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단단하게 자라는 식물처럼 삽니다 - 식물의 속도에서 배운 16가지 삶의 철학
마커스 브릿지워터 지음, 선영화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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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어떤 사람은 잘 살게 하고 어떤 사람은 잘 살던 식물도 죽는다. 나는 후자에 속해서 식물 잘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는데 저자가 정원사라니 대단하구나 생각했다. 이 책은 식물을 돌보면서 삶의 역경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식물의 속도에서 배운 16가지 삶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교육자이자 식물 애호가이도 한 저자는 마약, 폭력, 범죄가 만연한 플로리다주 젤우드지역의 입양 가정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발음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머리털이 빠지는 지병이 있다는 이유로, 학교폭력과 인종차별을 당했다. 어릴 때 할머니로부터 식물 돌보는 법을 배우면서 힘든 것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

 

책은 3부로 마음, , 영혼을 일구기 위해 실천하고 관심 있게 살피는 방법을 소개한다. 관찰, 준비, 씨뿌리기, 인내, 끈기, 실험, 에너지, 색깔, 모양, 감각, 구성요소, 회복, , 공동체, 환경, 우리 등 16가지를 말해준다.

 

나를 성장시켜줄 다섯 가지 도구는 씨앗, 토양, 수분측정기, , 정원사라고 했다. 식물을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을 배우면서 사람과 식물이 유사하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식물이 그렇듯 사람도 성장을 하려면 자원이 필요하다. 식물은 본능적으로 성장하려 하지만, 사람은 성장에 집중하기로 선택해야 한다.

 

선물 받은 식물 열여섯 포기 중에서 아홉 포기가 죽자, 남은 일곱 포기를 살려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 시골 할머니 집 뒤편에 자리한 숲을 탐험하며 보브켓, 악어, 방울뱀과 맞닥뜨린 적도 있었는데 그때 호기심이 왕성했고 배우려는 열정도 끝이 없었다. 그때의 모험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단다.





식물일기, 나무의 성장 흔적을 기록한다. 성찰일기는 내가 경험한 감정, 생각을 기록하는 데 이용하는 강력한 도구다. 매년 봄에 올라오는 초록빛 새싹을 보고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브루그만시아는 선명한 녹색 잎이 누렇게 바래 떨어지는 겨울이 올 때까지 분홍색 꽃을 피우며, 앙상한 녹갈색 줄기만 남아 다시 돌아올 봄을 기다린다.

 

씨앗을 싹 틔우며 성장할 때까지 인내심이라고 했다. 인내가 반드시 고통스러운 것만은 아닌 것이 느긋한 속도를 즐기면서도 씨앗이 성장하며 거치는 모든 단계를 감탄하며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 뿐 아니라 자신을 돌볼 때도 끈기가 필요하다. 취미, 습관, 일과의 변화를 모색하는 동안 친절하고 참을성 있게 자신을 대하면 긍정적 사고방식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무릎이 까지거나, 나뭇가지에 찔리는 상처를 많이 경험한 저자는 신체건강에 대한 해롭고 무익한 생각에서 벗어나 몸이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한다. 자신만의 색깔, 모양, 질감, 구성요소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말이다. 현관 인테리어를 네 가지를 염두에 두었다. 사람에게 평온함을 안겨줄 아늑한 회복 공간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였다. 현관에 들어선 사람들에게 일상의 스트레스를 씻어내는 것이다. 몸이 회복을 할 때도 억지로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식물을 통해 저마다 독특한 존재로 만들어준다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왜 정원에 마음이 끌릴까? 엄마는 몸이 아픈 사람을 돌보고 싶어 할까? 우리가 영감에 이끌리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영감을 늘 의식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영감은 우리에게 뜻깊은 경험을 선사해주며, 우울한 시기에도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강력한 도구로 작용한다.





중요한 일이든 사소한 일이든 마음을 다하렴. 그러지 않으려거든 애초에 손도 대어선 안 돼. 일단 일을 시작하면 끝맺을 때까지 정성을 쏟으려무나.” 저자는 할머니가 나눠주신 지혜에 마음 깊이 공감한다.

 

모든 생명체는 공동체와 정원 환경에서 나름의 역할이 있다. 성장을 지향하고 내적 가치를 우선하며 건강하고 수준 높은 삶의 질을 향한 목적의식을 지켜내기 위한 것은 공동체다. 역경에 굴하지 않고 맞서게 해준 동력 덕분에 정원사로 발전할 수 있었고 마음, , 영혼을 일궈나가는 방법을 터득했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곰손이라 식물을 키우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충분히 연습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 책은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 마음의 평화가 흔들리거나 몸의 균형이 무너지거나 할 때 일어설 수 있게 만드는 힘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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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나를 위한 진로 글쓰기 - 미래 자서전으로 나만의 콘텐츠 만들기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6
임재성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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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불확실한 4차 산업 혁명의 시대, 십대들의 막막하고 불안한 진로 결정을 위해 나를 돌아보고 진정한 꿈을 발견할 수 있는 나만의 미래 자서전을 써보라고 한다. 앞으로 달리기만 해 온 청소년, 알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다.

 

글쓰기는 자신을 파악하고 꿈을 디자인하는 데 최고의 도구이며 있는 그대로의 삶을 글로 적으면 아픈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 마음이 아픈 청소년이 많은데 또래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것도 좋다. 청소년이 미래 자서전을 쓰면서 치유를 경험하고, 진짜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게 하는 방해 요소가 있는데 내면의 자아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방해꾼은 바로 아픈 상처다. 미래 자서전은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이미 이룬 것처럼 적는 글이다.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한 편의 영화와 같다. 가상 공간에서 글쓰기로 한평생을 살아 보는 것이다. 내 이야기를 글로 적으면, 다른 사람들이 안 좋은 모습을 보고 실망하거나 비난하지 않을까요? 글을 쓰는 게 무섭다면 과거의 모습을 보고 실망하거나 비난하는 사람은 내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라고 생각하자.





많은 사람이 자신이 바라는 삶을 글로 쓰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글로 쓰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잡 생각을 정리하고 쓰려면 내용에 온 정신을 집중해야 글을 써내려 갈 수 있다. 저자 역시 삶에 의문이 생겼다. 원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고 찾은 꿈이 강의였다. 2013년까지 책을 내고 싶다고 글로 적었다. 인문 역량을 갖추기 위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읽고 쓰기를 반복하며 꿈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까지 25권의 책이 나왔고 강의도 하면서 살고 있다.

 

이야기로 삶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누군가 이야기해 준 대로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둘째, 살아온 대로 이야기하는 부류가 있다. 셋째, 자신이 이야기한 대로 살아가는 삶이다. 어떤 태도가 가장 행복하고 의미가 있을까? 바로 세 번째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비전 선언문과 같은 것이 준비되어 있다. 글로 적어 두고 앞으로 나아간다. 미래 자서전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쓰는 비전 선언문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I Have a Dream’을 참조해서 만들 것이다. 마틴 루서 킹 목사는 흑인 인권이 처참하게 짓밟힌 시절, 마음의 눈으로 미래를 선명하게 그렸다. 소원을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해 수많은 사람에게 연설로 알렸다.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미래 자서전은 인생 설계 프로그램이다.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청소년기에 글쓰기로 미리 한평생을 살아 보는 것이다. 좋은 삶을 살아가려면 그런 인생을 산 사람들에게서 배우면 좋다. 그래서 독서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위인전인데 훌륭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의 삶을 통해 의미 있는 인생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미래학 서적이다. 자신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연결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꿈을 이룬 사람들의 성공 에세이다. 젊은 사람들이 쓴 경우가 많아 청소년들이 동기부여를 받는데 효과적이다. 또래 학생들이 쓴 미래 자서전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전! 나만의 미래 자서전 쓰기에는 내 인생의 조감도, 일생 고공표가 자세히 쓰여 있어 참고하면 좋다. 지금은 이야기 시대이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파일로 묵혀 두거나, A4 용지로 인쇄만 해 두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결과물로 만들어두어야 훗날 자신만의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청소년 때 쓴 미래 자서전도 책으로 만들어 두면 친구들이나 선생님, 가족들, 이웃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전하고 성과를 만들어 갈 것이다.

 

자신을 파악하는 방법부터 좋은 글을 쓰는 비법까지 나의 가치를 높이는 미래 자서전 쓰기가 좋다는 것은 알지만 완성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청소년과 어른들 모두 자신과 오롯이 마주할 수 있는 글쓰기를 위한 이 책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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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섬에 꽃비 내리거든
김인중.원경 지음 / 파람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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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섬에 꽃비 내리거든]은 종교와 세대 문화 차이를 넘어 두 예술가의 만남이다. 동서양에서 빛의 화가로 불리며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으시는 김인중 신부님의 그림과 원경 스님의 시편들과 어우러져 더없이 환한 빛으로 다가온다.

 

청양에 김인중 신부님의 빛섬아트갤러리에 도착한 스님은 그곳은 말 그대로 초록 대지 위의 그 자체였다고 한다. 스님과 신부님이 겨냥하는 목표에 도달하려면 겸손을 꼽는다. 그 겸손으로 향을 피워 올리는 뜻을 이루어야 한다, 원경 스님은 예술가로 혼신을 다 바친 신부님의 열정을 마음에 담아보니 절로 울림의 순간이 찾아왔다. 동서양의 종교는 다르지만 섬김의 진정성은 다름이 없고, 백합과 연꽃의 모양새는 다르지만 어우러지는 향기는 결국 하나가 아니던가. 연꽃 피는 심곡암에 훈풍이 불어 이내 백합 피는 빛섬에 가닿았다. 백합(가톨릭)과 연꽃(불교)은 함께 어울린다로 표현하였다.

 

김인중 신부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모두가 함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세계화를 그리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림은 서양의 추상화 같으면서도 동양의 수묵담채화처럼 보여서 세계화라고 표현했다. 어떤 글자를 모르던 형제가 있었는데 그림 색깔은 잘 지내느냐고 물었단다. 진정한 예술은 예언자적이어야 하며 시공을 초월해 모든 영혼을 달래는 데 의미가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차를 즐겨 마시는 다락茶樂은 사는 행복 중 하나이다. 남녘땅 하동 차밭에서 햇차가 나올 때면 봄의 내음과 더불어 설렘 가득한 기다림이 이어졌다. 곡우가 한참 지나서야 다인茶人이 보내준 햇차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른 여름이 다 되어서야 받은 햇차였지만 향기는 봄 햇차 그대로였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새 하늘 새 땅을 찾는 일,

저세상에는 그림 그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곳은 시간이 정지된 영원의 현재일 테니까.

희망이 달성된 곳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중략)

하얀 캔버스 위에 기쁨을 작곡하듯,

영근 열매로 가지가 휘어진 생명의 나무로 서 있고 싶다.p44

 

하늘의 별들이 내려와 빛섬이 되었다

어둠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도시도시마다의 빛섬

가없이 빛사래 치는 하늘별들을 닮아

스스로 빛을 지녀야 한다며

어둠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빛섬

모정母情처럼,

늘 마음 놓지 않고 빛섬 위를 맴도는 달빛

어둠 바다의 등대인가(빛섬과 달빛)p59

 

봄 가뭄이 들어 가쁘게 피어나는 심곡암 정원의 꽃들에게 조석으로 물을 길어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늘었다. 곡창이라 불리는 호남평야의 물줄기인 섬진강이 메말라 저수량이 역대 최저치 수준이라 한다. 그래도 봄을 애써 가꾸어야겠기에 묵은 낙엽들을 걷어내고 채전밭 흙도 뒤집어주며 밭골을 내어놓았다. ‘봄처럼 부지런해라.’봄철에는 부지런히 준비를 마쳐야 늦가을까지 든든하고 개운하다.





외로움도 고독도 오래되어 잘 익으면 자유가 된다. 소박함으로 이웃의 곁을 넓혀주고 만족함으로 제 삶의 기쁨을 삼는다. 그렇게 사랑을 배워가노라면 그 자체로 행복이니까. 이리 봄을 좋아하는 이 사람도 가을 님이 오신다기에 춘향봄마저 떨쳐가며 가을이 기다려지는 이 그리움(가을에 오신다니)

 

빛의 예술은 삶과 존재의 의미를 드러내는 성찰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성찰이란 말은 내가 지닌 어떤 내면의 빛을 나 자신에게 되비추인다는 뜻이다. 빛은 상징이다. 그것은 생명의 빛이기도 하고 구원의 빛이거나 선함과 밝음의 상징이기도 하다. 김인중 신부의 빛의 예술을 통해 이 과정을 음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신승환 해설가는 말한다.

 

신부님은 스님의 시와 본인의 그림은 아름다움하나에 뜻을 함께하였으니 종교 간, 세계를 통해 저세상의 아름다움을 맛보게 되기를 소망한다. 이 책은 문학과 미술이 함께 어우러질 때 아름다움이 커지는 듯하다. 스님의 따뜻한 글귀와 신부님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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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개발자들 - 알려지지 않은, 치열했던 여성 에니악 개발자 6인의 이야기
캐시 클라이먼 지음, 이미령 외 옮김 / 한빛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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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개발자들]의 저자는 에니악 프로그래머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보존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육군 연구소의 표창을 받았다. 20세기 컴퓨팅 분야를 이끈 미국 여성들에 관한 논문을 조사하던 중 과거에 컴퓨팅 분야에 종사한 여성이 있었는지 알고 싶었고, 흑백 사진 속 에니악 앞에 서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프로그래밍을 맡은 여섯 명의 여성은 베티, , 케이, 프랜, 말린, 루스였다. 케이는 수학을 전공했고 1942년 무어 스쿨의 육군 필라델피아 컴퓨팅 부서에 채용되어 1945년까지 미분 해석기를 운용하는 팀의 관리자로 근무했다. 프랜은 수학을 전공했고 케이의 친한 친구다. 필라델피아 컴퓨팅 부서에 채용되었다. 케이와 함께 에니악 애버딘 성능 시험장으로 갔다. 베티는 펜실베이니아 대학 졸업생이고, 말린도 필라델피아 부서의 일원이 되었다. 루스는 필라델피아 컴퓨팅 부서에 채용될 당시 대학교에서 수학을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나중에 무어 스쿨로 돌아왔다. 진은 수학과 졸업생으로 그녀들과 합류하기 위해 필라델피아로 이주했다. 컴퓨터 관련 출판 분야에서 활발히 경력을 쌓았다.

 

허먼 골드스틴 대위가 나타나 2층 강의실에서 작업 중인 이들을 소집했다. 거대한 문이 양쪽으로 활짝 열렸고 이들은 전자식 숫자 적분 및 계산기, 그 위대한 에니악의 45개 유닛 전체를 마주했다. 높이 2.4미터, 너비 60센티미터의 검은 강철 유닛은 왼쪽에 16, 안쪽에 8, 오른쪽에 16개가 놓인 커다란 U자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케이는 자신의 가장 뛰어난 능력인 수학 능력을 활용해 육군 프로젝트를 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어 스쿨로 첫 출근하는 날, 보조 컴퓨터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할까? 궁금해졌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는 1923년에 기계 및 전기 공학부의 이름을 무어 스쿨 전기 공학부로 바꿨다.


말린은 무어 스쿨에서 존 모클리 박사와 그의 아내 메리 오거스타 모클리를 만났다. 유대계 학생들은 일자리를 찾지 마라는 학장의 말에 놀랐다. 교직에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프랜, 케이, 베티가 있는 육군 필라델피아 컴퓨팅 부서의 보조 컴퓨터로 합류했다. 19442월 배선도를 완성한 에니악 팀은 새로운 컴퓨터 제작에 집중했다. 무어 스쿨의 복도는 신입으로 온 새로운 남성과 여성의 얼굴로 가득 찼고 이들은 모두 PX실의 닫힌 문으로 사라졌다. 에니악의 완성은 멀었고 전쟁도 끝이 보이지 않았기에 허먼과 그의 아내 아델은 여성 수학 전공자를 꾸준히 모집했다.

 

진은 군에 지원하였고 삼 개월 후, 필라델피아로 즉시 와달라는 전보가 왔다. 진은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찾기 위해 낯선 지역으로 향했다. 아델의 고급 컴퓨터 강의에 배정되었고 허먼과 아델이 인력 모집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허먼은 최고의 컴퓨터 여섯 명을 배치해 에니악 프로그래밍 방법을 가르치고 싶었다. 프랜은 맨 마지막 팀에 배정되었다. 이들은 가정 환경, 종교 면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졌다.

 

진주만 공습으로부터 4년 반이 지나 병사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고, 여성들에게 다른 임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탄도 궤도 프로그램 작업이었고, 에니악은 존과 프레스가 탄도 연구소에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했다. 전쟁에서 남성들이 돌아왔으니 여성들에게 직장을 떠나라고 장려하는 캠페인을 펼쳤지만 에니악과 함께한 여섯 명은 달랐다.





에니악 존재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했고 탄도 연구소는 공로를 인정받고 성과를 기념하고 싶었다. 벤실베이니아 대학교와 무어 스쿨도 같은 마음이었다. 여섯 여성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고 자료 어디에도 없었다. 시운전을 진행할 때도 여성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누구도 그 프로젝트의 참여자로 소개되지 않았다고 케이는 훗날 이야기했다. 그러나 역사에 남을 날이었고 에니악 6인은 그 현장에 있었으며 매우 귀중한 역할을 했다. 똑같이 밤낮으로 일을 했는데 남성들의 쇼가 되었다니 너무 한거 아닌가.

 

에니악 등장 당시 사람들은 사람이 쓸모없어지는 것인지두려워했지만, 그 과정에서 탄생한 건 프로그래머라는 새로운 직업이었다. AI등장으로 자동화가 되고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현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흑백 사진 한 장을 통해 품은 의문으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우리들에게 들려 준 이 책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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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따위 필요 없어 특서 청소년문학 33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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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문학상 수상 작가 탁경은의 [소원 따위 필요 없어]는 청소년 문학으로 두려움에 지지 않고 나아가는 십대들을 위한 이야기다. 판타지 소설이어서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언제 강해지는가? 언제 살아 있다고 느끼는가?

 

단역 배우이자 혈액암을 앓고 있는 민아,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 신세를 지는 동수, 엄마의 압박이 버거워 꾀병을 부려 입원하는 혜주는 열여섯 동갑내기로 사랑 병원에서 만나게 된다. 도피처로 병원에 입원하는 혜주는 예쁘고 성격도 좋은 민아가 부럽다. 사실, 민아는 연기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가족이 원해서 하고 있을 뿐이었다. 민아와 동수는 병명도 통증도 다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겠다 다짐했다는 점이 같아 친해지기 시작한다. 혜주는 민아, 동수를 보면서 자신이 더 불행하다고 느낀다.

 

이상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세 사람이 도착한 곳은 미래의 세계 샤이어였다. 이곳은 복지 수준이 완벽해서 살기 괜찮은 국가라고 했다.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닌 간절히 원해야만 올 수 있다. 민아의 암을 고칠 수 있고 동수는 걸을 수 있다고 한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혜주는 시민권을 받아 친절 부서에서 일을 하게 된다.

 

동수는 인간의 다리를 보조하는 생체 로봇과 동기화가 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간절히 원하면 이렇게 생생한 꿈을 꿀까. 미련을 버리기 위해 길게 숨을 내뿜는다. 바다가 보고 싶었다. 걸을 수 있는 기쁨을 엄마에게 알리고 싶었다. 가족을 이곳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는가 물으니 불가능하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없다면 이곳이 살기 좋은 곳인지 잘 모르겠다. 3층에는 미식가 장관, 자살예방, 은둔형 외톨이 담당 장관 별별 장관이 다 있었다. 외로움 담당 장관 수진은 홀로 울고 있었다. 사람들이 점점 고립돼서 걱정이라고 했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호출하면 언제든지 달려가야 한다.

 

산책을 나간 혜주에게 어떤 여자가 도움을 청했다. ‘샤이어는 궂은일은 로봇이 다 하고 사람들은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곳이지만 문제는 인구 감소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가 한 달 이상 구금하는 체포 영장이 날아왔단다. 여자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이곳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쳐서 상담할 때 금기어를 말해버렸다. 자기가 하는 말이 칩을 통해 부서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유롭고 싶어서 이곳을 선택했는데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다. 민아처럼 조금은 단단해지고 싶었고 엄마한테 휘둘리고 싶지 않다.

 

민아는 두 번의 주사 중 한 번을 맞았으니 병을 반 정도 극복한 걸지도 모른다. 링거 없이 다니니 편했다. 시를 좋아하고 시를 쓰는 시인이 되고 싶은 민아는 도서관이 있어 둘러보는데 시집이 한 권도 없었다.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현준을 만나게 되고, 샤이어에서 문학은 금기라고 한다. 시를 쓴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가둔다고 했다. 그럼에도 민아에게 시를 써달라고 했다. 이곳은 창작을 하는 사람이 귀하다.

민아가 적어 준 시를 들킨 것 같다고 했다. 일단 토껴야지. 두 사람은 바다를 가게 되었다. 바다를 거닐고 있던 동수를 만났다. 동수는 다시 못 걷는다 해도 병원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혜주도 같은 생각이었다. 로봇과 드론이 뒤쫓아 오게 되었고 동수 다리에 채워진 레그에 비행 기능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무사히 현실로 돌아온 민아, 동수, 혜주는 각자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겼다.

 

저자는 소설 초고를 쓸 때 몸이 아팠는데 동생도 아파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동생을 도우며 조금씩 몸을 추슬렀고 회복된 다음 원고를 다시 보니 느낌이 많이 달랐다. 어릴 때 자주 아파서 그랬는지 아픈 사람들이 자주 마음에 들어왔다고 한다. 이 소설은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소원 따위 필요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뜨겁게 눈을 마주치고 손을 마주 잡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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