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첫문장에서 저자는 이 책이 한 일간지의 연재글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의 이름과 제목 그리고 초반에 글들을 읽으며 느꼈던 친숙한 문장표현들이 아마도 그동안 간간이 일간지면에서 기사로 내가 이미 접했던 내용들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연재글이 보완되어 한 권의 책으로 나왔을 경우를 보면 대개가 일단 가독성이 좋다. 문장이 술술 읽히는 것에 더해 충분한 자료가 덧대져 있는 한 권의 책은 그 충실도 만큼 독서의 만족도를 올려주곤 한다.
책의 구성은 크게 다섯 파트로 구분되어 있다. 바이킹의 시대 - 십자가와 왕관 - 권력, 사랑, 믿음 - 중세의 마음 - 근대를 향한 여정 이라는 타이틀에서부터 이미 그 분위기를 조금 느낄 수 있을 듯 한데, 이 책은 기존에 알려졌던 중세의 이미지들에 대해 다른 방향에서 접근 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을 이야기함으로써 그동안 비워져 있던 중세의 이미지를 메꾸고 있다. 바이킹이 파괴자의 대명사이기만 한것은 아니며 십자가와 왕관 속에 이슬람과 민중이 있고 중세스타일이란 어떤 것이며 종교로만 규정짓기 어려운 마음들도 있었기에 근대가 르네상스로부터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중세를 통해 이미 그 여정이 진행되고 있었음을 드문드문 조약돌을 놓아가며 들려주는 이야기들로 하나의 새로운 중세이야기길을 만들고 있다고나 할까.
세계사를 이야기할때 유럽사만 말하면 안되듯이 중세 유럽인을 이야기할때 주요 영국,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등 주요 국가들만 언급하면 분명히 채우지 못하는 구멍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크고 굵직한 사건들만 이야기하다보면 그 사건들을 연결지을만한 소소한 이유들이나 그 사건들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이후 과정들에 대해 간과하게되기 쉽기 마련이다. 이 책이 들려주는, 어찌보면 소소하고도 작은 이야기들은 모이고 모여 생각보다 큰 관점을 깨우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제목 처럼, 중세유럽인에 대해 '모험하고 싸우고 기도하고 조각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기존의 어두운 이미지와 다른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처럼 말이다. 더욱이 이 책의 마지막에서 만나게 될 조선시대의 지도는 중세의 유럽과 한반도를 연결짓고 있다. 우리는 모르는듯 서로를 인식하고 살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하튼, '중세는 아주 먼 시대이지만, 그 시대의 결실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p. 6)'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지금 사는 곳곳에서 역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먼 과거로부터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지금 다시 되새기고 새로 쓰는 가운데 현재와 미래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p. 7)'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솔직히 현재를 보고 싶지 않아서 더욱 역사이야기를 찾아 읽게되는 요즘이다. 역사를 읽다보면 사실 지금의 현실이 더 쓴맛으로 느껴질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읽다보면 잊혀진 희망을 다시 찾아 읽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는 언젠가 과거가 되고 역사가 되기 마련이니까. 그렇게 과거 속 희망을 찾아 부여잡기 위해서라도 역사 읽기는 꾸준히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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