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 무엇을 선택하고 이룰 것인가
미로슬라브 볼프.마태 크러스믄.라이언 매컬널리린츠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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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선택하고 이룰 것인가

그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평범하지만 폐부를 찌르는 질문은 아마도 '삶'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좋은 삶을 만드는가? 그래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꼭 필요한 질문이지만 솔직히 왠만하면 하기 싫은 질문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삶에 대한 질문은 왠지 늘 무언가를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기가 포기가 아닐때 가치를 찾게 되는 것이겠지...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는 걸 질문을 하기도 전에 우린 알고 있기 때문에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되고... 그러나 그것이 '가치'에 그것도 '삶의 가치'에 연결되는 문제이니 언제까지 안 할 수도 없고... 그러다 이러한 제목의 책에 드디어 눈길이 가고 손길이 가서 읽게 된다면 그때그순간 이 질문이 꼭 필요해서이리라. '그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부처가 되기 전, 고타마 싯다르타의 삶은 평범함이라는 기준에서 썩 괜찮게 흘러가고 있었다. (p. 15)

초대 교황이 되기 전까지 시몬은 거대한 제국의 변두리에 자리한 작은 영지의, 작은 호숫가에, 작은 마을의, 작은 집에 사는 지극히 평범한 사내였다. (p. 16)

흑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에 맞서 싸운 위대한 영웅 아이다. B. 웰스(1862~1931)는 해방 운동을 이끌기 전까지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삶을 꾸려나가는 평범한 젊은 여성이었다. (p. 18)

평범한 왕자, 평범한 어부, 평범한 여성 이라면서 세 사람을 예시로 이 책의 프롤로그는 시작한다. '이 책이 당신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다' 라면서.

전혀 다른 세 사람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형태에 의문을 품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들에게는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이 질문처럼 다가왔다. 세 사람 모두 무언가, 어쩌면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고 느겼다. 싯다르타, 베드로, 웰스는 지나치게 근본적이기에 명확하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의문을 품었다. (p. 21)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좋은 삶이란 어떤 삶인가? 무엇이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가? 인간다운 가치를 품은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진실한 삶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옳고, 진실하고, 선한가? 어떤 질문도 세 사람이 품은 의문을 완벽히 표현하지 못한다고 애초에 어떤 말로도 의미를 온전히 담을 수 없는 의문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덜 진실하거나 덜 중요하지는 않다고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이 '의문'은 우리의 삶을 관통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평범하다고 생각하던 삶에 '의문'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위의 세 사람은 성인이자 영웅이자 감히 넘볼 수 없는 삶을 산 분들이니 그런 분들이나 '의문'에 다가가는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에 의문을 가진다고 해서 누구나 위 세 사람처럼 많은 것을 희생하고 포기하고 잃어가며 '가치'에 몰두하는 것은 아니므로 '의문'을 갖는 것이 너무 실행하기 어려운 궁극의 어떤 모습을 지향하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진 말자. 삶에 대한 의문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나의 삶의 가치'에 대한 의문일 수 있고 사실 그래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세 명이고 모두 예일대학교 신학관련 교수들이다. 예일대학교에서 진행한 강의를 바탕으로 엮인 이 책은 긴 프롤로그를 통해 삶에 대한 의문이 왜 필요하고 무엇을 목표로 하며 그래서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상세히 설명하며 시작한다. 각 챕터마다 질문들을 모아놓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건 이 책은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1부 뛰어들기 - 2부 심해 - 3부 해저면 - 4부 한계를 마주하기 - 다시 수면으로 라는 소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이 책을 읽으며 질문을 하나하나 음미해가는 과정은 마치 잠수하러 물에 뛰어들었다가 바닥을 찍고 다시 위로 헤엄쳐 오르는 과정과 닮아 있다. 삶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는 것은 아마 그런 것인가 보다. 일단 뛰어들고 더 깊이 더더 깊이 파고들어가다가 한계점을 찍고 다시 돌아오는 그런 것인가 보다. 아마도 갈때와 올때가 다르겠지?!

앞으로의 본문은 깊은 바다로 향하는 길을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어줄 예정이다. 2장부터 12장까지 각 장에서는 자기 초월 질문을 하나씩 제시하고 여러분이 직접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동료를 소개하겠다. 그리고 13장부터 15장까지는 수면으로 돌아오며 자기 초월과 자기 인식을 지나 진저응로 가치 있는 삶을 향한 실천에 이르기까지 진로를 계획하는 방법을 나누려고 한다. (p. 63)

삶에 대한 질문이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라는 소제목에서처럼 막막할 수 있는 이 질문에 대해 저자들은 즐겁게 안내한다. '고난의 길에 들어선 것을 환영한다. (p. 81)' 라는 문장을 읽다보면 왠지 큰웃음을 짓고 두팔벌려 환영하는 누군가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이 종교관련 교수들에 의해 쓰여졌다고 해도 이 책은 영성이랄까 신학적인 그런 내용은 아니었다.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는 하지만 그것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루었기에 느껴지는 진중함일 뿐이니 종교성을 의식하거나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종교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게 될 법한 생각거리를 만나게 되기도 하니.

하나님을 믿는 이들에게 잘 사는 삶이란 하나님의 율법에 순종하는 삶을 의미했다. (p. 154) 많은 기독교인이 하나님의 명령 또는 의지에 따르는 삶에 큰 비중을 둔다. (p. 155) 이런 삶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하나님의 뜻에 따르는 삶에서는 우리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미리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즉, '비결과주의자'가 될 수 있다. 어떻게 행동해야 최선의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는 그저 계율을 따르고 나머지는 하나님의 뜻에 맡겨놓으면 된다. 많은 현대인이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신의 뜻에 따르는 삶은 엄청난 자유를 선사한다. (...) 하나님의 율법을 통해 주어진 자유는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독단으로부터 자유, 즉흥적 결정에서 비롯되는 찜찜함으로부터 자유를 뜻한다. (p. 156)

무릎을 탁 쳤더랬다. 아하아... 종교에 순종하는 삶이 자유로울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그런식으로 생각해보니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 삶을 선택하는지 조금은 알것도 같았다. 평범한 많은 사람들의 삶이 그러하듯, 모든 것을 나의 뜻대로 나의 결정대로 내가 책임져 가는 삶이 실은 더더더욱 어려운 삶이었다니. 제대로 된 자유란 역시 쉽지 않은 것이다.




새로운 이상이 어떤 형태를 취하든 이상을 실천하는 삶을 살려면 (1)'의문'에 대한 광범위한 대응에 이상을 포함하고 (2)삶이라는 거대한 천에 이상을 수놓아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무엇을 바라며 살아야 할 것인지, 죽음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길 것이닞, 실패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와 같은 고민은 모두 번성하는 삶에 대한 비전의 일부를 구성한다. 이는 태피스트리를 완성해가는 실이자, 시를 써 내려가는 시구이자, 레시피를 만들어가는 재료와 같다. 따라서 일부가 변화하면 다른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사실상 삶 자체가 '의문'에 대한 대응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p. 338~339)

책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위인일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아는 사람일 때도 있고 모르는 사람일 때도 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의 일화들을 그 사람들의 삶의 줄거리를 거론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삶의 방식'에 대한 힌트를 준다고나 할까. 그러니 이 책에서 수없이 등장하는 '의문'에 대해 너무 거창한 질문 아니냐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저 '내'가 '나'로서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살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 궁극적으로는 '나의 가치'를 향하는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 따듯한 누군가가 부드럽게 건네는 조언인듯 그렇게 이 책을 읽으면 될것 같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노력이다.

노력을 멈추지 말라. '의문'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고요한 순간을 찾아라. 소리조치 깨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 소란이 잦아들기 시작한 늦은 저녁, 잠시 할 일을 내려둔 일과 한가운데, 언제라도 좋다. 어떻게든 '의문'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라.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가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길 두려워하지 말라.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찾은 것 같다면 그곳으로 돌아가 보물을 발굴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가치를 중심으로 삶을 꾸려나가라. (p. 401) 끊임없이 '의문'을 추구하라. 가장 중요한 가치를 위해 살아라. 여러분의 인생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p. 402)

하지만 보물이 괜히 보물이겠는가, 찾기 어려우니 보물인 거다... 하지만 보물이 존재함을 알게 된 이상 누가 포기하겠는가, 끊임없이 보물을 찾아다니겠지... 중요한 것은 꾸준한 노력이다. 그러한 노력이 쌓여 삶에 해답을 녹여내고 있기를... 인생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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