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다섯살의 젊은 소설가가 있다. 그는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고 '모든 것들의 끝에서 남긴 메모' 라는 제목을 붙인 글을 일기처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삶과 죽음에 대한 단편적인 사색을 일기 형식의 에세이로 기록했다는 것은 사실 '설정' 이다.
아무 사전정보 없이 이 책을 읽다보면 자전적 에세이인가 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뒷표지에 쓰여있는 추천사에서 이다혜 작가의 '사고실험' 이라는 단어가 그나마 아무 정보없이 이 책을 읽으며 고개를 갸웃했던 독자에게 주는 유일한 힌트라면 힌트이다. 출판사의 포스팅 글을 통해 이 책에 대한 설명을 찾아 읽을 수 있었다. 픽셔널 에세이 fictional essay. 논픽션은 아니지만 소설이라 볼 수 있고 허구의 인물이지만 실제 에세이처럼 읽히는 이 책을 '픽셔널 에세이'로 칭하고 있었다. '서른 다섯, 젊은 소설가가 남긴 죽음과 삶의 이야기, 끝에 이르러서야 닿을 수 있었던 진정한 내면의 기록들'이란 표현은 사실 허구다.
아버지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고 가족은 어머니 한명 뿐인 외동아들인 '나'는 혼자 사는 소설가 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 있는 것이 편하고 감정 표현에 서툴러서 사랑하는 사람은 없고 괴팍하다 싶은 시니컬한 성격의 나는 늘 자신의 자아와 대화하기를 즐기고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이 일상인 사람이다. 그런 '나'가 어느날 갑자기 악성 뇌종양 말기 진단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