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29일, 세월호를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참사가 있었다. 그 밤과 새벽에 깨어 있던 나는 서울 한복판에서 청년들이 선 채로 죽어간다는 속보를 이번에도 속수무책으로 듣고만 있어야 했다. 한 자리 숫자였던 사망자는 금세 두 자리가 되더니 결국 158명이 됐다. 다시는 없으리라 믿고 싶었던 참사가 반복된 것도 비참했지만 이전처럼 애도가 훼손되는 일을 목도하는 것도 비참했다.

살아남은 자는 죽은 자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숨도 내어줄 수 없고 기부를 할 수도 없으며 미안하다는 말도 전할 수 없다. 그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인간적인 행위는 오직 기억과 애도뿐이지만, 우리 사회는 그마저 불길하고 불온하다고, 장사와 재산에 해롭다고 외면하고 혐오하고 배척한다.

기억과 애도를 잊은 자는,
그 얼마나 무참하도록 잔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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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3-04-08 1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일어난 다리 붕괴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 삶이 과거보다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라는 낙관론자들의 견해에 회의를 느꼈어요. 그들의 견해에 동의하지만, 여전히 과거에 일어날 법한, 그리고 되풀이해선 안 되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는 상황을 보면 세상이 더 좋아지게 될 거라고 확신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세상이 좋은 쪽으로 변하고 있다는 과신은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게 해요.

나와같다면 2023-04-08 19:53   좋아요 1 | URL
세상이 계속 좋아질 것을 믿는 문명이 수명을 다했다

삼풍백화점 사고가 났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세상이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넘어갔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많은 국민들이 ‘세상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고, 이런 사고가 계속 날것‘ 임을 아주 분명하게 알아차리게 되었다.

기억의집 2023-04-18 0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월호 희생자들이 살아 있다면 이십대 후반 되겠네요. 살아있다면.. 그들의 부모는 다른 사람들처럼 자식 결혼 걱정하고 이런 저런 기쁨과 행복을 자식과 나눌텐데.. 안타까워요

나와같다면 2023-04-18 13:48   좋아요 0 | URL
그의 죽음으로 인해 그 사람과만 가능했던 관계도 끝난다. 다시는 그를 볼수 없다는 것은 다시는 그때의 나로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죽을 때
나 중에 가장 중요한 나도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