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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역사를 경계하여 미래를 대비하라, 오늘에 되새기는 임진왜란 통한의 기록 한국고전 기록문학 시리즈 1
류성룡 지음, 오세진 외 역해 / 홍익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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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류성룡의 <징비록>은 조선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널리 읽혔다. 일본에서 1695년 교토에서 <조선징비록>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판되었다. 우리가 번역의 저본으로 삼았다니 아이러니 하다. <징비록>은 역사의 통절한 실패를 경험한 옛 사람이 실패를 후손들이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책이다. 책 사이에 [깊이 읽기]가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일본국 사신이 가져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국서 내용이 거만했던 이유를 몰랐다. 일본의 정세에 어두웠던 조선의 가장 큰 실수였다. 일본에 파견되었다 돌아온 통신사들의 보고도 엇갈렸다. 황윤길은 일본이 쳐들어올 것이라고 보고했고, 김성일은 그런 정세를 보지 못했다라고 보고한 것이다.

 

<징비록>에서 가장 많이 묘사되는 장면은 도망가는 사람들 장면이다. 임금이 한양을 버리고, 대신들이 임금을 버리고, 고을의 장수들이 성을 버리고, 백성들이 나라를 버리고 적의 무리가 되는 등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적었다. 류성룡은 임진왜란 중에 겪은 일들이 이후에도 충분히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백 가지 가운데 한 가지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결국 적에게 패하고 만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전국 통일을 하였고 더 이상 싸울 일이 없었던 일본군은 칼을 버리고 낫과 호미를 잡아야 하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 그들의 불만은 조선을 침략해 도자기 같은 전리품을 거두고 포로를 노비로 삼는 데에 보상받을 수 있었다.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 ‘사람 사냥 전쟁등으로 부르는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 포로는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조선의 포로 송환 노력과 각자 탈출 노력 등이 합쳐져 조선으로 돌아온 사람은 6.000명 정도였다. 비격진천뢰가 성안으로 들어가 객사 뜰 안에 떨어지니 무엇인지 모르는 왜병들은 앞다투어 모여들어 구경하고 이리저리 굴려보며 유심히 살폈다. 화약이 폭발하여 천지가 울리는 소리가 나고 쇳조각이 별처럼 부서져 흩어지니 조각에 맞아 즉사한 사람이 30여 명이었다. 적은 깜짝 놀랐고 그것의 원리를 알지 못하니 신기하게만 생각하였다.

 

임금이 도성을 버리고 한양을 떠난 430일부터 평양을 거쳐 623일 의주에 이르기까지, 두 달 남짓의 피난길은 궁핍하였고 절망적이었으며, 대신들은 전쟁 발발과 전쟁 중 대처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p91

 

역사적으로 확인되는 친분 관계는 류성룡과 이순신의 관계뿐이다. 임진왜란 중 이순신의 활약은 자신의 천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에 뿌듯함을 가진다. <선조실록>에도 말단직, 좌천과 백의종군을 오가던 이순신을 자신이 조산보 만호로 천거했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백의종군 중 이순신은 칠천량 전투 패전 소식을 듣고 통곡하였다. 아끼던 부하의 죽음 등 임금의 오판에 대한 원망이 밀려 오지만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나이다라고 말하고 결사 항전하여 세계 해전사에 길이 빛나는 명량 해전을 승리로 이끌어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할 수 있었다.

 

 

이순신이 시마즈의 군대를 크게 격파하고 적의 배 200여 척을 불태웠으며, 수많은 왜군을 죽이거나 사로잡았다. 그때 날아오는 총알이 이순신의 가슴을 뚫고 등 뒤로 나가니 사람들이 그를 부축하여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이순신이 말하였다. “전투가 급박하니 나의 죽음을 말하지 말라.” 그러고 숨을 거두었다. 명나라 진린 장수가 적에게 포유당하자 이완이 구원하여 적들이 달아났다. 자기를 구원해준 것에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다가 이순신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 진린은 가심을 치며 크게 통곡하였고, 온 군대가 모두 통곡하니 그 소리가 바다를 흔들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 적개심만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징비록>은 아픈 역사의 교훈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역사의 기록으로서 더욱 가치 있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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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레트로 라이프 - 빈티지 애호가, 취향을 팝니다
남승민 지음 / Lik-it(라이킷)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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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빈티지 사물 판매 요원. 학창 시절엔 헌책을 모으던 문학청년이었다. 시계로 나까마 이력을 시작했으며, 오프라인 숍을 두 번 말아먹고, 지금은 서촌에서 창고 겸 작업실을 운영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유튜브로 한 번 더 봤다. 옛날 시계나 카세트테이프 플레이 사진을 보니 추억이 떠오른다.

 

1부는 시계 이야기가 많다. 나까마를 시작으로 중고품들을 다루게 되었다. 나까마란 도매업자. 가게에서 물건을 사서 다른 가게에 넘기고 수수료를 받는다. ‘동료라는 뜻이 있다. 2부는 장사를 하면서 마주친 사람들, 에피소드들, 저자의 생각을 담았다. 3부는 판매하기 위한 필름 카메라를 테스트하면서 찍은 사진들과 산문을 접목한 산문시이다. 옛날 제품들을 다룬다고 했을 때(시계라고 하면)스위스, 명품 같은 이름 있는 제품들에 대해 궁금하기 마련인데 저자는 국내에서 주목하지 않은 제품들을 주로 다뤘다는 게 이 책의 차별성이다. 어린 세대는 뉴트로(New-tro)라는 현대 감성에 맞게 복고 디자인을 새롭고 신선하게 즐기는 요즘 인싸 문화. 나이 들은 세대는 레트로에 맞는 접점이 있는거 같다.

 

 

 

 

시계는 단지 시간만 보여주진 않는다. 착용자의 욕망이 적극적으로 연출되어 보는 사람의 눈에 훤히 비치기를 원한다. 작은 다이얼의 미네랄 글라스를 투과하여 세련된 초침의 움직임과 함께 반사되기를 염원한다. 그런 모습으로 시계는 현대의 복식에도 스며들어 있다. 디자이너 안경을 선택하는 착용자의 욕망처럼.p41

 

나까마는 물건의 가격을 설정하는 자라는 점이다. 최대한 싸게 물건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적절한 가격을 설정하고 순환시키는 것이 나까마의 고유의 능력이 된다. 저자가 헌책을 구입 하였는데 누구의 생일인지 축하한다는 메시지도 적혀 있다. 5일은 알바를 하고 토요일에만 가게를 열고 있다. 지하철로 출퇴근할 때마다 가게에서 마주치는 사람의 몇백 배의 사람들을 보곤 한다. 그들의 얼굴이 내가 주머니에 넣어서 다니는 책 속의 글자들보다 신기해 보인다.

 

  

  

 

경험과 쓰기 중 무엇이 우선하는가. 작가들의 글을 읽고 우리가 경험을 꿈꾸는 일도 있고, 이 오래된 전통과 문화를 따라 우리는 쓰기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한편으론 경험을 통해 쓰기를 배우기를 반복한다. 이상적인 순환이지만 아무도 그 과정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저 구름을 보거나 구름에 대한 묘사의 불가능을 설파하면서 또 다른 꿈을 꾸고 다른 글로 이동할 뿐이다.p232

 

가봉 출신 사차, 나이지리아 출신 프랜시스가 들어왔다. 프랜시스가 시계 배터리를 싸게 교체 받았다고 친구를 끌고 온 것이다. 시계에 접착제를 붙여주고 배터리를 갈아주었다. 카메라, 시계의 가격을 물어보고 절대로 비싸게 팔지 않기로 유명한 디스 레트로 라이프인데도 가격만 말하면 웃으며 자기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 비싸다고 한다. 판매가 안되도 설명을 해야 하는 주인은 기운이 빠지겠지만 가끔 들리는 이웃들과의 대화는 정이 넘치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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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지음 / 수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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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이찬혁 첫 소설

 

 

천재적 감성의 아티스트, 악동뮤지션 이찬혁 첫 소설이다. 책 표지가 바닷 속 물고기가 노니는 것처럼 시원한 파란색이다. 이 책은 AKMU(악동뮤지션)이 정규앨범 [항해]를 대중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소설에 담겼다.

 

Freedom

해야는 얼룩말을 타보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얼룩말이 소원이야, 타보는 게 소원이야 선이가 묻는다. 하나 더 추가해서 얼룩말을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보는 게 소원이라고 하였다. 그녀의 노래처럼 진정한 자유 앞에서 부끄러운 감정, 남들의 시선 따위는 제한되지 않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에도 얽매이지 않고 그녀와 단둘이 있는 지금이 행복이었다. 어떠한 값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해도 나의 자유인 그녀와 함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나는 그녀와 바다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던 일을 떠올렸다. “선아, 만약에 음악이 없으면 어떨 것 같아?” “그럼 난 터벅터벅 걸었을걸?”“난 음악을 들으며 걸을 땐 조금 다르게 걷거든. ‘타닷타닷이라든가 퐁퐁퐁걷는 거지.”p51

 

선이는 진짜 예술가가 되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었다.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온 세상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였다. 파도가 부서지는 갑판 위에서 우연히 단발 머리를 한 여자를 구하게 된다. 그녀는 해야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차가운 물살이 온몸을 휘감았던 기억이 났는데 내가 빠진 것은 바다가 아니라 사랑과 같은 감정 따위였음을.

 

여행하는 동안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났지만 대부분 가짜였지만 진짜도 만났다. 그들은 예술을 하고 있던 게 아니라. 예술을 살고 있었다. 해야는 바다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바다 소리가 가장 음악 같다고 하였다. 선은 환경미화원 보배씨와 따뜻한 대화를 나눈다. 해야를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환경미화원이 더 멋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나의 음악이었다.

 

 

 

 

문득 선이는 해야에 대해 아는게 없어 어디서 왔느냐 묻는다. 만약에 바다에서 왔다고 상상하면 다시 바다로 돌아갈 거 같다고 하니 상상을 왜 하냐고 한다. 나는 갑판에서 왔어 선이가 나를 살렸잖아. 드라이브를 하다가 선이는 깜빡 잠이 들었는데 운전석에 그녀가 없었다. 정원사에게 단발머리 여자가 지나갔는지 물으니 해야를 알고 있었다. 해야는 여기서 자랐다는 뜻밖의 말을 듣는다. 빨간 화원이고 여기서 태어나서 매일 물과 햇빛을 주며 정성스레 돌본 아이지요. 온통 빨간 열매와 꽃이었는데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선이와 해야의 이야기가 가사가 되고 노래가 만들어졌다. 악뮤[항해]에 실려 있는 노래를 듣고 책을 펼쳐보니 내용이 이해가 된다. 이 소설은 독특하고 철학적이고 따뜻하다. 악동뮤지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음악과 함께 이 책을 같이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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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노래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배봉기 지음 / F(에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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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우연한 기회에 본 몇 장의 사진으로 시작되었다. 남태평양 고도(孤島) ‘이스터섬을 찍은 것들이었다. 저자는 기록을 토대로 소설을 썼다. 오클랜드대학교의 인류학 자료 보관소에서 발견해 복사해 왔고 그것은 100여 년 전에 작성된 것이다. 기록 뒤에는 기록자의 말이 있다. 액자 형식의 소설로 세계 미스터리 중 하나인 모아이 석상의 비밀을 소재로 쓴 청소년 문학이다.

 

족장인 나는 늘 앉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방인들의 배 세 척이 들어왔다. 이방인의 배들이 들어와서 외침과 소란은 이 섬에서 오랜만에 생긴 일이었다.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 100여 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방인들의 배는 10여 년에서 20여 년의 간격을 두고 일곱 차례나 섬에 들어왔는데 배에 탄 자들의 행동이 똑같지는 않았다. 물이나 양식을 얻고 그들이 가져온 몇 가지 물건을 주고 가는 정도였고, 어느 때는 맨손이던 주민들이 총과 칼에 여러 명이 죽었다. 다섯 번째의 쓰라린 경험으로 11년 전 여섯 번째 배가 왔을때는 주민들이 산으로 도망했고, 배도 떠나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번이 일곱 번째였다.

 

나는 새 해 첫날에 열리는 대 구송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비상 사태에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시도였다. 석상을 편히 눕혀야만 저주와 원한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 작업을 시작했다. 노약자 병자를 돌보는 사람들을 뺀 섬 전체 부족민들은 거대한 원을 만들어 둘러앉아 내가 먼저 한 호흡이 끝날 때까지 구송을 하고 나머지 다섯 사제가 멈춘 부분까지 따라서 구송을 하게 된다. 구송회는 엄숙한 분위기로 서술하는 서사시다.

         

공포감으로 마비되었던 부족의 남자들 사이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공포감에 거의 정신이 나가 버린 자들과 용기를 낸 자 수십 명이 다시 경계선을 향해 달렸다. 이방인들의 막대기가 다시 불을 내뿜었다. 여기저기서 피를 쏟으며 푹푹 쓰러졌다. 간신히 경계망을 뚫은 부족 남자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대부분 등 뒤에서 뿜어대는 불에 쓰러지고 있었다.p200

 

이 섬은 우기 여섯 달동안 식량을 얻기가 쉽지 않아 건기에 마련을 해야 한다. 여기 부족민들은 제비갈매기족인데 회색 늑대족에게 식량을 나눠주기도 하였다. 귀 모양으로 장이족과 단이족으로 나뉘는데 회색 늑대족이 장이족으로 불린다. 부족민들은 숲을 보호해 왔는데 장이족들이 숲에서 불을 피우다 불을 내는 사냥 사건을 단이족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재단에 사람을 재물로 바치기도 하고 장이족의 기습으로 단이족의 남자들 이백여 명이 살해되었다. 부족민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본뜬 석상에서부터 큰 석상을 만들어 세우라고 한다. 단이족 사내들은 장이족의 의도를 알아 챘다. 자신들이 좋아해서 만들곤 했던 우리 얼굴이 무서운 저주가 되리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비바람과 채찍과 땀과 피 속에서 작업은 계속되었다. 노예나 다름 없는 생활이었던 것이다.

 

이방인들에 의해 끌려가던 부족민들은 이방인들의 친구가 아닌 노예로 잡혀가는 것이다. 배 밑에서 생활은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생활이었다. 하루 한 번의 식사와 죽음과도 같은 어둠의 시간이 열이틀이나 계속되었다. 나와 사제 둘, 제자 다섯은 다른 배로 오르기 위한 탈출을 시도하였는데 폭풍우를 만나 오로지 혼자 남아 항구의 노예 시장에서 인근의 농장으로 팔려 오게 되었다. ‘내가 글을 좀더 잘 쓰면 얼마나 좋을까. 내 허술한 문장이 어떻게 그 깊고 깊은 목소리를 살려 낼 수 있단 말인가.’ 살아남은 기록자의 말이다. 이 소설은 비극적 운명을 마침내 극복하고야 마는 희망과 사랑의 이야기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사치와 잃어버려서는 안 될 '아름다운 꿈'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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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그리워집니다
음유경찰관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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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으로부터 나에게로

바람이 붑니다-이병헌

 

 

시인의 싸인 글귀다. 음유 경찰관으로 꾸준히 시를 쓰고 있다. 가을은 웬지 모르게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이럴 때 시집 한 권 들고 밖으로 나가보자. 시를 읽는다. 잠시 후 그리워집니다.

 

바쁜 일상이지만(독서중)에세이나 시집을 읽으려고 한다. 몇 장을 읽다 보니 첫사랑이 나온다. 첫사랑은 안 이루어진다. 이루어지지 않는게 좋다고? 가끔은 꿈속에서 만나기도 한다. 아련한 추억이 그때 그 시절의 멈춤이다.

 

 

 

오늘의 흐린 하늘이 읽고 창 밖을 보니 정말 흐린 날이다. 이런 날은 울적해진다. 시인은 죽는날 하늘에게 오늘의 책임을 묻겠단다.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인연이라고 하였던가 정을 주던 마음이 식을 때는 해질녘과 같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은 네가 싫어졌어. 사랑해놓고 헤어질 때 쓰는 말이지만 더 좋은 말을 생각해봐도 생각나는 말이 없다.

 

잠시 후, 그리워집니다

청춘이 가고 나면

황혼이 찾아오듯

 

소중한 사람 또한 떠나고 나면

마음 깊이 상실이 도래합니다

 

이제 이어폰을 귀에 꽂았으니

잠시 후, 그리워집니다.p61

 

 

 

다시는 사랑하지 않으리라 맹세하지만 그날이 오기는 한다. 가을이 올 때쯤 초록은 빛을 잃는 필연. 첫눈이 오는 날 같이 손잡고 걷고 싶은 그런 사람이 있었나. 누가 떠나갔는지 남겨졌는지 묻기 전에 남기고 가는 마음은 많이 아팠을 거다. 사람은 떠나도 물건은 남는다. 보고 싶어요 숨은 뜻은 하고픈 말이 많은 거란다. 이 시집을 읽으며 시인의 감성이 나에게 전달 되는 느낌이다. 가을 가을 하는 날에 멋진 시를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

 

늘 같은 온도로 고향처럼 불어오는

당신이 나는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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