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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Lectio 14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p 148~158
어머니가 아프셔서 중환자실에 입원하셨어요.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버티셔야 해요˝ 라고 말씀드렸지만 어머니의 눈빛이 흔들렸습니다. 어머니의 상태는 더 나빠졌고 중환자실에 면회를 갔을 때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때 직감적으로 ‘이번에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후 어머니는 제 앞에서 마지막 숨을 고요히 몰아 쉬시며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식장으로 옮긴 뒤 빈 영안실을 홀로 지키면서 덩그러니 앉아 어머니의 영정을 바라보는데
그 속에서 제 얼굴이 보였습니다
언젠가는 저 자리에 제 영정이 놓일 겁니다. 그 순간 내 몫의 ‘죽음‘이라는 단어가 실체가 되어 다가오더군요. 그날 저는 어머니의 죽음에서 저의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영원으로부터 와서 유한으로 살다 다시 영원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숨이 한번 끊어지면 그만인데도 영원에서 와서인지 인간은 영원을 사는 것처럼 오늘을 삽니다. 저는 그날 또렷이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저의 죽음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로마의 공동묘지 입구에 새겨진 문장
Hodie mihi, Cras tibi
호디에 미기, 크리스 티비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오늘은 내가 관이 되어 들어왔고, 내일은 네가 관이 되어 들어올 것이니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라는 뜻의 문구
주검이 산 자에게 던지는, 이처럼 강력한 절제의 경고가
어디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