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노래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배봉기 지음 / F(에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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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우연한 기회에 본 몇 장의 사진으로 시작되었다. 남태평양 고도(孤島) ‘이스터섬을 찍은 것들이었다. 저자는 기록을 토대로 소설을 썼다. 오클랜드대학교의 인류학 자료 보관소에서 발견해 복사해 왔고 그것은 100여 년 전에 작성된 것이다. 기록 뒤에는 기록자의 말이 있다. 액자 형식의 소설로 세계 미스터리 중 하나인 모아이 석상의 비밀을 소재로 쓴 청소년 문학이다.

 

족장인 나는 늘 앉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방인들의 배 세 척이 들어왔다. 이방인의 배들이 들어와서 외침과 소란은 이 섬에서 오랜만에 생긴 일이었다.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 100여 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방인들의 배는 10여 년에서 20여 년의 간격을 두고 일곱 차례나 섬에 들어왔는데 배에 탄 자들의 행동이 똑같지는 않았다. 물이나 양식을 얻고 그들이 가져온 몇 가지 물건을 주고 가는 정도였고, 어느 때는 맨손이던 주민들이 총과 칼에 여러 명이 죽었다. 다섯 번째의 쓰라린 경험으로 11년 전 여섯 번째 배가 왔을때는 주민들이 산으로 도망했고, 배도 떠나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번이 일곱 번째였다.

 

나는 새 해 첫날에 열리는 대 구송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비상 사태에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시도였다. 석상을 편히 눕혀야만 저주와 원한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 작업을 시작했다. 노약자 병자를 돌보는 사람들을 뺀 섬 전체 부족민들은 거대한 원을 만들어 둘러앉아 내가 먼저 한 호흡이 끝날 때까지 구송을 하고 나머지 다섯 사제가 멈춘 부분까지 따라서 구송을 하게 된다. 구송회는 엄숙한 분위기로 서술하는 서사시다.

         

공포감으로 마비되었던 부족의 남자들 사이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공포감에 거의 정신이 나가 버린 자들과 용기를 낸 자 수십 명이 다시 경계선을 향해 달렸다. 이방인들의 막대기가 다시 불을 내뿜었다. 여기저기서 피를 쏟으며 푹푹 쓰러졌다. 간신히 경계망을 뚫은 부족 남자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대부분 등 뒤에서 뿜어대는 불에 쓰러지고 있었다.p200

 

이 섬은 우기 여섯 달동안 식량을 얻기가 쉽지 않아 건기에 마련을 해야 한다. 여기 부족민들은 제비갈매기족인데 회색 늑대족에게 식량을 나눠주기도 하였다. 귀 모양으로 장이족과 단이족으로 나뉘는데 회색 늑대족이 장이족으로 불린다. 부족민들은 숲을 보호해 왔는데 장이족들이 숲에서 불을 피우다 불을 내는 사냥 사건을 단이족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재단에 사람을 재물로 바치기도 하고 장이족의 기습으로 단이족의 남자들 이백여 명이 살해되었다. 부족민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본뜬 석상에서부터 큰 석상을 만들어 세우라고 한다. 단이족 사내들은 장이족의 의도를 알아 챘다. 자신들이 좋아해서 만들곤 했던 우리 얼굴이 무서운 저주가 되리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비바람과 채찍과 땀과 피 속에서 작업은 계속되었다. 노예나 다름 없는 생활이었던 것이다.

 

이방인들에 의해 끌려가던 부족민들은 이방인들의 친구가 아닌 노예로 잡혀가는 것이다. 배 밑에서 생활은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생활이었다. 하루 한 번의 식사와 죽음과도 같은 어둠의 시간이 열이틀이나 계속되었다. 나와 사제 둘, 제자 다섯은 다른 배로 오르기 위한 탈출을 시도하였는데 폭풍우를 만나 오로지 혼자 남아 항구의 노예 시장에서 인근의 농장으로 팔려 오게 되었다. ‘내가 글을 좀더 잘 쓰면 얼마나 좋을까. 내 허술한 문장이 어떻게 그 깊고 깊은 목소리를 살려 낼 수 있단 말인가.’ 살아남은 기록자의 말이다. 이 소설은 비극적 운명을 마침내 극복하고야 마는 희망과 사랑의 이야기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사치와 잃어버려서는 안 될 '아름다운 꿈'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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