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일으킨 가장 극심한 변화는 몽족이 가장 귀하게 여기던 자산, 즉 자급자족의 능력을 잃게 만든 것이었다. (p. 229)
리 부부가 전후 체험을 얘기해주던 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라고 했다. 그러자 푸아가 무표정한 얼굴로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래요, 많이 슬펐지. 하지만 라오스를 떠나올 때만 해도 사는 게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있었어요. 리아가 프레즈노에 가서 더 심해진 때처럼 슬프진 않았지" 처음에 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3년 동안 푸아와 나오 카오는 라오스에서 아이 셋을 잃었다. 또 총탄과 지뢰와 불의 장벽을 헤쳐나왔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살던 마을과 나라를 떠나기까지 했다. 제일 아끼는 아이가 치명적인 병을 앓는다 한들 어찌 그때보다 더 나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내가 잘못 알아들은 게 아니었다. 폭력도, 기아도, 결핍도, 망명도 죽음도 아무리 끔찍하다 해도, 적어도 그들이 알고 이해할 수 있는 비극의 영영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리아에게 일어난 일은 그 영역 바깥의 것이었다. (p. 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