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 레트로 라이프 - 빈티지 애호가, 취향을 팝니다
남승민 지음 / Lik-it(라이킷)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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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빈티지 사물 판매 요원. 학창 시절엔 헌책을 모으던 문학청년이었다. 시계로 나까마 이력을 시작했으며, 오프라인 숍을 두 번 말아먹고, 지금은 서촌에서 창고 겸 작업실을 운영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유튜브로 한 번 더 봤다. 옛날 시계나 카세트테이프 플레이 사진을 보니 추억이 떠오른다.

 

1부는 시계 이야기가 많다. 나까마를 시작으로 중고품들을 다루게 되었다. 나까마란 도매업자. 가게에서 물건을 사서 다른 가게에 넘기고 수수료를 받는다. ‘동료라는 뜻이 있다. 2부는 장사를 하면서 마주친 사람들, 에피소드들, 저자의 생각을 담았다. 3부는 판매하기 위한 필름 카메라를 테스트하면서 찍은 사진들과 산문을 접목한 산문시이다. 옛날 제품들을 다룬다고 했을 때(시계라고 하면)스위스, 명품 같은 이름 있는 제품들에 대해 궁금하기 마련인데 저자는 국내에서 주목하지 않은 제품들을 주로 다뤘다는 게 이 책의 차별성이다. 어린 세대는 뉴트로(New-tro)라는 현대 감성에 맞게 복고 디자인을 새롭고 신선하게 즐기는 요즘 인싸 문화. 나이 들은 세대는 레트로에 맞는 접점이 있는거 같다.

 

 

 

 

시계는 단지 시간만 보여주진 않는다. 착용자의 욕망이 적극적으로 연출되어 보는 사람의 눈에 훤히 비치기를 원한다. 작은 다이얼의 미네랄 글라스를 투과하여 세련된 초침의 움직임과 함께 반사되기를 염원한다. 그런 모습으로 시계는 현대의 복식에도 스며들어 있다. 디자이너 안경을 선택하는 착용자의 욕망처럼.p41

 

나까마는 물건의 가격을 설정하는 자라는 점이다. 최대한 싸게 물건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적절한 가격을 설정하고 순환시키는 것이 나까마의 고유의 능력이 된다. 저자가 헌책을 구입 하였는데 누구의 생일인지 축하한다는 메시지도 적혀 있다. 5일은 알바를 하고 토요일에만 가게를 열고 있다. 지하철로 출퇴근할 때마다 가게에서 마주치는 사람의 몇백 배의 사람들을 보곤 한다. 그들의 얼굴이 내가 주머니에 넣어서 다니는 책 속의 글자들보다 신기해 보인다.

 

  

  

 

경험과 쓰기 중 무엇이 우선하는가. 작가들의 글을 읽고 우리가 경험을 꿈꾸는 일도 있고, 이 오래된 전통과 문화를 따라 우리는 쓰기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한편으론 경험을 통해 쓰기를 배우기를 반복한다. 이상적인 순환이지만 아무도 그 과정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저 구름을 보거나 구름에 대한 묘사의 불가능을 설파하면서 또 다른 꿈을 꾸고 다른 글로 이동할 뿐이다.p232

 

가봉 출신 사차, 나이지리아 출신 프랜시스가 들어왔다. 프랜시스가 시계 배터리를 싸게 교체 받았다고 친구를 끌고 온 것이다. 시계에 접착제를 붙여주고 배터리를 갈아주었다. 카메라, 시계의 가격을 물어보고 절대로 비싸게 팔지 않기로 유명한 디스 레트로 라이프인데도 가격만 말하면 웃으며 자기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 비싸다고 한다. 판매가 안되도 설명을 해야 하는 주인은 기운이 빠지겠지만 가끔 들리는 이웃들과의 대화는 정이 넘치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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