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29일, 세월호를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참사가 있었다. 그 밤과 새벽에 깨어 있던 나는 서울 한복판에서 청년들이 선 채로 죽어간다는 속보를 이번에도 속수무책으로 듣고만 있어야 했다. 한 자리 숫자였던 사망자는 금세 두 자리가 되더니 결국 158명이 됐다. 다시는 없으리라 믿고 싶었던 참사가 반복된 것도 비참했지만 이전처럼 애도가 훼손되는 일을 목도하는 것도 비참했다.
살아남은 자는 죽은 자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숨도 내어줄 수 없고 기부를 할 수도 없으며 미안하다는 말도 전할 수 없다. 그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인간적인 행위는 오직 기억과 애도뿐이지만, 우리 사회는 그마저 불길하고 불온하다고, 장사와 재산에 해롭다고 외면하고 혐오하고 배척한다.
기억과 애도를 잊은 자는,
그 얼마나 무참하도록 잔인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