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머리말에서 알리고 있듯이 외교관으로서 아제르바이잔에서 근무할때 카자흐스탄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어서 카자흐스탄의 수도인 알마티에서 총영사 재직시(2015~2018) 카자흐스탄에 대해 직접적으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 책을 구상한 것 같다.
목차에서 느껴지듯이 카사흐스탄이 속했던 유목부족의 역사를 주로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그러나 카자흐스탄의 역사로 정리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국토가 세계에서 아홉번째로 큰 나라이면서, 이 거대한 영토에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원소주기율표에 나오는 대부분의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나라이면서, 지리적으로 실크로드의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인 카자흐스탄은 유목민족이 세운 나라이다. 유목민족의 특성상 이동이 수시로 있었고 부족끼리의 다툼과 섞임도 수시로 있었고 그때그때에 따라서 권력의 영역도 수시로 변했기에 카자흐스탄만의 역사를 정리해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카자흐스탄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투르크계 국가이고 이슬람국가이며 가문별 권위가 장유유서 형태로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사회라는 것 정도일 뿐이었다.
유라시아지역에 들고났던 유목세력들에 대해 스키타이, 흉노 돌궐, 카를룩, 오구즈, 킵차크, 몽골 등 부족별로 설명하기도 하고 투르크계 민족적으로 혹은 이슬람계 종교적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카자흐스탄만의 역사로 정리되지가 않았다. 그 부족들과 민족들과 종교가 카자흐스탄의 역사에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건지 그들의 문화와 삶이 어떠했는지 역사적 통찰 없이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내용들은 그냥 따로따로 흩어놓았을 뿐이었다. 이럴거면 차라리 잘 구분되지 않는 고대의 역사보다는 킵차크 칸국 이후 러시아와의 세력관계를 중심으로 근현대사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근현대관련 역사는 몇줄 되지 않은채 발전가능성만을 반복해서 강조할 뿐이었다. 짜깁기를 했으되 연결되지 않는 모자이크 같은 이 책에서 카자흐스탄의 역사를 배우기보다는 참고도서에 있는 역사책들을 읽는게 나아보였다. 그나마 참고도서라도 알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