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박인환, 김영랑, 김소월, 정지용, 한용운, 윤동주
요즘 교과서에서도 이 시인들의 시를 배우는 지 모르겠지만, 시집을 읽어본 적 없던 내게 교과서에서나마 만났던 이 시인들의 시가 나는 무척 좋았더랬다. 그래서 몇몇 시집을 읽어본 적도 있는데 오히려 교과서 밖 현대시들은 내게 더 난해하게 다가와서 여전히 내게 가장 어려운 문학 분야는 '시' 이다.
예전 시를 읽으면 그 사용하는 구어들 때문인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옛 시절의 향취가 느껴지는 듯 했다. 김소월의 시가 영어로 번역되면 그 참맛을 전달하지 못하리라 그래서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이리라 생각하며 한글 특유의 운율에 새삼 혼자 경탄하기도 했다.
모던하고 깔끔한 편집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예전엔 시화집이라고 시와 그림을 함께 볼 수 있는 책이나 엽서, 전시회들이 있었다. 그런 시화집들에 시와 함께 있는 배경 그림들은 종종 편지지가 되어 나오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요새도 편지지를 파는지 모르겠다. 이메일과 메신저가 자연스러워진 시대에 예쁜 엽서와 편지지가 오히려 낯설어졌을 수도...
이 책은 그런 옛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책이었다.
한편엔 시가 한편엔 예쁜 편지지 같은 여백이 조금은 촌스럽다 싶은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예전 시화집과 편지지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아련한 반가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나는 글씨가 영 못난이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예쁜 글씨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필사 혹은 자신만의 감상을 적었을 때 이 책이 더이상 시집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고유한 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혹은 지인에게 선물용으로도 괜찮은 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덧 아침저녁 서늘해져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겨오기 시작한 요즘
이 책으로 소박하게 시인의 기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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