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위한 변론 - 무자비하고 매력적이며 경이로운 식물 본성에 대한 탐구
맷 칸데이아스 지음, 조은영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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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하고 매력적이며 경이로운 식물 본성에 대한 탐구

인간의 눈으로 본 맛과 멋과 쓸모가 아닌,

진화하는 생명체로서의 놀라운 식물 탐험기

생명체라고 했을때 우리는 대부분 움직이는 능력을 가진 동물류를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살아있음이 기준일 생명체라는 단어에는 분명 식물이 속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식물의 그 '살아있음'에 대하여 너무 무심하게 무시해 온 것이 아닐까? 그래서 식물을 위한 '변론'이 필요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식물은 우리가 아는 모든 생명을 책임진다. 지구의 모든 육상 생물 군계까 식물에서 시작하며, 수중 생물 군계도 예외는 아니다. 심해 열수구를 제외한 지구의 수생 시스템 전체가 조류, 해초, 식물성 플랑크톤, 혹은 육지에서 물에 씻겨 내려간 식물의 광합성에 의존한다. (중략) 이렇게 인간의 이야기는 식물과 떼려야 뗄 수 없이 얽혀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식물을 비활성 도구로 취급한다. (p. 5) 나는 아주 잠깐이라도 사람들이 내가 식물을 보는 것과 똑같은 눈으로 보길 바라는 마음에 이책을 썼다. (중략) 나는 이 책에서 사용하는 언어적 표현에서 일말의 자유를 주기로 했다. 다만 나 자신은 인간이 생각하는 어떤 형태로든 식물에게 의식이 있다고 믿지 않음을 명확히 밝힌다. (p. 6) 진화에는 작인이 없고, 진화는 계층적 과정이 아니다. (중략) 진화는 생각도 감정도 없는 자연의 힘이다. (p. 7) -머리말 中-

식물은 생태계의 근간이자 기초이다. 하지만 동물의 멸종은 뉴스가 되도 식물의 멸종은 뉴스가 되지 못하는 세상이다. 아직 자연의 힘에 대한 위기와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스스로 식물덕후를 자처한다. 나도 개인적으로 동물보다 식물이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이러한 책에 끌리곤 한다. 하지만 저자의 머리말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식물에 대한 본성적 자각이었다. 식물을 의인화한다고 해서 식물에 의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진화가 계산되는 것 같아 보여도 진화는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자연만의 고유한 힘이다. 이러한 자각을 충분히 하고 나서 생태계를 대하는 태도가 좋아보였다. 위대한 것을 위대하다고 인정하는 것과 마냥 숭배하는 것은 분명 다른 태도이므로.

식물 역시 서로 다른 필요와 고유한 생존 전략이 있다는 것을 배웠고, 다른 식물과 상호작용하며 보통은 경쟁하지만 때로는 협동한다는 것을 배웠다. 식물도 모두 제각각이다. 겉으로는 모두 똑같은 것들이 모인 초록바다처럼 보여도, 사실은 내가 알지 못하는 개별 종이 어우러진 것이다. 무엇보다 식물은 매력이 넘쳤고, 특히 나처럼 강박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평생 밝혀내고 부족한 정보로 가득 차 있었다. (p. 31)

저자는 어려서부터 자연이랄까 생태랄까 여하튼 소수의 학생들만 모여드는 분야를 좋아했고 전공으로 배웠다. 졸업후 채굴회사가 진행하던 서식지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연에서 발생하는 모든 흥미로운 일들이 깊은 정글이나 아프리카 사바나가 독점하는 (p. 21)'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고 주변에서의 생태계 상호작용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비록 첫 복원 프로젝트의 완성형을 보기 전에 다른 일자리로 옮기게 되었지만 그는 자신의 삶에 '공식적인 녹색 혁명이 시작(p. 33)' 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고 이 책은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식물을 위한 변론]이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식물을 탐구하고 알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다.

저자의 본격적인 식물탐험의 시작은 부모님 집 근처에서 정원을 가꾸는 일이었다. 직접 심어보고 관찰하며 인공적인 정원이 아니라 자연적인 정원을 추구하며 '식물 집사'가 되기를 자처했다. 그렇게 '집 안팎에서 식물을 기르는 동안, 나는 생물 종의 중요성을 더 깊이 깨우치게 되었다. (p. 61)' 그 과정에서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던 식물이 알면 알수록 매우 특이하다는 것을 알아가게 되었다.

동물이고 식물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종의 번식이다. 자손을 남기고 퍼트리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결국 살 곳 이다. 식물에게도 새로운 영토를 찾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식물도 이동한다' 하지만 그렇게 이동하고 개척해서 살아남는 과정은 쉽지 않기 마련 식물 세계에서의 경쟁도 우리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 굉장히 치열했다. '식물의 세계에서 경쟁은 주로 공간과 빛의 문제이다. (p. 144)' 식물은 산불에서 살아남기 위해 불에 적응하는 물질을 생산하기도 하고 토양속의 중금속을 흡수하여 다른 식물을 독살하기도 했다. 그러다 식물을 넘어서 동물을 사냥하고 잡아먹는 종류가 생겨나기도 했다.

동물을 잡아먹는 식물이라고 하면 식충식물을 떠올리며 아~ 하고 아는 척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식물은 동물의 똥을 먹기도 하고 다른 식물을 먹기 위해 모습을 진화시킨 것도 있고 그러다 아예 광합성을 떠나 기생으로 살아가는 식물이 다양하게 있었다. 저자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 인간은 일반적으로 기생생물을 혐오한다. (p. 222)' 는 것에 대해 '이 혐오의 큰 부분은 분명 우리 자신의 진화적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을 것이다. (p. 222)' 라며 인간이 그동안 자연에 어떻게 해왔는지를 상기시킨다. 인간이 자연에 특히 식물에 기생해온 것은 아닐까? 그러니 이제라도 인간이 자연에 아니 식물에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실행에 옮겨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식물이 직면한 문제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관해 이야기(p. 225)' 한다.

이 장을 쓰는 지금도 전체 식물의 40퍼센트가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고, 그 원인은 바로 인간이다. 많은 나라에서 삶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으며 전 지구적으로 인간이 이보다 가깝게 연결된 적은 없다. 이는 대단한 업적이지만 그만큼 환경에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기후 변화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p. 229) 기후 변화를 둘러싼 문제를 전달하는 가장 큰 어려움의 하나는 우리가 그것을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라 '일어날' 일로 취급한다는 데 있다. (p. 247)

저자는 서식지 파괴, 침입종, 식물의 유용성에 따른 무분별한 채취 등을 예로 들며 식물이 직면한 문제들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하나로 엮어낼 수 있다면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파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문제를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라 '일어날' 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저자의 표현이 그야말로 뼈때리는 표현이 아닌가 싶었다. 식물이 처한 다양한 문제점들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 가장 시급해 보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기에서도 유전 다양성이 핵심이다. (중략) 남아 있는 전부가 고작 소수의 고립된 개체군이라면 그 종을 한계 밖으로 밀어내는 데 큰 힘이 들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저 개체군의 대부분이 유전적으로 균일하다면 모두 똑같이 변화에 취햑할 수밖에 없다. (p. 248)

동식물의 멸종에 있어 안타까움으로 지나쳐야 할 시기는 지났다. 잡초가 사라지고 지저분한 동물이 사라지고 거슬리는 곤충이 사라지는 것이 일면 편해보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그것은 굉장히 위험한 현상이다. 종의 다양성이 사라질 수록 획일화 될 수록 인간의 멸종시기 또한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너무 거대한 주제 같아서 엄두가 안 난다면 소소하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하면 된다. '무엇보다 우리가 식물과 환경 전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 중의 하나는 잔디밭을 최대한 없애는 것이다. 잔디를 유지하는 것은 경관을 불모지로 만드는 것과 같다. (p. 252)' 생각해보면 정말 단순한 이치다. 자연을 자연적으로 그대로 두는 것, 인위적으로 강제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것, 그것이 인간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게 말이다.


하여 내 마지막 당부는 다음과 같다. 이 책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서 주변 식물을 살펴라. 무엇이 그 식물을 남다르게 하는지 배워라. 무엇보다 그 식물의 이름을 익혀라. 식물의 이름은 발견의 문을 여는 첫번째 열쇠다. 이름과 함께 그 식물이 어떻게 기능하고, 어디서 살고 싶어하고, 어떤 다른 생물을 부양하는지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친구를 알게 되듯 식물을 알게 되고 매년 그 식물이 돌아오길 기다릴 것이다. 이런 기대와 흥분이 자신을 둘러싼 더 큰 세상을 인식하게 하고, 기후 변화가 저 식물의 생장과 번식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식물이 차지하는 다양한 생태적 위치를 알게되면, 인간이 그 땅을 빼앗아 차지했을 때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도 인지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이 사는 곳에 진정한 뿌리를 내리며 다른 생명체와 더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p.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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