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다닐때 나의 역사지식과 사회지식을 쌓게 해주던 책들은 풀빛출판사 책들이 많았다. 대학앞 사회과학전문 서점도 사라지고 익숙했던 사회과학 출판사들의 이름도 잘 보이지 않는 시대에 이렇게 다시 풀빛의 책을 읽게되니 그또한 반가웠다. 아직 살아있구나 싶어서.
책의 구성이 굉장히 유익하게 되어 있었다. 답사때 실제로 들고다니면서 읽어도 좋을 만큼.
각 장마다 본문 내용에 해당하는 관련 연표가 한국사/세계사로 간략하게 실려 있고 이 챕터를 답사하며 생각할 지점들을 먼저 알려준 후 답사코스 지도까지 보여준 후 본문이 시작되니 준비가 아주 탄탄한 출발을 할 수 있게 해준다.
1863~2025 라는 근현대사와 관련된 장소들 중 중요사건들과 연결된 장소들을 골랐다보니 (지금의)서울을 중심으로 한 지역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까, 장소로보는 근현대사라기 보다는 근현대사와 관련된 서울답사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의 근현대사는 침탈의 역사다. 그러니 개항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을터. 출발은 인천과 강화도이고 이후로는 내내 서울 곳곳의 투어다. 따라서 대부분의 장소들이 거의 가봤던 곳들이라 익숙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새로운 면면들이 보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무엇보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보는 저자의 관점이 시원시원해서 좋았다.
'전 세계를 약탈했던 프랑스군의 도둑질은 조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p. 17)
'미국은 제너럴셔먼호의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기는커녕 조선에 책임을 묻겠다며 침략해 왔다.' (p. 21)
'금융 침탈은 단순한 물건 수출입보다 훨씬 강력하게 조선을 옥죄었다. 제일은행권은 조선을 찌른 일제의 가장 날카로운 칼이었다.' (p.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