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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선정 위대한 그림 220
이경아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내가 만난 1%의 그림들
그림, 보고 느끼고 배우다!
그림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어쩌면 잘 모르기에, 그림을 그냥 보는 걸 좋아한다.
가까이에 미술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술관이 있다한들 세계의 명화들을 쉽게 볼수는 없을 터, 내가 그림을 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을 책으로 보는 것이다.
책으로 그림과 미술관련 책을 읽다보니 나름 좋아하는 취향도 생기고, 그림이나 화가에 대한 이야기 그 시대에 대한 이야기들도 재밌게 읽게 되고... 가끔은 가장 편한 힐링법이 그림책 보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ㅎㅎ
여튼, 그래서 새로 나온 그림 관련 책들은 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더구나 bbc선정 그림이라니 뭘까뭘까 더 기대가 될 수밖에.
이 책은 영국의 BBC방송이 다큐멘터리로 방영한 '위대한 그림 220선'을 주제로 미학적 관점에서 한 장씩 골라 보도록 각색하여 엮었다. 선택 범위는 12세기부터 1950년대까지이며, 유럽 회화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새로운 예술가와 작품을 더 많이 감상하기 위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나 요하테스 베르베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등과 같은 유명한 그림은 의도적으로 피했다. (p. 6)
의도도 좋고 구성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너무 생소한 그림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저 두 그림에 버금가는 유명한 그림들도 꽤 있었고 널리 알려진 과거의 명화들일수록 널리 알려진 화가들의 그림이어서 그리 낯설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현대미술에 가까워질수록 생소했는데, 이 낯설고 생소함을 위해 현대적 근대미술작품이 꽤 실려있는 것 같기도 하다.
차례를 보면 그림의 제목들만 넘버와 함께 실려 있는데 220번부터 시작한다. 220점의 그림이 실려 있으니 당연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1부터 시작하지 않나? 220부터 시작하여 1로 끝내다니 이또한 괜찮은 신선함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난점은 일단 그림이 너무 작고 화질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림에 대한 설명이 그닥 대중적이지 않고 이미 그림을 통해 알수 있는 시각적 요소들을 나열하는데 그치거나 지나치게 전문용어들을 남발하여 문장의 맥락이 어색한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그림에 대한 기초적 설명만 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하거나 전문적인 내용일지라도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핵심만 짚어주는 그런 내용이 본문을 채우고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어색한 문장들이 정말이지... 너무... 많았다.
예를 들어,
'그림은 마치 나무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며, 진흙 항아리의 빛을 감지하고, 노부인의 주름진 피부 위로 흘러가는 것과 같다. (p. 132 - 교회 안의 세 여인)'
'동기는 정치적이지만, 형식적인 선입견은 프란츠 클라인과 같은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선입견과 유사하다. (p. 147 - 시간의 그림-장벽)'
'예술작품을 자연에서 발췌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창조한 현실의 자율적인 부분으로 제시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p. 151 - 꽃이 만발한 사과나무)'
'질주와 위험에 대한 힌트는 부분적으로 그가 이 작품을 완성하고 끔찍하고 피폐한 전쟁 기간 동안의 예술가의 우려를 반영할 수 있다. (p. 169 - 강가에서 목욕하는 사람들)'
'그는 정밀하고 구상적이며 종종 대규모로 보이는 기술적 장치, 기계, 장치 및 일상적인 사물을 그려왔지만, 이상하게도 소회되고 재구성되어 클라페크의 작품에 주제가 나타나는 순서대로 악마, 아이콘 또는 기념물이 되었다. (p. 194 - 전쟁)'
'주제의 처리는 악보의 구겨진 모양, 일부 과일의 딱지, 실패한 사랑을 나타낼 수 있는 류트 몸체의 균열과 같은 주목할 만한 상징적 세부사항을 드러낸다. (p. 221 - 류트 연주자)'
'서로 얽힌 두 개의 나선형 패턴이 이 작품을 지배하고 있으며, 자연 속의 기하학적 형태에 대한 세계를 초월하는 상징으로서 이 특별한 형태는 더 넓은 보편적인 의미를 갖는다. (p. 302 - 만남)'
'그는 인물이 전혀 없는 풍경을 최소한 한 장 이상 그렸다. 이는 고대 이래로 우리가 알고 있는 최초의 순수한 풍경이다. (p. 306 - 이수스 전투)'
분명 한글을 읽고 있는데도 더구나 그림을 보며 가볍게 읽고 있는 내용인데도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들은 흡사 파파고번역이나 구글번역의 초창기 버전에서 어색한 문장으로 번역되는 그런 문장들이거나 여기저기서 짜깁기하느라 기묘해진 문장들 같았다.
이러한 초기번역적 문장들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유명한 그림을 '하녀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반증되는 것도 같았다. 뭐.. 오류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p.186 에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 이라는 그림이 있어야 하는데 해당 페이지에는 '플루트를 연주하는 프리드리히 대황의 세부모습'이라는 그림이 실려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좀 기묘한 기분이 되버려서 저자의 이력을 새삼 찾아보곤 했는데, 미술계의 이력을 쌓았다고 해서 미술사적 내용이 깊은 그림들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의 이력으로는 이 명화들에 대해 깊이있는 배움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저자의 이력보다도 bbc다큐 라는 다큐영상 자체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검색해도 bbc선정위대한그림 이라는 다큐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 책 제목은 이대로 두어도 되는 것인가...
여하튼, 이 책은 그러니까 다양한 그림에 대한 제목과 화가의 이름 정도 알게 되는 것에서 만족하면 좋을 듯 싶다. 유명한 그림과 유명한 화가의 제목이나 이름만 알고 있어도 꽤나 유용할때가 있으니 말이다.
내가 BBC라는 인용에 너무 큰 기대를 건 나머지 독서하는 내내 불만이 쌓였을 수도 있다. 이런저런 그림관련 대중서를 몇권 읽었던 게 비교가 되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니 나의 혹평에 가까운 서평에 너무 신경쓰진 않아도 될 것이다. 지극히 사소한 개취에 따른 감상평이므로.
여하튼, 지대넓얕 책으로 다양한 그림을 (비록 안 좋은 화질이라도) 볼 수 있다는 장점 만큼은 분명한 책이다. 모쪼록 이 책을 읽으며 더 잘 보기 위해 그림을 검색해보고 더 잘 알기 위해 다른 책들도 들여다보게 된다면 그보다 더한 유익함은 또 없을 것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613/pimg_75848115043261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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