야기를 읽고 연주 영상을 틀어 보기도 하면서 생각보다 에너지 넘치게 책장을 넘기게 됐다. 다음엔 또 어떤 곡이 나올까 하면서.
일단 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다 읽긴 했는데 내용이 중요한 책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정말로 클래식 리스트로서 도움될 책이었다. 그래서 다 읽었어도 가끔씩 문득문득 책장을 들춰보며 QR코드를 스캔하게 될 것 같다. 저자가 그 음악을 들으며 느낀 것과 내게 느껴지는 것은 같을 수 없다. 저자가 아무리 강력하게 추천했어도 나에겐 별로 일 수 있고 저자가 스치듯 소개했는데 나에겐 맞춤한 곡일 수도 있다. 그렇게 가끔씩 책 속의 QR코드를 스캔하다 보면 나만의 클래식 리스트가 만들어지려나 ㅎㅎ
오늘은 비가 오고 흐린 날이었지만 나는 이 책에서 알게 된 '프레데리크 쇼팽 : 왈츠 작품번호 34번 '화려한 대활츠' 중 3번 '고양이 왈츠' (p. 54) 가 마음에 들었다. 새끼 고양이가 피아노 위에 잘못 올라가 건반이 눌려 그 소리에 놀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한 곡이라는데 사실 고양이가 놀라면 바로 팔짝 뛰어오르기 때문에 이런 곡이 나올 순 없다. 하지만 고양이 발로 눌러지는 건반을 상상하며 들으니 재미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골라 들을 수 있는 96개의 클래식 리스트를 얻은 것 같고, 그 자리에서 바로 QR코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손쉬운 즐거움이 클래식을 좀더 가깝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게 한다. 그런 순간? 이런 클래식!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