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까지 쫓는다 - 대한민국 최장기 인터폴계장의 국제공조 수사 일지
전재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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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팀장'은 어떻게 검거되었나?

범죄조직 추적 및 밑그림부터 첩보수집, 송환까지

최초로 기록되는 전재홍의 일촉즉발 추적기

얼마만에 보는 이름인가 김미영 팀장, 한때 이 이름으로 문자든 메일이든 현혹되는 문구로 치장된 글을 안 받아본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뒤로 어떻게 됐더라? 김미영 팀장으로 널리 알려진 사기범죄부터 그외 언론에서 익숙하게 들었던 굵직한 사건들의 범죄자를 외국에서 검거하는데 필요한 인터폴 공조수사 전문 경찰인 저자는 경찰청 최장기 인터폴 계장으로서 그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해외로 도망간 많은 범죄자들을 추적하고 검거하면서 그들이 도망갔던 방법과 경로 등에 대해 자연스레 연구하게 되었고, 수 년간의 노력으로 나만의 노하우도 생겼다. 내가 했던 업무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 국가를 위한 일이었기에 혼자만의 경험으로 간직하기보다는 후배들을 위해 노하우를 전하고 싶었다. 특히 요즘같이 세상이 좁아진 시대에 외국으로 도망간 범죄자를 추적하여 검거하고 국내로 송환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p. 14) -프롤로그 中-

프롤로그를 읽으며 기대보다 걱정이 먼저 앞섰다.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는 건 좋은데 수년간의 노하우가 범죄자들에게 이 책으로 알려지면 어떡하나 싶어서. 하지만 다행히도 기우였다. 이 책은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들을 검거하기까지의 요약된 수사일지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방법론적 이라기 보다는 '검거했다'가 중요한 결말론적 이랄까. 그러니 독자로서는 그 사건의 범죄자가 어떻게 됐더라? 하는 궁금증에 대해 명쾌한 결말을 알수 있게 해주는 시원스런 책이라고 할수 있겠다.

다루고 있는 사건들은 하나같이 굵직굵직하다.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범죄를 벌일 정도의 규모이니 언론 한번 안탄 사건들이 없을 정도다.

보이스 피싱의 원조인 김미영 팀장 검거작전 부터 시작해서 다른 보이스 피싱 사건들, 마약관련 사건들, 성범죄 관련 사건들 등의 큰 사건들 이야기부터 단체 송환이라던가 선박 송환 같은 처음 시도된 방법듣 그렇게 못잡을 것 같던 도피 범죄자들을 몇년이 걸리건 기어코 잡아낸 이야기들이 현장감 넘치게 펼쳐진다.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그 사건들에 대해 좀더 잘 알게 된 것도 있고 인터폴 공조수사의 세계를 어렴풋이 들여다보게 된 것 같아 신선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잡았다' 에서 한시름 놓이다 보니 항상 시작만 있고 끝은 모르는 언론 기사들에 대한 후일담으로 읽기에도 괜찮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범죄자들이 다 잡힌 것은 아니었다.

그 유명한 김미영 팀장 보이스 피싱 사건의 총책은 전직 경찰관 출신으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근무했었다고 한다. 필리핀에서 잡았었는데...필리핀 이민청수용소에서 탈출했다고;;;... 그래서 검거도 검거지만 '송환'에 특히나 저자가 크게 신경썼다는 것이 다른 사건들에서 속속 전달되는것 같기도 했다. 사건들에 대해 알게 되면서 시대에 따른 범죄의 변화가 느껴지기도 했다.

관리 대상 조직폭력배가 아닌 부류는 조직폭력 추종세력 이라고 한다. 요즘 조직폭력배, 일명 깡패들은 예전처럼 나이트클럽이나 주점 등에 몰두하지 않는다. 돈벌이에 도움되는 것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요즘 불법 사이버 도박, 보이스 피싱 등 돈이 되는 일들을 하고 있다. 범죄 트렌드는 이렇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법체계도 여기에 발맞추어 대비해야만 할 것이다. (p. 51)

경찰로서 경찰조직에 대해 아쉬운 점이나 쓴소리를 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검찰이건 경찰이건 아무도 못믿겠는 시대가 된지 오래인것 같은데 그래도 이렇게 일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이 사회가 유지되고 있는가 싶기도 했다.

열심히 자기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경찰관들에게 조직에서 줄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 승진이다. 성과 있는 직원들이 잘되는 모습을 다른 직원들이 본받고 따라할 때 경찰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 일은 안 하고 요령 피우고 아부만 하는 사람들을 승진시키게 되면 조직 전체의 사기가 저하된다. 이게 곧 치안력 약화로 연결되고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다. (p. 59)

사건도 사건이지만 사건의 본질에 질문을 던져보게 하는 부분들도 좋았다.

국내에서 검거하는 마약사범의 대부분은 단순 투약자이다. 이들을 잡아서는 얻는 것이 별로 없다. 사실 이들은 처벌하더라도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다시 투약할 확률이 매우 높다. 계속해서 전과자만 양성되는 악순환 구조이다. 단순 투약자들에게는 처벌보다 이들이 다시 마약을 하지 않도록 치료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집중해서 검거할 대상자들은 바로 '마약 공급자'들이다. 지금 수사기관의 마약사범 대응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p. 65)


우리나라 범죄자들이라고 해서 외국에서 곧바로 데려올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라마다 법체계가 다르고 시스템이 다르고 사건 중요도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보니 검거도 어렵지만 송환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또한 범죄의 주범을 잡는다고 해서 사건이 속시원하게 해결된다거나 피해자들이 구제되는 것도 아니었다.

많은 사건들 중 특히 '은혜로교회 사건'은 여전히 ing 같아서 가장 안타까웠고,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 주범은 '실질적인 목적은 돈이었다. 게시물을 내려주는 대가로 대상자들에게 돈을 받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정의구현 명목으로 후원금도 챙길 수 있었으니 여러모로 이익이 되는 사업이었을 것이다. (p. 267)' 라는 구절에서 새삼 화가 났다. 이 사이트에 허위사실이 올려져 목숨을 버린 사람도 있었다고 하니...

여하튼,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들은 다들 그 결과를 궁금해할 법한 사건들이다. 그 사건들 중 일부는 영화 <범죄도시4>나 <모범택시2>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저자는 <그것이 알고 싶다> <꼬꼬무> <유퀴즈>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인터폴과 해외공조 수사에 대해 자문 및 출연을 할 정도로 사건 해결의 주역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 사건들에 관심을 갖고 있던 독자라면 이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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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09: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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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21: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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