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해링 베이식 아트 2.0
알렉산드라 콜로사 지음, 김율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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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예술가이자 활동가 키스 해링(1958~1990)

KEITH HARING 이라는 작가 이름은 생소했다. 하지만 단순한 구성의 표지그림부터 왠지 친숙했다. 어디선가 언젠가 본듯한 그림체...

마로니에 출판사에서 나오는 베이식 아트 시리즈는 작가 한 명에 집중하여 삶과 예술을 안내한다. 무엇보다 선명한 도판의 그림들을 큰 크기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림도 보고 예술가도 소개받을 수 있는데 그 그림이 마음에 든다면? 책을 펼쳐볼 수밖에. ㅎㅎ

"해링의 예술에 익숙해지는' 단계는 간단했다. 그것은 해링의 작품 중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해링은 주변에서 본 것들을 모사하고 통합했으며, 당대의 민감한 쟁점에 대한 확고한 직관으로 미국 사화를 관찰했다. 왜냐하면 해링은 생산자인 동시에, 특정 세대 특정 생활방식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P. 7)

1958년에 태어나 서른 남짓한 짧은 생을 살다간 이 예술가가 이렇게 한 권의 책에 담겨 지금도 읽힌다는 것은 그가 그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남긴 것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자유가 넘쳐나고 다양한 표현방식이 움트던 70~80년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투영한 듯안 그의 단순한 디자인의 그림과 메세지는 지금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책을 펼쳐 몇몇 그림을 보자마자 어느 팬시 점에선가 어느 티셔츠에선가 본듯한 그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1980년 겨울에 해링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그는 전통적인 미술 기관으로부터는 이렇다 할 동기부여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예술 활동을 위해 다시 한번 도시 환경을 선택했다. 해링은 마커팬만을 이용해 광고 포스터를 바꾸기 시작했고, 낙서화가들과 같은 방식으로 그의 고유한 태그를 작품에 남겼다. 이 태그들은 화가의 서명을 연상시키는 약어를 표방함으로써 작가의 정체성을 확인했다. (P. 20)

해링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단순화된 아기와 개의 그림을 보면 아하~! 하게 될 것이다.

진정성은 해링 작품의 기본적 특징이다. 뚜렷하고 쉽게 이해되는 형상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일반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감성을 표현하고 있으며, 삶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담고 있다. 의도적인 단색 배경의 사용, 연속성을 지닌 빠르고 유연한 선,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단순한 이야기 등은 즉각적인 효과와 함께 작품의 고유한 특성이 된다. 이런 이유들로 해링 작품의 형상들은 하나의 도상이 되었다. (P. 35)

해링의 그림은 보자마자 왠지 친숙한 뭔지 알것 같은 단순함이 특징이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책의 뒤로 갈수록 단순함이 반복되어 복잡해진 그림들을 보다 보면 그리고 그 단순한 그림들을 통해 작가가 표현한 메시지를 생각해보면 그의 예술세계가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면 복잡해보이는 그림조차 단순하게 느껴지게하는 해링의 그림은 '모든 사람을 위한 미술이 바로 내 작업의 지향점이다. (P. 42)' 라는 작가의 마인드를 보여주는 듯했다. 키스 해링은 미술이 소수의 사람들만 즐기는 엘리트적인 활동이 아니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 그랬기에 키스 해링은 자신의 작품을 상품화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 결과 우리는 여전히 다른 화가들의 작품과 달리 그의 작품을 다양한 상품으로 소비하며 살수 있게 된 것이다.

해링의 작품에서보이는 밝음 뒤에는 위험이 숨어 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작품이 무어보다도 명랑하고 활기차며 낙천적인 주제와 연관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실제로 해링의 주제는 명랑하고 활기차며 낙천적인 것이 아니라, 완전히 정반대의 것이다. 근심과 고통 없는 자유와 분명히 드러난 유쾌함은 무자비한 현실과 결합되곤 했다. 많은 작품이 폭력, 위협, 죽음, 성에 대한 중압감과 관련되었다. (P. 57)

해링의 작품은 당대의 사회부조리를 표현하는데도 거침이 없었다. 게다가 동성애자였던 그가 생애말년에 에이즈에 걸리면서 내적 갈등은 더욱 어두운 주제에 집중되었던 것도 같다. 그래서인지 캔버스를 싫어해서 비닐 방수포라던가 광고판이라던가 여하튼 캔버스가 아닌 것에 주로 그림을 그리던 그가 생애 후반에 캔버스에 작품을 남기고 좀더 회화적인 됐다는 점은 의미심장해보였다.

여하튼 해링의 작품은 활동 초기부터 대중적 인기를 얻었기에 서른 남짓의 짧은 생애를 살았음에도 그의 '생전에 해링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재단을 설립했으며, (중략) 어린이 자선을 위한 특별 후원과 에이즈와 싸우기 위한 조직'을 만들 수 있었다. '재단의 예술적인 목표는 더 많은 대중에게 키스 해링, 예술가, 한 남자를 널리 알리기 위한 전시회와 다른 기획들을 계획하는 것이었다. (P. 87)' 덕분에 여전히 우리는 그의 작품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사망하기 얼마 전, 그는 자신의 전기 작가에게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당신은 절망할 수 없습니다. 절망한다면 그것은 포기이고, 당신은 멈출 것이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병과 함께 사는 것은 인생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나는 삶을 감사하기 위헌 어떠한 죽음의 위협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삶에 감사해왔기 때문입니다. 나는 항상 당신이 삶을 충만하게, 그리고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완전하게 살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당신을 향해 오고 있는 미래를 맞이할 것입니다" (P. 90)

키스 해링이 전기 작가에게 말한 것인지 자기 자신에게 말한 것인지 주체가 불분명한 저 문장은 여하튼간에 키스 해링이 죽기전까지 삶에 대한 긍정성을 유지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어두운 주제를 표현하면서도 첫인상은 귀엽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키스 해링의 작품들을 온전히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왠지 어렵지 않게 다가오는 그의 그림들은 인상적이었고 우연히 마주치게 될때마다 반가울 것 같다.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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