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만 봐도 딱 느낌이 오는 어린이용 자연관찰책이다. 그런데 왜 내가 읽고 싶어졌는가? 제목 그래도 이건 무슨 새일지 궁금해서다.
아무리 삭막한 아파트 천지인 도심 환경에도 녹지조성은 필수이자 의무에 가깝다. 아무리 작은 녹지라도 생명체가 살기 마련이고 아침이면 이름모르 새들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자주 눈에 띄는 새들이어도 참새, 까치, 까마귀 이상의 새를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가끔 저 새 이름은 뭘까 궁금해지곤 했다. 이런 내 수준에서 요런 어린이용 느낌나는 책이 딱이다! ㅎㅎ
어린이가 읽어도 무방할 친절한 어투로 쓰여진 책이지만 어린이만 읽으면 좋을 커다란 판형에 큰 글씨체의 자연관찰책은 아니다. 작고 얇은 이 책의 글씨는 어른책 사이즈에 일반적인 작은 크기라서 그림책 읽는 기분이 아니고 종이는 자연관찰책에 흔한 빤질한 재질이라 선명한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을 펼치자마자 이 책의 주인공들이 한꺼번에 등장한다. 사진에 가까운 세밀화라서 (너무 적나라한 사진을 보는것을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는) 더 좋았다. 특별하지 않은 새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새들, 정원이 좀 넓다 싶은 집이면 더 자주 볼 수 있을 새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그나마 추린 것일텐데도 82종이라니.
새들 하나하나 소개하기에 앞서 새들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짧은 상식들이 먼저 소개된다. 새소리 시계는 참신하고 재밌었다. 시계 주변에 새들이 숫자대신 늘어서 있다. 이 시계에 따르면 박새는 일출 50분전에 찌르레기는 일출 50분 후에 노래한다. 새소리를 잘 구분하는 조류학자는 어쩜 시계가 필요없을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새들이 주로 눈에 띄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서도 새들을 판별할 수도 있었다. 땅에서 하늘에서 전선에서 나무꼭대기에서 잡초 사이에서 등 새들이 선호하는 장소들은 정원이라는 한정적 공간에서도 은근 제각각이었다.
이 책은 책 한두페이지에 새 한 종류가 소개되므로 어느 페이지를 펴도 읽기 편하게 되어 있다. 그 한두페이지 내에서도 색깔과 쪽지제목들로 내용구분을 쉽게 할 수 있게 해놓아서 그야말로 스르륵 읽힌다.
그렇게 간편하게 새 한마리한마리 짧고 굵게 살펴보다 보면 금새 마지막 장을 덮게 되는데 책의 마무리는 새를 관찰할 때 필요한 것부터 새를 보호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상식으로 채워져 있어 더욱 알찼다. 그중에서도 새의 부리모양만 봐도 먹이를 짐작할 수 있겠구나 같은 깨알상식들이 재밌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새들이 독일의 정원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페이지에 한국에서는 볼 수 없다는 문장이 수시로 등장할때마다 기왕이면 이런 종류의 책으로 한국의 집근처 새들에 대한 책이었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신선했던 건 대부분 새들의 울음소리를 글자로 표현해 놓았다는 점인데, 앞서 말했듯 독일 정원이니 독일어식으로 들린 소리였을 것이다.
71p의 노랑멧새에 대해 '마치 "나는, 나는, 나는, 그대를 무척이나 사랑한다네에에에에에"하고 노래하는 것 같아요' 라면 아하아 이히리베디히 라는 발음은 새소리로 변환되 들릴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한국어로 나는 그대를 무척 사랑한다네 하고 노래할 수 있는 새는 없을 것이므로 웃음이 났다.
노랑멧새 말고 대부분은 의성어로 표현되어 있지만 그또한 독일어식이라 예를 들어, 76p의 칡부엉이에의 울음소리에 대해 책에는 '우흐-우흐' 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우리는 부엉-부엉 하고 한글로 쓴다. 냐옹냐옹 하는 고양이 소리도 나라마다 다 다르게 표현되지 않는가. 독일어식 새소리를 우리말에서 쓰이는 표현들과 다를 것이기에 그 비슷하고 다름을 생각해보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가 되었다.
내가 새이름들이 궁금해서 읽은 책이긴 하지만 새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그 친구에게 알려줄 마음으로 읽어본 책이기도 했다. 다 읽고 나니 그 친구에게 꼭 선물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흔하면 흔한대로 희귀하면 희귀한대로 소중하게 주변 새들을 관찰하는 그 친구의 마음에 쏙 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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