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중심국 카자흐스탄 이야기
전승민 지음 / 들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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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험과 사료 연구를 바탕으로 쓴 카자흐스탄에 대한 거의 모든 것

역사책 읽기를 좋아해서 이런저런 세계사책을 읽어봤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해지는 곳이 중앙아시아였다. 지금까지 익숙하던 세계사는 알면 알수록 유럽사일 뿐이었고 유럽과 아메리카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역사는 세계사에서 소홀히 다뤄지는 부분이 많았다. 더구나 유럽과 직접적 접촉이 드문 지역이라면 더더욱.

중앙아시아지역 관련 역사책도 읽어봤지만 그 복잡다단한 유목민의 역사를 현재의 각 나라별로 연결할 만큼 자세히 알지는 못하기에 <카자흐스탄 이야기>라는 제목을 보며 드디어 그 궁금증들 중 일부는 해소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책을 펼쳤다.

내가 카자흐스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아제르바이잔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근무할 때(2010~2013)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카스피해를 사이에 두고 카자흐스탄과 이웃한 국가인데, 몽골제국 시대에 카자흐스탄에 들어선 킵차크 칸국과 페르시아에 들어선 일 칸국이 아제르바이잔 지역을 놓고 싸우기도 했다.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 근무하면서 카자흐스탄 국경일 행사나 전통문화 행사에 초대받아가곤 했지만, 당시만 해도 카자흐스탄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p. 5) 이 책은 유목 세력에 관한 자료에서 카자흐스탄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부분 및 카자흐스탄에 근무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기술했다. (p. 9)-머리말 中-

저자는 머리말에서 알리고 있듯이 외교관으로서 아제르바이잔에서 근무할때 카자흐스탄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어서 카자흐스탄의 수도인 알마티에서 총영사 재직시(2015~2018) 카자흐스탄에 대해 직접적으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 책을 구상한 것 같다.

목차에서 느껴지듯이 카사흐스탄이 속했던 유목부족의 역사를 주로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그러나 카자흐스탄의 역사로 정리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국토가 세계에서 아홉번째로 큰 나라이면서, 이 거대한 영토에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원소주기율표에 나오는 대부분의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나라이면서, 지리적으로 실크로드의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인 카자흐스탄은 유목민족이 세운 나라이다. 유목민족의 특성상 이동이 수시로 있었고 부족끼리의 다툼과 섞임도 수시로 있었고 그때그때에 따라서 권력의 영역도 수시로 변했기에 카자흐스탄만의 역사를 정리해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카자흐스탄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투르크계 국가이고 이슬람국가이며 가문별 권위가 장유유서 형태로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사회라는 것 정도일 뿐이었다.

유라시아지역에 들고났던 유목세력들에 대해 스키타이, 흉노 돌궐, 카를룩, 오구즈, 킵차크, 몽골 등 부족별로 설명하기도 하고 투르크계 민족적으로 혹은 이슬람계 종교적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카자흐스탄만의 역사로 정리되지가 않았다. 그 부족들과 민족들과 종교가 카자흐스탄의 역사에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건지 그들의 문화와 삶이 어떠했는지 역사적 통찰 없이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내용들은 그냥 따로따로 흩어놓았을 뿐이었다. 이럴거면 차라리 잘 구분되지 않는 고대의 역사보다는 킵차크 칸국 이후 러시아와의 세력관계를 중심으로 근현대사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근현대관련 역사는 몇줄 되지 않은채 발전가능성만을 반복해서 강조할 뿐이었다. 짜깁기를 했으되 연결되지 않는 모자이크 같은 이 책에서 카자흐스탄의 역사를 배우기보다는 참고도서에 있는 역사책들을 읽는게 나아보였다. 그나마 참고도서라도 알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려나...;;;

공직 생활에서 퇴임한 후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에서 각각 3년씩 근무하며 유라시아 지역에 대해 쌓은 지식과 경험한 것들이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정리해보아야겠다는 결의가 생겼다. 외교관들은 외국에서 근무할 때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익히려고 노력한다. 근무하는 국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어 소통하는 데 유익하고 외교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p. 412) 필자가 유라시아나 카자흐스탄 역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해본 적이 없고, 새로운 관련 자료를 발굴할 역량이 부족하기에 책의 내용에 미비한 점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중략) 카자흐스탄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해보겠다는 의도는 좋을 수 있지만, 부족한 가운데서도 과연 이러한 목적을 이 책이 조금이나마 채워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모쪼록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바라며, 부족한 부분은 카자흐스탄에 더 큰 관심과 열정을 가진 분들이 보완해주기를 기대한다. (p. 414)-맺음말 中-

외교관으로서 3년 근무해놓고 그 나라의 역사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관이기에 더욱 그 나라에 대한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배우려 노력했다는 점은 크게 존경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해보겠다는 의도는 과유불급이었던 것 같다. 여기저기서 카자흐스탄에 대한 역사를 골라놓는 다고 해서 그것들이 저절로 엮일 리 없다. 엮는 이의 통찰과 해설이 들어가야 하는 것인데 그 부분을 다른 이들에게 기대하며 마무리하는 이 책을 보며 처음 이 책에 큰 기대를 품었던 나로서는 아쉬울 따름이었다. 차라리 카자흐스탄에서 경험했던 문화와 유산들을 소개하여 자연스럽게 카자흐스탄의 역사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정도에 그쳤으면 낫지 않았을까... 무엇보다도 역사적 설명에서 지도가 없으니 실체적 이해가 되지 않아서 더욱 글자들이 따로노는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중앙아시아의 역사는 어렵더라도 전문역사학자의 책을 읽어야 하려나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낯선 나라인 카자흐스탄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하고 무엇보다 카자흐스탄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가 없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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